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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정신 95호]21세기 볼셰비키 전위 그리스공산당 제19차 당대회 분석
글쓴이 보스코프스키 E-mail send mail 번호 3098
날짜 2013-11-24 조회수 1816 추천수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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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볼셰비키 전위 그리스공산당 제19차 당대회 분석







그리스공산당 당대회는 변혁의 보고(寶庫)



러시아 혁명 이후에 레닌과 볼셰비키의 혁명적 경험을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바로 그 원칙에 따라 사상을 벼리고 당을 개조하여 투쟁하는 그리스공산당(KKE)의 경험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스공산당은 현존하는 정당 중에서 21세기 볼셰비키 전위 정당의 모습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자국 내에서 실질적으로 계급투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혁명적 원칙을 가지고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주도해 오고 있다.



지중해 중심에 위치한 그리스는 위로는 발칸반도, 아래로는 북아프리카, 왼쪽으로는 이탈리아, 스페인, 오른 쪽으로는 터키와 시리아에 인접해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현재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전체가 공황으로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다. 그리스에서의 급격한 정세변화는 곧바로 인접한 남유럽을 비롯한 유럽 전체, 발칸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 전체, 북아프리카와 터키, 시리아를 포함하는 중동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구가 겨우 1백만인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했던 것을 봤을 때, 인구 1천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그리스에서의 변혁은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 변혁의 서곡이 될 것이다.



그리스가 아직 변혁적, 준변혁적 상황으로까지 정세가 고조되지는 않았지만, 경제위기 정도가 제일 극심하고, 변혁을 주도할 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변혁 가능성이 제일 높은 나라다. 다만 그리스에서의 변혁이 곧바로 터키를 비롯해서 유럽제국주의와 미제국주의의 군사적 개입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한 인접한 스페인, 이탈리아의 급격한 정세변화와의 긴밀한 관련 속에서 그리스 변혁이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엄중한 정세 속에서 지난 4월 11-14일 4일간에 걸쳐 그리스공산당 19차 당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그리스공산당의 변혁 전략과 전술, 핵심 사업 과제, 당조직 개조 방향 등을 담은 중앙위원회 테제를 비롯해서 연설문, 강령 개정 초안, 당규약 개정 초안 등이 제출됐다. 그리스공산당 19차 당대회에 제출된 문서들은 변혁운동의 보고(寶庫)다. 이 대회에 제출된 자료 전체가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데 비해 그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 운동의 발전과 인식의 심화에 도움이 되는 부분, 개인적 관심사를 선별해서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었다.



그리스공산당 19차 대회는 2009년 2월 ‘사회주의에 관한 테제’를 다룬 18차 당대회에 이어 4년 만에 열렸다. 19차 당대회 수개월 전인 2012년 10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제2차 유럽 공산주의 대회가 열렸다. 곧이어 2012년 11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제14차 공산주의노동자당 국제대회가 열렸다. 2013년 1월 26일에는 알바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터키, 마케도니아(FYROM), 그리스 등 발칸 7개국에서 온 10개 공산당이 발칸 대회를 가졌다. 세계 공황이 심화되고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변혁진영의 공동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이 국제대회들이 열렸는데 19차 대회 역시 이러한 정세의 연장선 속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스 공산당이 국제 공산주의 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각별한 만큼 국내외적으로 93개 공산당과 노동자당을 포함하는 조직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특히 콜롬비아에서 수십 년 동안 내전을 주도하며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콜롬비아 무장투쟁군(FARC-EP)이 영상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19차 당대회는 인민동맹 - 인민의 권력 사회주의는 필연적이고 지금이 그때다(PEOPLE’S ALLIANCE - THE PEOPLE IN POWER SOCIALISM NECESSARY AND TIMELY)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 대회에서는 1991년부터 22년 동안 당 중앙위원회 서기장으로 당을 이끌어오던 알레카 파파리가(Aleka Papariga)를 대신해서 디미트리스 쿠추바스(Dimitris Koutsoumpas)가 중앙위원회에서 신임 서기장으로 선출됐다.



알레카 파파리가와 디미트리스 쿠추바스의 가족사와 개인사는 그리스공산당의 영웅적인 투쟁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알레카 파파리가는 1945년 11월 5일 그리스 내전이 한창인 시기에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는 그리스공산당 당원이자 파쇼 점령국들에 맞서 저항한 전사였다. 그리스공산당은 1917년 러시아 혁명 발발 직후인 1918년에 창당됐다. 1941년-1944년 2차 세계대전 기간에 그리스는 나찌 독일과 이탈리아, 불가리아 파쇼동맹국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당시 그리스 지배계급이었던 조지 2세(King George Ⅱ)와 그 정부는 이집트로 도망가서 망명정부를 세웠다.



그리스공산당은 파쇼 동맹국들의 조국점령에 맞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1944년 그리스가 해방되고 혁명권력이 탄생하려는 상황에서 바로 3개월 뒤인 그해 12월에 영국 제국주의가 그리스 혁명을 막기 위해 군사 침공을 해왔다. 이후에는 미제국주의가 그리스를 침공했다. 양 제국주의는 괴뢰정부를 내세워서 그리스 혁명을 분쇄하려 했다. 이 때문에 1946년부터 1949년까지 그리스내전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리스공산당은 새로운 침략자에 맞서 투쟁했으나 결국 패배했다. 1967년에는 그리스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 군사 쿠데타에 맞서 주도적으로 투쟁한 것도 역시 그리스공산당이었다. 알레카 파파리가는 이 군사독재 반대 투쟁에 앞장서다가 쿠데타 1년 뒤인 1968년에 그리스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리스공산당이 주도한 반독재 투쟁으로 인해 1974년 군사통치가 종식됐다.



1955년 8월 출생한 디미트리스 쿠추바스의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역시 그리스공산당원으로 알레카 파파리가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나찌 독일군의 점령에 맞서 투쟁한 전사였다. 그의 아버지는 1945년 내전기에 체포되어 투옥됐다가 8년 동안 추방당했다. 그의 다른 가족들도 나찌 점령기와 이후 내전기 동안에 처형당하거나 투옥되고 망명을 하기도 했다. 쿠추바스는 1973년 그리스공산당 산하 공산주의청년조직(KNE)에서 비합법적 상태에서 1974년 군사 독재를 종식시키는 투쟁을 전개해 왔다. 쿠추바스는 KNE 1차 대회 의장이었다.



알레카 파파리가는 1991년 쏘련 붕괴 뒤 국제적으로 청산주의 물결이 일 때 수정주의자들에 의해 당이 분열된 이후, 쏘련 사회주의 붕괴에 대해 맑스레닌주의 관점으로 쏘련 해체 원인을 분석해 오고, 이를 바탕으로 혁명적 원칙을 강화하여 당을 사수하고 발전시켜 왔다. 혁명적 원칙을 지켜온 핵심 지도자이다. 쿠추바스 역시 이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서기장에서 물러나고 신임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알레카 파파리가는 고별 연설에서 대회에 제출된 문서들을 설명하면서 공황과 제국주의 전쟁의 문제에서 국제주의 관점을 확고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전쟁을 통해 시장의 분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그리스 부르주아 계급이 유포하는 민족주의 캠페인에 휘둘리지 말고 당의 자주성을 확고하게 하고 침략자인 국내외 부르주아 계급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으로 각 정당의 강령을 심의함으로써 결국 그리스공산당을 겨냥하게 될 입법화 움직임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리스 정치지형은 기존 중도 우파인 개량주의 사회당(PASOK)과 신민주당(ND)을 한편으로 하고 맞은편에 중도좌파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 SYRIZA)가 독점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양대 축이 되려 하고 있다. 시리자의 ‘급진’이라는 이름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알레카 파파리가는 여기에 더해 2012년 선거 이후 파쇼정당인 황금여명당(Golden Dawn)이 급격하게 부상하면서 그리스 사회는 혁명이냐 파쇼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미트리스 쿠추바스는 당대회 이후 지난 4월 22일 <4월 21일 군사독재 이후 46주년>을 주제로 아테네 주변 지방인 아티카(Attica) 기본조직에서 1만 명 이상 당원이 모인 기념집회에서 50여분에 걸쳐 연설했다.



“우리는 공산주의자들과 다른 투사들이 비합법 조직 상태에서 살해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면서 반독재 투쟁을 전개해 온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1974년부터 오늘날까지 의회 민주주의의 오랜 기간은 독점자본의 독재라는 오늘날 권력의 성격과 내용을 은폐할 수 없다.”



당대회 4개월 전부터 그리스공산당은 전체 당원에게 중앙위원회 테제, 지난 12월 4일 제출된 당강령 초안, 당헌 등 문서를 제출하고 전당 차원에서 토론을 했다. 이 당대회에서는 77명 대의원들이 각자 12분 동안 배정된 연설을 했다. 이 당대회에서는 당원 96.8%가 중앙위원회 테제와 당강령 초안에 찬성했고, 반대는 1.65%, 기권은 1.55%에 불과했다. 당 기본조직에서 당헌 초안에 대한 표결 역시 당원의 97.3%가 찬성했고, 반대는 1.21%, 기권은 1.49%에 불과했다. 그리스공산당 공산주의청년조직(KNE)에서는 98.9%가 찬성을 하고 반대와 기권은 1.1%에 불과했다. 19차 당대회에 제출된 당강령 초안과 중앙위원회 문서, 당헌 문서들이 압도적으로 통과된 것은 그리스공산당의 당적 통일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반증이다. 그리스 공산당의 핵심 지도조직인 중앙위원회(CC)는 18차 당대회에서는 77명이었으나 이번 당대회에서는 63명으로 줄어들었다.





공황과 제국주의 전쟁의 문제



중앙위원회(CC) 테제는 공황과 제국주의 전쟁, 혁명의 가능성에 대해 분석을 집중하고 있다. 테제에 의하면, 전반적이고 동조화되는 자본주의 경제 공황의 발발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적으로 뒤떨어지고 비인간적으로 되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그 대안으로써 사회주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위기를 맞아 변혁을 추동해내야 하는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혁명적 재편, 노동자 민중 운동의 강화가 절실하다. 자본주의 경제는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일시적이며 불균등하고 무기력이 지속되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에서 보듯 새롭게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적 수준에서 공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공황으로 인해 유럽연합(EU)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증대되고 있고 이것이 유럽연합 내부 모순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공황의 발발은 세계총생산(Gross World Product) 중에서 미국이 2005년 각각 22.23%에서 18.9%로, 유럽연합은 16.53%에서 13.73%로 비중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G7은 같은 시기에 세계총생산 비중이 45.3%에서 37.75%로 줄어들었다. 반대로 브라질, 러시아, 인디아, 중국에 이어 남아프리카를 포함하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미국의 생산비중이 가장 높지만 상대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 내부도 불균등성과 모순이 심화되면서 내부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부르주아도 유럽연합의 미래를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내총생산율, 산업 생산, 생산성, 경상수지, 재정상태 등으로 비춰볼 때, 유럽연합 내부도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독일, 폴란드, 핀란드를 비롯해서, 중간 상태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부채위기로 최저 상태인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등 세 개 범주로 나눠지고 있다.



결국 제국주의 국가 간, 제국주의 국가와 브릭스, 브릭스 내부에서 불균등 발전이 심화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독점자본이 시장과 원료, 수송망을 장악하고 통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료와 시장을 둘러싼 독점자본 국가의 경쟁 가속화와 대립 심화로 인해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특별한 시기에 제국주의 중심부 간에는 에너지 자원과 수자원, 상품운송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카스피해, 동지중해, 중동, 페르시안만, 아프리카, 남중국해와 북극지방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다.



한 마디로 세계 전역에서 제국주의에 의한 전쟁이나 제국주의가 개입한 내전과 긴장상태가 조성되면서 파괴와 살육, 수탈과 착취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1,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제국주의 전쟁의 양상은 주로 테러와의 전쟁, 인도주의와 민주주의 사수 등 갖가지 위선적인 명목으로 미제국주의를 중심축으로 나토가 연합하여 약소국을 침략하여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위원회 테제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사실상의 준전시 상태는 기본적으로 북과 미국의 대립이지만 기존 미일 제국주의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공황의 시대에 더 격렬해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영토분쟁은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테제는 ‘제국주의 체제 내에서 그리스의 위치’라는 소제목으로 그리스 자본주의의 발전 단계와 내외부 모순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테제에 의하면, 그리스 자본주의는 불균등 발전의 구조 내에서 제국주의 피라미드에서 중간 수준으로 위치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에 종속국(dependencies)으로 남아 있다. 테제는 제국주의 피라미드에서 그리스의 종속적 위치를 근거로 ‘독일에 의한 그리스의 점령’이나 ‘그리스 국가주권 수호’ 같은 슬로건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구호는 부르주아 애국주의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는 달리 부르주아 권력과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전복하고 모든 자본주의 국가 간 제휴와 제국주의 동맹을 철폐하는 목표야말로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는 유로존의 최고 약한 고리로서, 산업생산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부채위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유로존 가입으로 유럽중앙은행(ECB) 지배하에 단일 통화 정책에 종속되면서 국내 차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통화 정책의 수단과 한도가 제한되고 있다. 게다가 마스트리트 조약(1992년 체결된 유럽통합조약으로 여기에는 단일통화 동맹도 포함돼 있다.)과 그 뒤의 협정으로 인해 그리스 국내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국가 재정 정책 역시 제한되면서 일국 차원과 유럽연합 차원의 모순이 깊어지면서 공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테제는 또한 그리스 인접국가인 터키가 이 지역에서 급부상하면서 신오토만주의(Neo-Ottomanism)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터키의 경제적, 군사적 힘이 증가하면서 발칸반도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에서도 패권이 강해지고 있다. 터키는 이미 리비아에 군사침공을 한바 있고, 시리아 내전을 부추기고 있고 시리아의 동맹국인 이란에 대한 적대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의 이 지역에서 영향력 증대는 미국과 나토의 중동정책과 충돌을 야기하고 있고 그리스와의 경쟁도 격화시키고 있다.





맑스레닌주의 원칙과 사회주의 원리



18차 당대회에 제출된 중앙위원회 테제는 ‘사회주의에 대한 테제’로 쏘련 사회주의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테제는 쏘련 해체 이후 그리스 공산당이 사회주의에 대해 오랜 기간 집단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그리스 공산당은 맑스레닌주의 원칙에 부합하여 이러한 연구를 했기 때문에 국제적 차원에서 청산주의 물결이 일어날 때 변혁적 원칙을 사수, 강화해올 수 있었다. 18차 당대회 테제는 쏘련의 해체에 대해 붕괴가 아니라 수정주의자들에 의한 내부적 전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공산당은 흐루시초프 수정주의와 유로 꼬뮤니즘, ‘시장 사회주의’ 노선 같은 개량주의 노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스 공산당은 2011년 4월 미국 공산당당원과 간부들, 미국 내에서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에게 <웹의 강령과 미국 공산당 발전에 대한 그리스공산당의 입장>(Position of KKE on the Webb's platform and the developments in the CPUSA)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그리스공산당은 미국공산당 의장인 샘 웹(Sam Webb)이 제출한 <21세기 사회주의당: 그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하는가>(A Party of Socialism in the 21st Century: What It Looks Like, What It Says, and What It Does)라는 강령적 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스공산당은 이 글이 개인적 입장이라는 편집자 주가 달려있다 하더라도 공산당 지도자의 글이 공식 신문에 실린 만큼 공식적 입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웹의 입장이 종합적인 수정주의 강령으로서 맑스레닌주의를 포기하고 민주집중제를 폐기하였으며 노동자계급의 전위인 레닌주의 당 원칙을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표현되고 있는 미국 공산당의 입장은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구조 내에서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회민주주의와 기회주의 관점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나타났던 치열한 계급투쟁의 문제에 대해 바웬사나 하벨과 같이 ‘인류에 대한 범죄’ 운운하며 동유럽의 반공주의 정치인과 유럽연합의 반동적인 중상모략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공산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만큼 그리스 공산당은 강령에서 노동자 민중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실시한다는 혁명적 원칙을 공공연하게 명시하고 있다. 19차 당대회에 제출된 강령 안은 사회주의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 성과가 담겨 있다. 강령 안은 맑스가 고타강령 비판에서 제시한 공산주의 사회의 원리를 가지고 쏘련 사회주의 건설에서 활용한 실제적 경험에 대한 연구 성과가 담겨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이 사회주의 사회의 정치경제 핵심 원리와 운영원리가 담겨 있다.



쏘련 사회주의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반혁명적인 전복의 경험이 보여줬던 것처럼,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자본주의로 역전되고 후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역사에서 어떤 경우에는 일시적 후퇴가 있을 수 있다. 낮은 생산유형으로부터 보다 높은 생산유형으로 이행은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다. 역사에서 자본주의 발전 과정도 그랬다. 자본주의에서 발전한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혁명기 동안인,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약은 착취적 본성이 아닌 공산주의적 관계이므로 이전의 어떤 역사적 과정보다도 질적으로 우월하다. 따라서 이 시기는 자본주의 틀 내에서는 형성되지 않는다. 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옛 사회의 ‘흔적’에 대항하여 새로운 체제의 투쟁은 모든 경제관계의 공산주의 생산관계로의 급진적 변화를 위한 투쟁이다.



생산수단과 생산 결과에 대한 모든 형태의 개인적 소유 형태와 소소유자적 의식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의 박멸을 위한 계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이는 공산주의 계급의식과 직접적으로 사회화된 노동을 위한 태도를 형성하기 위한 투쟁이다. 사회주의 사회의 축적은 사회적 번영의 새로운 수준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수준은 이전의 생산관계가 직접적으로 사회화된 생산에 흡수되기에 충분하게 성숙되지 않았다면 생산력의 최고점인 영역에서 새로운 관계가 점진적으로 확장하게 될 것이다.



낮은 수준의 공산주의 즉 사회주의에서는 자본주의 분배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물질적 보상(Incentives)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보상은 노동의 구체적인 형태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산단위나 사회 서비스에서 노동조직과 실행에 관한 공산주의적 태도의 발전을 돕는다. 이 보상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화폐적 형태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보상은 노동시간 단축을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 레저와 문화 서비스에 대한 접근과 함께 노동자 통제 참가에 상응하여 순전히 미숙련 노동과 육체노동의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위당과 전선체, 계급동맹의 문제



이번에 제출된 문서를 보면 그리스공산당은 혁명적 원칙만큼이나 엄격한 규율과 통일성을 갖춘 전투적 전위정당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당원 가입 자격이 엄격하다. 1년 동안 후보 당원제를 두고 그 기간 동안 당강령, 당역사, 당문서를 의무적으로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제명됐거나 자진 탈당했던 당원의 복당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다른 당조직 핵심 간부는 중앙위원회에서 엄격하게 승인을 거쳐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다른 당으로부터의 집단적 가입은 불허하고 있다.



당조직에는 청년공산주의조직(KNE)이 있는데 청년조직의 일반적인 특성인 경험 부족을 고려하여 당의 엄격한 통제와 적극적 지원 하에 활동을 전개한다. 청년 당조직은 독자적인 강령을 가지지 못한다. 당의 골간은 보통 3인으로 구성돼 있는 기본조직(PBO)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이나 프랑스반자본주의신당(NPA)과 같은 ‘좌파연합정당’과 다르게 당의 사상이나 규약, 조직원리, 기풍 등에서 철저하게 강령적 통일성과 철의 규율로 무장된 현대적 볼셰비키형 정당을 추구하고 있다.



전위정당은 결사체지만 당 주변에 다양한 형태의 전선조직을 가지고 있다. 전선의 형태는 노동조합, 활동가 조직, 농민, 여성 조직, 학생 조직, 한시적 공동투쟁체 등 다양한 수준에서 형성할 수 있다. 그리스공산당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노동자전선조직은 1999년 4월에 창립된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이다. 전위당의 대중적 활동을 위해 PAME의 경험을 연구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PAME(빠메)는 그리스공산당 산하조직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PAME는 그리스공산당이 지도력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중적인 노동자전선조직이다. 당의 방침에 종속되는 것은 공산당원이지 PAME 소속 노동자들 전체가 아니다. 대중조직에 파견되어 활동하는 당 소속 노조 활동가가 단위 노조에서 지도부가 되면 노동자들로부터 그 권위와 신뢰, 지도력을 형성하여 조합원 투표로 PAME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이다. PAME에 소속된 대중조직에서의 조합원 투표로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 당 소속 노조 간부나 활동가가 대중적인 신뢰나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언제든지 PAME 탈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원은 대중조직 속에서 헌신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PAME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종식’, ‘반자본’, ‘반독점’이라는 큰 틀에서의 요구를 지지하고 전투적으로 활동하는 노조, 활동가라면 누구나 개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PAME는 창립 당시 230개 노조, 18개 지부와 노동단체, 선출 간부 등으로 구성됐는데, 2012년 6월 기준으로 85만 명에 달한다. 인구 1천1백만 나라에서 이 정도면 총연맹 정도의 엄청난 규모다. PAME를 통해 그리스공산당은 엄청난 대중적인 투쟁력과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PAME는 한 해에 수십 차례에 걸쳐 독자 총파업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협조주의 성향의 그리스 양대 노총 격인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이 총파업에 참여하도록 대중적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그리스공산당과 PAME의 관계를 보면 당은 강령을 동의하고 규약을 준수하고 활동하는 결사체로 구성돼 있는데 반해 전선조직은 훨씬 개방적이다. 한국에서는 전위당이 현재 없지만 노동전선이 PAME와 그나마 유사한 전선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변혁모임의 ‘계급정당’ 건설과 관련해서 노동전선의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는 정치방침 관련 논의가 있었다. 여기에 제출된 방침(1안)에는 “노동자계급정당 추진기구 발족 이후 노동전선의 진로에 대해 조직적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노동자계급정당 추진기구가 만들어 지면 그동안 노동전선이 해왔던 투쟁과 혁신사업을 계급정당 추진기구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이러한 이중구조 상태에서의 노동전선 역할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요청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정치방침안은 당과 전선체의 상에 대한 무지와 혼란이 들어가 있다. 노동전선이 전선체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노동자 전선체의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정치소속에 상관없이 전투적 노동자라면 누구나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야 한다. 노동전선 전체가 단일한 정치소속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선체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건설될 예정인 ‘계급정당’(물론 현재 건설되는 계급정당은 전위정당적 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으로서도 대단한 손실이다. 당조직이 광범위하게 활동하여 대중투쟁을 조직하여 당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당원을 확대할 수 있는 당 바깥 조직을 제 발로 차버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자의힘>도 이러한 전선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현장조직을 정치조직으로 ‘분화발전’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현장조직은 정치소속과 상관없이 노사협조주의에 반대하는 전투적 노동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선진노동자 대중조직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직에 참여하는 당활동가는 현장조직 내에서의 신뢰와 정치적 지도력으로 현장조직을 전투조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 대중성과 현장성을 확보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사상적 지도력으로 현장조직이 조합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장조직 회원들을 당원으로 발굴하고 당조직이 활동할 수 있는 대중적 토대로 삼아야 한다. 현장조직 회원들 다수가 당적을 가지게 되고 당적 주도권이 발휘된다면 현장조직의 활동력과 규모가 더 대중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과 전선체는 형식적으로 서로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자주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긴밀하게 결합해야 한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당과 노동조합 같은 대중조직의 관계의 핵심적 원리와 원칙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당과 전선체의 위상에 대한 혼란과 무지는 전위정당적 관점에서 볼 때, 강령적 통일성과 철의 규율 속에서 활동하는 당조직의 성격을 타락시키는 반면, 일정한 기준 하에서 개방적이어야 하는 전선체의 성격과 위상을 무너뜨리게 된다. 잘못된 당관이 잘못된 전선관을 낳으면서 당과 전선체 둘 다를 죽여 버리는 것이다.



그리스공산당은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중대한 과업으로 ‘인민동맹’을 내걸었다. 현재 그리스공산당이 주도하는 전선조직은 PAME뿐만 아니라 반독점을 내건 농민 대중조직인 PASY(전농민투쟁동맹), PASEVE(자영업자및소상인전국반독점동맹), MAS(학생전투전선), OGE(그리스여성연맹) 등이 있다. PAME가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발휘하면서 이러한 다양한 전선조직에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19차 당대회에서 이러한 전선체를 강화해서 ‘인민동맹’을 건설할 목표를 세웠다. 인민동맹은 정치정당의 동맹체가 아니다. 인민동맹은 그리스 독점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연합에 맞서 싸우는 거대한 대중투쟁체가 될 것이다. 당대회의 과업대로 인민동맹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리스에서 변혁은 앞당겨질 것이다.



그리스공산당 19차 당대회를 연구하여 우리의 피와 살이 될 수 있도록 하자! 당운동의 불모지, 조합주의와 개량주의 정당이 판치는, 현장이 파괴되고 대중투쟁이 사라져가고 있는, 그리하여 반동이 득세하고 노동자 민중이 죽어나가는, 제국주의가 함부로 남의 땅에서 전쟁책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에서 그리스의 경험을 우리의 자양분으로 삼아 전진하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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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저의 평문입니다.



보스코프스키 2013-05-10 | 10:19:50



CPUSA나 CPI(인도), CPI(Marxist; 인도)나 유사하다는 생각은 드네요. 전자가 그나마 가까운 세월에나 상당 세월에도 집권 가능성을 발견하기 불가능한 반면 중자와 후자는 이미 집권당이라는 차이 정도가 다른 점인데 대외적 반제는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면으로는 의회주의, 선거주의, 합법주의, 수권주의, 규모주의 등 체제 내 지향을 하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인도의 경우 오죽했으면 둘이 1/3세기 만(정확히 만 34년)에 서뱅갈에서 권좌를 놓치기에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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