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어머님도 보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간다. 생전에 어떤 대화라도 막힘이 없었지만 오직 한가지만은 예외였다. 이 아들이 “운동”하는 것만은 이해를 하지 않으셨다. “운동”이야기만 나오면 합리적 사고가 마비된 듯 마치 다른 사람 같았던 어머니.

<특별기고>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의 이해, 그 첫 번째｣에서 다음의 구절을 보면서 다시 어머니 생각을 했다.

한국전쟁 전후의 100만 민간인학살은 이렇듯 우리 사회를 불구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반공의 천국이 되었고, 이 나라에는 합리적 사고는 물론 중도적 사고조차도 설 땅이 없었다. 대다수의 대한민국인은 일종의 정신적 불구자였다.

그 “정신적 불구 상태”는 1980년대를 거치며 조금씩 교정이 되어 가는가 싶더니, 쏘련의 몰락으로 초래된 반동기를 맞아서 다시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정세> : ｢한미관계와 한국의 노동자계급｣에서도 우리사회의 이러한 정신적･이념적 불구상태를 언급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노정권과 한나라당을 위시한 극우보수진영과의 대립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실 양자는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목표에서 차이가 없으며 “노무현 정권을 비롯한 '조기환수파'가 조기 환수야말로 주한미군을 위시한 해외주둔군의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미국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며, 그렇게 부합함으로써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머님은 인정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이 길만이-사회를 변혁하는 것만이―많은 어머니들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계급사회를 철폐하지 않고는 어머님을 평생 그토록 괴롭혔던 가난, 야만, 폭력을 결코 뿌리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기고> : ｢노동법개악 저지 투쟁의 경과와 과제｣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기고를 요청해 온 글이다. 철폐연대에서는 노동법개악 저지 투쟁을 확산시키고자 여러 매체에 기고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매체에도 같은 글이 실려있을 수도 있다.

“책값”이라며 권두시를 보내주신 조선남 동지께 감사드리며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투쟁,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 공세 등을 더 충분하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2006년 9월 18일

편집출판위원장 권정기

편집자의 글

그래도 이 길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