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글은 2011년 4월 26일 좌파단체들 주최의 “핵발전과 핵무기없는 세상,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북한핵문제 등이 쟁점인 토론회였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에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최초로 모여 입장을 발표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1. 핵없는 세상은 인류의 염원이다. 2차 대전 당시에 일본에 떨어진 핵무기, 체르노빌의 핵발전소의 참화, 그리고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등은 현 단계 인류사회에 있어서 핵이 인간에 대한 억압과 공포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잘 말한다. 따라서 핵무기, 핵발전소 없는 세상, 핵으로부터 해방된 사회는 인류가 도전해야 할 하나의 목표이다.

2. 최근의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는 단지 자연재해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계기가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였을 뿐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것, 그리고 그 이후 일본정부의 대응, 그로 인한 일본민중들의 피해는 핵발전소 사고가 인재임을 잘 말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진행경과는 아직 인류가 핵을 통제하고 평화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세계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는 일본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난 후에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를 통제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은 이러한 현실을 잘 설명한다.

3. 현재 핵발전소는 이른바 르네상스의 시대를 맞고 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사고 이후 주춤했던 핵발전소 건설이 90년대와 2000년대 들어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과 폐기비용,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 그리고 안전의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핵발전소들의 건설이 강행되고 있는 것은 이윤에 눈이 먼 자본가들의 논리 때문이다. 인간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나아가 자연에게 아무리 많은 피해를 주고 비용이 들더라도 자신들의 이윤을 증식시킨다면, 그 피해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것이 바로 자본의 논리이다. 체르노빌의 참화를 겪고도 이른바 핵발전소 르네상스라는 시기로 접어든 것은 자본의 논리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이다.

4. 노동자와 민중은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원한다. 나아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인간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을 원한다. 노동자 민중이 원하는 세상은 독점자본들의 이윤추구를 위한 획일화된 사회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 곳곳에 건설되는 공동체를 기초로 재조직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세상은 핵발전소 없이도 가능하며 그를 뒷받침하는 에너지는 태양열 에너지, 풍력, 조력 등의 재생에너지이다.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가 되는 공동체들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동체마다 자신들의 에너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다.

5. 소위 핵발전소 르네상스 정책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은 백지화되어야 하고 기존의 핵발전소들은 단계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현재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점자본들의 이윤추구를 국가가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핵발전소에 대한 반대투쟁은 반독점, 반자본운동과 친화성을 가진다. 이명박이 핵발전소를 수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그 자신이 한국의 독점자본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을 말한다. 핵발전소 수출을 즉각 중단하고 에너지 정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6. 핵발전소는 그 명목이 핵에 대한 평화적 이용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번 일본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드러났다. 그런데 핵무기는 핵에 대한 평화적 이용은커녕 핵의 폭력적, 군사적 이용이라는 점에서 반인류적인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따라서 핵무기 없는 세상은 인류가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7.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핵무기는 전쟁의 수단이라는 점이고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무기에 담겨 있는 정치적 요소를 분석함을 필요로 한다. 쏘련 사회주의가 붕괴한 후로 현대 사회는 제국주의 단일체제로 전화하였다. 그리고 핵무기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패권을 강화하는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은 요원해 보인다. 그것은 제국주의의 존재 자체가 핵무기의 폐기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 전쟁의 일차적 원인은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쏘련 붕괴 후의 이라크 전쟁, 유고 전쟁, 아프간 전쟁, 그리고 지금 리비아에 대한 전쟁까지 모두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이었다. 이는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소멸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반대로 전쟁이 인류사에서 없어지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의 소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한다. 현대 전쟁의 핵심적 군사적 무기인 핵무기에 대한 태도는 바로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핵무기는 반인류적 전쟁수단이라는 점에서 철폐의 대상이다. 따라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명확한 목표로 세워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핵무기는 전쟁의 수단이고 전쟁은 일차적으로 제국주의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의 소멸은 제국주의의 소멸을 필요로 한다. 즉,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의 소멸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을 조건으로 북한핵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8.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미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이다. 쏘련이 붕괴되기 전에 세계적 역관계가 균형을 이룰 당시에 북은 핵을 보유하지 않았고 쏘련 붕괴 후에 세계적 역관계가 변화하여 미제국주의의 패권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 때 비로서 북은 핵을 보유하게 되었다. 즉, 북의 핵보유는 일종의 자위조치였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남한의 경우 핵이 없지만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주한미군은 당연히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무력이다. 즉,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고 북은 미국의 핵위협 하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문제되어야 하는 것은 미국의 핵무기이다.

9.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북의 핵무기를 비판하는 것은 미제국주의와 한국의 지배계급의 반북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국주의 논리에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민중진영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의 정착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제의 핵우산의 제거, 북에 대한 핵위협의 중단, 평화협정의 수립을 위한 북-미 대화, 주한미군의 철수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기를 해야 한다.

10. 현재 한반도 정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한 달이 멀다하고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점이 한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남북의 대립 때문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대립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미국의 잦은 무력시위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위협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하나의 조건임을 면밀히 고려하여야 한다. 북한 핵의 문제, 미국의 핵우산의 문제, 주한미군의 문제를 이러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