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똥하고 된장하고 어떻게 구분해?” 고등학교 생물 수업 첫 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오자 마자 던진 질문이었다.

“냄새 맡아봐요”

“놀고 있네”

“먹어봐요”

“너나 먹어”

“물에 넣고 끓여 봐요”

“똥 싸고 있네”

“국과수에 성분분석 의뢰해요”

“네 정신상태 분석이나 의뢰해봐라”....

뭐 이런 대답들이 오고 갔다. 아무도 답을 못 맞췄고 결국 선생님이 답을 얘기했다.

“야! 딱 보면 알잖아.”

‘아......’

“그걸 뭘 냄새를 맡아보고 먹어보고 난리야. 그냥 보면 알잖아 똥인지 된장인지!”

시작부터 그닥 유쾌하지 않은 어휘들이 난무하여 불쾌감을 드렸다면 죄송하다.

어쨌든 그렇다. 냄새 맡아 보고 먹어보고 분석해볼 거 없다. 구분할 수 있다. 아무리 “노동현안을 해결하라”라는 현수막 뒤에 의연한 듯 서 있어도. 집 담벼락에 ‘무상의료, 무상급식, 우리가 하겠다’고 써붙여 놔도. 아무리 된장 모양으로 외형을 꾸며도 그들은 그냥 똥이다.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 전북버스 노동자들을 짓밟고 있는 자들이 바로 민주당이다.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열사가 85호 크레인에서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야 했던 때도 그들이 집권하고 있을 때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미명으로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그로 인해 이용석 열사를 비롯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어야 했던 것 역시 그들의 집권기였고, 쌍용자동차의 매각으로 현재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있게 한 것 역시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역겹게도 “한진, 쌍용, 현대, 전북버스 문제 해결하라”는 현수막 뒤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다.

어릴 적에 하던 유치한 장난이 생각난다. 한 대 때리고 나서 왜 때리냐고 물으면 “내가 때렸냐? 내 손이 때렸지.”라고 대답하고선 낄낄 대던 장난. 지금 저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자면 딱 그 유치한 장난이 생각난다.

뭐 버려질지도 모를 똥이야 선택되는 된장처럼 보여서라도 살아남고자 하는 게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다. 권력을 획득하고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거야 그들의 존재 이유이고 본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하는 사람들일 게다. 일단은 무조건 한나라당을 꺾고서 보자고,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적의 적은 우리 편일 수도 있지 않냐고. 개인적으로는 92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변한 적 없이 들어왔던 지긋지긋한 논리이다.

적의 적으로 적을 다스리겠다고 하는 건 그 적의 적을 내가 제압할 수 있거나 적어도 대등한 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나 통하는 얘기다. 적의 적은 동지가 아니라 훨씬 더 강하고 악랄한 적일 수도 있다. 일단 한나라당을 꺾고 보자고? 바로 그 논리 때문에 저들 민주당, 국참당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노동자들을 얼마나 마음 놓고 두들겨 팼는지 벌써 잊었는가? 그들의 논리는 그거였다. “니들이 뽑았잖아”

그래. 현실은 절박하다. 저들의 말 대로 언제까지 현실에선 적용 안 되는 원칙만을 떠들고 있으면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러느니 최선이 아니더라도 일단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택하자고... 그래서 말하는게 반한나라 연대며 그를 통한 대선 승리인가...

반한나라연대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못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재의 조건에서 형성된 반한나라연대의 승리가 절대로 노동자계급의 승리가 아니라는 거다. 대선에서의 승리... 그것은 이래저래 정치적 연합을 통해 대선이라는 투표행위로 정치세력을 갈아치우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 거다.

진정한 정치적 대선승리. 즉 노동자계급의 대선승리는 정치연합에 목 메고 동분서주할 시간에 단 한번이라도 전국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승리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때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절박하다. 하지만 아무리 배고프고 절박해도 똥으로 된장국을 끓여 배를 채울 수는 없다. 혹은 똥인 줄 알면서도 “이건 된장이야 이건 된장이야”하며 자기 최면을 걸어 만족할 수도 없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 선생님 말씀처럼 사실 딱 보고서 똥인지 된장인지 알아야 했고 그게 인간이다. 그런데 심지어 우리는 그동안 사실 먹어도 보고 냄새도 맡아봤다. 그런데도 아직, 아직도 모르겠나? 한번 더 먹어보고 깨달을래?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