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1.

안녕하십니까.

어제 오늘 날씨가 서늘하니 본격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회색빛 옥담을 같이 느끼며 괜한 긴장과 우울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가을이란 계절이 풍기는 분위기는 갇힌 자의 마음을 괜히 들뜨게 하며 어렵게 하지만 그만큼 겪는 시련 이상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도 변함 없는 노동자적인 순결성을 갖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얼마남지 않았네요.

지나간 세월이 한 순간이듯 언젠가부터는 오는 세월이 두렵지 않은 것은 오랜 징역살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역시 한 순간임을 알았기에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천성이 게으른지 잘 지켜지지가 않습니다.

노사과연 동지들 감기 유의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거침이 없고, 올 가을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수고 하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2007. 10. 9 불.  영등포 교도소에서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

* 글을 첨부합니다, 주저없이 보시고 ｢정세와 노동｣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 내용이라면 실어 주십시오¹⁾. 수고하십시오.

*참고로 ‘쏘련 붕괴의 원인과 교훈’ 토론자료라도 받아 읽었으면 합니다.

2.

반갑습니다.

연구소에서 매월 보내주시는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을 읽으면서 현재적 정세와 노동자의 역할 저의 사상적 신념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또 대중운동, 노동조합운동에 묻혀 소홀히 했던 이론적 학습도 겸하고 있는 제게는 정말 소중한 정보지입니다. 그리고 혼자 고민해야만 하는 독방에서의 벗이자 스승입니다.

정확한 정세분석을 통한 판단, 고전의 경험을 통해서 이론의 습득,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확고한 사상적 신념 등등이 노조활동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인데도 현장에서는 간과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경제운동의 한계에 처한 노조활동가들. 이들의 변화 없이는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의 탄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세와 노동｣이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개선적 개혁적 사고에서 변혁적 혁명적 사고로 무장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감옥은 전사의 휴식처라고 합니다만, 저는 전사들에게도 필요한 곳이고 전사가 되기 위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구속노동자들에게 이론적 등불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부탁을 한가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채만수 소장님의 ｢노동자 교양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지를 않아서 감히 부탁드립니다. 1권 구해서 보내 주십시오. 대금은 열심히 읽고 공부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하반기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승리를 기원합니다.

2007. 10. 8. 김천교도소에서

포항지역건설노동조합

전위원장 이지경드림.

3.

안녕하십니까?

저는 순천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는 김현채라고 합니다.

정세와 노동 2007년 3월 제 22호 78 페이지의 윤치고씨의 주소나 연락처를 알고 싶어서 편지를 보냅니다.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순천에서 김현채 올림.

4.

“노사과연 동지들께”

안녕하십니까! 하루 하루가 피를 말리다가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춘하추동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변증법에 의하면 생각없이 돌고도는 자연의 운행법칙에도 놀라운 진보와 발전이 역력히 드러납니다.

한 알의 씨앗으로부터 생명은 탄생하고 성장해서 꽃과 열매를 맺습니다. 만일 이 씨앗이 성장과 완성을 간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영면하고 말겠지만 기꺼이 스스로를 부정하고 삭힘으로써 전혀 다른 모습인 뿌리와 줄기로 성장하고 마침내 수만 수천개의 새로운 씨앗을 대지에 뿌립니다.

이런 엄청난 신비와 진보가 자연 속의 생명체에도 깃들어 있는데 우리내 인간들은 그저 자연이 돌고도는 것으로만 알고 자연과의 연관법칙을 감지하지 못하고 마지 못해 연명해 가는가 봅니다. 인간이 포스트모더니즘대로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면 자연적 존재라도 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것은 더 어려울 것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가 나아갈 참 진보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합니까!

난마처럼 얽혀있는 인간세와 우리내 현실의 난장을 그래도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노사과연 동지들이 그래서 무척 소중하고 고마웁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가야할 이길을 제대로 된 나침반 하나없이 옛 독립투사들처럼 사랑도 명예도 다 버리고 오로지 선구자적 의기와 우주적 호연지기로써 미명에 묻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생에게 한줄기 빛을 비추고 약육강식만이 지배하는 무자비하고 비정한 사태를 질타하고 바로잡는 엄숙한 사명을 수행하는 노사과연 동지들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P.S. 

8월에 편지를 功(공)들여 써서 보냈는데, 어떻게 전달이 아니되었는지 9월호에 실리지 않았네요. 내가 이감을 많이 한 편이라 여러 혼선이 있었는지 몇 달전부터 ｢정세와 노동｣이 이곳 저곳으로 두 권씩이나 배달이 되어 내게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두 권씩 보내지 마시라고 신신부탁 했는데 9월호도 두권이나 왔습니다. 이곳은 공안수도 없고 같이 볼 수 있는 사람도 없답니다. 그리고 정말 간곡히 요청하는데 이제는 ｢정세와 노동｣을 내게 보내지 마시고 다른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세요. 저는 지금받은 ｢정세와 노동｣으로도 너무 가슴 벅찬 감동과 교훈을 받았고 이것으로 충분하니까요. ― 영원히 노사과연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헤아려서 그 소중한 ｢정세와 노동｣을 이름모를 양심수에게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민노당의 길이 차선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정세와 노동｣을 통해 어쩌면 차차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것과 진보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큰 수확이고, 노사과연 동지께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 그동안 뜨거운 배려에 존경을 보내며 언젠가 인사를 나눌 날이 올 것을 확신합니다. 꼭 제 부탁을 들어 주시고 “10月(월)호”부터는 금식 쟁투하듯 ｢정세와 노동｣도 끊겠습니다.

그럼, 동지들 모두 건강도 잘 챙기고 역사와 세계를 향한 숭고한 이상과 위업의 실현을 위해서... 기원하며 …이만…

2007. 10. 8 박종기 전주교도소에서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