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사｣에서 시인은 말한다.

해방을 위한 투쟁의 길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많은 사람이 실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지금도 /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해방을 위한 투쟁의 길에서”라기 보다는 해방의 전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해 분신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그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에 절망한 나머지 ‘이 더러운 세상 그만 살자’며 공기총을 난사하“며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과 같이 공무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 현장시정추진단 대상자 선별과정¹⁾

① 전출대상자의 근무희망 부서(5개) 제출

정기인사시기를 맞아 ...직무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못하여 다른 부서로 보내기를 원하는 직원(현원의 3%)도 함께 인사 대상자에 포함시키도록 하였으며, 이들 대상자 전원(1,397명)에 대하여 근무희망부서 5개를 적어서 제출토록 하였다.

② 각 부서장이 함께 근무할 사람 추천 (2회)

이렇게 제출된 부서이동대상자들 가운데에서 38개 실·국·사업소장이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을 전입요청...

③ 추천받지 못한 직원에게 소명자료 제출 기회부여

2차례의 전입내신과정에서 38개 어느 실·국으로부터도 함께 근무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지 못한 직원 129명에 대하여는 본인의 업무추진실적 등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하였다.

부서장에게 “함께 근무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지 못하면 ‘폐기처분’된다. 삶이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뿐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으로 인해 “24시간 생체리듬이 파괴되고, 수면장해, 위장관질환,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신체 모든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은 평균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노무현은 “양극화의 심화”와 관련해서 말장난만 하고 있다.

저도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독점자본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그들은 더욱 가관이다. 최장집교수는 말한다.

“사회발전의 성과물을 더 공정하게 배분하고 공존을 위한 사회적 윤리를 창출하는 공동체 위에 시장과 경제를 올려놓아야 한다”

“공존을 위한 사회적 윤리를 창출하는 공동체”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감금노동, 저임금(한국에서 일해도 현지법인 연수생은 그 나라 공장임금을 받음), 회사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태에서 하루 2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여권압수, 임금을 회사가 직접 송금하고,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과 경제”가 놓여진 곳은 “공정하게 배분하고 공존을 위한 사회적 윤리를 창출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백만명이 넘어가는 대학살이다. <특별기고> ｢국가 차원의 민간인학살 조사, 그 현황과 과제｣는 그 죽음의 기록이다. 지본주의 “시장과 경제”를 위해 치러진 대학살극에 대한 고발은 이번호로 마감된다. 지난 2006년 9월호부터 격월로 연재하시느라 무척 수고해주신 이무열님께 감사드린다.

“어느날엔가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이 그 열매를 따먹으면서 그들이 흘린 피에 대해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을 우리는 믿지만, “부끄럽게 쑥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2007년 4월 16일

편집출판위원장 권정기

편집자의 글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