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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기타 >
제목 독자편지
글쓴이 문용원, 이병진, 최상철 E-mail send mail 번호 411
날짜 2011-09-21 조회수 3335 추천수 131
파일  1316612959_l.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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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마당 : 독자편지





문용원 동지 편지




















노사과연 동지들 안녕하십니까.





이제 여름은 막바지인데 이명박을 닮았는지 막바지 심술을 부리면서 모든 이들에게 짜증을 주고 있군요. (교도소 포함)





저는 전주버스 파업관계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공공운수 민주버스 본부 조직실장 문용원입니다. 동지들께서 보내주신 ≪정세와 노동≫을 보면서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당면과제, 반성해야 할 점 등등... 그동안 먼발치에서만 잠시 보고 생각했던 것들을 좀더 세밀하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저 또한 스스로 반성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이라도 이론적으로 더욱 적립하여 그동안의 모자람을 채워나갈 것이며, 향후 내가 있을 곳에서 열심히 활동할 것입니다. 동지들께서도 이땅의 노동자들이 보고 전진할 수 있는 등불이 되는 좋은 글들을 많이 집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출소할 때까지 제 자신을 더욱 강건하게 담금질하겠습니다.










2011. 8. 30.





전주교도소에서 문용원










※ ≪정세와 노동≫ 제69호 (2011년 6월호)가 방에서 분실되었습니다. 내용 중 김진혁 동지가 쓴 전주버스파업 기사가 있기에 저에게 중요합니다. (전체 일정이 나와 있음.) 만약 재고가 있다면 한 권 더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재고가 없다면 파일로 해서 (XXX@hanmail.net)로 보내주시면 밖의 동지를 통해 문서화해서 받아보겠습니다.















이병진 최상철 편지




















비가 많이 내립니다. 오늘은 비를 흠뻑 맞으며 좁은 운동장을 달리고 달렸습니다. 짝수날 오후 1시간씩 하는 운동이기에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일본 원전사고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빗물에 녹아 있을까봐 비맞는 것이 꺼려지지만, 저에게는 48시간마다 1시간 주어지는 운동입니다. 운동을 해야지요.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달래며 눈물같은 빗물에 흠뻑 젖었습니다.





오늘 최 동지의 편지가 제 가슴을 사무치게 아프게 합니다. 보수적인 신문사들이 제 사건을 가지고 농락하는 기사들을 읽었습니다. 치떨리는 분노와 적개심까지 솟구쳐 살아납니다. 내가 참 바보처럼 농락당한 기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존재같습니다. 저 하나의 제물로도 부족했는지 국가보안법의 철퇴를 마구 휘둘러대는 공안기관들이 이제는 점점 분별력과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순진하게만 생각했던 제가 원망스럽군요. 저는 여전히 내가 왜 “간첩” 혐의로 징역을 살고 있는지 납득이 안 가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최 동지께서 보내주신 신문기사들을 읽고 충격과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 시련을 반드시 극복하여 끝까지 진실을 위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지금 저의 심정은 너무나 참담합니다. 국정원에서 북의 노동당 225국 지령을 받은 ‘일진회’ 수사를 확대한다는 ≪통일뉴스≫ 7월 9일자 기사를 읽으면서 제가 겪었던 고통들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안재구 전교수님과 안영민 ≪민족21≫ 편집주간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니 통탄할 일입니다. 최근 들어서 별안간 국가보안법 사건들이 많이 발표됩니다.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최 동지가 여 동생을 만나시어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족들도 저를 이해하고 있지만 폭력적인 거대한 권력 앞에 한 개인과 가족이 겪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작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실의 힘은 그 어떠한 폭압적 힘보다 강합니다. 우리 모두가 진실의 힘으로 단결하여 싸워간다면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통일 인사”라는 말씀에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제가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분발하여 통일에 기여할 것입니다. 인도 정치를 연구하면서 한반도의 분단모순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남과 북의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제 삶을 바칠 각오입니다. 제가 동지들에게서 받은 믿음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입니다. 통일이 되는 날 아이들은 저를 이해하겠지요.





저에 대한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거짓과 혼돈의 세계를 헤쳐가기가 쉽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전진 또 전진할 것입니다. 최상철 동지와 석방모임이 함께하기 때문에 두렵거나 외롭지 않습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고 평범한 일반 대중들은 “간첩” 사건이라는 편견 때문에 불편한 시선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이런 분들이 제 사건이 공론화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존재론적 모순들을 인식할 수 있다고 봅니다. 평범한 사람조차도 “간첩”이 될 수 있는 현재의 분단 구조 즉, 제국주의 국가가 지배하는 모순된 국가체제에 대해서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최 동지께서 언급하셨듯이 제 사건에 대한 지지와 연대는 한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인권적 관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ㆍ사회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점에 대해서 저와 최 동지의 의견이 완벽히 일치합니다. 저 역시 개인적 차원의 순진함보다는 조직적 관점에서 석방 모임과 함께 갈 결심을 합니다. 중국의 시인 무딴(1937년)의 시(詩) “야수”를 여러번 의미하며 읽습니다. 감옥이 저를 ‘야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12일.















급히 편지 드립니다. 최근에 우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습기와 곰팡이와 싸우셔야 할 텐데 감방안의 상황은 어떠신지요?





이병진 동지! 대책모임에서 동지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님을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화통화를 했는데 비밀을 준수해야 할 의무 때문에 의뢰인의 동의가 없다면 접견 내용이 제한된다고 합니다. 임변호사님이 알 수 있도록 편지를 보내주시면 어떨지요? 원래 이번주에 변호사님을 만나기로 하였는데 이병진 동지의 확인이 전달되고 난 이후로 미루어야 할 것같습니다. 영치금도 충분치 않을 텐데 자꾸 편지를 보내게 하네요...





지금 편지를 쓰는 중에 동지의 동기 우편을 받았습니다. 제가 출력해서 보낸 동지에 관한 언론 기사들이 동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모양입니다. 무척 힘드실지라도 저는 동지가 이겨내고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가족문제에 대한 부분은 저도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정작 저도 제 가족들을 설득하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 동지에게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같네요.





인도 관련 맑스의 원문을 차근차근 나누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우선 1853년 “The British Rule in India”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연구소에 MECW의 16권, 17권이 없어서 빠지게 되는 글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차근차근 보내겠습니다. 번역작업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참고자료로 Constitution of the Communist Party of India(15차 전당대회 것)를 보내드립니다. 현재 CPI의 기본노선이라 하네요.





≪노동사회과학≫ 5호 기고요청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마오주의 반군 문제로 고민 중이실 것 같은데 가능하시다면 대략적인 주제를 확정해서 보내주시면 편집회의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세와 노동≫ 6월호는 사고가 생긴 모양입니다. 책을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내일 7-8월 합본호가 나오는데 같이 보내드리겠습니다. 책을 보내면서 저번에 입수한 인도쪽 자료를 같이 보내겠습니다. 30권 제한이 영 문제인데 일단 단행본으로 분류하기 힘든 것을 보내겠습니다. 인도 노총관련 자료입니다. AITUC 31, 32, 34-37차 대회 자료 및 CITU 12, 13차 대회 자료입니다. 만약 이것을 30권 제한에 넣으려고 우기면 정식 단행본이 아니라고 꼭 항의하시길 바랍니다. CPI(M)의 이론지 the Marxist도 추후 보내겠습니다. 이것도 단행본이 아니라 팜플렛입니다. 그리고 하나 확인해야 겠네요. ≪정세와 노동≫ 같은 월간지는 30권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맞는지요? 아니라면 이것도 따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국가보안법 관련 기사들을 위주로 보내드렸었는데 불안정한 노동 상태에 있는 대학강사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과 관련한 자료도 보내드리겠습니다.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에서 보내온 메일에 첨부된 것입니다. 김영곤, 김동애 동지가 이 문제로 2007년 9월 7일부터 현재까지 만 4년 가까이 여의도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무딴의 시를 여러번 음미하시면서 읽으셨다니 이번에도 한 편 보내드리겠습니다. 같은 책 27~28쪽에 있는 시로 1940년 작품입니다.















불행한 사람들















나는 항상 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마치 암실의 죄수가 광명을 염탐하듯이





운명과 신이 인간을 주재하지 못한 이후로





우리는 더욱 고통스럽게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먼 고대에는 야만스런 전쟁이 있었고





규방의 원망하는 여인과 물속에 빠져 자살한 시인이 있었다





누가 이렇게 우습도록 황당한 안배를 했을까





비웃기를 천년이 지났고, 천년 중에는 더 큰 불행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참회를 배웠고





우리도 능욕을 당해 울기도 했다





이렇게 피차의 과실이 많기만 한데





마치 인류는 우둔에 우둔을 더하는 것 같다­­­





누가 갈라준 것인가? 일 년 또 일 년이 지나면서





우리들 공동의 천국은 갈가리 나뉘고 모든 지혜는 거두어들일 수가 없고





마음 속 소원은 무너져 이제 소리조차 없다










도망친 새처럼, 우리의 생활은





외롭고, 영원히 공포 속에 진행되어





만약 여기에서 한 점 온기를 모은다면





거기에서 분명 증오와 원한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길고 긴 악몽이 놀라 깬 곳에





일체의 불행이 모였다, 마치 포효하는 바닷물처럼





우리의 대륙은 잔혹으로 씻겨져





인간이 수년간 그린 산맥의 도안을 씻어버렸다





우리의 피땀과 그림자가 엉겨있는 산맥을.





바다, 우리를 구해낸 광포한 어머니는





끊임없이 녹이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외친다





산맥을 사이로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외친다





황혼의 길에서 혹은 찢겨진 가슴에서





어디에서든 나는 저항할 길 없는 바다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지막한, 잠과 잠 사이에서 요동하는 소리를 내가 모든 불행한 사람들을 그리워할 때.










※ 동지가 이면지를 좋아하시는 것같아 편지도 굳이 새종이를 쓰지 않고 이면지에 출력해서 보내겠습니다.










2011. 7. 14.





상철 드림.




















편지 잘 받았습니다. 대책 모임에서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님을 만나기로 하셨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개인적으로 담당 변호사님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을 변호사님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선을 다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변호사님과 연락이 없었습니다. 직접 편지를 드려야겠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최 동지를 통해서 편지를 드립니다. 변호사님께서 오해하지 않으시도록 설명을 잘 해 주세요.





최근 ≪통일뉴스≫ 기사들에 의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많은 분들이 구속되고 조사받고 있습니다. 제가 겪었던 일들이 생생히 떠오르면서, 생채기들이 속살을 헤집는 아픔을 느낍니다. 구속된 당사자는 밖과 격리되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초긴장 상황입니다.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을거에요. 저는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답니다. 피의자 신분이 되어 수갑차고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와 국정원을 왔다갔다하며 2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30일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정상적인 정신을 유지하기란 힘듭니다. 그 당시 저에게는 살아 있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국가보안법 사건은 아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조사 기간도 깁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에게는 보다 많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얼마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분을 변호하기 위하여 변호사가 구속영장 청구서 열람과 등사를 요구했는데 이를 불허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사건의 경우도 구속영장청구서의 내용과 공소장의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석방대책 모임에서 기록을 공유하면서 이 문제들도 짚고 넘어갈 대목입니다. 국가보안법 재판을 받고 그 결과 감옥에서 생활하는 저는 이 법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상과 이념 문제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사건기록, 재판기록, 수사기록, 구속영장청구내용 등에 관한 자료접근과 연구들이 너무나 미약합니다. 국정원과 경찰같은 공안기관들은 각종수사기록들과 내사자료들까지 이용하여 기획수사를 할 정도 수준의 방대한 자료들을 축적하고 있는데, 피의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사건들을 참고하기 위한 판례들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변호인의 입장에서도 일반 형사사건들과 매우 다르고 복잡한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는다는 것은 사명감을 갖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어 여론의 관심이 높지 않는 이상, 변호사의 법률 지식만 가지고 국가보안법 피의자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 사건의 피의자들은 사건에 연관되어 체포·구속되어 조사받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압도적인 비대칭적 조건 속에 놓여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반공의식에 따른 편견이 있어서 피의자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2차, 3차에 의한 피해에 노출되어 유형·무형의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하려면 국가보안법 자체를 폐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고도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고 일반 국민들의 지지와 뜻을 모아야 되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지금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자료들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열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률가들 뿐만 아니라 법학자들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왜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병진 올림





2011. 7. 17




















최상철 동지





지난번 편지를 받고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 사건들을 보도했던 신문기사 자료들과 최근에 국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들 피의자들을 구속 수사한다는 신문기사들을 읽고 작년과 재작년 제가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여전히 악몽같은 기억들로 다가옵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렇게까지 국가보안법 수사에 협조한 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습니다”라는 최 동지의 말을 여러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저를 수사했던 담당 검사도 제가 “나는 간첩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궤변이라며 저를 참 이해할 수 없다며 “두뇌를 스캔할 수 있는 장비가 있으면 제 생각을 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는 수사과정에서 진실을 말했고 간첩이 아니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지만 궤변이라고 가볍게 치부되고 말았습니다. 많이 혼동스러웠습니다. 나의 상식과 그 동안 연구한 정치학적 지식과 이론들을 가지고 판단하면 스스로 정상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지만 왜 나는 간첩으로 몰리고 8년이라는 징역을 살아야 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식민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이상 남과 북이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나의 신념은 확고하고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내가 간첩이 되었는지 스스로 설명할 길이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저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늘 “거짓말하지 말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자”라고 가르쳤고 실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측 사람을 만나고 그 점을 공개하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해서 커다란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북측과 미국이 핵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해 있었고 그런 정세들을 깊이 토론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공개가 불가피했지요. 오히려 북측의 진의나 입장을 많이 듣고 객관적으로 정세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런 내용들이 공개되고 공론화되면 북쪽에 대한 우리의 오해나 편견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2년 정도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당시 저의 생각이 얼마나 순진하고 심지어는 바보스러운 일이었는지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수사기록에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사건이 재규명된다면 제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이 꼭 밝혀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일이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저와 같은 고통을 갖고 모순된 세상에서 살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와 이북은 한계레, 동포라고 하면서 이북은 국가를 참칭하는 불법적인 집단으로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약자와 소외세력을 더욱 배려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실제는 그 반대로 살도록 강제당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모순과 혼돈 속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번뇌하지 않도록 참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아빠로서 그리고 한 정치학자로서 제가 가지고 꿈꾸는 삶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감옥에 있든, 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몰두하든 저는 변함없이 그런 고민들을 안고 살아 왔고 또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에요.





최 동지가 저를 믿어주고 함께 해주니 너무나 큰 힘이 생기고 용기가 솟아납니다. 생각하는 관점과 문제인식의 내용에 많은 변화가 따릅니다. 여전히 제 자신이 산만하고 조금은 혼란스러운 점이 있지만 감옥에 갇혀 있다는 강박 관념은 빠르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심리적 위축과 정서적 불안감을 상당한 수준에서 극복하였습니다. 앞으로 석방대책모임이 추진하는 사업들에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입니다.





번역도 처음보다는 여유가 생깁니다. 조금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노동자정치신문≫ 8월호에 “생존권을 지키려는 인도 농민들의 저항: ‘포스코는 물러가라!’”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번주부터는 번역과 함께 ≪노동사회과학≫ 제 5호에 기고할 논문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7월 26일에는 한글워드 1급 실기 시험을 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연습은 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어요. 무더운 여름 날씨에 최 동지께서도 힘내세요. 비록 전투에서 질 때도 있지만 정의의 전쟁에서 우리는 승리한다고 확신합니다.










이병진 올림.





2011. 7. 24.















≪정세와 노동≫ 6월호 그리고 7-8월호 잘 받았습니다. 함께 보내주신 자료들도 잘 받았습니다. 편집출판위원장님이신 권정기 동지께서 “인도 독립 투쟁의 역사”번역에 대한 기대와 감사를 전하셨습니다. “인도 독립 투쟁의 역사”를 번역하여 소개할 수 있게끔 해주신 <노동사회과학연구소>에 제가 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까지 번역을 잘 끝낼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 동지께서도 힘드시고 어려움이 있으시겠지만 함께 잘 끝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일호 동지가 번역하신 “인도의 농업 문제들과 농민운동”의 글을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제일호 동지께서 열정적으로 인도 관련 글을 번역하고 계십니다. 직접 뵙지는 않았지만 글을 통해서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일호 동지께서 번역한 글은 인도사회주의통합중앙(공산주의)[Socialist Unity Centre of India(Commujist)]의 이론가인 쉬브다스 고쉬(Shibdas Ghosh)가 1970년대에 발표한 것입니다. 이 글이 갖는 의미는 인도공산당이 민족부르주아지들과 계급협조로 돌아섰을 때 비타협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 인도공산당은 반제반봉건혁명에 입각하여 토지분배 투쟁역량을 집중하였습니다. 그런데 ‘인도사회주의통합중앙(공산주의)’는 반제 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우며 인도의 자본가계급과의 비타협적 투쟁 노선을 견지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벵갈에서 인도공산당(맑스주의)과 인도사회주의통합중앙(공산주의)과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주정부를 접수했는데도 사회주의 혁명으로 전진시키지 못하는 인도공산당(맑스주의)을 SUCI는 비판합니다. 인도사회주의통합중앙(공산주의)가 전투적인 노선을 걷자 서벵갈주정부가 이들을 탄압하였습니다. 1997년 서벵갈에서 인도공산당(맑스주의)이 집권한 이래 이런 긴장관계와 불신이 쌓이다가 2007년 난디그람 토지 점유를 서벵갈 정부가 시도할 때 폭발하였습니다. 이때 양쪽 모두 많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2011년 5월 치러진 서벵갈 주정부 선거에서 인도사회주의통합중앙(공산주의)은 토착자본가 계급의 정당인 뜨리나몰 당을 도와 반(反) 인도공산당(맑스주의) 선거전략을 실행하였습니다. 현재 서벵갈의 좌파정당의 이론적, 전략적 혼란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압도적인 의석수 차이로 서벵갈 주에서 인도공산당(맑스주의)는 패배하였고 인도사회주의통합중앙(공산주의)도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확고했던 12곳에서 1곳만 지키고 모두 패배하였습니다. 분열의 결과가 어떤지 잘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데도 유효 득표수의 41.5%가 인도공산당(맑스주의)를 지지하였습니다. 뜨리나몰 회의당(Trinamol Congress)은 48.3%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이는 인도공산당(맑스주의)이 향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다시 재집권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민들은 인도공산당(맑스주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인도공산당이 노동자와 빈민 그리고 소작농들에게 가까이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공산당이 토지개혁을 통해서 중산층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 그들은(중산층들은―편집자) 개인적 이익을 좇아 자본가 정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점을 계급적 관점에서 냉정히 처리하지 못하고 원칙과 노선이 흔들리다 보니 쓰라린 참패를 맞은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노선에 입각하여 노동자계급의 정당으로 확고히 일어서야 지금의 혼란을 극복할 거라고 봅니다.





인도노동조합중심(Centre of Indian Trade Unions) 전국인도총회자료집은 처음 봅니다. 인도에서도 못보던 자료를 한국의 감옥에서 보다니 놀랐습니다. 인도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해하려는 불타는 동지들의 열정이 저를 더욱 뜨겁게 담금질합니다. CITU 12차 전국인도총회(2007년), CITU 13차 전국인도총회(2010년) 회의 자료집에는 국제정세와 국내(인도) 정세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였습니다. 12차(2007년) 회의에서는 상하이 협력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파키스탄과 이란이 적극 참여하려는 것에 대해서 인도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인도는 미국 제국주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새로운 전략적 동맹의 길로 가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13쪽) 13차(2010년) 회의에서는 매우 긴박하고 긴장감있는 보고서들이 제출되었습니다. 작년 총선패배 이후 인도좌파진영의 위기의식과 그것을 돌파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CITU의 총비서(General Secretary)인 무함마드 아민(Mohammed Amin)의 보고서에는 2009년 총선거의 패배원인으로 연합진보정부(UPA)에서 인민들을 위한 정책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었던 국가농촌주민고용법(National Rural Employment Guarantee Act)이 실제 인민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선거개입인데 미국 외교관들과 대사관 직원들이 반좌파전선과 우익들의 단합을 위해 규칙적인 접촉과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하였다는 사실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안드라 프라데시(Andra Pradesh) 선거가 끝나자마자 미국 외교관리들이 TDP, PRP 같은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당들을 접촉한 것은 좌파의 도움을 받지 않는 연방정부를 도와주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신빙성이 있습니다. 미국과 인도 사이의 원자력 협정을 적극 반대한 것이 좌파진영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개입했을 것으로 추론하게 합니다. 미제국주의를 강경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CITU 13th All India Conference 자료집 19쪽-56쪽) 이런 점은 CITU의 의장(President)인 판디(M. K. Pandhe)의 기조 연설문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의 핵위협에 저항하는 이북을 언급하면서 남북통일과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is resisting the U.S imperailist machinations and nuclear blackmail. The people of North Korea stand erect despite repeated threats of U.S imperialsm. We support the just struggle of the Korean people for national unification and demand withdrawal of the U.S troops from South Korea.





(CITU 13차 총회 2010년 3월 17일 자료집 13쪽)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상황을 언급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면서도 그만큼 한반도의 상황이 국제정세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정세와 노동≫ 7. 8월호에 실린 최성희 동지의 글을 보았습니다. 힘겹게 투쟁하시다가 멀리 제주교도소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최성희 동지께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강정마을 소식을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미국이 적극나서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였습니다. 한국대사관 직원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미국 정부에 항의하라고 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이 사안에 깊이 개입되었다고 강하게 추론하게 합니다. 남한 전체를 미국의 군사기지로 만드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보입니다.





최성희 동지께서 제 글들에 관심을 갖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주셔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저도 최성희 동지의 편지글을 보고 강정마을 소식을 더욱 깊이 이해하였습니다. 최성희 동지를 알게되어 기쁘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도의 포스코 문제에 관련하여 “생존권을 지키려는 인도 농민들의 저항: ‘포스코는 물러가라!’”라는 제목으로 ≪노동자정치신문≫ 8월호에 기고하였습니다. 최성희 동지께서 궁금해하시니 그 신문을 받아보셨으면 좋겠군요. 최성희 동지 힘내세요. 저와 같이 감옥에 계시는 최성희 동지의 인사말을 듣고 저 역시 아주 큰 힘이 생깁니다. 오늘은 저 멀리 제주도의 감옥에 계시는 최성희 동지와 늘 저와 함께 치열한 전쟁터에서 전투를 하는 동지 최상철님께 이 편지를 보냅니다.










이병진 올림





2011. 8. 2.






























이병진 동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이네요. 비가 그친 오늘은 밖에는 매미가 울고 햇볕이 쨍쨍 비치고 있습니다. 지독한 습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8월 2일자 편지 잘 받았습니다. 이번 편지는 밀도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정독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더군요. 제일호 동지 번역에 대한 평은 중요한 보충 의견이 될 것 같습니다. 자료와 책만 몇 차례 보내드리고 편지가 또 늦었습니다. 대책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동지가 활발히 보내주는 편지에 답장하는 속도가 미치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저도 그러니 뭐라 들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제 11시에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진행된 “공안탄압 중단, 양심수 석방 촉구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40명 가까운 분들이 참여해서 현재 공안정국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자회견에는 유성기업, 쌍용자동차 노동자, 전국철거민 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했습니다. 대책모임에서도 기자회견에 같이 연서하고 참여했습니다. 최초로 참여한 연대활동입니다. 대책모임이 차근차근 활동을 시작하는데 너무 더딘 것 같아 성에 안 차시겠습니다만 기자회견문에 이병진 동지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출발일 것 같습니다. ‘일진회’인지 ‘왕재산’인지 실체도 불분명한 조직 사건 관련자분들의 가족 발언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이적 행위’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로 몰아가고 있으며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의 ‘이산가족 신청을 한 적이 있냐’는 말을 듣고 섬찟했다는 발언을 들었습니다. ‘납북자’, ‘월북자’가 있는 가족들에게 연좌제가 적용되던 그 시절로 되돌리려는 반동이 거세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자회견 관련 기사 및 자료 동봉합니다. 지난 7월 15일에는 국가정보원 앞에서 공안탄압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입구에서만 진행되는 기자회견이라 안에는 들어가지 못해 국가정보원의 전체적인 규모나 분위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일부 모습만 바라 본 것임에도 국정원은 산기슭 아래 상당히 위압적인 기세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미인가 차량 진입금지를 명령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무단진입시 차량과 신체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는 경고가 국정원답더군요.





그간 보내드린 여러 자료들이 빠짐없이 도착했나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에는 MECW에 실린 인도 관련 글들 중 인터넷(http://marxists.org)에 올라 있는 것들은 다 출력해서 보내드렸습니다. 그 중 1853년 6월 28일의 “The Indian Question. ―Irish Tenant Right”은 인터넷상에 지도가 첨부되어 있지 않기에 원서에서 복사해서 보내드렸습니다. 또 Western Society and Marxism Communism(Herder and Herder)의 Élite 항목도 복사해서 보냈습니다. 저번에 궁금해 하셨던 슘페터와 엘리트 이론에 대한 보충이 되실 것 같습니다. Western Society and Marxism Communism에는 편집자로 브레진스키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논조가 우경적이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더군요. 그제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보낸 우편물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이 왔는데 ≪자본론≫ 1권 상, 하는 잘 받으셨나 모르겠습니다. 감옥에서는 뭐든지 처리하는 게 늦는 것 같습니다. 한참 고전의 맛에 푹 빠져계신 동지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책이 도착했으면 합니다만 마음 같지가 않습니다. ≪자본론≫을 차근차근 읽으시면서 함께 고민해 보시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편지에  국가보안법 관련 기사들을 보이는 대로 출력해서 동봉합니다. 또 Andrew Wheatcroft의 The World Atlas of Revolutions, Hamish Hamilton, 1983 중 인도 관련 내용도 같이 보냅니다. 내용에 대한 판단 여부를 떠나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번역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지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저도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자료 보내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씀하십니다만 인도에 관해서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조차 부족하던 제가 오히려 동지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동봉하지 않고 따로 보내는 자료들:





책 정리하다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관련해서 작게라도 다루고 있는 부분을 발견하면 복사하고 있습니다. 까치에서 출판된 ≪국가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와 그 국가이론≫ 중 함자 알라비의 “과대성장국가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역이네요. 원제는 “The State in Postcolonial Societies: Pakistan and Bangladesh”) 최근 상황을 볼 수 있는 글로 ≪노동과 건강≫ 81호(2010 겨울·2011 봄)에 실린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도 복사했습니다. 마틴 카노이의 ≪국가와 정치이론≫(한울)에서 슘페터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이번에 보내드립니다. 비베카난다 관련 pdf 자료를 많이 구했는데 전부 출력해서 보내드립니다. (Swami Vibekananda on the Essence of Hinduism, A Short Life of Swami Vivekananda, Vivekananda ―He Kindled the Spirit of Modern India, Socio Political Views of Vivekananda, Swami Vivekanda ―His Life and Message) ≪진보평론≫ 제21호에 실린 배성인 동지의 글 “남북관계발전과 국가보안법 폐지”도 같이 보냅니다. 2004년도 글인데 7년이 지난 지금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변해 있음을 느끼게 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동지께 당장 필요한 자료는 아닙니다만 연구소에서 진행한 토론회의 발표문인 “4·19에 대한 대자본가의 대응과 축적방식의 변화”까지가 마지막입니다. (오늘 문자메시지로 우편물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이 도착했습니다.)










담당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법률적인 부분에서 재론의 여지가 있는지 의논해보았습니다. 변호사님은 이병진 동지 사건은 애초에 국가보안법 자체를 전면 부정하며 대응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털고 가자’는 취지를 합의하여 진행한 것이고, 또 동지가 인정한 ‘사실’들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실정법 위반이기에 현행 법체제 내에서는 재론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하셨습니다. 그분 의견은 ‘사실’에 대해 검찰과 언론이 하는 식으로 멋대로 부풀려 발표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향후 대책 모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같이 의논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지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변호사님으로부터 당시 변론하셨던 자료들 중 주요 내용을 오늘 사본으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꼼꼼히 살펴본다면 덕분에 사건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천 쪽이 된다는 전체 자료를 지금 다시 하나하나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자료가 필요하다면 한꺼번에 인수해야 한다고 하시기에 일단 보류해 두었습니다.





9월 25일에 연구소에서 “쿠바 사회주의”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합니다. 영 실력 없는 사람인지라 준비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연구소에 책이 늘어 자료에는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걸 조합해서 그럴 듯하게 정리해서 발표해야 하는데 늘 쫓기고 있네요.










미묘한 시기인데 ‘월북 작가’ 이용악의 시로 마치겠습니다. 북으로 가기 이전의 시이며 합법적으로 출판된 책에서 가져온 것이니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쪽에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운운하면 대책이 없지요. 머리 속을 그렇게 잘 들여다 보는데 제가 별 수가 있겠습니까? (맞춤법 등은 출처에 있는 대로 교정보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노한 눈들















불빛 노을 함빡 갈앉은 눈이라 노한 노한 눈들이라










죄다 바서진 창으로 추위가 다가 서는데 몇 번째인가 어찌하여 우리는 또 밀려나가야 하는가





우리의 회관에서










더러는 어디루 갔나 다시 황막한 벌판을 안고 숨어서 쳐다보는 푸르는 하늘이며 밤마다 별마다에 가슴 맥히어 차라리 울지도 못할 옳은 사람들 정녕 어디서 움트는 조국을 그리는 것일까










폭풍이 일어서는 것 폭풍이어 폭풍이어 불낄처럼 일어서는 것










구보회남이랑 흥구영석이랑 우리 그대들과 함께 정들인 낡은 걸상이며 책상을 둘러메고 지나간 데모에 휘날리던 깃발까지도 수중히 감아들고 지금 저무는 서울 거리에 갈 곳 없이 나서련다










내사 아마 퍽도 약한 시인이길래 부끄러이 낯을 돌리고 그저 울음이 복받치는 것일까










불빛 노을 함빡 갈앉은 눈이라 노한 노한 눈들이라










(1945년)










원출처: 현대시인전집 제1권, ≪이용악집≫, 동지사, 1949. 1./ ≪조선시집≫, 아문각, 1946. 12





재출처: 김승환·신범순 엮음: ≪해방공간의 문학 1 시 ―월북시인 주요시선≫, 돌베개, 1988. p. 117.




















2011년 8월 5일





너무 늦은 편지에 송구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네요...





상철




















최상철 동지 더운 날씨인데 별일 없이 잘 지내시는지요. 이곳 감옥도 무척 덥습니다. 등에서 땀이 흐르고 낮동안 달구어진 건물이 식지 않아서 밤에도 숨쉬기가 답답하지만 정신력으로 무장하여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모기들도 지치는지 요즘은 안 보입니다.





오늘은 요즘 일어나고 있는 공안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드립니다. 지난주 내내 ≪조선일보≫에서 소위 ‘왕재산 사건’이라고 이름 붙인 간첩단 사건을 보도하였습니다. 기무사에서는 여군 중위 장교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피고인과 참고인 조사를 한다는 보도까지 실었습니다. 어머님과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심상치 않은 여론에 많은 걱정을 하시면서 민감해지신다는군요. 요즘 밖의 분위기가 을씨년스럽습니다. 마침 오늘 최 동지가 보내주신 관련자료들과 신문기사 자료를 보고 어느 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였습니다. 저에게는 국정원에서 조사받았던 30일이 악몽입니다. 지금 현재 조사받고 있는 분들의 심경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 초긴장 상황이며 극도로 불안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던진 결단이지요. 너무나 힘든 시간일 텐데 감옥에 있는 제 가슴이 아픕니다.





이 사건의 파장이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미칠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조금씩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북-미 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입니다. 북-미 관계의 발전에 따른 남북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효과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와 같은 행동들이 정말 현명한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오히려 반발심만 일으켜 이명박 정권의 모순된 대북정책이 드러나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야기를 바꾸겠습니다. <(사)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에서 ≪연대와 소통≫을 꼬박꼬박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책과 함께 김정호 소장님이 편지도 보내주셨습니다.










“선생님에 대해서 알아 보려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동안 당한 고통, 그리고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분단의 비극으로 인한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현실에서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런 저런 사건들을 보면서 문득문득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선생님이 학자적 양심을 걸고 하셨던 활동의 진정성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처를 덧내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실을 입증하고 다른 사람과도 공유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개인적 보호 본능에 갇혀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고 움츠리기만 해서는 결코 진실에 다가갈 수 없지 않겠습니까.” (중략)





2011년 7월 22일










김정호 소장님이 저의 진정성을 믿고 진실을 위해서는 움츠려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의 신심을 믿어주시고 편지를 보내주신 것에 제가 오히려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저의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게끔 용기를 주신 분은 최상철 동지입니다. 저와 최상철 동지의 진정성의 힘입니다.





화물연대본부 김달식 본부장님도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아름다운 꽃이 입체적으로 담겨있는 카드와 함께 이런 글을 보내셨어요.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이 동지들의 희생을 경이롭게 생각하며 동지들의 희생을 민주주의의 꽃이라 여기며 열심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200여일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하여 유성기업의 폭력만행! 더 나아가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이상한 세상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 또한 감옥보다 더한 곳을 갈 각오로 싸우고 있음을…”





2011년 8월 4일










감옥보다 더한 곳을 갈 각오로 싸우시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에 가슴이 숙연해집니다. 감옥의 안과 밖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억압과 생존을 위해서 저항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잠시 나태한 스스로를 반성하였습니다.





이번 달에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의 김신애 사무국장님께서 직접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얼마전 큰물 피해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 불행을 언급하시면서 “이렇게 살짝만 비틀어도 커다란 재난이 오는 것을 보고 그 무게를 경각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약한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깨달아서 개인의 욕망에만 빠지지 말고 이웃과 공동체를 생각해 보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 자연 재난 뿐만이 아니라 남북이 또는 주변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우리가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원도도 아닌 서울에 있는 우면산이 붕괴되겠어! 무관심하게 지내다가 일이 터진 이후에서야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행정기관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사실 이미 전문가들이 산사태 위험 지역을 경고해주어도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그 사실을 숨기고 행정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가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남북 관계도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봉쇄 정책은 실패했고 이북이 핵보유국가가 된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선택은 전쟁을 해서 이북의 핵을 빼앗고 체제를 붕괴시키거나 이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느냐 선택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라고 반문하지만 만약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겠다면 남은 것은 ’전쟁‘뿐이기 때문에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느냐는 참으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들 자체를 친북이니 용공이니 딱지를 붙여 평화를 지향하는 세력들을 탄압한다고 하여 한반도의 근본적 정세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집값 떨어진다고 산사태 위험지구 사실을 숨기려다가 집과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빼앗기는 것과 비슷한 일을 겪게 되겠지요. 산사태 위험 지구 사실을 은폐한다하여 위기가 사라지지 않듯이 분단모순에 의한 한반도의 위기구조를 평화체제로 바꾸려는 주장을 친북과 간첩으로 몰아 입에 재갈을 물려도 그 본질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준비하는 평화캠프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비록 감옥에 있지만, 우리 사회의 진보와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싸우시는 분들을 통해서 더 큰 희망을 갖게 됩니다.





마지막을 제 소식을 드립니다. ≪자본론≫ 1권 상, 하 권 모두 잘 받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최상철 동지께 자주 질문을 하겠습니다. Marx and Engels, “First Indian War of Independece 1857-58” 자료도 잘 받았습니다. “The Indian Question-Irish Tenant Right”도 있습니다. 지도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Western Society and Marxism Communism의 Élite 항목 자료와 전선기사 정문태의 ≪전쟁취재 16년의 기록≫에서 “인디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자료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카슈미르 지역에 3차례 다녀왔습니다. 남아시아의 스위스랜드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최 동지와 꼭 한번 같이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카슈미르 인민들은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분쟁지역만 아니라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살기 좋은 삶의 터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을 거에요. 스리나가르에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려 호수가 있습니다. 마치 바다처럼 큰 호수인데 그 아름다움은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제가 인도에서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스리나가르에서 2박 3일 자동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가면 라다크에 이릅니다. 군사접경지역이고 지형이 험준하여 5월부터 8월까지 육로가 열리는데 해발 4~5천 미터의 산악지형의 좁은 산비탈길을 아슬아슬 지날 때에는 손에 땀이 납니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자연의 위압감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라다크는 옛티벳 지역의 고산지대입니다. 저는 고산병이 걸려서 이틀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음식을 먹고 걸을 수 있었지요. 10발짝도 못가서 숨이 차서 주저 않았답니다. 그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중국입니다. 비단길이 생각납니다. 제가 죽기 전에 소망이 하나 있는데, 자동차를 타고 판문점-개성-평양-신의주-북경-티벳-인도 여행을 해보는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네요.





카슈미르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흘렀습니다. 카슈미르 인민들은 이슬람교도입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에는 힌두왕이 지배하였습니다. 주민투표에 의하면 당연히 파키스탄에 속하겠지만 네루가 무력으로 힌두왕을 압박하여 인도에 강제로 편입시켰습니다.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파키스탄의 무자헤딘이 개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카슈미르에 인도군이 주둔하면서 강간 사건이 매우 심각하게 벌여졌습니다. 인도군은 대부분 힌두교도입니다. 인도군은 마치 점령군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자발적으로 저항하는 시민군이 나타나게 되고 파키스탄과 간접적으로 연계가 이루어지면서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카슈미르 인민들이 원하는 것은 자치정부입니다. 파키스탄도 아니고 인도도 아닌 스스로 독립해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 입장에서는 인민 다수가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자치 정부를 인정하면 통제력이 약화되거나, 인도에서 분리되어 나갈까봐 무력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얀마 국경지역과 아쌈도 이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카슈미르 분쟁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의 정세 변화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를 위해서 세세하게 신경써서 자료들을 보내주셔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수고스러움을 함께 배우는 기회로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역시 보내주신 자료들을 가지고 의미 있는 글을 쓰는 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따로 보낸 자료들은 아직 못 받았습니다. 받게 되면 편지드리지요.





“공안탄압 중단, 양심수 석방 촉구 기자회견” 문건을 자세히 읽었습니다. 깊이 공감이 갑니다. 대책모임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보니 동지들이 애쓰시는 모습에 감동받으며 제가 흔들림 없이 잘 싸워가야겠구나라고 다짐을 합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제 사건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은 담당 변호사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 사건의 특성상 법률적 틀에 국한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정치적 분석과 판단도 필요합니다. 국가보안법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실정법 위반에 갇히게 만드는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밝혀 이 법의 페지를 주장하려는 것입니다. 정치적 관점에서 제 사건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결적인 대북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고도의 기획된 수사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주관적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실제로 했던 일은 남과 북의 대립과 긴장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간첩”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감옥에 와서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를 “간첩”으로 몰아세우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내가 인정을 해야 하는가. 최후에 저항권을 선언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고민을 갖게 합니다.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무참히 폭력으로 짓밟는데 내가 왜 그것을 나의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가? 그 근거가 무엇인가? 한편 오히려 내가 간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체제를 긍정하고 그 체제에서 부정당하는 나를 되살리려는 절규이자 몸부림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체제를 스스로 강하게 긍정하는 것입니다.





감옥에 와서 분노와 저항의식이 생기는 것은 자유가 억압당한 조건에서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러함에도 분별력을 잃어 극단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월북작가’ 이용악님의 “노한 눈들”을 소개하며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해야 하는 지금 우리들의 현실이 그 시보다 더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가 도깨비 방망이 같은 나라에 사는 것일까요 ……










2011년 8월 8일















오늘은 8월 15일 광복절입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일본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해방된 뜻깊은 날입니다. 그런데도 제 마음은 우울합니다. 일본의 식민지배의 산물인 민족의 분단이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종북좌파척결”을 말하면서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되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한 ≪한겨레≫ 신문 8월 13일자 1면 머리기사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조선일보≫는 “김대중 정부 이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종북좌파를 제거 대상으로 찍어서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하면서 “당당한 취임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지금의 불안정한 남북관계와 세계경제공황, 그리고 미국의 경제위기와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과 이북의 핵개발 등으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국제정세를 고려한다면 매우 적절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총장의 말은 곧 대대적인 공안수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들을 따져본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국제정세와 국내정세와 맞물려 심각한 갈등과 긴장들을 오히려 확대시킬 것입니다. 8월 15일자 ≪한겨레≫ 신문 사설에서 내년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에 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검찰 총장의 발언은 옳지 않다는 비판에 공감을 합니다.





8월 12일자 ≪한겨레≫ 신문에는 “‘한미-FTA’ 위에 미국법”이라는 기사에서 한-미 FTA의 불평등성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적인데 자칫하다가는 이런 문제점을 비판하고 한-미 FTA의 협정에 반대하는 운동들도 종북좌파로 매도하여 위축시키려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한미동맹강화의 증표로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판하면 한미동맹을 깨려는 것으로 몰아세워 극단적으로 종북좌파세력으로까지 몰아붙이겠지요.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문제점을 찾고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법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고 미국의 법체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의 정치학적 지식에 의하면, 연방국가의 법체계와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국가(Unitarian state)하고는 근본적인 차이가 많습니다. 연방제의 구조를 갖고 있지만 단일국가적 요소도 섞여있는 인도의 경우를 보면 연방정부의 법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28개의 개별적인 주 정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사례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28개의 주정부, 정당, 정치문화, 사회, 경제, 법제도가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인도 정치를 연구하기가 복잡하고 힘듭니다. 일반화하기가 매우 어렵지요. 미국은 국가의 태생부터 개별 주의 독립성과 자치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형적인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관계에 있어 인도보다 더 많은 독립성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아메리카 합중국 연방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지만 미연방정부의 협정을 개별 주정부가 따르느랴 그렇지 않느냐는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관계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협정을 주정부에게 강제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맺은 협정은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연방정부와 단일정부에는 이와 같은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두 국가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발생되는 불균등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한국과 미국은 특수한 관계에 있는 국가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고 한반도에는 미군이 주둔해 있습니다. 일단 협정이 체결되면 그것을 강제시킬 직접적인 물리적인 힘이 우리나라 내부에 (미국의 힘이―편집자)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사회전반에 대해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사법체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의 협정문이 집행된다면 미국의 변호사들은 한국에서도 변호사로서 자격을 갖고 법정에서 변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변호사들은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주 정부 소관으로 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이는 양국 간의 변호사 자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법체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간접적으로 입법권까지 침해받는 것으로 주권(Sovereignty)이 유린되는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오류로 외국과 불평등한 조약을 맺고 그것 때문에 시민들의 주권이 유린된다면 이는 국가의 정당성에 위기를 발생시키고 체제 위기를 심화시키는 일입니다.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실천 그런 맥락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자연스럽게 정치 세력화되는 경향을 종북좌익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이들을 체제의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여 “응징”하고 “제거”하려는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검찰 총장의 발언은 너무나 시대에 뒤쳐진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민감해진 것 같습니다.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분단의 상처가 여전하고 최근에는 남북관계도 어려운데 정부기관의 책임있는 분들이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마음만 더욱 아프게 하니까 속이 상하네요. 이럴수록 더욱 기운내어 희망을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인도독립운동사≫ 제3장 마지막 부분의 번역본을 보냅니다. 이로써 1600년에 동인도 회사가 인도에 와서 1858년 영국 여왕에 의해서 직접 지배 받는 인도의 식민지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비록 인도의 비극적인 역사이지만 결코 남의 나라 역사가 아닌 우리의 역사처럼 느껴졌습니다. 무려 2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도를 지배하려는 영국의 치밀함에 놀라울 뿐입니다. 인도의 인민들도 지속적으로 저항하였지만 쓰라린 패배를 당해 더욱 참혹한 착취와 억압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말지요. 봉건 지배세력들이 재빨리 영국 여왕의 신민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서 일제시대의 친일세력들이 떠올랐습니다.





1991년 델리대학교 람자스 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했을 때에는 내가 목표했던 바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에 무척 기뻤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 강의를 듣고 수업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지금 번역하고 있는 내용이 1학년 때 전공과목인 “인도의 식민주의와 민족주의(Colonialism and Nationalism in India)”의 내용입니다. 이때 정서적으로 방황도 많이 했고 공부하는 내용도 그 당시에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번역을 하면서 인도에서 공부하던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그때도 혼자서 많이 외로웠는데 감옥에 있는 지금과 비슷했죠. 그 당시에는 스스로 인도에 대해서 많이 알고 똑똑하다고 자부심을 가졌는데 요즘 들어 그때를 생각해보니 철부지 애기였어요. 그래도 열정과 패기는 높았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인도의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과목은 낙제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2학년 때 이 과목을 다시 들어야했고 겨우 합격을 했습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깊이 사색을 하고 그 의미를 다시 짚어볼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역사적 상황의 절박함과 인도의 상황이 중첩되면서 마치 현재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아 긴장된 마음으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도 제 마음과 같은 공감대를 느끼실까요? 궁금해집니다. 다음 이야기는 인도 부르주아지들의 태도와 그들의 독립운동이 소개됩니다. 점점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전개됩니다.





≪노동사회과학≫에 기고할 논문은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앞에서 썼던 글을 다시 새롭게 쓰려고 합니다. 머리 속으로 고민만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논문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정세와 노동≫ 7·8월호에 실린 “뜨로츠키주의인가 레닌주의인가” 기획번역글 잘 읽었습니다. 1939년 8월 23일에 맺은 독일-쏘비에트 불가침 협약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부분도 이 글을 통해서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2차세계 대전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파시스트들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영국, 미국, 프랑스는 전쟁을 막기 위한 진정한 의도가 없었고 오히려 사회주의 신생국가인 쏘련에 대항해서 독일과 일본에게 전쟁을 부추긴 측면이 있습니다. 마치 미국이 용병으로 키웠던 탈레반이 반대로 미국과 전쟁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탐구하려는 노력은 계속 전진시켜가야겠습니다.





밤이 깊어졌습니다. 최 동지에게 글을 쓰다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가깝고 반가운 사람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병진 올림.





2011. 8. 15.




















민감한 시기에 부쩍 예민해져 있으실 이병진 동지께.





국정원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일진회’인지 ‘왕재산’인지 하는 “간첩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만 단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들의 작명 실력은 점집보다도 못한 것 같습니다. 국가 권력에 의한 조작임이 명백히 드러난 ‘오송회 사건’도 그렇고 얼마 전에 <자본주의 연구회>를 수사하면서 조직 명칭으로 붙였다가 어느새 쏙 들어가 버린 ‘청년공산주의자 붉은 기’라는 명칭도 그렇습니다. 일심회 같은 일자 돌림인 일진회로는 사람들이 식상해 할 것 같아서 ‘왕재산’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인 모양인데 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남북의 창≫에 가끔 나오기도 하는 북측의 왕재산 경음악단이 떠오르더군요. 왜 보천보라고 이름 안 붙이나 모르겠습니다. 기타 연주자 신윤철이 서울전자음악단이란 이름으로 패러디한 보천보 전자악단이 있기 때문에 좀 식상하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종북 세력’ 척결을 말하는 검찰 총장의 발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 진영이 존재하고 있을 때는 연공 혹은 용공 세력이라 하였고 학생운동이 정권을 위협하던 시절에는 급진 좌경세력 혹은 좌경 맹동 세력이라 부르기도 했죠. 한동안은 친북 좌파라고 하더니 이제는 종북 좌파가 되었네요. 이것에 한 해서는 작명을 잘했다고 하고 싶네요.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저들과 한 통속이 되어 종북 운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공안 사건으로 감옥에 계신 동지께서는 바깥의 정세 변화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작은 변화에도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또 실제로 저들의 그런 발언 뒤에는 실제로 뒤따르는 광풍과 같은 탄압이 지나가는 것은 역사에서 분명히 경험한 바입니다. 그럼에도 감히 단언합니다. 자신들 내부의 비리도 스스로 척결하지 못하는 것들의 망나니 칼춤은 그저 말기적 증상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올해도 상당히 대규모로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진행되고 있고 잠시 해빙을 보이는 것 같던 정세도 다시 긴장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 땅의 지배계급은 한미동맹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이는 고엽제 문제와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투쟁에서 보이듯 이 땅 인민들과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독도 문제를 둘러싼 소동입니다. 이 땅의 지배계급은 일본의 지배계급과 한 통속이며 이들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동반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망언과 이에 맞서 펄쩍 뛰는 듯한 제스처는 각국의 계급투쟁을 무마시키고 애국주의적인 단결을 고무시키려는 공모입니다. (채만수 소장님이 일관되게 피력해 오신 입장이고 저도 이에 지지합니다.) 한편으로 최근 일본은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이 첨예해 지면서 러시아를 견제하던 군사력을 중국을 향해 재배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패권에 균열이 오고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증가하면서 동북아 및 동남아시아에서 패권을 둘러싼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기호 동지를 통해서 높아진 간수치 때문에 근심이 많으시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의사분께 건너건너 문의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전문적인 것은 잘 몰라서 정확히 전달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수치가 올라간 것은 아무래도 긍정적인 징후는 아닙니다. 아마도 세균성이거나 감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현재 수치는 아주 직접적인 위험징후를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약을 처방받는다고 해도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우루사 같은 약이라도 드시면서 경과를 지켜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황달과 같은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지 유의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며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밖에 계시다면 좀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텐데 안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은 조건이네요. 교도소 측에 외부 검진 요청을 강하게 하는 것이 방법일 것 같습니다. 10월, 11월에 내과 의사가 온다고 해도 아마도 그 많은 재소자분들을 제대로 살펴볼 만한 여건도 아닐 것이며 대단히 형식적으로 살펴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동지께서 ≪노동자정치신문≫에 기고하신 “생존권을 지키려는 인도 농민들의 저항: ‘포스코는 물러가라!’” 잘 읽어 보았습니다. 번역문이 아니라 직접 쓰신 글을 보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노동사회과학≫에 기고해주실 글도 대단히 기대가 됩니다. 최성희 동지께 신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그리 하기로 하셨습니다.





제가 따로 택배로 보내드린 자료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는지요? 분명히 보낸 다음날 문자로 접수가 완료되었다는 내용을 받았는데 동지께 전달이 안 되었다면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는 복사물들인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우연히 보게 된 ≪월간중앙≫ 올해 4월호에 담긴 포스코 관련 자료 등을 보내드립니다.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아쉽네요. ≪월간중앙≫을 보니 기본적인 관점이 극우인 것은 조선, 동아와 똑같습니다만 이들은 극우적 지향성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인 색채를 포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드러나더군요. 제주 4·3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계레≫에 미술 칼럼을 연재하는 이주헌의 칼럼을 담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삼성 계열 언론이 지닐 수 있는 거대한 자본의 권력인 것 같습니다. 추가로 World Human Rights Guide(1992년 3판) 중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항목과 Kurt Glaser and Stefan t. Possony: Victims of Politics ―The State of Human Rights의 16장 “Class, Caste and Sex Discrimination”을 복사해 보내드립니다. 또 Lal Mani Joshi의 팜플렛 Brahmanism Buddhism & Hinduism도 동봉합니다.





음악이야기나 해볼까요. 저번에 음악가 김순남에 대해 가볍게 언급을 했습니다만 북측에서 판소리 발성과 창법을 놓고 벌인 논쟁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습니다. 판소리의 탁성(濁聲, 북측 표현으로는 쐑소리)에 대해 양반에 복종한 음악적 표현으로 비판했다고 합니다. 당시 논쟁이 상당히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던 모양인데 고김일성 주석(객관적인 호칭일지 모르겠습니다. 한 쪽에서는 조작된 ‘가짜’이자 때려잡아야 할 ‘수괴’였으며, 다른 쪽에서는 ‘위대한 령도자 아바이 수령’이었던 이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언제나 가능할까요?)이 직접 논쟁에 참여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또 논쟁 과정에서 ‘민중의 힘찬 삶과 올바른 삶의 철학이 구조화된 서사적인 문학이자 광대를 통한 민중 문학의 표현 형태인 남도창에서 탁성을 제거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던 측이 ‘복고주의 반당종파주의’로 몰려 추방되었다가 후일 복직되었다고 합니다. (김문환 책임편집: ≪북한의 예술≫, 을유문화사, 1990, p. 156.) 그런데 1998년에 북측에서 열린 윤이상 통일음악회에 다녀온 노동은 선생의 기록을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등장합니다. ≪심청가≫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부르는 명창 안숙선의 소리가 음악당 구석구석까지 그윽하게 채우자 흥미로운 반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둡고 탁한 소리가 난다며 그렇게 비판적이었던 북측에서 남도의 판소리가 이처럼 맑고 밝은 음색에 풍부한 성량이라면 음악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노동은: ≪노동은의 두 번째 음악상자≫, 한국학술정보, 2004. pp. 422-423.)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일 것 같은데 자료도 입수할 수 없거니와 언제나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게 될 수 있는지…





지난 주 목요일에 있던 대책 모임에는 출소하신 김혁 동지께서 참여하셨습니다. 한 명이지만 소중한 동지가 결합되었다는 것은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쌍용 자동차 파업투쟁 진압 과정에서 워낙 최루액을 많이 뒤집어 쓰셔서 지금도 아토피 비슷한 질환으로 고생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출소하실 때 DNA 채취를 강요하는 것에 맞서 싸우셨다고 했는데 이른바 일반수들은 거의 저항하지 못하고 채취를 당하고 있다고 하셨네요. 감옥 인권 침해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9월 중에 대책모임에서 이병진 동지 사건에 대한 확대 간담회를 열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제가 이 사건의 성격에 대해서 발제를 맡기로 했고 장창원 동지께서 대책 모임의 향후 방향에 대한 내용으로 발제를 맡기로 했습니다. 그 외 다른 단체들에 추가로 제안할 예정입니다. 8월 25일 대책모임 6차 회의에서 보다 자세한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대책 모임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freelbj입니다. 아직 널리 공개하거나 하지 않아서 이제 겨우 틀이 잡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촛불 시위 이후 정체되어 있던 것으로 보이던 정세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김진숙 동지를 비롯한 헌신적인 활동가와 노동자·민중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정권 말이 가까워지면서 또 공황이 격화되면서 더욱더 정세는 요동을 칠 것 같습니다. 공안탄압이 더욱 거세지겠지만 위기는 반격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네갈의 시인 데이빗 디오프의 시로 마치겠습니다.















들어라 동지들아















투쟁의 동지들아 들어라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에 이르는 니그로의 격한 외침을





그들은 맘바를 살해했다





마르틴스빌의 7인을 살해했듯이





혹은 감옥의 창백한 빛 속에 끓어 앉은 마다가스카르인을 살해했듯이





그는 시선으로 동지들을 쫓았거니





아무 번민도 없이 따스하고 충성스런 마음으로





단말마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미소지으며





부서져버린 몸뚱이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꽃다발의 그 밝은 색채를 지켰네





흰머리와 더불어 그들이 맘바를 죽인 것은 사실이다





그는 우리를 위해 열 번이나 우유와 빛을 따라주었지





나는 꿈에 그의 입이 와 닿는 걸 느끼네





그리고 그의 가슴의 평화스런 떨림을





나 또 다시 상실했노니





모친의 젖무덤에서 떨어져 나온 초목처럼





하지만 아냐





나의 슬픔보다 더 높이 울려퍼지는 건 없어





그들의 세포를 분쇄하는 수백 인의 울부짖음





그리고 나의 피는 오랫동안 추방되었지





그들이 한 덩어리의 언어로 덫에 빠뜨리려는 그 피는





안개를 흩뜨리는 열정을 되찾아내노니





투쟁의 동지들아 들어라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에 이르는 니그로의 격한 외침을





그것은 새벽의 신호





인간의 꿈을 번성시키는 형제애의 신호려니.










(출처: 보는 시: 특집/아프리카 현대 시인선, 도서출판 오월, 1984. pp. 59-60)




















희망의 꽃다발을 보내 준 최상철 동지께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와 자료들 잘 받았습니다. 인도의 종교지도자 비베카난다(Vivekanada)자료들도 잘 받았습니다. 비베카난다의 일대기를 만화를 엮은 책을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치열한 전투 중에 잠시 휴식을 맛봅니다. 다양한 자료들을 보면서 이런 것들을 일일이 복사하고 소포로 보내주는 최상철 동지의 깊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한아름의 꽃다발을 받는 기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지난주에는 반가운 손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얼마전 출소하신 김혁 동지와 뜨거운 상봉을 하였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함께 나누신 분입니다. 김혁 선배님이 “우리는 포로다”라고 이야기하셨어요. 힘이 없어서 잡혀온 일을 원통해하면서 함께 울분을 달랬습니다. 혼자 먼저 나온 것에 대해서 못내 미안해하시는 김혁 선배님께 “선배님 저는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김혁 선배님이 경찰이 퍼붓는 최루액을 맞으며 투쟁하는 가운데 구속수감되어 피부병으로 많이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함에도 자신의 건강보다는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더욱 걱정하십니다…





김혁 선배님의 자기 희생적 사랑과 인간적 면모에 깊은 감화를 받습니다. 이처럼 노동계급을 굳게 믿고 노동자들의 노예적 삶을 해방시키기 위해 온 몸을 던져 투쟁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노동계급이 사회변혁의 기관차로써 더욱 당당하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에서 발행하는 정치신문 ≪사노위≫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기사를 읽고 그것을 지지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사노위≫ 17호(2011. 8. 8)에 그 글이 실렸습니다. 감옥에 있는 저의 작은 외침을 소중하게 담아 준 사노위에 고마운 마음이에요.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지배자들의 통치행위를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강제하고 그것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검찰총장의 ‘종북세력’ 척결 발언을 심각히 보는 이유는 국가권력이 총동원되어 냉전시대처럼 극우반공이데올로기의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제작 지침을 하달하여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도록 강제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장병들의 대적관에 혼란을 초래한다면 대북적대관을 갖게끔 교과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였습니다. 군이 중, 고등학생들의 교과서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동지는 이런 현상들을 그저 말기적 증상이 극에 달한 “망나니 칼춤”이라고 하시지만, 그 망나니 같은 칼춤을 멈추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서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희생이 따릅니다. 망나니 칼춤에 아무 이유도 없이 희생당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제 자신이 지금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그 아픔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자본주의의 끝없는 탐욕과 욕망에 빠져 인간이 아닌 야수로 돌변하여 시뻘건 눈과 탐욕의 침을 질질 흘리며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는 저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8월 27일자 ≪한계레≫ 신문 보도에 의하면 공안관계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답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을 강제진압하고 제4차 희망버스도 힘으로 막으려는가 봅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보듯이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민심을 외면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합니다. 힘으로 억누를수록 반발심이 커져서 오히려 정치적 위기에 놓인다는 역사적 교훈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광풍으로 몰아치는 공안통치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비극과 고통들을 강제하겠지요. 그러나 정의(正義)와 부(不)정의 사이의 싸움에서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감옥 안에서 있기 때문에 정세 분석에 제한적입니다. 저의 주관적 생각인지 최 동지께서는 제 분석에 어떤 의견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얼마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북-중-러의 관계가 복원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얼마전 북-중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회담 장소가 울란우데였다는 것은 러시아쪽이 이번 정상회담에 적극적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중국이 나진-선봉지역에 진출하자 이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북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과시함으로써 대북 고립정책이 사실상 파탄났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제 생각은 더 이상 6자회담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만약 대화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이북의 핵시설을 통제하는 것은 전쟁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불편하게 보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에 치러지는 제2차 핵정상회담의 전망이 어두워지게 됩니다.





현재 이란의 농축 우라늄 실사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과 연대하여 이란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6일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서 러시아 안보위원회 위원장(Russia’s Security Concil Chief)인 니콜라이 파트르쉐프(NiKolai Patrushev)와 이란 대통령이 만나 핵관련 협상을 하였습니다. (The Korea Herald, 2011년 8월 18일, 8면) 올 1월부터 핵협상이 있었는데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이란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러시아가 이란의 핵발전소 건설을 도와주고 대신 이란의 핵시설을 공개하는 수준에서 논의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북의 핵시설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조건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핵협력을 미국이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북의 농축우랴늄 통제는 시급한 상황이며 그래서 이북에 대한 미국 내부의 불만은 폭발일보 직전일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폭격해서 당장 때려 부수고 싶을 것입니다.





만약에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 핵협정이 이루어지면 미국의 핵패권은 사실상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파키스탄과 핵협력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핵통제권이 미국, 러시아, 중국으로 나뉘어진다면 미국의 패권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핵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미국이 할 일은 이북의 핵을 통제하고 핵확산 금지조약에 복귀시키는 것입니다. 그 힘으로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목적으로 내년 서울에서 핵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2011년 “연례안보위협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우리(미국)의 정책’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삭제하였습니다. (엄상윤, 2011. “북 핵보유국 요구는 미손익계산서 파악 못한 결과” ≪신동아≫ 7월호 p. 284) 미국은 내년 핵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북의 핵을 “연착륙”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유화적인 국면으로 전술을 바꾼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내년 3월을 전후해서 대규모 군사훈련(키리졸브 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군사적 압력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 하반기의 동북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가느냐 군사적 대립으로 가느냐에 따라 내년 핵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북의 핵문제가 폭력적으로 해결되느냐 대화로 해결되느냐의 첨예한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을 선택해야만 하는 미국도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제정세는 이렇게 냉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인데도 남한은 종북 좌익세력 때려 잡고, 간첩 잡고 공안몰이식 통치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연 이북의 핵을 통제할 수 있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세력 다툼 속에서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겠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보수 지배세력들의 정세 인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종북 좌익 척결을 외치고 간첩(간첩이라고 우기는)들을 잡아들여 대북 적개심을 불러 일으켜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합리화하는 구실은 되겠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와 국제정세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이처럼 남북대결 정책은 우리 모두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고 갈등만 심화시켜 고통만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을 홀랑 불태웠습니다. 엄청난 소방장비와 인력이 동원되었지만 불을 못 끈 이유는 기왓장을 뜯어낼 책임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만 쏟아붓는다고 하여 남대문의 불을 끄지 못했듯이, 북을 고립압살하기 위해 남한의 평화세력을 공안몰이식 통치로 억압한다고 북이 붕괴되고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남대문이 무너지고 나서야 기왓장을 뜯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안통치로 정세를 주도하려는 보수지배세력의 통치기술은 체제를 보호하려는 본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남북 간의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켜, 첨예하게 표출된 이북의 핵문제로 인해 전쟁이라는 파국적 상황이 강제될 수 있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참여하는 전면전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체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할 것입니다. 최근의 정세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감옥에 있다보니 팽팽한 긴장감을 더욱 피부 깊숙이 느끼고 있습니다. 최 동지께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과 선생님의 진찰을 받았습니다. 정신건강도 신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답니다. 제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며 명상 등을 통해 안정을 취하랍니다. 억압과 통제받는 징역생활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습니다. 힘은 들지만 최 동지와 많은 동지들의 도움으로 용기도 얻고 정신적 힘도 얻고 있습니다. 번역과 글쓰기를 통해서 정신건강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더욱 정력적인 글 쓰기를 통해서 동지들과의 소통을 자주하여 감옥이라는 강박 관념을 훌훌 벗어 던지고자 합니다. 그런 경지까지 가기에는 제 자신과 더 싸워야만 합니다.





≪노동자정치신문≫에 기고한 “생존권을 지키려는 인도 농민들의 저항: ‘포스코는 물러가라!’”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부족한데도 좋게 봐주시니 부끄럽습니다. ≪노동자정치신문≫은 선진 활동가들이 읽는 신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도관련 글을 기고해도 괜찮은지 망설였습니다.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저에게 용기가 생깁니다. 백철현 동지의 제안으로 지난 5월에 치른 서벵갈 주정부 의회선거에 관한 글을 기고했습니다. 집권 인도공산당(맑스주의)의 참패 원인을 인도공산당(맑스주의)의 우경화와 그에 따른 노동자, 농민, 일반대중들의 지지철회로 짚었습니다. 당내부의 노선 문제들에 국한시킨 분석이라는 전제를 밝혀야 한다고 백철현 동지가 지적하였습니다. 글이 발표되고 어떤 비판을 받을지 궁금해집니다.





≪노동사회과학≫에 기고할 글은 인도 마오주의자들에 관한 주제로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완성해서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글을 쓰면서 한계도 느끼고 좌절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습니다.





Victims of Politics-The State of Human Right의 제 16장 “Class, Caste and Sex Discrimination”은 저에게 좋은 자료입니다. 저에게 보내주시는 자료들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자료들을 받을 때마다 연구의욕이 생깁니다. 처음 징역생활을 시작할 때는 인도연구자로서 자존감과 연구활동을 계속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최상철 동지와 노사과연 동지분들의 도움으로 감옥 안에서 연구할 수 있는 조건들을 조금씩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연구의 시각과 관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역동적인 변화발전을 공유하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안목과 시각을 제공하려는 것이 제 연구의 방향입니다. 계속해서 최 동지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동지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북측의 음악에 대한 설명 잘 들었습니다. 판소리에 대한 남북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보듯 북측과 남측은 예술에 대한 관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남쪽은 개인주의에 기반한 사회이다 보니 개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세련되고 자유스럽습니다. 반면에 북쪽은 집단주의 사회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주 힘차고 역동적입니다. 분명히 장단점이 있습니다. 최 동지의 바람대로 남과 북이 자유롭게 교류한다면 서로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감정의 교감도 생기면 금방 가까워질 텐데…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9월 중에 대책 모임에서 제 사건에 대한 확대 간담회를 준비한다는 반가운 소식 감사합니다.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최 동지께서 제 사건의 성격에 대한 발제를 맡으셨군요. 무척 어려운 일을 맡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발제를 준비하시면서 제 입장이라든지 사건 관련해서 의문점이 생기시면 질문해주세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최 동지를 돕고 싶습니다.





카페가 틀이 잡혀간다니 기쁩니다. 얼마 전에 찍은 사진이 있는데 보내드리겠습니다. 저에 대해서 궁금하셨을 텐데 사진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현재 평소 지내는 저의 모습입니다. 혹시 카페에 올려도 괜찮다면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댓글 달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병진입니다. 카페 모임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전주교도소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병진 올림 (2011. 8. 28)










“공안탄압이 더욱 거세지겠지만 위기는 반격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는 최 동지의 굳은 결의를 함께 가슴에 새깁니다. 최 동지께서 보내주는 시는 꼭 나의 심경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 같아서 매번 감동을 받습니다. 세네갈의 시인 데이빗 디오프의 “들어라 동지들아”는 억압과 고통으로 몸뚱이가 상처 투성이지만 어머니를 죽인 그들의 세포를 분쇄하려는 격한 외침입니다. 폭력적인 탄압에 맞서 싸우는 격한 반격의 외침으로 편지를 마칩니다.










이병진 





201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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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8 독자편지 문용원, 이병진, 최상철 2011-09-21 3335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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