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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기타 >
제목 삼국지 권하는 사회?
글쓴이 박현욱|노동예술단 선언 “몸짓선언” 자료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406
날짜 2011-09-21 조회수 2011 추천수 120
파일  1316587504_삼국지.hwp

  













삼국지 세 번 읽은 놈한테 덤비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 세 번 읽은 놈한테 덤비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음... 그럼 나한테 덤빌 생각들 하시면 안 된다. 세 번 이상 읽었으니까. 그것도 각각 역자가 다른 걸루다가...





뭐... 새삼 세상 살기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하무적이 되어 아무도 덤비는 놈 없이 편하게 잘 살려면 삼국지 세 번 읽으면 되니까.





그런데 난... 그닥 편하게 잘 사는 거 같지 않은데... 그리고 덤비는 놈들 제법 있었어도 판판이 이기지도 못했는데...





흠... 둘 중에 하나일 거다. 그 말이 틀렸거나 아님 내가 삼국지로도 구제 되지 못하는 지독히도 덜 된 놈이거나.










초등학교 3학년 때던가 선생님이 우리에게 삼국을 통일한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한 적 있다.그 때 한 친구 자신 있게 손들고선 당당히 ‘유비, 관우, 장비’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약간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 분이 원했던 답은 김유신이었기 때문인데, 뭐 나도 그 질문 받을 때 속으로 그 세 사람 이름을 떠올렸었다. 그만큼 삼국지는 그냥 책 혹은 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 문화와 인식의 필수 코드가 되어있다고 볼 일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었다는게 더 정확한 말인가?...










아무튼 중요한 건 사실 네, 다섯 번을 읽었던 진짜 주요한 이유는 당최 왜 이 책을 그렇게 읽으라고들 난리인 걸까를 찾기 위해서였다. 최고의 인생론 교과서이고 지략과 처세와 전술과 모든 것이 담겨있으며 인간 유형이 다 들어있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뭐 그런 게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내 눈에 들어온 건 엽기와 권모술수와 속임수와 사람 죽이는, 것도 한 두 명도 아니고 수만 명씩 죽여대는 전쟁질 그런 것들이다. 





요즘 여성가족부에서 술 들어가는 노래들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소위 19금으로 지정했던데 그 양반들 이 책은 한번도 안 읽어봤나? 모르긴 해도 이 책의 유해성 정도로는 영원한 금서로 지정하고도 남을 일일 텐데. 금서는 커녕 청소년 필독서 0순위로 얘기 되고 있으니... 참... 조화 속 하고는....





  





삼국지와 함께 따라 붙는 말은 역시나 난세, 영웅 이런 것들이다. 뜬금없이 삼국지 얘기 꺼낸 것도 실은 그 때문이다. 며칠 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모든 미디어를 장식했었다. 흠... ‘저들 —자본과 그의 충실한 하사관으로서의 한나라당, 보수우익단체들 정도— 의 눈에 그 모습은 흡사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다 만신창이가 된 채 황혼의 들녘을 필마로 쓸쓸히 돌아나가는 몰락 영웅의 한 줄기 눈물 정도로 여겨졌을까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당연히 영웅은 그냥 안 떠난다. 꼭 후일을 기약하지, 그것도 보통 그 스스로가 아니라 영웅을 알아본 누군가에 의해. 이번에도 그러더라 사실상 영웅의 승리였음을 비장하게 말하던 그 분.










난세... 유비, 관우, 장비가 형제의 연을 맺고 의기투합한 것도 난세를 평정함이 목적이었다. 정말로 난리 통에 고통 받는 백성들의 아픔이 괴로워서였는지 아님 그 틈에 이름 좀 날려서 영웅으로 출세나 해보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이 평정하려 했던 난세라는 게 소위 ‘황건적의 난’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요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장각이라는 자가 백성들에게 사기를 쳐서 무장반란을 일으키게 하고 반란군 —뭐 거의 도적떼 쯤으로 묘사되지만— 의 수장이 되어 세상을 어지럽혔던 사건. 그들이 머리에 누런 두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황건적’이라 불렸다는 거지. 의협심과 정의로움으로 가득 찬 숨은 영웅들이 이 때를 놓칠 리 없고 중국 그 넓은 땅덩이에 어찌 된 일인지 딱 영웅 해 먹기에 충분해 마지않는 인물 세 명이 지척에 살다가 만났다는 거지.










확실한 건 적어도 이 사회에서 그 세 명은 의로움과 영웅의 대명사라는 거다. 그 중 관우는 사당이 네 군대나 세워져 있을 만큼 거의 신격화되어 있기까지 하다. 당연히 삼국지라고 번역되어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그 코드에 맞게 쓰여 있다. 그들이 영웅일 수 있으려면 황건적은 극악무도한 무리여야 하니까. 헌데 내가 본 책 중 단 하나에는 황건적의 난이라는 부분이 ‘황건 기의’라는 소제목으로 달려 있다. 황건이 의를 세운다 혹은 의롭게 일어난다 뭐 그런 뜻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세부 묘사도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황건적이 아니라 황건농민군이며 극악무도한 도적떼가 아니라 오히려 백성들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던 의로운 집단으로 말이다. 물론 그들의 행동 역시 난이 아니라 봉기로 기록되어 있다.










뭐 나야 성격 탓인지 황건적의 난이라고 쓰여 있는 책을 읽을 때도 그들이 머리에 두르고 있던 누런 두건이 마음 짠하게 여겨지고 있던 터였다. 지배권력자들의 수탈과 억압에 빼앗기고 짓눌린 민중의 아픔이 저 세 영웅이 지키고자 하던 의로움보다 훨씬 내 맘을 움켜쥐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렇게 되어 버리면 영원불멸의 의로운 영웅들은 사실은 진짜 의롭게 일어난 민중을 짓밟아 버린 결코 의롭지 못한 천하의 악당들이 된다. 정말 그런가? 아니다. 사실은 여전히 그들은 의롭다. 다만 그들의 의와 나의 의가 다를 뿐.










가까운 역사에 우리에게도 황건농민군과 같은 동학농민군이 있었고, 현재도 지배자들에 의해 수탈, 착취당하고 생존권이 유린당하는 민중이 있다. 그들은 일어난다. 때로는 무장을 하고 이 땅 모든 재화를 생산하는 공장을 폭력적으로 점거하기도 하고, 공도 상에 진을 친 채 집에 가지도 않고 천일이 넘게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통행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으며 가두를 점거한 채 아수라장을 만들기도 한다. 뭐 이건 그냥 지나가는 이야긴데 가두를 점거하고 행진할 때 종종 그런 선동멘트와 구호를 외친다. ‘우리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고 평화롭게 행진을 하는데 경찰이 폭력적으로 가로 막는다. 평화행진 보장하고 폭력경찰 물러가라.’ 내가 그 대오 안에 있으면서도 사실은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빨개진다. 물리적으로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 막아버린 채 거리를 점거한 게 폭력이 아니라고? ... 어쨌든... 이 이야긴 기회되면 다음에 좀 더 하기로 하고





저들 지배자들의 눈에 이러한 짓거리들로 가득 찬 현 상황은 실로 난세 중에 난세일 수밖에 없을 게다. 그러니 응당 이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 그들은 관군을 동원하기도 하고 그걸로 한계가 있으니 소위 의로움을 함께할 의용군을 대거 활용하기도 한다. 요즘 말로 전자를 경찰, 혹은 공권력이라고 하고 후자를 용역깡패나 관변단체라고 한다.





언젠가 현 경찰청장 조현오라는 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업적이고 보람있었던 일로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을 진압한 일”이라고 말했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가 막힌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진압한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전 국민이 보는 청문회에서 떳떳이 저렇게 말하다니 싸이코패스 아냐?”





“그런 걸 부끄러워할 거라고 생각한 니가 사실 난 좀 안쓰럽다. 그건 너의 상대적 관점에서의 정의인 거고 저들은 정말 저게 정의인 거야. 당연히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수밖에”










그가 처절하게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극한의 폭력으로 짓밟은 것이 진심으로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는 건 이 사회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영웅이며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정의로운 이야기인 한 너무나 간단하게 수긍 될 일이다.





유비 삼형제야 관군이 아니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용역깡패 대장들 정도 될 것이다. 음... 역시나 그러니 민중의 투쟁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나타나는 저들 용역깡패들이 저토록 당당하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일 게다. 뭐 본인들을 유비, 관우, 장비의 현신 정도로 여기고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수 년 전에 구로의 어느 공장에서 용역과 맞닥뜨렸을 때 그들에게 “누가 보내서 왔냐?”라고 물었더니 “국가가 보내서 왔다”라고 하더라. 왜 왔냐?라고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십중팔구 정의를 수호하러 왔다로 이어지지 않았겠는가?





최근 유성기업 투쟁에 투입된 용역깡패 업체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있다.










‘이미 사회의 중심권력으로 자리 잡은 일부 귀족노조와 상층부를 형성한 노동권력은 수많은 노동자의 삶을 담보로 노동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담보로 노동자들을 극한 투쟁으로 몰아 넣으면서 오로지 저들의 이익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선량한 기업을 이간시키고 신성한 작업장을 투쟁의 장으로 삼아 유혈충돌마저 불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이하 생략).’










요즘 제법 유행하는 개그 유행어를 빌어 말하자면





“참 대~~단한 유비, 관우, 장비님 나셨네~” 저런 문구는 제갈량 정도 되는 이가 써줬을라나?










삼국지에 그런 말이 있다. ‘와룡 봉추 중 하나만 얻어도 능히 세상을 가질 것이다’ 와룡과 봉추는 제갈량과 방통이다. 뭐 유비야 그 중 하나를 얻어 놓고도 능히 세상을 가지진 못했으니 것도 틀린 말인 거 같고... 아니 뭐 그렇게 훌륭한 자들이면 그냥 와룡이하고 봉추 하고 지들 둘이 세상을 가져버리지 왜? 흠흠...





어쨌든 그 세상을 갖는다는 거 말이다. 소위 영웅이라고 명명되어 지는 자들이 세상을 갖기 위해서 수십 수백만의 민중이 이유 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게 그 책의 내용이다. 소위 영웅이라 칭해지는 자들의 세상갖기 전쟁놀이에 죽어간 수백만 민중의 피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은 영웅들의 통한의 눈물 한 방울보다 못한 것이 삼국지의 내용이다. 난 아무리 봐도 깡패들 영역전쟁 —그들 사이에선 나와바리 싸움이라고 하던데— 하는거 뻥튀기 해놓은 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깡패들의 정의가 나의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삼국지 같은 책에 침 한번 뱉어주고 민중기의의 깃발 아래 모일 일이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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