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4월 카띤 숲 학살 70년 추모행사를 위해 러시아로 향하던 폴란드 대통령 일행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국내외 언론을 통해 까띤 숲 사건이 다시 한 번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고를 전했던 거의 모든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까띤 숲 사건을 구쏘련에 의해 자행된 폴란드인 대량 학살로 묘사했다: “1940년 봄, 쏘련이 폴란드인 2만2천 명을 스몰렌스끄 인근 까띤 숲에서 대량 학살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스딸린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나치 독일의 히틀러와 더불어 쏘련의 스딸린은, 잔인한 학살자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쏘련에 대한 방대한 거짓과 조작의 역사를 알고 있다. 그것은 처음에는 대개 나치 독일로부터 시작해 이후 미국 영국 등의 정보기관을 통해, 그리고 저들의 언론학술 기관들을 통해 전 세계에 ‘진실’이라고 유포된 것들이다. 까띤 숲 학살만 하더라도, 처음 나치 독일의 괴벨스에 의해 선전된 것이 이후 냉전 시대 서방에 의해 더욱 널리 유포되면서 이제 이 사건은 당연히 쏘련에 의한 학살로 알려져 있다.

쏘련과 스딸린을 공격하는 이러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거짓과 조작들은, 바로 사회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반대와 혐오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계획 시행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막대한 자금, 인력, 그리고 사회정치적 권력과 그로부터 나오는 대중적 장악력으로, 이러한 저들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고, 달성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주의에 대한 대중적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 이러한 저들의 대중적 조작들을 폭로해내야 한다. 이 글 역시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2002년 7월에 발표된 것이다.

이 글의 필자 엘라 룰은 현재 영국 공산당―Communist Party of Great Britain(MarxistLeninist(CPGB-ML)―의 부의장 겸 국제비서로 일하고 있다. CPGB-ML은 ��정세와 노동��에 연재되고 있는 뜨로츠끼주의인가? 레닌주의인가?의 저자 하팔 브라(Harpal Brar)가 의장으로 있는 당이다.

글의 원문은 http://www.stalinsociety.org.uk/katyn.html에서 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 러시아와 폴란드의 국경은 그것을 제안한 영국 정치가 커즌 경의 이름을 붙인 커즌선(Curzon line)을 따라 확정되었다.

그 경계는 폴란드인들의 뜻에 맞지 않는 것이었고, 그들은 곧 그들의 영토를 동쪽으로 더 멀리 확장하기 위해 쏘련과의 전쟁에 나섰다. 쏘련은 반격을 개시했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딸린의 충고를 무시한 채 폴란드 전체를 해방시킬 준비를 했다. 스딸린은 그러한 계획은 결국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길 폴란드 민족주의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폴란드인들이 해방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폴란드인들은 쏘련의 진군에 대항하여 격렬한 저항을 나타냈다. 결국 쏘련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폴란드에게 커즌선의 동쪽으로 영토를 양보하기까지 했다. 문제의 지역은 폴란드인보다 벨로루시와 우끄라이나인이 각각 압도적으로 많이 살고 있는 벨로루시 서부와 우끄라이나 서부였다. 전체 사건은 폴란드와 러시아 간의 혐오를 격화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1939년 9월 1일,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다. 9월 17일, 쏘련은 커즌선 동쪽에 위치한 폴란드의 그 지역을 재점령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 지역을 접수한 후 쏘련은 소작농을 대상으로 토지를 분배하고 인민들에게는 매우 인기 있고 착취자들에겐 인기가 없는 일종의 민주적 개혁을 실시했다. 커즌선 동쪽 지역을 수복하는 전투 기간에 쏘련은 대략 만 명 정도의 폴란드 장교들을 사로잡았고, 그들은 전쟁포로가 되었다. 이 포로들은 곧 분쟁지역의 막사에 수용되어 도로 건설 등의 작업에 투입되었다.

2년이 지난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이 불시에 쏘련을 공격했다. 붉은 군대(The Red Army)는 급히 퇴각해야 했고 우끄라이나는 독일군에게 인계되었다. 이렇게 서둘러 후퇴하는 중에 폴란드 전쟁포로를 쏘련 내부로 후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1막사의 수장이었던 베또시니꼬프(Vetoshnikov) 소령이 그가 서부 철도의 스몰렌스끄(Smolensk) 부문의 교통 책임자에게 폴란드 포로들의 후송을 위한 철도 차량의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당시 그 지역 교통 책임자였던 기술자 이바노프(Ivanov)는 내줄 수 있는 차량이 없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게다가,” 그가 말하였다. “우리는 폴란드 포로들의 대다수가 있었던 구시노선(Gussino line)으로 차를 보낼 수 없었다. 그 노선은 이미 공격받고 있었다.” 그 결과는 그 지역에서의 쏘련의 퇴각에 따라 폴란드 포로들이 독일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1943년 나치는 독일이 스몰렌스끄 근처의 까띤(Katyn) 숲에서 몇 개의 대량 살상의 흔적, 러시아인들이 죽였다고 하는 수천 명의 폴란드 장교들의 시체가 포함된 무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독일을 무찌르려는 폴란드와 쏘련의 공동 노력을 더욱 손상시키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 런던에 기반을 둔 폴란드 망명정부는 명백히 착취계급의 정부였기 때문에 러시아와 폴란드의 동맹은 항상 어려웠다. 독일이 국민생활권(lebensraum)을 위해 그들 나라를 냉소적으로 탈취했기 때문에 그들은 독일에 대항해야 했다. 쏘련의 입장은, 쏘련이 커즌선 동쪽 지역을 보유하는 한 폴란드 부르주아 정부의 재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꼬르스끼(Sikorski) 장군이 이끄는 폴란드 망명정부가 그 땅의 반환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동맹은 이미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1941년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한 후, 쏘련과 폴란드 망명정부는 외교 관계만 수립한 것이 아니라 또한 ‘쏘비에뜨 정부의 승인 하에 폴란드 망명정부가 지명한 책임자의 명령 아래’ 쏘련이 폴란드 군대의 창설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이 군대는 [1939년부터 쏘련의 포로였던] 완전한 반쏘 성향의 앤더스(Anders) 장군이 수장을 맡게 되었다. 1941년 10월 25일까지 이 군대는 2,630명의 장교들을 포함하여 41,000명의 병사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앤더스 장군은 쏘련과 폴란드 사이의 국경분쟁을 이유로 결국 쏘련-독일 전선에서 싸우기를 거부하였고, 폴란드 군대는 다른 곳, 예컨대 이란 등지로 파견되어야 했다.

그러나 폴란드 망명정부의 적의에도 불구하고, 반쏘적이지 않고 커즌선 동쪽 영역에 대한 쏘련의 주장을 받아들였던 쏘련 내 폴란드 거주민의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 그들 중 다수는 유대인이었다. 이 사람들은 대안적인 폴란드 망명정부의 중추를 이루었던 폴란드 애국자 연합(The Union of Polish Patriots)을 형성하고 있었다.

까띤 숲 학살에 관련한 나치의 선전은 쏘련이 폴란드와 어떠한 교섭도 전혀 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시꼬르스끼 장군은 처칠에게 그가 ‘풍부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철저하게 나치의 선전에 응했다. 그가 어떻게 독일의 발표와 동시에 이 ‘증거’를 획득했는가하는 것은 쏘련의 잔학 행위가 분명한 것이 아님을 의미하며, 그것이 시꼬르스끼와 나치의 비밀리의 합작임을 큰 소리로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독일은 4월 13일에 그들의 주장을 공표했다. 4월 16일 쏘련 정부는 “1940년 봄에 스몰렌스끄 지역의 쏘비에뜨 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이른바 대량 살상이라는 중상모략”을 부인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에 포함된 문구이다.

“독일의 주장은 1941년에 스몰렌스끄 서부 지역에서 건설 작업에 투입되었던, 그리고 쏘비에뜨 부대의 철수 후 많은 쏘련 인민들과 함께 독일의 교수형 집행인들의 손에 떨어졌던 이전 폴란드 전쟁 포로들의 비극적 운명을 의심할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독일인들은 사건의 줄거리를 꾸며낼 때 학살을 담당했던 쏘비에뜨 장교들의 이름을 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반유대적인 곡해로 그 이야기를 윤색하기로 결정했다. 그들 모두는 유대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4월 19일 쁘라브다(Pravda)는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평화를 원하는 시민들, 특히 유대인들에 대한 저들의 학살을 향한 모든 진보적 인간성의 분개를 느끼면서도 독일인들은 지금 속기 쉬운 사람들의 유대인들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그들이 말하길 일만 명의 폴란드 장교들을 살해하는 데 참여했다는 ‘유대인 인민위원들’이라는 완전한 컬렉션을 창조했다. 저런 노련한 사기꾼들에게 레프 르이바끄(Lev Rybak), 아브람 브로드닌스끼(Avraam Brodninsky), 챠임 피네베르크(Chaim Fineberg) 같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름 몇 개쯤 만들어 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OGPU(합동 국가 정치 보안부)의 스몰렌스끄 부문’이나 NKVD(내무 인민위원회)의 어떤 부문에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독일의 선전을 뒷받침하는 시꼬르스끼의 주장은, 괴벨스가 그의 일기에서 언급한 것에 따르면 런던의 폴란드 망명정부와 쏘비에뜨 정부 사이의 관계를 완전한 파탄으로 이끌었다.

“이 분열은 독일의 선전이 백 퍼센트 승리했음을 의미하며, 특별히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까띤 사건을 고도의 정치적 문제로 바꾸어 놓을 수 있었음을 뜻한다.”

그 당시 영국 언론은 시꼬르스끼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1943년 4월 28일 ��더 타임즈(The Times)��의 기사이다.

 “괴벨스의 선전기구의 불의와 교묘함을 알아차릴 너무나 많은 이유들이 있었던 사람들이, 그 자신이 그 덫에 빠졌던 것에 대해 후회와 동시에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폴란드의 평화로운 독일인 거주지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잔혹행위로 알려졌던, 사진들을 포함하여 상황 증거의 모든 상세한 부분들과 함께 묘사된 그 전쟁의 첫 번째 겨울에 널리 돌아다녔던 책자를 폴란드인들은 잊기 힘들었을 것이다.”¹⁾

학살이 독일인들이 아닌 쏘비에뜨에 의해 수행되었다는 시꼬르스끼의 주장의 근저에 놓인 것은 커즌선 동쪽 영역에 대한 분쟁이다. 시꼬르스끼는 그 영토에 대한 폴란드의 주장을 지지하는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을 결집하고, 그가 보았듯이 이 국경 분쟁에서 쏘련의 편에 서 있는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독일의 선전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오늘날 부르주아 자료들을 읽으면, 그것들은 모두 쏘련이 까띤 숲 학살에 책임이 있다고 확언하고 있다. 그들은 그러한 확신과 일관성을 갖고 그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반대되는 주장을 시도할 때면 마치 나치 수정주의자들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부인할 때와 같이 느끼게 만든다. 쏘련이 붕괴한 후에 고르바초프는 심지어 이 허위정보 선전에 동참했고, 쏘비에뜨가 그 잔혹행위를, 물론 스딸린의 명령에 따라 저질렀다는 것을 ‘증명하는’ 쏘비에뜨 문서국에서 나왔다는 자료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세계의 고르바초프들이 스딸린을 악마화하는 데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표적은 스딸린이라기보다는 사회주의이다. 사회주의를 헐뜯는 그들의 목적은 자본주의를 복구하고 쏘비에뜨 인민들의 집단적 고통을 대가로 그들 자신과 군식구들의 호화로운 기생 생활을 소생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냉소주의는 나치 독일에 필적하며, 그들이 똑같은 찬송가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그리 놀랍지 않다.

부르주아 자료들은 그 만행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묻는 쏘비에뜨의 증거들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거나, 협박 받은 그 지역 거주민들이 말한, 순전히 소문에 근거한 것들이라고 태평스럽게 주장한다. 그들은 심지어 괴벨스조차도 그의 관점에서 다소간 실패작이었다고 인정해야 했던 증거는 단 하나도 대지 않는다. 그는 1943년 8월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불행히도 독일군의 탄약이 까띤 숲의 무덤들에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반드시 일급비밀로 지켜져야 한다. 만약 그것이 적에게 알려지게 될 경우 까띤 숲 사건 전체가 엎어지게 될 것이다.”

1971년에 ��더 타임즈��에 까띤 숲 학살이 독일인들에 의해 저질러졌을 수가 없음을 암시하는 기사가 실렸다. 왜냐하면 까띤 숲의 희생자들이 죽임을 당했던 방식, 예컨대 뒤통수에 총을 쏘는 처형 방식보다는 오히려 기총 소사와 가스 처형실이 독일의 특색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고달밍(Godalming)에 살았던 전직 독일군 주레이(Surrey)가 이 기사에 끼어들었다.

“독일의 군인으로서 나는 당시에 우리 명분의 정당함을 확신하고서 러시아 작전 동안 많은 전투와 활동에 참가했다. 나는 까띤이나 근처의 숲에는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1943년 붉은 군대(The Red Army)에게 위협받던 지역인 까띤 근처에서 소름끼치는 대량 학살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터졌을 때의 야단법석을 잘 기억하고 있다.”

“요제프 괴벨스는 그의 역사적인 기록이 보여주듯이 많은 사람들을 속였다. 결국 그것이 그의 직업이었고 그의 거의 완벽한 지배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놀라운 것은 30여년이 지난 후 ��더 타임즈��의 지면에서 여전히 그 지배력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보건대 나는 전쟁의 막바지에 괴벨스가 까띤 숲 문제에 대해 러시아에 있는 많은 독일 군인들을 용케 잘 속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군인들은 뒤통수에 총을 쏘는 것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독일 군인들은 폴란드 장교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에 의해 처형당했음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매우 많은 증인들이 독일이 그 지역을 탈취한 뒤에 폴란드 장교들이 아직 그곳에 남아있었음을 증명하고 나섰다.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 사쉬네바(Maria Alexandrovna Sashneva)는 그 지역이 독일인들에게서 해방된 바로 직후인 1943년 가을 쏘련이 세운 특별 위원회에 증거를 제공했다. 쏘비에뜨의 퇴각 후 두 달이 지난 1941년 8월에 자기 집에 폴란드 전쟁 포로를 숨겨주었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그의 이름은 주제페 록(Juzepe Lock)이었고 그는 그녀에게 독일군 아래에서 폴란드 포로들이 당했던 학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군이 도착했을 때 그들은 폴란드 막사를 포위했고 그 속에 엄격한 체제를 구축했다. 독일군들은 폴란드인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만방으로 폴란드인들을 억압하고 유린했다. 어떤 경우에 폴란드인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총을 맞았다. 그는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몇몇 다른 증인들이 1941년 8월과 9월에 도로에서 일하는 폴란드인들을 보았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게다가 증인들은 또한 1941년 가을에 탈출한 폴란드 포로들에 대한 독일의 일제 검거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지역 소작농인 다닐렌꼬(Danilenko)는 이것을 증언한 몇몇 증인들 중 한 사람이다.

“도망친 폴란드 전쟁 포로들을 붙잡기 위한 특별 검거가 우리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우리 집에서도 두세 차례 수색이 있었다. 그런 수색들 중 하나가 있은 후에 내가 촌장에게 물었다… 우리 마을에서 누구를 찾느냐고. [그는] 독일 사령부로부터 모든 집에 예외 없이 수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막사에서 탈출한 폴란드 전쟁 포로들이 우리 마을에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명히 독일군이 폴란드인들을 지역의 증인들이 다 보는 앞에서 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하여는 지역 주민들에게서 나온 분명한 증거가 있다. 한 증인은 그녀의 마을 촌장에 의해 코지 고르(Kozy Góry)로 알려진 까띤 숲 근처 지역의 별장에 독일 대원들을 돕기 위해 파견된 알렉세예바(Alexeyeva)이다. 그곳은 내무인민위원회(the People's Commissariat of Internal Affairs)의 스몰렌스끄 행정부의 요양소였던 곳이다. 이 집은 대량학살 무덤이 발견된 곳에서 7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알렉세예바가 말했다.

“1941년 8월의 막바지와 9월 대부분의 기간에 몇 대의 트럭이 거의 매일 코지 고르 별장으로 오곤 했다. 처음에 나는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이 트럭들이 별장 마당에 도착할 때마다 그들이 30분 동안, 때로는 한 시간 내내 별장과 큰길을 연결하는 시골길 어딘가에 멈춰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 낸 것은 이 트럭들이 별장 마당에 도착하고 얼마 후에 시끄러운 소리가 그치곤 했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그침과 동시에 단발 총성들이 들려오곤 했다. 총성은 짧고 대략 균등한 간격을 두고 뒤따랐다. 그러고 나면 총성이 사라지고 트럭들은 곧바로 별장까지 운전해 오곤 했다. 독일 병사들과 하사관들이 트럭에서 내렸다. 그들은 시끄럽게 떠들면서 욕실에서 씻었고, 그런 다음에 진탕 마시며 놀았다.”

“트럭들이 도착한 날들이면 몇 곳의 독일 부대들에서 온 더 많은 병사들이 별장에 도착했다. 그들을 위해 여분의 침대가 만들어졌다. 트럭이 별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무장한 병사들이 숲으로, 명백히 그 트럭들이 멈춰 섰던 지점으로 갔다. 왜냐하면 반시간 이내에 그들이 별장에 상시 거주하는 병사들과 함께 이 트럭을 타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몇몇 경우에 나는 두 병장들의 옷에 묻은 선명한 핏자국을 발견했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나는 독일군이 트럭에 사람들을 태워 별장으로 싣고 가서 그들을 쏘아 죽였다고 추측했다.”

알렉세예바는 또한 총을 맞은 사람들이 폴란드 포로들이었음을 알아냈다.

“한 번은 내가 별장에 평소보다 좀 더 늦게까지 머물러 있었다. 나를 거기 있게 만든 업무가 끝나기 전에, 한 병사가 갑자기 들어와서 나에게 가도 된다고 하였다. 그는 나와 큰길까지 함께 갔다.”

“길이 별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150이나 200미터 떨어진 큰길에 서서 나는 독일군의 엄격한 호위 아래 큰길을 따라 행군하는 30명 가량의 폴란드 포로 무리를 보았다. 나는 그들이 어디로 끌려가는지를 보려고 길가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코지 고르에 있는 별장 쪽을 향해 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까지 나는 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면밀히 살펴보았기 때문에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큰길을 따라 얼마쯤 되돌아가서 길가의 수풀 속에 숨어 기다렸다. 20분이나 30분 정도 후에 나는 익숙한 단발 총성들을 들었다.”

별장에 징발된 또 다른 두 명의 가정부 미하일로바(Mikhailova)와 꼬나꼬프스까야(Konakhovskaya)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공했다. 그 지역의 다른 거주민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스몰렌스끄 감시소 감독인 바실레프스끼(Basilevsky)가 나치 협력자인 멘샤긴(Menshagin)의 부관으로 임명되었다. 바실레프스키는 독일군에게 감금된 교사인 쥐글린스끼(Zhiglinsky)의 석방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 지역의 독일 사령관인 폰 슈베츠(Von Schwetz)에게 이 문제에 대해 말을 해주도록 멘샤긴을 설득했다. 멘샤긴은 그렇게 했으나 “베를린으로부터 가장 엄격한 체제가 유지되도록 처방한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이 석방을 보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바실레프스끼는 이어서 멘샤긴과 그의 대화를 자세히 이야기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지금 막사에 존재하는 체제보다 더 엄격한 다른 체제가 있을 수 있습니까?’하고 항변했다. 멘샤긴은 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 귀 쪽으로 몸을 굽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있을 수 있다네! 러시아인들은 적어도 서서히 죽어가도록 남겨질 수 있겠지만 폴란드 포로들에 대해서라면 그들은 단순히 몰살될 것이라고 명령서에 적혀있다네.’”

해방 이후 필적 감정 전문가들에 의해 확인된, 멘샤긴의 자필 노트가 발견되었다. 10쪽, 1941년 8월 15일 날짜의 기록이다.

“도주한 전쟁 포로들 모두를 감금하여 사령관의 사무실로 이송할 예정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폴란드 포로들이 당시에 생존해 있었음을 증명한다. 날짜가 기입되지 않은 15쪽의 일기는 보여준다. “코지 고르에서의 폴란드 전쟁 포로에 대한 총살과 관련하여 주민들 사이에 어떤 소문이 있는가. (움노프(Umnov)에 대한)” (움노프는 러시아 경찰총장이었다.)

다수의 증인들이 1942-43년에 그들이 독일군에 의해 러시아인들의 폴란드인 총살에 대해서 거짓 증언을 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코지 고르와 가장 가까운 마을의 거주자인 파르펨 가브릴로비치 끼셀료프(Parfem Gavrilovich Kisselev)는 그가 1942년 가을 게슈타포에 소환되어 장교와 면담을 했다고 증언했다.

“장교는, 게슈타포가 관할하는 정보에 따르면 1940년 까띤 숲의 코지 고르 지역에서 내무인민위원회의 간부들이 폴란드 장교들을 쏘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 사건의 진상에 관해 무슨 증언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내무인민위원회가 코지 고르에서 사람들을 쏘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으며 어쨌든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코지 고르는 완전히 개방된 곳으로 사람들이 늘상 출입하기 때문에 만약 거기서 총살이 일어났다면 이웃 마을의 전체 주민들이 알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역자는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책상에서 손으로 쓴 문서를 꺼내어 나에게 읽어주었다. 거기에는 나 끼셀료프는 코지 고르 지역의 마을 거주민으로, 1940년 내무인민위원회의 간부들의 폴란드 장교에 대한 총살을 직접 목격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서를 다 읽은 후, 통역자는 나에게 서명을 하라고 했다. 나는 거부했다. 마침내 그는 소리쳤다. ‘즉시 서명하든가, 아니면 우리가 너를 죽일 것이다. 선택을 해라.’”

“이 위협에 겁을 먹고 나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종결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독일군은 끼셀료프에게, 쏘비에뜨가 저질렀다고 하는 그 만행의 증거를 보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하도록 독일군이 초청한 ‘사절단’들 앞에서 그가 ‘목격한’ 것에 대해 구두 증언을 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943년 4월, 독일 당국이 대량 학살 무덤의 존재를 세계에 발표한 바로 뒤에, “게슈타포 통역자가 우리 집으로 와서 나를 코지 고르 지역에 있는 숲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가 집을 나와 둘만 있을 때, 통역자는 나에게 숲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게슈타포에서 서명한 문서에 적혀있는 대로 정확히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내가 숲에 왔을 때에 나는 열린 무덤들과 낯선 사람들의 무리를 보았다. 통역자가 이 사람들은 무덤을 조사하기 위해 온 폴란드 사절단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가 무덤으로 다가가자, 사절들은 폴란드인 총살과 관련하여 나에게 러시아어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게슈타포에 출두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내가 서명한 문서에 적혀 있던 것들을 전부 잊어버렸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마침내 폴란드 장교 총살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해버렸다.”

“독일군 장교는 매우 화가 났다. 통역자가 나를 ‘사절단’에게서 거칠게 떼어내어 쫓아버렸다. 다음날 아침 게슈타포 장교를 태운 차 한 대가 우리 집으로 왔다. 그는 마당에서 나를 발견하고 내가 체포되었다고 말하고는 나를 차에 태워 스몰렌스끄 감옥으로 보냈다.”

“체포된 후, 나는 여러 차례 심문을 받았다. 그들은 나에게 질문을 하기보다는 때리기를 더 많이 하였다. 처음 불려간 날, 그들은 내가 자기들을 좌절시켰다면서 나를 심하게 구타하고 욕설을 퍼붓고는 감방으로 돌려보냈다. 그 다음 번에 그들은 나에게 내가 볼쉐비끼의 폴란드 장교에 대한 총살을 보았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여 게슈타포가 만족할 때까지 감옥에서 풀려나올 수 없다고 하였다. 나는 장교에게 면전에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느니 감옥에 앉아있는 편이 낫겠다고 하였다. 그 후 나는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구타가 동반된 그러한 심문들이 몇 차례 더 있었고, 그 결과 나는 모든 기력을 상실했다. 청력이 감퇴했고 오른쪽 팔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체포된 지 한 달쯤 후, 독일군 장교가 나를 불러서 말했다. ‘너는 네 고집의 결과를 보고 있다, 끼셀료프. 우리는 너를 처형하기로 결정했다. 아침에 우리는 너를 까띤 숲으로 데려가서 목을 매달 것이다.’ 나는 장교에게 그러지 말라고, 나는 거짓말을 할 줄 몰라서 또 다시 혼동을 일으키게 될 것이므로 총살의 ‘목격자’라는 역할에 걸맞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장교는 계속 주장했다. 몇 분이 지나자 병사들이 방으로 들어와 고무 곤봉으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구타와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볼쉐비끼의 폴란드인 총살에 대해 공개적으로 허위 증언을 하는 데에 동의했다. 그 후 나는 독일군의 첫 번째 요구가 있는 즉시로 까띤 숲의 사절단 앞에서 증언하겠다는 조건으로 감옥에서 풀려나왔다.”

“매번 숲의 무덤으로 데려가기 전에, 통역자는 우리 집으로 와서 나를 마당으로 불러내어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한쪽 구석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1940년 내무인민위원회의의 소행이라고 하는 폴란드인 총살에 대해 내가 말해야 할 모든 것들을 반시간 동안 외우게 했다.”

 “통역자가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내무인민위원회의 별장 가까이 있는 코지 고르 지역의 오두막에 살고 있습니다. 1940년 봄에 나는 폴란드인들이 여러 날 밤에 끌려와 거기서 총살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반드시 ‘이것은 내무인민위원회의 소행입니다.’라고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진술해야 했다. 내가 통역자가 말해준 것을 모두 외우고 나면, 그는 나를 숲의 무덤으로 데려 가서 그곳에 온 ‘사절단’ 앞에서 이 모든 것을 반복하게 했다.”

“내 진술들은 게슈타포 통역자에 의해 엄격하게 감독받고 지시받은 것들이다. 한 번은 내가 몇몇 ‘대표들’ 앞에서 말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신은 이 폴란드인들이 볼쉐비끼들에게 총살되기 전에 직접 본 일이 있습니까?’ 나는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 전에 폴란드 전쟁 포로들이 도로를 걷고 있을 때 보았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자 통역자가 나를 거칠게 끌어내어 집으로 보냈다.”

“내가 그것을 말할 때 항상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는 것을 믿어 달라. 나는, 실제로는 폴란드 장교들이 1941년 독일인들에게 총살당했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달리 선택할 수 없었다. 또 다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끊임없이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끼셀료프의 증언을 보강해주고 있다. 그리고 독일군에게 고문을 당해왔다는 그의 이야기는 건강 진단을 통해 확증되었다.

지역 철도역(그네즈도보, Gnezdovo)에서 일했던 이바노프(Ivanov)에게도 거짓 증언을 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장교가 나에게 1940년 봄 많은 수의 체포된 폴란드 장교 집단이 기차 몇 대로 그네즈도보 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것에 대해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교는 나에게 같은 해 봄 폴란드 장교들이 도착하고 바로 뒤에 볼쉐비끼가 까띤 숲에서 그들 모두를 총살했다는 것도 아는지 물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왜냐하면 독일군의 스몰렌스끄 점령까지 1940-41년의 진행 과정에서 나는 1940년 봄에 그네즈도보 역에 도착한 폴란드 포로들을 만났고, 그들은 도로 건설 작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장교는 나에게, 만약 독일군 장교가 폴란드인들이 볼쉐비끼에 의해 총살당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사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장교가 말을 이었다. ‘너는 아무 것도 겁낼 필요가 없다. 붙잡힌 폴란드 장교들이 볼쉐비끼에 의해 처형당했고 네가 목격했다고 적힌 조서에 떳떳한 마음으로 서명할 수 있다.’”

“나는 대답했다. 나는 이미 노인이고 61살이라고, 그리고 노년기에 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말이다. 나는 오직 붙잡힌 폴란드인들이 실제로 1940년 봄에 그네즈도보 역에 도착했었다는 사실만을 증언할 수 있었다. 독일군 장교는 그들이 요구하는 증언을 제공하라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동의한다면 그가 나를 철도 건널목 경비원 자리에서 [내가 쏘비에뜨 정부 하에서 맡았던 직책인] 그네즈도보 역의 역장으로까지 승진시켜 줄 것이며, 또 물질적인 요구에 대해서도 원조해 줄 것임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통역자는 까띤 숲과 가장 가까운 역인 그네즈도보 역의 전 철도 관료로서의 내 증언이 독일 사령부에 몹시도 중요한 것이며, 내가 그러한 증언을 하게 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내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음을, 그리고 슬픈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거짓 증언을 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구타와 권총 발사로 위협했으며 내가 무엇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지켰다. 그러자 통역자가 한 페이지에 독일어로 된 짧은 조서를 작성하더니 나에게 그 내용에 대해 의역해서 읽어주었다. 통역자가 말한 것에 따르면 그 조서는 오직 폴란드 전쟁 포로들이 그네즈도보 역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내가 내 증언을 독일어뿐 아니라 러시아어로 기록하도록 요청하자 장교는 마침내 분노로 제정신을 잃고 고무 곤봉으로 나를 때리며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사바쩨예프(Savvateyev)는 거짓 증언을 하라고 독일군에게 압력을 받은 또 다른 한 사람이다. 그가 쏘비에뜨 조사위원회에 말했다.

“게슈타포에서 나는 1940년 봄 폴란드 전쟁 포로들이 기차 몇 대로 그네즈도보 역에 도착했고, 트럭을 타고 더 나아갔으며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나는 또한 이후에 모스크바-민스크 도로에서 소그룹으로 수리 작업을 하고 있던 폴란드인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덧붙였다. 장교는 내가 혼동하고 있다고, 폴란드인들은 볼쉐비끼에게 총살당했기 때문에 내가 도로에서 그들을 만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증언하기를 요구했다.”

“나는 거절했다. 오랜 시간의 협박과 감언이설 뒤에, 장교는 통역자와 독일어로 무언가를 상의했다. 그러고 나서 통역자는 짧은 조서를 써서 나에게 서명하라고 주었다. 그는 그것이 내 증언을 기록한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통역자에게 내가 스스로 그 조서를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욕을 퍼부으며 나를 저지하고 즉각 서명하고 나가라고 명령했다. 나는 일 분간 망설였다. 통역자는 벽에 걸려 있는 고무 곤봉을 붙잡고 나를 치려고 했다. 그런 후 나는 그가 내민 조서에 서명했다. 통역자는 나에게 나가서 집으로 가라고, 그리고 이것을 누설할 경우 총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학살이 폴란드인들이 그 지역에 도착한 직후인 1940년 봄에 일어난 것이고 1941년 가을에 일어난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독일인들이 희생자들의 무덤을 어떻게 ‘조작’했는지에 관한 증거 또한 제공되었다.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나(Alexandra Mikhailovna)는 독일 점령 기간에 독일군 부대의 부엌에서 일했다. 1943년 3월, 그녀는 자기 집 창고에 숨어있는 러시아 전쟁 포로를 발견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서 나는 그의 이름이 니꼴라이 예고로프(Nikolai Yegorov)이고 레닌그라드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41년 말부터 그는 스몰렌스끄 지역 전쟁 포로로서 독일 126 병영에 있었다. 1943년 3월 초에 그는 몇 백의 전쟁 포로들의 행렬과 함께 병영에서 까띤 숲으로 보내졌다. 거기서 그들(예고로프를 포함해서)은 폴란드 장교 제복을 입은 시체들이 들어있는 무덤을 파헤쳐서 시체를 끌어내어 주머니에 있는 문서, 편지, 사진들과 모든 다른 물건들을 꺼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독일군은 시체에 있는 주머니들 속에 어떤 것도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엄정한 명령을 내렸다. 두 명의 포로가 총살당했는데, 그들이 시체 몇 구를 수색한 뒤에 독일군 장교가 이 시체들에서 종이 몇 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시체의 옷가지에서 나온 물건들, 문서와 편지들은 독일 장교들에 의해 조사되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종이의 일부를 다시 시체의 주머니에 넣으라고 포로들에게 명령했다. 한편 그 나머지는 그들이 끄집어낸 물건들과 문서 더미 위로 던져졌고 나중에 불태워졌다.”

“이외에도 독일인들은 포로들에게 그들이 가져온 상자나 수트케이스들(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꺼낸 몇 장의 종이들을 폴란드 장교들의 주머니에 집어넣게 했다. 까띤 숲에 사는 모든 전쟁 포로들은 천막도 없이 지독한 환경 속에서 지냈으며 몹시 엄중한 감시를 받았다. 1943년 4월 초에 독일군이 계획한 모든 작업이 명백히 끝이 났다. 사흘 동안 포로들 중 한 명도 어떤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밤에 갑자기 그들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깨워져서 어떤 곳으로 이끌려갔다. 보초병들이 증강되어 있었다. 예고로프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서너 시간을 행군했다. 그리고 개척지의 구덩이 곁에 있는 숲에서 멈추었다. 그는 어떻게 한 무리의 전쟁 포로들이 나머지에서 갈라져서, 구덩이 속으로 밀려들어가 총을 맞는지 보았다. 포로들은 초조하고 불안해졌고 시끄러워졌다. 예고로프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데서 포로들이 보초병들을 공격했다. 다른 보초들이 그곳으로 달려왔다. 예고로프는 혼란한 틈을 타서 외침과 총성을 들으며 어두운 숲속으로 달아났다.”

“이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후, 이것이 남은 평생 동안 내 기억 속에 새겨지게 되었다. 나는 예고로프가 너무 불쌍해서 내 방으로 들어와서 몸을 녹이고 힘을 되찾을 때까지 숨어 지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고로프는 거절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그날 밤 떠나야 한다고, 적군의 전선까지 도달하기 위해 애써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예고로프가 떠났는지 확인하러 갔더니 그는 여전히 광에 있었다. 그날 밤에 출발하려고 시도했으나 오십 걸음도 못 가서 체력이 떨어져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이것은 병영에서의 오랜 기간 감금 생활과 마지막 날들의 굶주림 때문에 생긴 피로였다. 우리는 그가 우리 집에 며칠 더 머물면서 힘을 되찾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예로고프에게 먹을 것을 준 다음 나는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 이웃인 브라노바(Branova), 마리야 이바노브나(Maria Ivanovna), 까바노브스까야(Kabanovskaya), 예까쩨리나 빅또로브나(Yekaterina Viktorovna)가 오후에 독일 경찰이 수색을 나와서 적군 전쟁 포로를 발견해 끌고 갔다고 말해주었다.”

스몰렌스끄 도시 제분소에서 독일군 밑에서 기계공으로 일했던 수까체프(Sukhachev)라는 기술자에 의해 또 다른 확증 진술이 제공되었다.

“나는 1943년 3월 하반기에 제분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러시아어를 좀 할 줄 알았던 독일인 운전사에게 말했다. 그가 군대를 위해 사벤끼(Savenki) 마을로 밀가루를 운반하고 있었고 다음 날이면 스몰렌스끄로 돌아왔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기름을 좀 살 수 있게 나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독일 트럭을 타고 이동해서 감시국에 붙잡힐 위험을 없애려는 생각에서였다. 독일인은 비교적 비싼 값을 받고 나를 태워다 주기로 했다.”

“같은 날 밤 10시에 우리는 스몰렌스끄-비떼브스끄(Vitebsk) 도로로 달리고 있었다. 차에는 나와 독일인 운전사 둘 뿐이었다. 그날 밤은 밝았고, 다만 길에 낮게 깔린 안개가 시야를 약간 가리는 정도였다. 스몰렌스끄에서 대략 22나 23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도로 위의 무너진 다리 쪽 우회로에 비교적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다. 우리는 도로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안개 속에서 트럭이 나타나 우리를 향해 왔다. 우리 쪽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는지 아니면 운전사가 미숙해서인지 우리는 트럭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통로가 매우 좁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쪽을 향해 오는 트럭과 충돌했다. 충격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는데, 다른 트럭의 운전자가 한쪽으로 피하면서 그 결과 트럭이 부딪치면서 옆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트럭은 오른쪽 바퀴가 도랑에 빠져서 비탈 위에 엎어졌다. 우리 트럭은 똑바로 서 있었다. 운전사와 나는 즉시 차에서 나와 넘어진 트럭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는 그 트럭에서 나오는 것이 확실한, 살이 썩을 때의 지독한 악취에 맞닥뜨렸다.”

“가까워지면서 나는 트럭이 방수 천으로 덮고 밧줄로 묶은 짐을 운반 중임을 알게 되었다. 밧줄은 충격 때문에 끊어져 있었고 짐의 일부가 비탈길 위로 떨어져 나와 있었다. 이것은 무시무시한 짐, 군복을 입은 인간의 시체들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트럭 근처에 여섯이나 일곱 명 정도의 남자가 있었다. 독일인 운전사 한 명, 톰슨식 기관총으로 무장한 두 명의 독일인, 나머지는 러시아어로 말하고 러시아 군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러시아인 전쟁 포로들이었다.”

“독일인들은 우리 쪽 운전사에게 욕을 하고는 트럭을 바로 세우려고 몇 번 시도했다. 약 2분의 시간 동안 트럭 두 대가 사고 장소로 와서 멈춰 섰다. 전체 약 열 명쯤 되는 독일인과 러시아인 전쟁 포로들의 무리가 이 트럭들에서 우리 쪽으로 왔다. 우리는 힘을 합쳐서 트럭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적절한 순간을 이용해서 나는 러시아인 전쟁 포로 한 명에게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그건 뭡니까?’ 그가 아주 조용하게 대답했다. ‘이미 여러 날 밤 동안 우리는 까띤 숲으로 시체들을 수송 중입니다.’”

“뒤집힌 트럭을 들어올리기 전에 독일 하사관이 우리에게 다가와 즉시 가던 길로 가라고 명령했다. 우리 트럭은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사는 한쪽으로 약간 방향을 돌려서 도로 위로 올라가서 계속 나아갔다. 나중에 온 두 대의 덮여 있는 트럭을 지나갈 때 나는 또 다시 시체들의 지독한 악취를 맡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또한 시체를 싣고 가는 트럭들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독일군의 초청으로 실제로 1943년 4월에 무덤을 방문한 병리학자 쥐꼬프(Zhukhov) 또한 증거를 제공했다.

“시체들의 옷, 특히 외투와 부츠, 벨트는 보존 상태가 좋았다. 옷의 쇠붙이 부분, 즉 벨트 버클이나 단추의 후크와 신발 밑장의 스파이크 등은 심하게 부식되지 않았고 어떤 것들은 여전히 광택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굴이나 목, 팔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피부 부위들은 주로 탁한 녹색이었고, 몇몇 경우엔 탁한 갈색이었으나 조직의 완전한 분해와 부패는 일어나지 않았다. 몇몇 경우에 희끄무레하게 드러난 힘줄과 근육의 일부가 보이기도 했다.”

“내가 발굴 현장에 있었을 때, 사람들은 큰 구덩이의 바닥에서 시체들을 가려내어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것을 위해 그들은 삽과 다른 연장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또 손으로 시체를 붙들고 팔이나 다리, 옷가지들을 잡고 이리저리로 끌고 갔다. 나는 시체들이 분해되거나 한 부분이라도 떨어져 나간 경우를 단 한 건도 보지 못했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숙고한 결과 나는 그 시체들이 독일군이 주장하는 대로 3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짧은 기간 땅 속에 묻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관도 없는 집단 무덤에서 시체의 부패는 개별 무덤보다 더욱 빨리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폴란드인들에 대한 대량 살상이 대략 1년이나 1년 반 전에 일어났고, 그것이 1941년 가을이나 1942년 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굴 현장을 방문한 결과 나는 독일인들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음을 굳게 확신하게 되었다.”

당시 무덤을 방문한 몇몇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게다가 1943년에 시체들을 조사한 병리학자들은 그들이 죽은 지 2년이 넘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군다나 몇몇 시체들에게서 독일군들이 증거를 조작할 때 빠뜨렸던 것이 분명한 문서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1940년 9월 날짜가 적힌 편지, 1940년 11월 12일 소인의 엽서, 1941년 3월 14일과 1941년 3월 25일에 발행된 전당표, 1941년 4월 6일, 1941년 5월 5일, 1941년 5월 15일의 영수증들, 1941년 6월 20일 날짜가 적힌 폴란드어로 된 부치지 않은 엽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날짜들이 쏘비에뜨의 퇴각 이전의 날짜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거짓 증언을 하라고 독일군이 협박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학살의 날짜라고 밝힌, 1940년 봄에 일어났다고 하는 쏘비에뜨 당국의 학살의 시점보다는 늦은 시기이다. 만약 부르주아 선전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면 쏘비에뜨의 출발 이후의 날짜가 적힌 문서들을 위조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행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발견된 문서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노사과연>

｢번역｣ 까띤 숲 학살

엘라 룰(Ella Rule)

번역: 장진엽(회원)

2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