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편집부

지난 3월 31일 자행된 구호선단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담긴 끔찍한 야만성을 보여주는 검시 보고서가 공개됨에 따라 가자(Gaza) 지구의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국제적인 분노와 확고한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검시 보고서는 구호선 ‘마비 마르마라(Mavi Marmara)’호에서 이스라엘 특공대원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진 9명의 구호활동가의 사인이 총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살해당한 9명의 터키인들은―이들은 16살에서 61살의 남성들로서 가장 어린 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자녀를 가진 아버지였다―전부 합쳐서 30번의 총격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중 5명은 뒤로부터 총격을 받았다고 한다. [‘브리티쉬 가디언(British Guardian)’ 지, 6월 5일자]

구호선 탑승자였던 이스마일 파텔(Ismail Patel)은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음을 진술하였다. 또한 그에 따르면, 숨진 사람 외에도 48명의 다른 탑승자들이 당시 피습에서 얻은 총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또 다른 6명은 현재 실종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의 용기 있는 활동가들은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다른 구호선을 출항시켰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이름을 따서 ‘레이첼 코리(Rachel Corrie)’라고 명명된 이 배는 지난 구호활동에 마비 마르마라호와 함께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출항이 연기된 것이라고 한다. 이 배가 이름을 따온 레이첼 코리는 2003년 이스라엘 군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거지를 파괴하는 것을 막아서다 불도저에 압사당해 사망한 인권운동가이다.

6월 5일 이스라엘 특공대는 가자 지구에 접근하는 레이첼 코리호에 진입하여 모든 탑승자를 구속하고 배를 이스라엘의 아쉬도드(Ashdod)항으로 회항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대해 ‘평화적인(peaceful)’ 체포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가자 해방운동(Free Gaza Movement)을 지원하는 터키의 인도주의 구호 재단(IHH)과 마비 마르마라호에서 살해된 구호활동가에게 더욱 심한 모욕을 안겨주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늘 우리는 평화로운 구호활동가의 배와 폭력적인 터키인 테러리스트로 이루어진 증오의 배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라고 말하였다.

그에 대해 가자 해방운동 측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 월요일 아침 구호선에서 목격된 유일한 증오는 이스라엘 공격자들의 것 뿐이다. 우리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앞으로 몇 달간 우리는 구호선을 재차 보낼 것이며, 당신과 당신의 군대가 보여준 행동이 가자 지구의 구호를 준비하고 구호를 위한 다음 항해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동기를 부여해주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실제로 레바논에서 구호선이 출항하고 독일의 유대인이 구호대를 보내는 등 그 이후로도 가자 지구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구호 활동은 멈춤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Recep Tayyip) 터키 총리는 구호 활동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항의는 계속된다

이와 동시에 가자 지구 봉쇄의 해제를 요구하는 다른 국가들의 국제적인 항의도 계속되고 있다. 니카라과 정부는 6월 1일부로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중단하였으며 6월 3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에서 자국 대사를 철수시켰다.

한편 다수의 미국 흑인 공동체 역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하였다. 뉴욕 하렘의 흑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신문인 ‘암스테르담 뉴스(Amsterdam News)’는 6월 3일자 1면을 할애하여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FREE PALESTINE!)”고 촉구하였다. 이 기사에서 찰스 바론(Charles Barron) 뉴욕시 의원은 “구호선을 공격한 이스라엘 군대가 만약 자국의 영해를 환경오염으로부터 지키려는 소말리아인이었다면 그들은 분명 해적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온라인 인티파다(Electronic Intifada)’의 기사에서 시인이자 소설가인 앨리스 워커(Alice Walker)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로사 파크(Rosa Parks)는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았고,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는 다른 많은 활동들을 통해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을 좇았다. 지금이 바로 우리 모두가 뭉쳐서 우리의 양심을 보여줄 때다.” 바론과 워커는 모두 가자 지구의 구호활동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노동조합 역시 이스라엘 규탄에 동참하였다. 스웨덴 항구 근로자 조합은 자체적으로 6월 15일부터 24일까지 이스라엘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조합은 다른 노동조합들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가 충족될 때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가자 지구의 봉쇄가 해제될 때까지” 자신들과 같은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였다. (transprotworkers.org) 또한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자 조합도 유사한 성명을 발표하였다.

전환점?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두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전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은 이스라엘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전략이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이득 추구에 장애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시하였다.

6월 4일자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지는 “워싱턴의 문제: 이스라엘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라엘 참사로 인해 미국이 중동에서―이미 미국의 제국주의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서의 전쟁과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인데―겪게 된 새로운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였다. 오바마(Obama) 정부는 이스라엘이 구호선을 공격하기 이전에 토의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게 구호선에 대해 “경고와 제한(caution and restraint)” 전략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지, 6월 3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가자에 더 많은 물자를 공급하고 화물 검수를 조건으로 구호선의 통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6월 6일자)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잔혹한 집단 처벌의 한 형태로서 가자 지구로 향하는 물자 공급을 차단시키고 있다. 그 결과 가자 지구 주민들은 콘크리트에서 장난감, 직물, 초콜렛, 노트북, 후렌치후라이, 마른 과일 등의 생활용품(quality-of-life goods)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물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콘크리트의 부족은 가지 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에 의해 파괴된 집과 기반시설을 재건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UN 인권위원회는 6월 2일 이번 참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가자 지구를 비롯한 다른 팔레스타인 점령 지구의 봉쇄를 풀 것”을 촉구하는 한편 독자적이고 국제적인 진상규명 위원회를 발족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세 나라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오렌(Michael Oren)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간 대화가 점령 지구 봉쇄 해체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CNN, 6월 3일 뉴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이 저지른 폭력 행위와 그에 대해 전 세계가 퍼붓고 있는 우레와 같은 맹렬한 비난은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즉 구호선 참사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강제하여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등 시민으로 전락시킨 이스라엘의 탄압에 대한 저항 역시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거지는 파괴되고 있고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되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복역자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감옥 안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7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하마스(Hamas)’당이 승리를 쟁취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강제수용소로 지정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비 마르마라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구호선단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의 용기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위한 힘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며 믿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리는 데 해방운동이 큰 기여를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