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집중투쟁의 위상과 전개과정

정권교체기 집중투쟁의 정치적 의미는 부르주아 정권의 교체시기를 통해 자본의 이해를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부르주아 정치의 본질을 폭로하고, 계급투쟁의 전선을 확대ㆍ강화하기 위해 투쟁동력을 한 곳으로 모아내는 것에 있다. 이러한 집중투쟁은 사안별, 지역별 공동투쟁이나 일상적 연대투쟁을 넘어서 전국의 모든 투쟁현장의 요구들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요구로서 단일화해야 한다. 집중투쟁의 전술적 수위가 폭로와 선전에 제한되든 아니면 실제로 부르주아 정권에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타격을 가하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요구를 어떻게 내용적으로 담아낼 것인가가 시기집중 투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재되어 있는 투쟁사업장들을 업종이나 지역과 상관없이 단일하게 조직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투쟁지도부의 구축은 결국 일상적 노동자투쟁의 지도부의 문제와 연결된다. 각 단사투쟁들은 다양한 조건들을 형성하고 있지만 자본 대 노동의 계급대립적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지점은 공통적이고 핵심적인 것이다. 노동자투쟁의 전국적 지도부로서 민주노총은 노동자투쟁들을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로 수렴하고 자본에 대항한 투쟁지도부로서의 자기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뿐만 아니라 연맹 및 산별노조 그리고 단위사업장 노조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자투쟁의 지도부로서 노동조합의 역할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투쟁에 복무하고 승리에 기여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기 집중투쟁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요구를 내용적으로 담아내고 민주노총 중앙 및 산하노조들이 투쟁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집중투쟁 기획회의에 민주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전술운용 계획이 세워졌다. 2월 18일 기자회견으로 시작하여 점차 투쟁의 강도와 결의를 높여내 25일 취임식 당일 결의대회를 정점으로 투쟁을 고취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의대회를 취소하고 기자회견으로 대체하면서 전체적인 의미를 상실했다. 이틀간의 투쟁사업장 순회투쟁은 일정을 소화하기에 급급했고 기본 동력을 제외한 연대동력을 끌어내는 것에는 완벽히 실패했다. 노숙 프로그램의 부재와 취임식 당일 전술의 제한적 소통은 기본동력마저도 떨어져 나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취임식 당일 기자회견은 국회 앞에 가장 근접하여 자본가 정권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의지를 선포할 호기였으나 과감한 투쟁을 계획하지 못함으로써 투쟁사업장의 의지와 역동성을 살리지 못하고 흐름상 하향곡선을 그대로 유지했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

집중투쟁 기간 동안 단사노조 투쟁사업장들은 각자의 조직력에 상응하는 결합도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역동성이 분출되기 위해서는 투쟁지도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투쟁사업장들은 민주노총 중앙이 결합한 공동투쟁에 대한 기대가 제각각으로 나타났는데 이전과 달리 최소한 중앙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니 뭔가 다를 것이라는 반응에서부터 일말의 기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침에 따르는 행동의 통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중앙의 조직화의 의지와 투쟁지도부의 연대투쟁조직화에 따라 공동투쟁의 내용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산별노조와 민주노총 산하조직에 대한 조직화가 재정적인 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여 결국 단사노조 투쟁사업장 주체들에게 모든 것이 전가된 상태였다.

투쟁사업장들의 개별평가를 통해 확인된 것은 민주노총 중앙에 대한 실망을 대체적으로 공유하면서 투쟁지도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강력한 투쟁지도부 구축의 필요성이었다. 공동투쟁을 통해서 거대 산별노조 및 산하조직의 연대투쟁으로 정권교체기의 강력한 투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책임지는 투쟁지도부가 형성되었다면 어떠한 강력한 투쟁이라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발성이 확보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동투쟁에 대한 각기 다른 인식에 따라 거대한 선전효과를 기대하거나 자발적 투쟁의 확대를 바랐던 투쟁사업장들은 승리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전국적인 지도부의 투쟁의지와 연대투쟁의 조직화 정도라는 것을 확인했다. 민주노총 중앙뿐만 아니라 연맹/산별노조 및 산하조직의 연대를 조직화하는 것은 관건적인 것이다. 일상적 연대투쟁의 틀을 확보하는 것은 투쟁사업장의 투쟁동력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투쟁을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의 각개전투나 투쟁사업장들만의 공동투쟁을 넘어서 민주노총 차원의 전국적 결집과 연대의 틀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중앙을 추동해내는 한편 모든 노동조합에서 투쟁기관으로서의 내부혁신에 돌입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관료화 되고 투쟁에 나서지 않을 때 투쟁사업장들의 투쟁은 더욱 고립되고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업종별, 지역별 특수성을 넘어서고 정규직, 비정규직을 넘어서는 계급적 요구들로 단결해야 한다.

공동투쟁의 승리에 있어서 강력한 투쟁지도부의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은 노동조합 내의 개량주의와 전선을 긋는 민주노총 혁신투쟁을 통해서 가능하다. 개량주의는 여러 가지 외피를 두르고 노동자투쟁을 가로막고 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같은 개량주의 정당에 포진해 있으며 각종 소부르주아 정치단체들과 노동조합의 많은 활동가 층을 포섭하고 있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부르주아 정치놀음에 참여하고 노동자투쟁을 가로막는 사이비 지도부를 걸러내고 계급투쟁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노동조합 혁신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투쟁이 노동해방을 향한 단일한 운동으로 조직될 때 혁명정당의 필요성이 전체 노동계급 대중에게 각성되고 혁명정당 건설의 기초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