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기가 무섭다. 일가족 살해, 일가족 동반자살, 유괴살해, 암매장 등등등. 사회가 급격히 자포자기상태에 빠지고 해체되는 느낌이다. 빚에 몰리고 몰려서, 혹은 소외되고 고립되고 절망한 인간들의 일탈행렬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일 약한 풀들이 바람에 가장 먼저 눕듯이, 가장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집단에서 하강하는 경제의 압박을 가장 먼저 받고 파괴되는 것이리라.

그런가하면 신문에는 연일 기아자동차노사가 토요타를 배우기 위해 견학을 갔다느니, 어디어디에서 무쟁의결의를 했다느니, 임금동결과 심지어 임금삭감에 노사합의를 했다느니 하는 기사로 넘쳐난다. 노동자들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까지 노예적으로 굴종하고 있는 것이다.

억압하는 자에 대한 분노, 억압 받는 자에 대한 애정, 강자에 대한 저항, 약자에 대한 연대, 착취에 대한 거부, 해방에 대한 열정. 이 아름다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다. 자본의 독재가 초래한 야만성, 야수성만 적나라하다.   

반동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정세> “독점자본의 전투적 대변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당면 투쟁과제로, ‘민영화’=사유화 정책에 대항하는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의 투쟁과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투쟁, 민간의료보험제의 도입을 둘러싼 투쟁을 제시한다. 독자들의 많은 고민과 실천을 기대한다. “반동의 시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로”에서는 현재의 반동을 초래한 역사적 과정을 돌아보고, 최근 노동자정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을 비판하며 이들이 부정하고 있는 맑스-레닌주의의 복원에서 희망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은 오랜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감사드린다. 투쟁 속에서 또 패배 속에서도 교훈을 얻고 더욱 힘차게 전진하는 동지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이론> “동구 ‘실천’논쟁에 대한 평가” 1960년대에 (구)동독에서 진행된 맑스주의 철학으로서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해체시키려는 수정주의자들 공세와 여기에 대한 비판을 정리하는 글이다. 이 논쟁은 “우리에게 스탈린 사후 발생한 수정주의가 정치와 경제의 영역만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에서도 횡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러한 공세가 “수정주의에 오염되어 있었던 독일통일사회당”의 주도하에 진행되었다는 사실에서 동독 몰락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번역> “붉은 사랑”은 이번호로 연재가 끝난다. 수고해주신 정호영회원께 감사드린다.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약혼자는 백군으로 가버렸고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죽었다면 적군에 의해 처형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루샤가 공산주의자로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의 1945년 “해방”과 이어진 전면적 계급투쟁 그리고 전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처럼 내전이 갈라놓은 상처에 고통받았고, 또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전선이 존재했고 당연히 계급투쟁도 그만큼 지속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처럼 지리적으로 갈라져서 전선이 분명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지난호에 <이론> “소위 ‘노숙인’ 문제에 관한 초벌적 고찰 - 1”에 이어지는 글은 필자의 사정으로 다음호에 연재될 예정이다.

반동의 시대에도 봄이 오고 꽃이 핀다.

전진해야 한다.

우리딸들에게 야만의 계급사회를 물려줄 수는 없다.

2008년 3월 19일

편집출판위원장 권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