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 편지

2/9 해남교도소로 이송왔어요. 그날 1월호가 도착해서 운 좋게 챙겨왔습니다. 이병진 선생님 남은 기간 동안 책상, 의자만 있더라도 ≪자본론≫ 뛰어 넘는 책이 탄생할 텐데! 너무 답답해요. 편지 보내고 싶은데 괜히 공부 방해할까봐 멀리서 응원만 하고 있습니다. ≪정세와 노동≫ 파이팅!

P.S. 좋은 글들 정말 열심히 잘 읽었습니다.

2. 11. 강의석 올림.

이병진 최상철 편지 

가슴 뜨거운 상봉을 끝내고 거실에 돌아와 혼자 우두커니 앉아 허전함을 달랬습니다. 최상철 동지와 면회오신 선생님과 동지들, 목사님과의 접견 시간이 어찌나 야속하게 빨리 가는지 ……. 최상철 동지와 속 깊은 이야기도 못하고 두서 없는 이야기만 나눈 것 같아서 못내 아쉽습니다.

특별 접견 30분이 한 순간처럼 느껴지네요. 멀리 서울에서부터 운전을 하셨다는 서울 시내버스 활동가이신 김기홍님과 이야기도 못 나누었습니다. 다시 뵙기를 바라며, 남과 북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모두 함께 김기홍님이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평양에 “가자요.(이북식 표현)” 그런 날이 곧 올 거라 확신합니다.

제 대신 징역을 살고 싶다고 권동용 호암 교회 목사님이 말씀하실 때 가슴이 뭉클 거렸습니다. 들꽃 교회 박상희 목사님께서 이철 전 국회의원의 변절을 지적하시며 제게 “역사와 민족 앞에 변절자가 되지 말라”하신 말씀을 가슴 속 깊이 새겼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막중한 역사적 책임을 다시 한번 더 크게 자각합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김여진님은 다소곳이 앉아 말씀이 없으셨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의지와 순결한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저에 대한 왜곡과 여론에 의해 과장된 편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더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들을 밝혀 가야겠습니다. 저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만 알려졌을 뿐 제 입장을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늦었지만 더 이상 저에 대한 왜곡이 확대 재생산 되지 않게끔 적극적으로 사실을 밝혀가려고 합니다.

동료 교수님들이 찾아오셔서 제일 의문을 갖고 물어보는 질문이 정말로 이북의 지령을 받고 파견된 “간첩”인가 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고 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심각히 왜곡되었는가 다시 한번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저의 이북 방문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초청으로 성사되었습니다. 다만 저의 신변과 안전을 위해서 “비공개”로 하자고 하였고 저도 동의하였습니다. 이북의 동포들은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고 이북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끔 각별한 정성과 신경을 썼습니다. 처음 평양 순안 비행장에 내릴 때 이 사람들이 나를 납치하여 감금하면 어쩌나 무섭더군요. 그 때 제 나이가 23살이었죠.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중나온 분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동포애와 민족애가 느껴졌습니다. 사선을 넘어 뜨거운 민족애로 찾아와준 저를 고마워하는 북녘의 동포들에게 내가 너무 늦게 왔고 이북에 대해서 잘 모르고 지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지요.

남쪽에서 반공교육과 이북에 대해서 부정적인 교육을 받았던 제가 이북에 간 이유는 인도의 영향이 큽니다. 인도의 지성인들은 반제국주의 경향이 강합니다. 영국제국주의 세력과 투쟁은 현대 인도 정치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인도에서 한반도를 보면 국제법 상으로 남과 북은 개별적인 국가입니다. 서로 대립하고 적대시할 이유가 없지요. 뼛속까지 친미인 수구보수 기득권 세력은 냉전적 질서와 분단체제가 와해됨으로써 자신들의 지배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고 저의 방북에 등골이 서늘했겠지요. 국가정보원은 제 사건을 통해 이런 측면을 부각하였고 검찰과 법원도 체제를 흔드는 용납 못할 일로써 엄중한 처벌을 하였습니다. 결론은 이미 그렇게 내려졌기 때문에 제가 어떤 자료들을 이북에 제공하였고 어떤 의도와 생각을 가지고 해외에서 북쪽 관계자를 만났는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껏해야 양형에 영향을 주는 정도였지요.

피의자 신분에서 저의 진정성을 밝히기는 너무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그러함에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야 했는데 도저히 혼자 힘으로 재판의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실망감에 소극적이다 보니 보수언론에서 제 사건이 공소사실에 기초해서 과장되었고 고스란히 제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저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배웁니다. 아무리 나약하고 힘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재판결과는 바뀌지 않아’ 자포자기하는 순간 스스로 “간첩”이라고 인정하는 일입니다. 어리석게도 2년 이상의 징역을 살고 얻은 뒤늦은 깨달음입니다. 가족들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났고, 가족이 풍비박산이 났는데 “진정성”을 이야기한다고 누가 듣겠는가 그냥 조용히 지내다 실리만 챙기면 그만이지. 왜 자꾸 나서서 관계기관이 주시하게 만드냐고 핀잔을 줍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학자적 양심과 행동은 역사(歷史) 앞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방식대로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한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변혁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선거에 의존하는 제도적인 개혁으로는 모순된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09년 2월 캄보디아에서 이북 관계자들과 핵문제와 선군정치를 갖고 논쟁을 하였습니다. 당시 제 입장은 미국을 협상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핵실험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에 명분을 주기 때문에 반대하였습니다. 선군정치도 “당” 중심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재평가하면 저의 한계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북 동포들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굶어 죽으면 죽었지 구걸하지 않겠다”

만약, 2월말부터 3월초에 한미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 훈련)이 예정되어 있고, 또 3월말 미해병대 2만명과 한국군 해병대가 포항에서 상륙훈련을 강행한다면 한반도의 정세는 걷잡을 수 없이 급변할 것입니다. 미국은 이북을 자극하여 이에 반발하는 이북을 위협국가로 만들어 3월말 핵정상회담에서 이북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압박하려 하겠지만 저항심을 일으켜 오히려 이북의 핵무장화만 강화시킬 것입니다. 또한 수구보수 지배계급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를 은폐하여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의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이는 불난집에 기름을 뒤집어쓰고 뛰어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 요구이며 소중한지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왜 우리는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늘 불안하게 살아야 될까?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레닌의 통찰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점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인 제국주의가 끊임없이 전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봅니다. 인도를 분석하는 시각에 변화가 있습니다. 대학때 교과서에서 배운 시각을 넘지 못했는데 감옥에 와서 차분히 생각하면서 새롭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노사과연에서 보내주신 인도공산당 관련 자료들을 읽으면서 제가 몰랐던 사실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도 정치 연구에 대해서 진전된 성과를 가지고 최상철 동지와 대화를 이어가겠습니다.

접견 때 보내주신 인도공산당 역사 자료집은 잘 받았습니다. 현재 번역 중인 ≪인도 독립 투쟁의 역사≫를 마무리하면 독립 이후 인도의 현대 정치사를 집필하려고 하였습니다. 인도공산당과 인도공산당(맑스주의)에서 발행한 역사자료는 좋은 참고 자료입니다. 감옥에서 지속적으로 인도 연구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는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채만수 소장님과 연구소 동지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최상철 동지!

지난번 편지에 김수영 시인님이 쓰신 시 “김일성 만세”로 별일 없으셨나요? 국가보안법으로 마구 사람들을 잡아간다니 걱정이 됩니다. 사상과 이념과는 별개로 국가보안법은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으로 간주하여 탄압하는 반민주악법입니다. 지배계급의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반민주, 반민권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시켜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심갖고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병진 올림

2012. 2. 1.

이병진 동지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히려 동지가 걱정입니다. 감옥에서 보낸 서신을 문제삼았던 범청학련 윤기진 동지의 선례가 있기에 혹시 동지의 서신도 꼬투리를 잡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제게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든 해결방법이 있겠죠. 해답은 문제 자체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수영의 시는 시를 썼던 당시에는 함부로 발표할 수 없는 시였지만 2008년에 이미 공개된 시입니다. 그리고 동지께서는 인용부호를 빠뜨렸지만 시의 제목에는 작은 따옴표가 붙어 있습니다. “‘김일성 만세’”가 시의 제목이며 본문에도 ‘김일성 만세’라고 작은 따옴표가 있습니다. 김수영은 시인 자신이 “김일성 만세”라고 외치고 싶은지 아닌지는 시를 통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주장을 그 자체로 허용할 수 있어야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김수영 시인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조지훈 시인의 잠꼬대 같은 소리를 비판하며 또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정치의 자유라고 위정자 장면이 외치니 잠이 싹 달아난다고 하고 있습니다. 1960년 10월에 이 시를 썼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4월 혁명 이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거센 물결의 흐름 속에서 창작된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노도와 같은 자유의 물결이 있던 시기에도 이 시를 발표하지 못하였고 더군다나 이듬해에 박정희 파쇼세력이 쿠데타로 정권을 갈취하게 되어 50년 가까이 이 원고는 햇빛을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미 세상에 공개된 이 시 전문을 다시 편지로 공개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가 된다면 정말로 우스운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더욱 다행스러운 일일지 모릅니다.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이를 계기로 구체적으로 선전선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건 1심 공판 과정 중에 담당 공안검사가 ―아마 김세균 교수의 증인 진술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법정을 선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며 제지하려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법정이 선동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 두렵다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죠.

1992년 대선 때가 떠오릅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자본가 정주영이 공산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해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영삼의 당선 이후에 자신의 지지층을 잠식하고 김대중을 당선시킬 뻔한 그의 출마로 인해 노여움을 사 세무조사라는 보복을 받았을 뿐이지요. 이것만 봐도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계급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사회당 박정근 당원이 트위터에서 북측 사이트의 글을 패러디할 목적으로 리트윗(재전송) 했다고 해서 구속기소 되었다가 얼마 전에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사회당은 반조선노동당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2009년 4월 8일에 인터넷 상에서 재미난 일이 있었습니다.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경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케트(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고 하고 또 "핵 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가장 효율적이며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인지할 때, 우리 배달의 민족이 4300년 만에 외세에 대항하는 자주적 태세를 갖춘 점 또한 기뻐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핵주권에 따른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의 보유를 염원한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신해철은 이것 때문에 처벌받지도 조사받지도 않았습니다. 사안의 경중(?)을 놓고 본다면 신해철의 발언이 더 센(?) 것인데도 말입니다. 유명인 신해철은 건드리면 역풍불까봐 건드리지 못하고 저들이 만만하게 본 사회당원은 잡아들이고 본 것이죠. 얼마나 우스꽝스럽습니까?

이미 2005년에 한홍구 교수가 “20세기형 민족주의자, 김일성”이라는 글을 발표했었습니다. 그  글의 본문 중에는 “분단된 조국에서 그가 계속 민족의 태양일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그가 북쪽에 있는 형제들의 수령이었음은 인정해야 한다”는 대담한 내용이 실립니다. 이로 인해서 한홍구 교수가 처벌받았나요? 오히려 지난 2월 10일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김일성과 항일무장투쟁”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는 것도 인터넷을 통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그런 법입니다. 같은 말과 글이라도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법입니다. 저들이 맘만 먹는다면 맑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노동사회과학연구소에 ‘이적성’을 덧씌우는 것도 연구소 활동가들을 국가보안법의 굴레로 억누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몇 년 치의 자료를 파악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을 텐데 거기에 서류하나 더 추가되는 게 뭐 대수겠습니까.

동지와 장소변경접견(예전에는 특별접견이라고 불렀죠)을 마치고 박상희 목사님이 넣어 주시려했던 책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여야했습니다. 명분은 그러했습니다. 제가 넣어 주려했던 인도 공산당 영문 자료는 학습자료로 분류했지만 그 책은 바코드가 찍힌 단행본이기에 30권 제한에 걸린다는 그 지겨운 레퍼토리를 반복하더군요. 아마 책 내용이 저들이 보기엔 민감한 것이었기에 더 그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산 입력을 해야 하는데 30권이 초과되면 프로그램상 아예 입력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민원실에 있던 교도관의 말로는 프로그램은 전주교도소에서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위에서 내려온 것이라 하더군요. 그러면서 책을 다시 우편으로 보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더군요. 그러면 어차피 가지고 있던 책을 다시 내보내는 것을 기다렸다 받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니 담당 교도관이 도서 담당 교도관이 부재중이라면서 핑계를 댑니다. 그러면 담당자가 돌아 올 때 책을 전달해 달라고 하니 일을 처리하다 보면 책이 제대로 전달 안 될 수도 있다는 헛소리를 해댑니다. 더 이상 말이 안 통하겠다 싶어서 그건 알 바가 아니고 책이 이병진 동지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나중에 확인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장소변경접견 때 본 그 책이 지금쯤 동지에게 전달이 되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 언론사 ≪자주민보≫에 대한 탄압이 이어져 이창기 대표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등의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왕재산 사건의 불똥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에게까지 튀어 탄압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위 두 단체의 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이 체제 하에서는 한 사람을 잡아가더라도 그에 맞설 새로운 한 사람, 한 사람이 양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호찌민의 옥중 시를 소개합니다.

강의석 동지가 연구소에 짧은 서신을 보내 제대로 된 책상도 없이 공부하는 동지에 대해 안타까워했습니다. 시집을 뒤지다가 이 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감방 동료의 종이 이불

옛 책과 새 책을 기워서 만든

종이 이불도 따뜻하여 없는 것보다 낫다.

옥침상 비단 휘장 속의 사람들은 아는가?

감옥 속의 많은 사람들 잠들지 못함을.

출처: 호찌민: ≪옥중에 자유인 머물다≫, 김상일 옮김, 사람생각, 2000. p. 43

그리고 아래 시는 수성펜, 도서 반입 등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동지를 옭아매는 교도관들과 부딪쳐야 하는 동지를 생각하며 선사하는 것입니다. 교도관들도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만 현 사회에서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집행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간수가 내 지팡이를 훔치다

한 평생 정직하고 또 굳세게

손잡고 동행한 지 몇 년이던가.

한스럽도다, 저 간악한 놈이 들어와

내 곁에서 떼어놓아

오래도록 나와 너를 처량하게 하는구나.

같은 책,  p. 75

번역 표현 한 군데는 제가 임의로 수정했습니다.

다시 그 건강한 미소를 볼 때 그 날을 기다려주세요!

[편집자 주 : 독자 김수남 동지가 이메일로 보내온 글입니다. 내용 수정없이 게재합니다.]

부 록

치욕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며

내가 생각하는 조국 통일 방안

1. 치욕(恥辱)의 과거사

이 나라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건데 민족혼이 살아있는 자라면 심장의 피가 거꾸로 도는 아픔이 아니던가.

서기 650년 신라, 백제 싸움에서 신라 김춘추 딸이 백제군에 죽음을 당하자 혼이 빠진 김춘추가 딸 죽은 원수를 갚고자 당태종(이세민)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청병을 애원하니 당태종은 서기 660년 소정방을 장수로 삼아 군대를 파견하여 백제를 멸망시키니 김춘추는 딸 죽은 사원(私怨)은 풀었는지 몰라도 이것이 기화로 이 나라가 외세로부터 간섭받는 시발이 되어 오늘날까지 외세 식민지를 면치 못하는 치욕이 아닌가.

서기 663년 당고종(高宗)이 신라를 계림대도부(鷄林大都府)로 삼아 신라 국명마저 없애려는 치욕을 감수해야했고, 서기 668년 고구려마저 멸망시켜 요동 그 넓은 땅을 당나라에 바치는 꼴이 되었으니 이는 주린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이 아니든가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그 후 고려 말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하지 않고 저 넓은 요동으로 진출하였더라면 이 나라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고 오늘 외세로부터 부자유스럽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이씨 조선 500년 동안 혈족싸움, 당쟁으로 편할 날이 없어 인민(대중)들 삶은 가난과 굶주림, 인고의 세월이 아니던가.

서기 1800년대 후반기부터 무능한 고종 통치기간 동안 아버지 대원군과 민 왕후 양자 간 권력 장악 혈투로 나라가 망하여 오늘날까지 외세의 식민지를 면치 못한 처지인 것을 누구를 탓하랴. 무능한 왕조 섬긴 죄인 것을.

2. 미국과 일본 문제를 살펴보자.

1) 이 나라는 열강국 사이에 끼어 미국이 동북아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서기 1866년(고종 3) 8월 제너럴셔먼호 선장이 배에 대포를 장착하고 평양 대동강에 정박하려 하자 평양인민들이 조그만 배에 짚단을 실어 짚단에 불을 붙여 제너럴셔먼호를 물리쳤으니 이것은 불의에 저항한 인민들 힘이다.

1871년(고종 8) 4월 미국은 호위함 3척과 포함 2척, 대포 85문, 병력 1,230명을 거느리고 중무장하여 강화 앞바다에 침범하였으나 조선군의 저항으로 미군은 쫓겨났고

1882년(고종 19) 인천 제물포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어 조선이 어려운 일이 생기면 미국이 조선을 돕고 미국이 어려운 일이 생기면 조선이 미국을 돕는다는 조약을 맺었으나 미국은 이 조약을 헌신짝 버리듯 위약하고 1905년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국무장관 테프트를 일본에 보내 일본 총리 가쓰라와 밀약을 맺어 일본은 동북아를 침략토록 하여 1910년 조선은 일본에 병탄(倂呑)되는 치욕의 역사가 시작되어 일본놈 식민통치 36년 인고의 세월이었다.

일본의 무소불위 방자한 행위로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여 1945년 8월 6일 미국은 핵폭탄을 히로시마에 투하하고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하여 사상자가 30여만 명, 이 중 7만여 명이 조선 사람인데, 현재도 국내에서 투병 생활하는 피해환자 2700여 명이 핵 후유증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는 당시 전세가 핵을 사용치 않더라도 일본은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트루먼과 맥아더는 핵폭탄이 개발된 지 27일 만에 실험삼아 투하하여 많은 사상자를 나게 했다.

이러한 인명경시 행위는 후일 핵을 사용코자 하는 자들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트루먼과 맥아더의 인명경시 범죄 행위를 국제전범재판에 재소하여 단죄해야 차후의 핵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 30분만에 그어진  3․8선

1945년 8월 10일, 미국무성․해군성․전쟁성 전쟁관련 회의에서 전략 정책단 찰스 본스틸 대령, 딘 러스크 중령 등 두 젊은 장교에 의해 30분 만에 조선허리 3․8선을 그어 조선은 분단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8월 13일, 일본이 포츠담선언을 수락하여 미국에 통고하자 8월 14일 미국은 조선 3․8선 분할을 소련에 통지하니 소련의 묵인합의로 오늘날까지 조국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련은 1947년 북조선에서 군대를 철수했고  3․8선 남쪽 한국에는 현재까지 미 점령군이 상전으로 존재하고 있다.

3) 1945년 9월 7일 맥아더 포고령 발표

포고령 1호: 미군이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의 지위로 한반도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

2호: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나 그 밖의 형벌에 처한다.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는 9월 8일 08시 30분, 일본군이 보내 준 안내선을 타고 오후 1시 인천항에 입항했다. 베이커포터 작전으로 명명된 38선 이남 강점(강탈)작전은 미24군단의 7만 여 중무장 병력에 의해 강점당하게 되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민족의 비극인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간계를 몰랐던 조선 민중은 이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런데 믿었던 미군은 일본군을 시켜 환영 나온 군중에게 발포하여 10여 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남쪽 점령군 사령관 존 하지 중장은 조선인은 일본인과 똑같은 고양이 종자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맥아더는 말하기를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조선의 해방이 아니라 조선을 미국의 지배하에 두기 위한 것이고, 일본을 미래의 동반자로 조선을 미국의 패권을 위해 유라시아에 연장하는 발판을 삼고 일본을 지키는 초소로 삼을 것이다.

미 군사 고문 단장 로버츠 준장은 회견에서 남한군을 동북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번견(番犬)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45년 9월 중순 일본경찰 물러가라라고 시위하는 조선인들에게 발포하여 3명이 사살당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미 헌병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하지 중장의 답변은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4) 1945년 8월 25일 소련군 사령관 치스차코프 중장 포고문 발표

조선에 인민들에게 !

조선인민들이여! 붉은 군대와 연합국군대들은 조선에서 일본 약탈자들을 구축하였다. 조선은 자유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신조선역사의 첫 페이지가 될 뿐이다. 화려한 과수원은 사람의 노력과 원려의 결과이다.

이와 같이 조선의 행복도 조선인민이 영웅적으로 투쟁하여 꾸준히 노력하여야만 달성할 수 있다. 일제의 통치하에서 살던 고통의 시일을 추억하라! 담위에 놓인 돌멩이까지도 괴로운 노력과 피땀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가?

당신들은 누구를 위하여 일하였는가?

왜놈들이 고대광실에서 호의호식하며 조선 사람들을 멸시하며 조선의 풍속과 문화를 모욕한 것을 당신들도 잘 안다. 이러한 노예적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진저리나는 악몽과 같은 그 과거는 영원히 없어져 버렸다.

조선 사람들이여! 기억하라! 행복은 당신들의 수중에 있다. 당신들은 자유와 독립을 찾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죄다 당신들에게 달렸다. 붉은 군대는 조선 인민이 자유롭게 창작적 노력에 착수할 만한 모든 조건을 지어주었다.

조선인민 자체가 반드시 자기의 행복을 창조하는 자로 되어야 할 것이다. 공장 제작소 및 공작소 주인들과 상업가 또는 기업가 등이여! 왜놈들이 파괴한 공장과 제작소를 회복시켜라 ! 새 생산기업체를 개시하라! 붉은 군대 사령부는 모든 조선기업들의 재산의 보호를 담보하며 그 기업소들의 정상적 작업을 보장함에 백방으로 원조할 것이다.

조선 노동자들이여! 노력에서의 영웅심과 창작적 노력을 발휘하라! 조선 사람의 훌륭한 민족성 중 하나인 노력에 대한 애착심을 발휘하라! 진정한 사업으로써 조선의 경제적 및 문화적 발전에 대하여 원려하는 자라야만 모국 조선의 애국자가 되며 충실한 조선 사람이 된다.

해방된 조선인민 만세 !

5) 점령군 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저지른 범죄를 살펴보자.

미군은 1950년 6․25 민족통일 전쟁을 전후하여 여순반군사건, 제주단정반대4․3사건, 보도연맹사건 등 이 나라 민중을 백만 명 이상을 학살했으며 50년 6․25 전쟁 또한 미국이 유도한 속임수 전쟁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정황을 살펴보면 1950년 1월,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에치슨이 소위 에치슨라인을 발표하여 '안전보장선'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고, 미 국무장관 덜레스가 “미국은 일본인이 중국인과 조선인에 대해 품고 있는 민족적 우월감을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 공산진영을 압도하고 있는 서방측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자기들이 동등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본인들에게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한국전선 시찰 중 망언을 하는 등 미국이 전쟁을 유도하지 않았다면 전쟁 발발 2일 후인 6월 27일 맥아더가 한국에 올 리 없었고 이 나라 주권인 전시작전권을 이승만으로부터 6월 29일 탈취해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단지 미국의 동북아 패권 진출 교두보였던 것이다.

1953년 7월 정전 후로도 미국은 프에블로호 선박 월경 사건, 남․북, 북․남 공동관리 구역 내 미루나무 도끼 만행 사건 등 1980년 전까지 무려 8번의 전쟁유도를 획책하였다. 오늘까지도 북침 대비라는 명분하에 한미군사훈련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이 나라 요소요소 40여 곳에 존재하고 있는 미군사용기지는 토지세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각히 오염되고 있어 그 땅의 오염이 해소되려면 200년 세월이 흘러야한다고 한다.

6) 1970년대 통킹만 매독스호 공격 허위 사실을 조작하여 침략한 월남전쟁의 잔해물인 고엽제가 그리 소중하고 좋은 것이라면 자기들 나라(미국)에 가져가 삶아 먹든지 볶아 먹든지 할 것이지 남의 나라 한국에 갖다 묻고 내 땅을 파보지도 못하게 하고 눈 가리고 더듬질하듯 쇠꼬쟁이로 땅을 쑤시고 다니는 작태가 가증스럽고 분통터지는 일이 아닌가. 그런대도 나라를 통치하는 자들은 말 한마디 못하는 농아들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옛 전언에 종살이하던 자가 주인에게 잘하여 주인이 이제는 너를 방천해 줄 터이니 나가서 살아라 말한즉 종이 하는 말이 주인님 제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가 살라 하십니까 앞으로 더 잘 모실 터이니 나가 살라고 하는 말만 말아 주십시요 했다는 말이 있다. 그 종은 종살이 외 바깥세상을 보지 못한 탓이다. 이 나라 통치자 하는 짓이 언급한 종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2012년 가져가라는 나라주권 전시작전권을 2015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사정한 꼬락서니는 혼백이 있는 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민족혼이 살아 있는 자가 반드시 통치자가 되어야 나라 주권이 확립될 것이다. 이것은 인민(민중)의 혁명적 정의 행동만이 썩은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증거이다.

7) 현재도 점령군(미군) 병사들에 의해 성폭행, 구타, 방화 등 각종 범죄들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 나라 법원에서 재판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국가를 맡아 현직에 있는 자들 누구하나 한미협정 불평등한 부분 개정하자는 말 한마디 못하는 무골 공직자들은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선천적으로 불의에 저항할 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국권이야 어떻게 되든 돼지처럼 밥먹기에만 연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8) 위에 서술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살펴 보건데 민초 김수남(民草 金壽南)의 생각으로는 점령군추방(식민지청산) 민족자주련방제통일이 조속히 이루어져야한다고 확신하며 이 길이 정도(正道)인 것이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 외세 제국주의 패권 일환으로 시작된 전쟁, 정전된 지가 근 60년 오늘이라도 전쟁 당사자들이 평화협정 체결하고 상호간에 공존 공생 원칙을 수립하면 통일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다.

그러나 도둑놈은 장이 시끄러워야 도둑질하기 쉽다는 속담처럼 점령군 입장에서는 세상이 안정되면 무기도 팔 수 없고 불평등 조약도 바로 평등하게 고쳐야하고 상전자리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 당사자들을 끌어들여 6자 회담이란 것을 만들어 서로 간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키도록 하여 난장판을 만든 자들이 바로 미국놈들이란 점이다. 미국놈들은 백년이 지나도 남쪽(한국)식민통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나라 권력자들 돈 있는 자들은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는 데 아주 능숙하다. 혹시라도 상전 떠날까 노심초사하는 자들은 결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권력 잃고 재산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나라 통일은 인민(민중)이 혁명정신을 발휘하여 이 땅에서 점령군(양키군대)을 몰아내야 조국의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 이 땅에서 점령군을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 남쪽 인민(서민대중)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자 재벌들 수탈을 면치 못하고 밑바닥에서 늘 허우적거릴 것이다.

조국통일 방법은 점령군(양키군대)을 몰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혁명정신으로 점령군을 몰아내고 련방제 통일을 이룩하자. 조국이 통일되어야 서민대중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모색될 것이다. 혁명가 체게바라의 혁명정신으로 양키놈들 몰아내고 련방제 통일합시다.

9) 북쪽 핵문제

나의 생각으로는 북이 핵을 포기하고 안 하는 열쇠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고 본다. 북미간 평화협정하고 북쪽 제재조치를 풀어주고 북쪽이 정권 붕괴 위험을 느끼지 않도록 미국이 조성해주지 않는 한 북은 죽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몽둥이 든 자가 회초리 든 자에게 너 회초리 버리면 나는 너를 때리지 않을 것이다하는 말을 믿을 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몽둥이 든 자가 몽둥이를 먼저 버리고 나 몽둥이 버렸으니 너도 이제 회초리 버리라면 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한국 통치자는 미국에 이러한 사안을 권유하고 설득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남쪽 통치자는 비핵3000 운운 헛소리로 6․15 및 10․4 선언을 파탄내고 강경정책으로 집권 말기까지 허송세월을 보냈다. 무지렁이 통치자의 퇴임 후가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