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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현장 >
제목 일제고사, 나는 이렇게 겪었다.
글쓴이 김한정|대동초 교사, 자본론 1권 세미나 팀원 E-mail send mail 번호 109
날짜 2009-05-06 조회수 3165 추천수 136
파일  1241615795_일제고사.hwp

  













3월 31일











3월 31일, 일제고사를 봤다. 물론, 교과부에서 붙인 명칭은 교과학습 진단평가다. 우리 반 아이 하나가 “진단평가에요? 일제고사에요?”하고 묻던데 참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 아닌가. 그래, 대답해 줬다. “난 다 진단 끝났거든. 이 시험이 뭘 진단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고 다만, 한 날 모두 똑같은 시험을 치루니 일제고사인 건 분명하네.” 여기서 이걸 내용에 따라 이름을 붙였네, 방식에 따라 붙였네 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러니 나도 묻고 싶다. 대체 뭘 진단하겠다는 건데?





그래서 번거롭지만 공문을 살펴보기로 했다. 무려 21쪽이나 되는 대단히 세밀한 공문인데 거의 시험 감독에 대한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다. 거기다 이 공문은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2회 이상 연수를 실시해야 한다는 과한 친절까지 강요한다. 그리하여 우리 학교도 “이렇게 감독해야 한다.”1)라는 열성적인 설명회가 열렸는데, 말 그대로 설명만 할 뿐 일체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감독하라”는 알겠는데 “진단”의 의미는 못 찾았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것으로도 부족했나 보다. 세금을 낭비하며 리플릿2)까지 돌렸다. 이 리플릿은 “3월 31일 꼭 등교해야 합니다.”가 결론이었다. 이걸로 충분했을까. 아직 더 있다. 시험 당일, 학부모 감독관을 배치한 것으로 모자라 소위 ‘본부’라는 것을 설치했다. ‘본부’라니 우린 지금 작전 수행 중? 여하튼,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부로 뛰어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제출하고 다음 과목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받아야 했다. 정신이 없는데다 매번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누군가의 입에서 “조작은 교육청 것들이 했는데 아니, 왜 우릴 잡아.”3) 라는 뼈 있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영어의 경우, 시간이 부족하다고 전날 미리 답안지에 이름을 마킹하게 했는데 정작 시험이 쉬워 시간이 남아도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에~ 또, 그러니까 뭔 말을 하려고 했더라? 아, 진단! 여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진단 평가는 사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학기 초 아이들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실시해 왔다. 다만, 평가원에서 하는 진단평가는 0.5% 안쪽으로 표집해서 실시해 왔고 이는 평가원이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대부분은 담임들이 자율적으로 문제4)를 내어 왔다. 그러나 이번 2009년 진단평가는 전집형태5)로 이루어 졌고, 그 결과가 학생・학부모・교사에게 공개되며, 의무적으로 꼭 보아야 한다6)는 점이 기존과 다르다. 그럼, 2009년 것을 두고 진단평가라 할 수 있는가? 교육청 공문을 보면 이 시험의 목적7)은 일반적인 진단평가의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업 수준을 파악하여 부진아에게 보충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파악의 주체이다. 예컨대 교사인 나의 경우를 보자. “나? 난 다~ 했거든요!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진도 나가기 전에 다 했지! 한 달이 지나서 자기반 부진아를 파악 못했을까봐.”라고 말하고 싶다. 고로 3월말에 봐서 그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시험을 두고 교사로서는 진단평가라 부를 수 없다. 결국, 이 시험은 누가 뭘 진단하는가? 교육청이 어느 지역, 어느 학교가 성적이 좋은가를 진단하는 —이걸 구태여 몽땅 다 시험을 봐야 아는지 되묻고 싶은 것은 덮어두더라도— 시험이란 거고 이를 위해 애꿎은 전국의 교사들과 학생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자, 그러니 이건 일제고사가 맞다. 그럼 일제고사에 대해 또 따져봐야 하는데 그 전에 우선 작년 일제고사 상황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3월 중1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되었고, 2008년 10월 초3, 초6, 중3, 고1이, 2008년 12월 중1, 중2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었고 그 결과는 '기초미달, 기초, 보통이상'의 3단계로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교육청은 체험학습 안내문 등을 보내 시험 선택권이 있음을 알린 7명의 교사를 해임 또는 파면 시켰다.8) 당시 집회장에 가면 우스갯소리로 이런 질문이 돌았다.





 질문. 다음 중 그 징계가 가장 무거운 것은?





  1.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2. 학부모에게 금품을 받은 경우





  3. 입시문제를 유출시킨 경우





  4. 체험학습 안내문을 발송한 경우





 정답은 다들 눈치 까셨겠지만 4번이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의 경우에도9) 학부모는 일제고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그에 대한 안내문도 보낸다. 그래서 중상위권의 학교에서 다수의 학부모가 시험을 거부하여 성적 산출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왕 미국의 것을 베끼기로 했으면 이런 점도 마저 베껴줬으면 좋았을 것을!





이번엔 작년에 5학년이었던 양군의 이야기를 할까한다. 양군은 교과부가 구제해 준다고 외치는 ‘뒤쳐지는 학생’이다. ‘뒤처지는 학생’도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기초학습 부진아’이고 다른 하나는 ‘교과학습 부진아’이다. 기초학습 부진아는 초3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 목표 미달인 경우이다. 학기말 이를 구제하는 시험이 있지만 번번이 떨어져 양군은 3학년 때부터 꾸준히 ‘기초학습 부진아’다. 거기에 2008년 ‘교과학습 부진아’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얻었다. 3월에 있던 교과학습 진단평가10)에서 다섯 과목 모두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급에는 양군 같은 친구가 다섯 명이나 된다.11) 1학기 때, 양군은 수업이 끝나면 부진아 지도 선생님의 반에 가서 기초학습을 보충 받았다. 그러나 다섯에 두 번은 도망쳤다. 2학기에는 갑자기 교육청에서 교과학습 부진아 지원비12)가 내려와 담임선생님과 함께 수업이 끝난 후 교실에서 보충 받았다. 7명의 친구들과 함께. 양군과 담임선생님 사이의 대화는 이러하다.





 “어제 가르쳐 줬잖아.”





 “잊어버렸어요.”





그리고는 막판에 가서는 “선생님, 머리 아파요.”로 끝난다. 양군과 달리 김군은 성적이 가장 많이 올랐다. 수학 단원 평가를 봤더니 30등에서 26등으로 올랐다. 이 숫자가 김군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김군이 오른 만큼 또 누군가는 26등에서 떨어졌을 터이다.





문제는 교사다! 교사는 정말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할 일은 쌓여있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매 번 아이들을 남겨 놓고 씨름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말이 한 시간이지 하다보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넘어가기 일쑤다. 사실, 부진아 지도에 이 한 몸 불 태웠던 게 이 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두 해 째던가. 5시까지 아이들을 남겨 닦달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옆 반의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께서 “거~ 해 봤자야.” 했더랬다. 그땐 당신이 안 하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고깝게 들었다. 그러나 방학 지나고 돌아온 아이들은 정말 까맣게 깡그리 잊어 먹고 왔더랬다. 그때의 심적 절망감이란! 그리고 이제 나도 “거~ 해  봤자야.”의 의미를 안다.13) 





교과부는 일제고사의 실시 목적을 ‘뒤처지는 학생’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위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과부의 기준으로 영원히 ‘뒤처지는 학생’일 수밖에 없는 양군에게 너는 부진아야 라고 끝임 없이 일깨우는 것은 양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혹 아는가. 양군이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나 요리왕이 될지! 꼭 사회와 영어를 외우는데 그 지원을 써야겠는가. 그리고 어차피 부진아 지도는 파악도 담임이 할 일이고 지도도 담임이 할 일이다. 일제고사가 있건 없건 지원비를 주건 안 주건 언제나 해 왔고 언제나 해야 할 몫이다. 지원을 해 줄 거면 차라리 화끈하게 해주길! 애들을 반으로 확~ 줄이든가! 월급을 올려달란 말이다!





그렇다면 일제고사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 있기에는 안병만과 공정택의 머리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사실, 음모랄 것도 없다. 이미, 고교 선택제니 자율형 사립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교육 평준화 해체와 교육계층화를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일제고사를 쳐서 학교 간・지역 간 순위를 쫘~ 악 뽑아 놓으면 이보다 더 서열을 잘 보여주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작년에 국제중 입학 서류에 초등 성적을 4단계로 적게 하여 학교마다 생활기록부를 바꾸느라 난리가 났더랬다. 그리고 올해 우리학교는 수행평가 및 성취도 평가를 모두 4단계로 평가하게 했다. 이번 영어 거점 학교 연수14) 설명회에서는 대놓고 국제중 준비반이니 성적 우수자에 한해15) 지원하게 하라는 말을 했더랬다. 기존 수행평가와 서술식 기재는 선발에 용이 하지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일제고사의 배경에는 교육계층화가 깔려 있다.





올해 학부모 총회에서 우리 반 학부모들에게 평가에 대해 다분히 교육학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예컨대, 주장하는 글쓰기가 학습과제라면 정말로 설득력 있는 글을 잘 쓰는 게 목표며 글쓰기 계획에서 퇴고를 거쳐 완성이 되기까지 이 과정을 여러 번에 걸쳐 평가하고 글을 수정하여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평가라는 말이었다. 이런 것을 ‘다음 중 질서를 잘 지키자 라는 주장의 글에 적합한 소재가 아닌 것은? ⓛ 줄을 잘 서야 한다. … 등의 지식평가는 아무 것도 평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의 이러한 말에 대부분의 어머니께서 수긍하셨지만 “아직 젊고 결혼을 안 하셔서 원칙에 충실하시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걸요.” 라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정말 이제 아무도 심지어 교사조차 무엇이 옳은 평가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평가란 오로지 4단계가 되버렸다.





지난 31일의 진단평가 반대 촛불 집회에는 비까지 오면서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목소리를 높이고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은 고딩들이었다. 그 특유의 발랄함과 재치로 매번 웃음을 자아냈는데 실제로 일제고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이들의 오답 찍기 운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운동이라는 것이 번져 나가는 것은 다단계가 아니다. 어느 순간 확~ 타오른달까. 하지만 그 전까지 끊임없는 작은 불씨들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뭐? 끈질김이다! <노사과연>






1) 질문 받지 말고 인쇄상의 문제만 손들게 하라, 시험지를 미리 내면 안 된다, 엎드려 있거나 한 줄로 찍는 것을 못 하게 하라, 문제유출 및 관리소홀 등 평가 관련 물의를 야기한 교원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등.






2) 학급당 3부 배부. 교실 앞, 뒤에 게시하도록 함.






3) 임실 교육청의 성적 결과 조작을 말함. 물론,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주관식 답안을 재 채점하여 성적을 올리거나, 공주 모 중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누락시키는 경우도 있었음. 다만, 2008년 성적 조작은 시험 시행과정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그 결과의 처리에 있어 쉽게 접근하여 조작이 가능하다는 구조에 문제점이 있음.






4) 보통 수학과 국어를 진단함.






5) 교육과학기술부는 표집형으로 실시하고 나머지는 시・도 교육청에 맡기겠다고 떠넘겼는데 시・도 교육청에서 전집으로 결정함.






6) 체험학습 시 무단결석 처리. 이 경우, 학교에서 전화를 걸어 빠지지 못하게 압력을 넣음.






7) “교과학습 진단평가 도구를 보급하여 개별학생의 교과별 부진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충 지도하게 함으로써 학교의 학습부진학생 최소화 지원”-2009년 교과학습 진단평가 세부 시행 계획 공문.






8) 초등교사 6명, 중등교사 1명. 해임4명, 파면 3명. 해임: 3년간 임용고시 응시 못함. 파면:5년간 임용고시 응시 못하고 연금의 절반이 깎임. 성추행・ 금품수수・ 입시비리는 정직이나 견책, 연가투쟁은 감봉과 견책이었음.






9) 주별로 실시하는 일제고사(Statewide assessment). 주별마다 시험의 이름은 다름. 국가 수준의 시험(NAEP :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은 표집형. 3월 2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는 교육과학문화수석 정진곤 비서관의 대국민 편지 형식으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국민 홍보용 10페이지 책자를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NCLB(No Child Left Behind)로 나와 있음. 이건 시험이름이 아니라 NAEP의 근거가 된 “아동낙제방지법”의 약자임. 사실, 이 홍보물에 나온 외국사례는 대부분 과거의 일이거나 사실이 아님.






10) 초등의 경우 4, 5, 6학년 대상. 과목은 국, 수, 과, 영. 그 결과를 나중에 입력해서 보낼 거라는 말이 있었지만 말뿐이었음. 부진아 학생을 파악하는 공문이 내려왔는데 역시 늘 그렇듯 그 수는 적게 적어냄.  






11) 우리 학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구임. 다섯 과목 모두 부진인 아이가 7명이나 나온 반도 있음. 우리 학년(6학급)의 경우 한 과목이상의 교과학습 부진아가 모두 38명인데 보통 3과목 이상 부진.






12) 1시간당 17000원. 한 달에 24시간을 못 넘김. 4개월치를 지급받음. 그러나 옆 학교의 경우, 부진아 명수당 지급. 10명을 못 넘긴다는 원칙이었음. 과목별로 나눠 지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함.






13) 그 후 수, 연산, 한글, 문장구조, 글의 내용 파악 등 최소한의 기초학습 부진만 보충지도를 함.






14) 영어거점학교 연수 이수자는 국제중 입학시 가산점 3점이 주어짐.






15) 국, 영, 수, 과, 사 성적 우수자. 학교당 4명 지원 가능. 즉, 상위 4위까지 지원하게 하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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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 일제고사, 나는 이렇게 겪었다.[1] 김한정|대동초 교사, 자본론 1권 세미나 팀원 2009-05-06 3165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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