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동북아 정세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등장 이후 남북관계가 퇴행하고 대립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눈을 한반도 밖으로 돌려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는 역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라는 반동부르주아지의 등장도 시대의 변화를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얼마 전에 남북의 당국자가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한 것도 이러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의 반영이다. 그러나 한국 민중에게 이러한 변화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계급투쟁의 지형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나아가 미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반제투쟁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명료하게 정리된 바가 없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의 경우처럼, 이명박과 이북의 정상회담이 남한의 계급투쟁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해야 할 쟁점이다.

기존에 동북아 정세는 한-미-일 동맹이 한 축으로서 규정적으로 지배했었고 이에 대해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는 추세였고 다른 한편으로 이북이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 미제국주의와 대결하는 구도였다. 이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규정했던 이러한 구도가 변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의 규정력의 정도가 달라지고 있고 중국의 부상이 동북아를 넘어서 세계정치의 지형을 바꾸고 있고 일본은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이북의 경우 핵무장 등으로 최소한의 억지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의 규정적 요인은 무엇이고 그것의 발전전망은 무엇이고 나아가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가 한국의 계급투쟁의 지형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 등을 정확히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1. 한-미-일 동맹의 계급적, 정치적 성격

기존에 동북아 정세를 규정하는 지배적 요소는 한-미-일 동맹이었다. 이러한 동맹의 구도는 1950년의 한국전쟁에 의해 주어졌고 쏘련 붕괴 전까지 동북아시아를 지배했고 이후 쏘련 붕괴를 조건으로 그리고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배경으로 서서히 변화해왔고 지금 변화의 한 단계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이 동맹의 계급적 성격은 세계적 차원에서 그리고 동북아 차원에서 제국주의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반동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동맹은 반공주의를 자신의 모태로 하고 있고 이북에 대한 전쟁 위협, 중국의 봉쇄 등을 핵심적 전략으로 해왔다. 이북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봉쇄와 전쟁위협을 해왔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러하다. 이북이 6자 회담에 반발하여 핵실험을 강행한 것도 말이 좋아 6자 회담이지 실은 미제국주의의 이북에 대한 압살정책이 관철되는 매개였기 때문에 이북은 그러한 6자 회담을 걷어찼던 것이다.

이러한 한-미-일 동맹은 동북아를 넘어서서는 호주 등을 포함하여 대(對)중국 견제의 포위선을 그리는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인도 또한 포함되어서 중국을 견제하고 나아가 봉쇄하는 구도였다. 이에 대해 물론 중국이 강력히 반발해오기도 했다. 일본-한국-호주로 이어지는 서태평양의 중국봉쇄선, 그리고 인도양에서의 인도의 견제 등에 대해 중국은 반발해왔던 것이다.

한-미-일 동맹은 이러한 국제적 구도에서 최첨병에 서서 이북을 봉쇄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던 반동적인 동맹이며 제국주의적인 동맹이었고 한국의 경우 그 말단에서 충실히 미제국주의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한국전쟁의 산물이지만 현실정치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일종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의 이러한 동맹, 보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미국에 대한 예속적 동맹에 대한 대립물로서 자본주의화한 중국과 사회주의적인 이북과의 동맹이 유지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이 한-미-일 동맹의 동북아에서의 정치적 의미이고 계급적인 의미이다. 이러한 한-미-일 동맹의 한국 내부에의 영향을 보면 이들의 동맹이 한국 민중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한국 내의 반동권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들 동맹이 과거의 군사독재를 지원했었고 지금은 소위 민주화라는 상황에서 한국의 예속독점자본의 권력을 떠받치고 있고 이 힘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권은 자신의 반동적 정책을 거리낌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2. 중국의 부상

그런데 바로 이러한 한-미-일 동맹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면서 동북아 정세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국의 부상이다. 등소평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한 이래로 자본주의 체제로 건너뛴 중국은 WTO가입, 사유재산 보호법의 제정 등 자본주의 체제를 완비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자본주의화한 중국이 자본주의세계체제의 필연적 경향인 불균등 발전으로 말미암아 비약적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 동북아 정세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내년이면 일본의 경제규모를 뛰어넘어 세계 2위의 경제규모에 달하게 된다. 즉, 동북아에서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이 미국의 경제규모를 따라잡는 것도 10여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의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 즉, 중국에 대한 견제, 나아가 봉쇄라는 정책이 파산한 것이고 중국과의 대립을 매개로 제국주의적 정책을 펴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제국주의는 동북아 전략을 변경할 것을 강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세계 대공황의 상황에서 미국의 경우 동북아에서 패권의 축소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제국주의의 동북아 전략의 기본뼈대라 할 수 있는 한-미-일 동맹이 파기되거나 근본적인 성격변화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제국주의의 본성에 의해 규정되는 동맹틀이기 때문이다. 미제국주의는 한-미-일 동맹을 정세의 변화에 맞추어서 유연화하는 것을 자신의 변화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견제의 대상이었던 중국과의 협력도 강제되고 있다. 과거 ‘문명의 충돌’이라느니 황색의 돌풍을 견제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중국을 고사해야 미제국주의의 이익이 지켜진다는 반동적인 제국주의 정책은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대신에 미제국주의는 이번의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 드러났듯이 중국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오바마의 방중의 쟁점이었던 세계대공황에 대한 대응, 티벳문제, 이북의 핵문제 등에 대해 오바마는 중국과 논의했으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한국의 방문에서는 단지 24시간 이내의 방문을 했으나 중국에서는 3일간의 방문을 했다. 이는 중국이 수천억 달러의 미국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최대의 채권자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경제공황이라는 상황, 그리고 중국의 부상이라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의 배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현재까지는 노골적인 제국주의적 정책은 아니다. 이는 현재의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틀지웠던 등소평이 중국은 100년간 화평정책을 펴고 몸을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즉, 중국은 경제대국이 되어도 제국주의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등소평은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단계변화에 따른 본성에서 규정되는 것으로서 자본주의의 독점단계를 의미한다면 중국이 제국주의적 본성을 드러내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현 단계에서 중국의 제국주의화를 가리키는 지표들은 중국 국내적으로 보면 신장과 티벳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들 수 있다. 과거 모택동의 사회주의 시절에는 중국 내 소수민족은 평등한 대접을 받았고 각 민족 간의 화합이 잘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등소평의 노선으로 말미암아 중국이 자본주의화되면서 소수민족은 억압과 수탈의 대상으로 변질될 것이다. 또 노동자계급과 농민 또한 사회주의 인민에서 피착취자, 피수탈자의 위치로 전락했다.  그리고 중국의 제국주의화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대외적인 자본의 수출이다. 지금 중국자본은 미국, 일본,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모든 곳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 수출된 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중국 또한 제국주의의 모습을 어김없이 드러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이러한 노골적인 제국주의 정책은 채택되고 있지 않다. 다만 미제국주의 중심의 1극체제가 완화되거나 약화되고 대신에 유럽, 동아시아, 북미, 남미 등의 다극적인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그러한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즉, 현재의 중국은 다극적 질서 속에서 1극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정책의 변화의 모습도 보인다. 최근에 중국의 공군사령관은 우주에서 군사경쟁의 추구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중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제반의 모습은 단지 다극적 질서의 일부로서 중국이 아니라 세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제국주의로서의 중국으로의 변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부상은 세계 질서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고 이것이 동북아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 이북 사회주의의 고투

이렇게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협력이라는 구도가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이북 사회주의의 고투이다. 이북 사회주의는 현재까지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드문 국가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쿠바와 이북을 제외하고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렇게 사회주의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해서 이북은 미제국주의를 비롯한 전 세계 제국주의에 의해 압살책동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올 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결의로 인해서 이북의 대외적 관계에서 극도의 억압이 가해졌다. 그러나 이북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고 핵실험을 통해 힘에는 힘으로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북의 경우 대외관계에서 중국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있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라는 것은 이북이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나 현실 정치적 역관계의 차원에서 그리고 역사적 동맹의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북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 수년전의 7.2 경제개혁에서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으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포기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이북의 사회주의가 동북아 정세에서 가지는 의미는 첫째 사회주의가 현실 사회로 존재하는 것에 의해 끼치는 영향이 있다. 이는 사회주의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회라는 인식을 동북아 인민에게 주는 것이다. 만약에 국제 정세가 변화하고 이북 사회주의가 새로운 발전단계로 접어든다면 그 정치적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둘째, 이북 사회주의는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북은 미국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되는 것이고 나아가 한국도 견제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중국이 시장경제라는 점에서 한국과 기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북에 대한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셋째 이북은 중국이 사회주의라는 자신의 위장막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된다. 이북과의 관계를 사회주의의 전통적 관계의 강화라고 포장한다면 중국내부에서 인민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데도 이북과의 관계는 주요한 것이다.

한편 이북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즉, 미국의 이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버릴 것과 정상적인 외교관계의 수립을 바라고 있다. 그에 따라 이북의 관리가 미국을 방문했고 또 미국의 관리가 곧 이북을 방문하는 등 미국과 이북의 관계가 풀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의 끈을 늦춘다고 해서 즉,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변화한다고 해서 이북과 미국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공동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29에서 한미연합사는 북의 ‘급변사태’ 시에 이북의 핵시설의 처리는 미군이 맡는다는 것을 합의했다. 이는 미제국주의가 여전히 북한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것, 그리고 남한에서의 패권을 이북으로까지 확장할 의도를 전혀 감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동북아에서 미제국주의의 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고 이는 오직 동북아 민중의 힘에 의해 미제국주의의 축출로서만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한편 이북은 한반도에서는 최근에 서해에서 교전을 겪은 것과 같이 남한과 갈등을 겪고 있다. 남한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금강산 관광의 중단, UN의 제재, 남북교류의 제한 등 경색국면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막후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논의 등이 흘러 나오는 것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가 변화할 것이 요청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이명박 정권이 반동부르주아지를 대표한다고 할 때 남북 간 관계의 변화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4. 일본의 신정권과 동북아 정책의 변화

한편 동북아 정세에서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본이다. 일본은 하나의 제국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의 위상과 달리 동북아의 하나의 주요한 중심축이다. 물론 일본도 한-미-일 동맹에 포섭되어 있고 지금까지 미제국주의의 이익을 거슬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 발전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이 일본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대공황 덕분으로 집권에 성공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미국과의 관계를 미묘하게 조정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미국과 대등한 동맹을 맺겠다고 했다. 이것은 양면적인 발언인데 즉, 미제국주의와 여전히 동맹을 맺어서 동북아의 규정적 요소로서 한-미-일 동맹의 축을 유지하겠다는 것임과 동시에 미제국주의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고 동북아에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당 정권의 의도는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데 민주당의 실세 오자와는 이북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즉, 납치문제에 관계없이 북-일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말하는데 북-일 관계가 개선되고 나아가 정상화된다면 이는 동북아 질서의 중대한 변화이다. 또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총리는 제국주의로서 일본의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즉, 아세안 +3(한, 중, 일)을 축으로 해서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괄하는 무역블럭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과거 2차 대전 당시의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주장과 유사하고 또 미국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본제국주의의 정책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정책은 일정한 가능성이 있는데 세계적 차원에서 미제국주의의 1극지배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통합과 같이 블록화가 또 하나의 추세로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일본의 구도가 실현된다면 일본으로서는 금상첨화이다. 과거의 대공아공영권이 확대되어 실현되는 것으로서 넓은 시장을 얻게 되고 그러한 무역블록의 맹주로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이러한 구상은 중국과 일본의 헤게모니 다툼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장은 일본의 중국에 대한 관계는 중국 중시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사죄하는 등 몸을 낮추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 또한 적극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일본과 중국이 협력관계를 강화해간다면 그것은 미국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수십 년 동안 동북아를 지배했던 한-미-일 동맹이라는 반동적인 전쟁동맹, 반공동맹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5. 인도, 호주, 뉴질랜드와의 관계

동북아시아는 어느덧 세계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존재는 동북아시아의 주변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에는 호주의 경우 미국의 헤게모니 하에 일본과 연합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블록으로서 역할해 왔다. 실제로 이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의 태평양에서의 군사훈련으로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중국 포위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인도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쏘련 붕괴 전에는 쏘련과 연합하여 중국을 견제했고 쏘련 붕괴 후에는 미국과 연합하여 중국을 견제해왔다. 인도로서는 중국의 존재가 두려운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역사적으로 국경분쟁을 겪기도 했다. 더구나 만약 중국이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적 색채를 드러낸다면 인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미제국주의는 바로 이러한 점을 노리고 인도를 활용하여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6.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와 한국에의 영향

현재 동북아 정세를 규정하는 요소는 첫째,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과 둘째 중국의 부상, 셋째 경제대공황의 전개양상이다.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은 지금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나라 모두 기존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개선해가자는 것이고 이는 미제국주의의 헤게모니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질서 나아가 세계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만약 중국이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적 행보에 나선다면 이는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셋째,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모순이 미제국주의의 헤게모니 약화를 넘어서서 동북아에서 모순의 폭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고 동북아는 그러한 위기 심화의 장소이며 정세변화가 가장 빠른 곳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동북아에서 정세의 변화는 이북 사회주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북과 중국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이 이북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정권도 이북과의 정상회담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러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가 한국 민중의 계급투쟁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한국 민중에게 다가오는 동북아 정세변화의 핵심은 한-미-일 동맹의 문제이다. 한국의 경우 미제국주의에 예속되어 세계가 반대하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할 정도이다. 이와같이 한국 민중에 대한 한-미-일 동맹의 억압적 힘은 여전하다. 따라서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가 한-미-일 동맹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가 핵심적인 문제이다. 미제국주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지위 변경, 유연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한국 민중에 대한 주한미군의 억압적 힘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한국 민중의 반대 투쟁이 긴요하다. 다른 한편 한-미-일 동맹은 약화의 가능성도 있다. 일본과 미국의 대립이 증대된다면 한-미-일 동맹은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북-일 수교가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에서 한-미-일 동맹으로 인한 전쟁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7. 결론

지금 동북아의 정세변화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과 경제대공황이 정세에 끼치는 영향이다.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정세변화가 가장 빨리 일어나고 있는 곳이 동북아이다.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으로 인한 중국의 부상, 미제국주의의 영향력 감소와 일본의 중국과의 협력 강화, 이북의 사회주의 견지 등이 결합되면서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이라는 반동적인 동맹의 변화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미-일 동맹이 약화된다면 이는 한국 내에서 계급투쟁의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즉, 한-미-일 동맹에 의존하여 수십년간 한국 민중에 대한 지배를 실현해왔던 한국 내의 반동부르주아지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고 한국 내에서 정치적 조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 관점이고 당장의 경우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 등 미제국주의와 한국 내의 반동부르주아지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고 민중에 대한 억압도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정세의 변화, 경제대공황이 가져올 모순의 격화를 주시하면서도 이명박 정권이 최말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한-미-일 전쟁동맹의 반대, 반공동맹의 반대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러한 투쟁이 한국 민중이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길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