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대공황의 전개 양상

작년 하반기의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대공황이 분기점에 다가서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세계대공황에 대해 금융위기가 본질이며 금융위기가 해소되면 세계대공황이 해소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대공황에서 금융위기는 거대한 바다 속의 파도에 불과하며 대공황은 세계적 차원의 과잉생산을 그 원인으로 한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따라서 세계대공황이 해소되는 것은 거대하게 형성된 과잉생산의 문제, 자본의 과잉 문제가 해소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의 대공황의 발발 이후 세계의 자본가들은 자본과잉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각종의 재정정책, 세금정책 등으로 거대한 자본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그에 따라 세계경제는 일시적으로 호조되는 듯하나 2009년 하반기 지금의 상황에서 각국의 재정정책의 효과가 한계를 보이고 있고 다시금 경제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3/4분기에 3.5%의 성장을 했다. 3/4분기의 성장은 전형적으로 재정정책의 효과인 것이다. 미국은 현재 실업률이 9.8%에 달하고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소비도 4/4분기에 들어와 다시금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미국경제는 올해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올해 -5%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직격탄을 일본 경제가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특히 1990년대의 장기불황의 영향이 아직도 있는 상황인데 현재의 공황이 다시금 장기불황을 가져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성장률이 6%까지 떨어졌다가 3/4분기에 8.9%까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전체가 공황에 쌓여 있는 가운데 중국이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이미 자본주의화된 지 오래이며 수출비중이 높고 세계경제의 상황에 연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향방은 주목의 대상이 된다.

유럽의 경우 올해 2009년 성장률이 -1.9%로 예상되고 있고 실업률도 9.3%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은 독일경제가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 -2%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에 따라 유럽은 유러존이 형성된 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다가 3/4분기에 2.9%의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V자형의 경제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특히 한국은 수출주도의 경제이고 내수가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 전체의 상황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세계대공황의 전개 양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이다. 중국만이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는 전형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보이는 불균등발전의 일환이다. 20세기 초의 독일의 압도적 성장, 그리고 독일을 이어서 일본의 압도적 성장, 그리고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에 중국이 압도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등 발전의 한 주체로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를 포기하고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 하에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자신의 경제성장의 주안점을 수출에 두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경제는 세계경제와 긴밀히 연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세계대공황의 여파를 중국이 홀로 피해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작년까지 10%넘는 성장을 했던 중국이 올 상반기에 6%대까지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중국 또한 세계경제와 긴밀히 연동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3/4분기에 들어와 중국은 완연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자본주의가 아직 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세계각국이 재정정책을 펴서 세계경제가 일단은 회복추세를 보이자 세계의 부동자금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중국은 전형적인 불균등발전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주목되는 것은 미국경제의 지위이다. 미국은 재정적자가 1조 4천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었다. 그리하여 간신히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막대하게 풀리고 있는 달러의 지위, 나아가 미국경제의 지위가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미국경제의 쇠퇴, 그리고 달러의 살포를 반영하여 세계적 차원에서 달러의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의 차원에서 의미심장한 것인데 왜냐하면 지금의 경제공황 이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예상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미국경제는 쌍둥이 적자,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기초로 세계 각국에서 자금을 흡수하여 경제를 지탱시키는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즉, 세계의 자금을 미국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가치가 강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공황은 달러를 형편없이 약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달러의 약세는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패권의 실추이고 미국이라는 구심력의 약화, 세계경제에서 각 블록의 강화라는 원심력의 강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직은 중국 등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나 달러의 약세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상태는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분명한 것은 기존의 미국경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재정적자, 무역적자를 기초로 하는 미국의 경제는 더 이상 유지가 안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방향으로 재편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경제의 주축이 빠른 변화를 보이는 가운데 세계경제는 서서히 질서재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질서재편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지금의 공황의 전개양상이라는 데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이 V자형 회복을 보인다면 가장 보수적인 전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세계대공황이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V자가 다시 꺾이는 추세를 보인다면 세계경제의 재편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올 상반기의 세계 동시 공황이후 세계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그것은 막대한 재정의 투입에 의한 것이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에 따라 재정효과가 떨어지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세계경제는 다시 하강의 추세를 보일 것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중국의 추진력이 떨어진다면 세계경제는 1930년대의 대공황 이상 가는 대공황의 양상을 빚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 1930년대의 대공황은 쏘련이라는 예외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공황은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거꾸로 지금의 대공황의 전개와 그 결말이 세계사를 바꾸는 새로운 혁명의 탄생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세계는 다시금 전반적 위기에 돌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세계정세 개관

현재의 세계 대공황은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근본적 요소이다. 세계 각국의 정세는 공황에 대한 대처를 초점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황의 저지 혹은 완화, 나아가 공황으로 발생하는 계급투쟁의 통제와 진압, 그리고 공황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을 호도하기 위한 각종의 사회심리적, 정치적 정책들이 지금의 세계정세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정세의 변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의 축소이다. 자신의 나라의 공황에 대처하기 바쁜 미제국주의의 입장에서 세계에 대한 지배의 패권이 조금씩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유럽에 배치하려 했던 MD의 철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러시아를 견제할 목적으로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망을 설치하려 했던 미국은 이를 철회하고 러시아와 연합하여 이란의 핵개발을 견제하는 방향을 택했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에 있어서도 이북에 대한 강경책을 완화하고 이북과 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패권의 실추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에서의 고전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라크에서의 성공적인 점령과 달리 산악지대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은 파키스탄까지 진출하여 기존의 파키스탄의 친미 권력을 위협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세운 권력은 거의 통제력이 없고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지역은 탈레반이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들과의 투쟁도 아니고 민족주의 이념을 가진 자들과의 전쟁에서도 이렇듯 고전하는 것은 지금의 미국의 패권이 상당히 실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소는 아니다. 미국은 영향력이 조금씩 축소되고는 있으나 세계 제일의 제국주의 국가로서 언제든지,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 세계정세를 바꾸는 근본적 요소는 세계대공황에 의해 탄생할 새로운 사회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사회이다.

한편 유럽의 경우 유럽통합의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다. 최근에 아일랜드에서 유럽통합 조약의 일종인 리스본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가 찬성의 결과를 낳아 유럽통합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통합은 2005년도에 유럽헌법이라 불리는 조약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부결되어 좌초된 바 있다. 이렇게 유럽통합이 유럽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반민주적이고 반동적이라는 데에 있다. 얼마 전 영국의 블레어가 유럽대통령으로 거론된 적이 있는데 말이 유럽대통령이지 실제로는 유럽정상회의의 상임의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유럽대통령이라 불리는 것은 그만한 권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에 유럽통합의 반민주적 성격이 있다. 즉, 권력은 주어지는데 민주적 정당성은 없는 것이 바로 지금의 유럽통합이고 유럽대통령인 것이다. 지금의 유럽의회가 단지 집행위원회의 자문기관에 불과한 것도 단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유럽통합이 반민주적이고 반동적인 것은 그 본질이 유럽인민의 연합이 아니라 현재의 유럽을 지배하는 유럽독점자본들의 연합이라는 데에 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시장의 창출, 독점자본의 지배력 강화, 인민의 민주적 권리의 약화, 이주자에 대한 탄압과 배제 등 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유럽통합이 진행되다 보니 인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통과에서 보듯이 현재의 유럽은 반동화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황기 정치변동의 사례의 하나를 보여주는 것이 일본의 정권교체이다. 일본은 오랜기간 자민당의 지배에 있었으나 지난 90년대의 장기불황, 그리고 지금의 대공황을 맞이하여 정치적 지배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에 따라 선거를 통하여 보수야당인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민주당의 집권은 기존의 질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인민들이 지지하고 있으나 그 변화의 방향에서는 자본주의 체제 내 변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민주당의 과제는 공황을 돌파하는 것이며 나아가 일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계급투쟁을 통제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의 보수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다면 일본에서 진보진영은 거의 궤멸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존의 사회당과 공산당이 개량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정세를 요약하면 기존의 질서는 변화를 맞고 있으나 그 변화의 방향은 철저히 자본주의 체제 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중요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변화이다. 이북이 핵실험을 한 이후 대결의 방향으로 치달아 왔던 한반도 정세는 최근에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이북 관리의 방미를 허용했고 대화를 하고 있고 미국 관리의 방북도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이북에 대한 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데 강경일변도의 압박이 한계에 달하자 대화를 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정세의 완화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다.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나아가 한반도의 분단 상태가 한반도 민중의 주체적 역량에 의해 종식되고 통일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전쟁 가능성의 축소라는 점에서 한반도 민중에게 바람직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정세를 요약하면 지금의 정세는 세계대공황에 의해 기초지워지고 있고 세계적 차원에서 반동의 공세가 여전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쏘련 붕괴 뒤의 세계적 차원의 대반동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공황을 맞이하여 한층 격렬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세계정세의 추이가 반전되는 것은 세계적 차원의 민중들의 투쟁의 발전이며 그 정점으로서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에서 발생하는 사회주의 혁명이다.

3. 10.28 재보선으로 드러난 정세의 성격

세계경제와 세계정세가 격동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난 10월 28일의 재보궐 선거는 한국 국내정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참패, 민주당의 선전, 진보민중진영의 참패! 이러한 결과에는 우선 지역주의가 여전히 한국정치를 지배한다는 점이 드러나 있고 나아가 수도권의 경우는 한나라당이 정국의 주도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재보선의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경남 양산의 경우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민주당의 친노인사의 대결이었으나 여기서 한나라당은 신승을 했다. 이는 경남지역으로서 한나라당의 지역주의가 경남지역까지는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반사효과가 여전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노무현의 죽음 탓만으로 볼 수는 없는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경남 유권자, 경남 민중들의 불만이 점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릉은 한나라당이 여유있게 압승했는데 이는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것으로 강원도 동부지역, 휴전선 접경지역이라는 지역특색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수원과 안산이었는데 여기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전패한 것, 특히 안산의 경우 야권이 분열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대한 수도권 민중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충북의 경우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오만한 자세가 참패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선거결과가 나온 원인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지금의 이명박 정권의 정책의 핵심은 공황돌파이다.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배치하고 있다. 용산 참사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대응, 쌀의 재고량 증가로 인한 쌀값의 폭락에 대한 무대응, 미디어법의 강행 처리로 인한 민주당의 반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파병 결정,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 쌍용차 파업에 대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압 등 이명박의 정책은 민중에 대한 탄압 일변도이었고 반면에 재벌들에게는 4대강 사업, 한강르네상스, 각종 세금정책 등 재벌의 배를 불리는 정책을 펴왔다.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정책은 사실 반동부르주아지의 대표라는 자신의 정체성의 표현에 불과하다. 김대중, 노무현의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는 현재의 지배체제에 포섭되어 있으나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반동부르주아지 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10년동안이나 권력을 상실했던 반동부르주아지는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4대강 사업에 20조가 넘는 돈을 쏟아 부어 토건자본을 살리고 있고,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감세정책을 펴고, 사회복지는 후퇴시키는 등 반민중적 정책을 서슴없이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이 이렇게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김대중, 노무현 덕분이기도 하다. 김대중, 노무현이 개량의 정책으로 노동자, 민중 진영의 힘을 빼고 운동을 무력화시켜서 이명박이 안심하고 힘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민중진영이 힘을 쓰지 못하고 그 영향력이 미미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진보민중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자기를 내세우는데 실패했다. 대신에 민주당이 이명박에 대한 불만의 정치적 효과를 독차지했는데 이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대변되는 진보민중진영이 자신의 정치적 독자성을 세우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말한다. 즉,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규정을 벗어버리지 못한 결과 사표심리를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자계급의 이념적, 정치적 독자성이 사라지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치적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독자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압축하는 구호인 ‘노동해방’이라는 이념이 매우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볼 때 선거에서 가장 부르주아적으로 산뜻한 세력이 정치적 성과를 독차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반이명박 전선이라는 이름 하에 민주당과의 민주대연합 노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진보신당도 민주노동당과 마찬가지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을 강화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의 세계대공황이 멀지 않은 장래에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의 결과로서 새로운 변혁을 가져올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지금의 선거결과로 드러나는 진보민중진영의 현 상황은 근본적인 반성을 필요로 한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진보민중진영은 변혁을 대비할 수 없다. 그러기는커녕 반동부르주아지와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노리개가 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유실하고 나아가 8,90년대 운동의 성과였던 민주적 권리마저 유린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4. 운동의 새로운 재편이 필요하다.

최근에 ‘반MB공투본’이 출범하였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국진보연대 등의 NL진영과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는 공동투쟁본부’에 있는 좌파진영이 모두 결합하였다. 명실상부하게 전 진보민중진영이 ‘반MB공투본’에 결합한 것이다. 모양새는 되었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반MB공투본’은 출범과정의 논쟁에서 이명박 퇴진본부라는 명칭을 걸기를 거부했다. 즉, 조직의 이름으로 이명박과는 한 하늘아래 같이 살 수 없다는 결의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또한 ‘반MB공투본’은 출범과정의 논쟁에서 실질적으로 내년의 지자체 선거에 대비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투쟁기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반MB공투본’이 이명박과 비타협적으로 싸울 결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형식은 그럴듯하게 갖추었으나 내용은 함량미달이라는 것! 이것이 지금의 ‘반MB공투본’의 현 주소이다. 그리하여 출범이후 ‘반MB공투본’은 힘있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기껏 민주노총과 농민의 집회에 얹혀서 민중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명박에 반대하기는 하나 왜 반대하는지,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반대하는지, 반대 후 무엇을 건설할 것인지 등의 내용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반MB공투본’의 현주소는 진보민중진영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보민중진영이 10여년에 걸친 운동의 퇴조 속에 관성화되어 있고 아무런 전망도 갖지 못하고 단지 ‘열심히 살거나’ 아니면 과학적 이론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들로 전락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와 같은 세계적 차원의 공황의 시기에, 나아가 이명박 정권의 강경책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진보민중진영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르주아지의 일 분파인 민주당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은 근본적인 반성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보여주지 못했다. 즉, 독자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이 밀었던 임종인이 낙선하고 대신에 한나라당이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당선된 것은 이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두 당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이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역량의 추락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의 강화,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의 이념적 독자성의 강화가 화급한 당면의 과제로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에 따라 진보민중진영은 운동의 재편을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민주노총,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라는 체제 하에서는 진보민중진영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재보궐 선거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의 강화, 그리고 그를 위한 전제로서 이념적 독자성의 강화가 핵심적인 과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진보민중진영이 이렇듯 무너져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핵심적인 것은 쏘련 붕괴의 영향으로 노동자계급이 과학의 푯대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온갖 청산주의가 난무하고 심지어 쏘련을 자본주의로 규정하는 좌익청산주의인 뜨로츠키주의가 득세한 것도 운동진영의 역량의 약화의 원인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에서 운동진영의 재편의 핵심적 기준은 과학의 복원이다. 노동자계급의 이념, 노동해방이라는 이념을 복원하고 그를 위해 과학적 사회주의, 맑스-레닌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운동질서의 재편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이론의 영역에서 과제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의 영역일 뿐 현실의 힘의 문제, 정치적 힘의 문제를 고려하면 조직의 건설이 고려되어야 한다. 즉, 노동해방이라는 기치를 부여잡고 노동자계급을 조직하고 단련시키며 나아가 진보민중진영 전체를 이끌고 반자본투쟁에 나서는 참모부, 전위조직이 건설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에서 전위조직 건설투쟁은 정세를 바꾸는 투쟁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노동자계급이 이념적 차원에서 그리고 조직적 차원에서 자신의 독자성을 구현할 수 없다면 전망은 없다. 나아가 세계대공황에 의해 주어지는 변혁의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는 전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념적 차원에서 맑스-레닌주의, 과학적 사회주의를 복원하고 발전시키는 것, 조직적 차원에서 전위조직을 건설하는 것, 그리고 당면 투쟁에서 이명박 퇴진 투쟁을 조직하고 전개하는 것, 그리고 이 투쟁이 반자본투쟁으로 상승하도록 노력하는 것 등이 새로운 운동의 재편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뜨로츠키주의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뜨로츠키주의는 쏘련 붕괴 뒤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쏘련을 타도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나아가 자본주의라 규정하고 운동전선을 교란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뜨로츠키주의는 맑스-레닌주의를 스탈린주의로 규정하고 적대하며 운동에서 과학의 추구를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 운동질서 전체가 재편되고 공황에 의해 주어지는 변혁의 가능성을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 뜨로츠키주의는 단호히 배척되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운동에서 과학을 복원할 때 현재의 대반동기라는 상황에서 운동은 변혁의 가능성을 행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