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들이 “함께 살자”고 단지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전쟁”은 벌써 70일을 넘기고 있다. 죄라면 단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을 노동자들이 왜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을까. 원인은 사실 가까운 데에 있다. 바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를 보자.

생산성과 노동자

쌍용차는 작년에 9만여 대의 차를 판매했으나 약 2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중략)

또 8월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해도 올해는 작년 판매 대수의 절반 수준인 5만대 안팎을 만들기도, 또 판매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생산직 5000여명을 포함해 7000명에 달했던 쌍용차의 기존 인력 규모는 최대 25만대를 만들 수 있는 수준. 자동차산업학회 김소림 부회장은 “5만대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지금 인원 절반 이하로 줄여도 가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구조조정안이 시행돼도 줄어드는 인력은 2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조선일보�� “손잡은 쌍용차 노사ㆍㆍㆍ파업 끝나도 생존 장담 어렵다,” 최원석 기자, 2009.7.31. (강조는 인용자)

현재의 인력으로 최대 25만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작년 9만대를 판매했으니, 올해는 벌써 8월인데 잘해야 5만대를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 필요한 5만대를 만드는 데는 지금 인원의 절반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절반 만큼은 필요 없는 사람이다. 따라서 현재 인원 7000명의 절반인 3500명을 구조조정(=정리해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들의 계산에 의하면 한 사람이 일 년에 차를 약 36대(25만/7000명=35.7대), 한 달에 3대를 만들 수 있다¹⁾. 노동자들의 고통의 근원은 바로 혼자서 한 달에 3대를 만든 것, 그 자체에 있다. 만약 생산성이 현재의 절반으로 낮다면, 즉 한 달에 1.5대를 만든다면 작년 판매대수인 9만대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 인원 거의 대부분이 필요할 것이고, 정리해고가 불가능하게 된다. 또 생산성이 더 낮아서 1대밖에 못 만든다면 인원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반대로 만약 생산성이 현재의 2배로 올라서 노동자 한 사람이 한 달에 6대를 만들어버리면, 현재 인원의 3/4인 5,250명은 “줄여도 가동에는 문제가 없”어진다. 정리해고 대상자가 더 많아진다는 말이다.

이렇게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자신을 필요 없는 사람, 여분의 인간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쌍용차 노사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쌍용차 스스로 바람직한 노사 상생 모델을 만들고 생산성ㆍ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정부지원이나 투자자 유치는 쌍용차가 강제로 요구한다고 성사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글> (강조는 인용자)

저들은 “노사 상생 모델을 만들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생산성이 증대되는 만큼 여분의 인간(노동자)은 늘어나고 노자 간의 적대도 그 만큼 증대된다. 현재 쌍용차에서 벌어지는 “노사 상생 모델”의 파탄과 “전쟁 상태”는 다름 아니라 바로 그 생산성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리적 해결방법은 1인당 노동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서 1명이 한 달에 3대가 아니라 1.5대를 만들면 ‘여분의 인간’은 없어져 문제가 해결 될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방법이다.

그러나 자본 간의 경쟁은 이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임금이 늘어나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쟁력과 노동자 

자본의 해결방법은 오히려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이른바 경쟁력강화이다. 자본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쌍용차의 생산성이 2배로 올라서 노동자 한 사람이 한 달에 자동차 6대를 만들면, 현재 인원의 3/4인 5,250명은 당장에는 불필요해지고 정리해고 된다. 그렇다고 정리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가격은 그 만큼 떨어져서 경쟁력이 올라간다. 그러면 시장점유율 늘릴 수 있다. 작년에는 1년에 9만대 판매했지만 내년에는 40만대를 판매할 수도 있다. 그때가면 해고되었던 5,250명이 다시 필요해진다.

설사 이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때”가 언제일지도 모르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동자로서는 “그때”까지 살아갈 방법도 없다. 더구나 지금 해고된 사람과 “그때” 고용되는 사람이 같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십중팔구는 보다 젊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충원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현재와 같이 시장이 상품으로 포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쌍용차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다른 자본의 점유율은 하락한다. 즉 쌍용차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본 그리하여 (가격)경쟁력이 낮은 다른 자본이 다시 파산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러면 그 자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다른 기업에서 정리해고가 다시 진행된다. 노자 간의 전쟁은 단지 무대를 옮겨서 다시 진행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한 차원 높아진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한국에서 1년에 필요한 자동차가 100만대라고 하고 그 자동차를 만드는데 10만 명이 필요했다고 하자. 그런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 간의 경쟁으로 인해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이제 그 100만대를 8만 명의 노동자가 만들 수 있게 된다. 결국 2만 명은 필요 없게 된다. 정리해고자를 재고용하겠다는 말은 공수표가 된다. 자본 간의 생산성 경쟁에 노동자가 총대를 매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일수록, 살아남으려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노동자계급의 전사자 수는 그만큼 늘어난다. 그렇다고 수출로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세계시장이라는 확대된 규모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뿐이다.  

이렇게 자본은 노동자들을 “생산력 향상, 경쟁력 강화”라는 전쟁에 몰아넣으며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고, 그 결과는 그만큼 필요 없어지는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였다. 노동자들이 생산력ㆍ경쟁력 향상에 나서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 피해를 다른 자본의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빠져나가기 힘들어지는 구덩이를 더 크게 더 깊게 파게 된다. 

시장 

자본은 다시 주장할 것이다. 생산력이 높아지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싸지면 시장이 확대 될 것이라고. 그럴듯하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불과 30년 전에는 자가용 자동차는 부자들만 타고 다녔지만, 이제는 자동차 값이 싸져서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위의 예를 적용해보자. 가령 자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겠다. 100만대를 하루 8시간 일하는 10만 명이 1년에 생산하다, 이제 8만 명이 생산한다면, 자동차 1대 값은 기존 1000만원이었다면 이제는 800만원으로 떨어질 것이다²⁾. 기존의 국내 전체의 자동차구입비용 100만대X1000만원=1,000,000,000만원(10조원)이다. 그런데 이제 10조원으로는(10조원/800만원) 자동차 1,250,000대를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125만대를 생산하는 노동자가 필요해진다. 즉 10만 명(100만대:8만 명 =125만대:X명)이 다시 필요해져서 이전과 동일해진다. 즉 생산력이 높아져도 그만큼 시장이 확대되어 노동자는 줄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것이 사실이 되려면 생산력이 높아져도, 자동차 구입비가 작년과 올해 10조원으로 동일하다고 전제해야 한다. 그러나 생산력이 높아져서 생필품 비용이 싸지면 노동자의 임금은 그만큼 내려간다. 임금은 노동력재생산비용, 자신과 가족이 먹고사는 비용이기 때문에 생필품값이 싸지는 만큼 임금도 싸진다. 그래서 자동차가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20% 값이 떨어지면, 사회가 지출하는 자동차 구입비용도 대략 20%정도 줄어들어 10조원이 아니라 8조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대략 그렇다는 의미는 시장의 약간의 확장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유는 첫째, 모든 소비자가 노동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득이 저하되지 않는 비노동자 인구(자본가, 지주, 소부르주아)는 물론 구매력이 높아져 시장은 확장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압도적 다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로는 노동자가 투쟁하여 임금이 저하되는 것을 부분적으로라도 막아내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자신이 만들어낸 생산력의 과실을 일부분이나마 자신의 것으로 하면서, 구매력이 늘어나게 되고 시장은 그만큼은 확장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이것은 미미해서 시장이 확대되는 능력은, 생산력이 증대되는 것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엥겔스의 표현대로 “생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고 있는데 시장은 기껏해야 산술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³⁾ 자본이 생산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키는 이유, 즉 보다 싸게 상품을 만들어 경쟁자를 때려눕히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바로 그 이유, 즉 이윤을 늘리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을 노동자의 생존에 필요한 최저한도로 억누른다. 그리하여 이윤을 실현할 시장을 협소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렇게 이윤에 눈먼 자본의 맹목적 충동의 결과는 물론 자본의 파산이다. 그리고 그때 저들은 주장한다. 노동자의 파업 때문에 회사가 파산했다고. 

“함께 살자”

평택의 쌍용차 파업노동자는 주장하고 있다. “함께 살자”. 그들은 이른바 생존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은 주장한다. “너희들이 죽어야 우리가 산다”. “우리는 함께 살 수 없다”고. 누구의 말이 옳은가?

그런가하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관료들 또한 “함께 살자”고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한다. 공장에 고립되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쌍용노동자들, 포위를 뚫어줄 연대투쟁을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지만, 민주노총관료들은 평택에 모인 노동자지원군을 무력화시켜서 버렸다. 노동자집회를 “평화적”으로 흩어버린 것이다⁴⁾. 자본에게는 적대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자본의 적이 아니라 대화 파트너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30일 오후 2시부터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⁵⁾ 쌍용차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식수, 의약품 등 인도적 차원의 물품 반입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당신들의 편이기도 합니다라고 노동자에게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진영에서는 계속 지도부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자본에게도 결코 과격하지 않은 합리적(!) 대화 파트너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 이것이 그들이 사는 길이요, 타락한 노조관료로서 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다. 그들도 한때는 현재의 쌍용차 노동자들처럼 생존권을 위해서 자본과 비타협적으로 목숨 걸고 투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그 생존권을 위해서 자본과 타협하고 노동자투쟁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이루려는 전망, 노동자계급 전체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전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사가 30일 교섭에 들어가자, 이명박은 3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구조조정)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⁶⁾. 쌍용차 노동자들을 반드시 정리해고 해야 한다는 신호를 사측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꺾어놓아야만 앞으로 줄줄이 벌어질 구조조정(정리해고)에서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독점자본의 전투적 대변자”답다. 저들은 알고 있다. 결코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노동자ㆍ민중이 죽어야 자본이 산다는 것을. 그래서 저들은 용산에서 5명을 죽이고 이번 싸움에서는 현재까지 6명을 죽였다.

자본이 죽어야 노동자가 산다

쌍용노동자들은 결사적인 투쟁으로 오랫동안 실종되었던 총자본과 총노동의 전선을 만들어 냈다. 불과 1000명도 되지 않은 인원으로 전국적인 전선을 형성하고, 전체노동자들에게 투쟁의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다.

아직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가 어렵다. 파업대오는 지쳐있고, 원군은 민주노총관료들의 배신행위로 전진이 막히고 있다. 한편 정부는 여전히 강경하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나더라도 우리는 70일을 넘기고 있는 처절한 투쟁 속에서 배워야 한다. 그것은 바로 노동과 자본의 적대이다.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은 이미 부정되었다. 언제까지 보다 덜 죽기 위한 투쟁을 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말해야 한다. 너희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고. 자본이 죽어야 우리가 산다고. 자본이 죽어야만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이 지켜질 수 있다고.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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