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두들겨 맞은 낡은 꿈처럼 움직이네

차디찬 서북풍(西北風) 칼날로 난자된 꿈처럼

그 어떤 혹독함으로

공인된 고통에 질러대는 뒤죽박죽의 헛소리로써

이 섬 저 섬으로 끌려다니는 흑인 피의 장막

그대의 날씨 살피며 어느 낯선 묘지로 가져갔던가

내 그대의 눈에서 자포자기의 풀죽은 절름발이를 보네

잊혀지고 만 사운디아타를

무적의 차카

명주와 불의 전설과 함께 해저로 달아난 자를 보네

나는 모든 것을 보네

살인을 부르는 군악(軍樂)을

도시의 내장에 쭈그리고 앉은 공포를 위로하려고

눈 덮인 풍경 한가운데서 터져버린 복부를 보네

오오 누구든 살 수 있었던 정취 깃든 땅

미지의 땅의 수확자였던 내 늙은 검둥이여

그대의 이마에까지 올랐던 새벽에 사람들은 무엇을 했던가

그대의 빛나는 돌과 황금빛 군도(軍刀)로써 무슨 일을 했던가

이제 그대는 그대의 더러운 감옥에서 벌거벗고 서 있네

타인의 홍소(洪笑)에 노출된

타인의 가증스런 탐욕에 노출된 불꺼진 화산

사람들은 그대를 반백(半白)이라 부르며 그토록 즐거워했지

<<보는시>>, 도서출판 오월, 1984 p.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