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검찰과 법원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구속했다. 인터넷에 그가 쓴 내용, 즉 “외화예산 환전업무 8월 1일부로 전면중단”, “정부가 긴급 업무명령 1호로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 달러매수를 금지하라고 긴급공문으로 전송했다”라는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못 박았다고 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 정말 벌을 받을 짓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주장할 수 있다.

종교가 벌을 받아야 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온다고, 부활한다고 뻔뻔하게도 무려 2000년 동안이나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때문이다. 이승에서 온갖 억압과 착취와 수탈에 순종하면 죽어서 천국ㆍ극락에 가서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사기 치기 때문이다.

국가도 벌을 받아야 한다. 지배계급의 권력체, 그리하여 피지배계급에 대한 잔혹한 폭력기구일 뿐인 국가가 자신은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책임지는” 존재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법이, 그 담당자가 벌을 받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도 처벌받아야 한다. 보장하는 것은 자본의 자유이고 상거래의 자유뿐이면서, 그리고 자본가 계급만이 주인인 사회임에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자유가 주어졌다고 모두가 사회의 주인이라고 허위사실을 강변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사기치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도 벌을 받아야 한다.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서민을 비정규직노동자로 만들어 놓고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명박이 유포하는 것은 “비지니스 프렌들리”, 즉 “독점자본 프렌들리” 외에는 모두 허위사실 (“747 공약”, “주가 3000 전망” “4대강 정비사업” 등등)이다.

자본가도 벌을 받아야 한다. “노사가 한가족”이라고, 이윤은 자본의 기여분이라고 돈이 돈을 낳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때문이다.

“공교육”도 벌을 받아야 한다. 성적순에 따라 쇠고기 돼지고기처럼 ‘1등급’ ‘2등급’이라는 시퍼런 도장을 이마에 찍고, 보다 값싼 노동력 상품, 자본의 착취재료를 만들어 내면서 이것을 “교육”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노동자들을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교실에 가두어두고 단조로운 암기교육ㆍ입시교육으로 정신과 육체를 불구로 만들고 억압을 내면화시켜 노동규율을 익히게 하면서, 또 성적순에 따른 차별을 내면화시켜 계급사회에 대한 저항의 싹을 자르면서도 이것을 “교육”이라고 사기를 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도 벌을 받아야 한다. 곽노완 박사님은 연기금으로 주식을 사는 것을 통해 사회주의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연기금 사회주의”), 금은 더 이상 화폐가 아니라고(“금폐화론”), 미국의 공황은 중국 등으로 파급되지 않을 것이라고(“디커플링”), (구)쏘련이 루블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거대한 무역수지적자와 예산적자를 통해 전 세계로부터 엄청난 공물을 받아왔다는 등의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때문이다. (<이론>: “금폐화론의 비과학성에 대하여”를 보라.)

물론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도 그를 구속한 진짜 이유가 아니다. “허위사실 유포했기 때문에 구속했다”는 말자체가 사실은 허위사실이고 그래서 검찰과 법원 자신이 거짓말(“허위사실유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속한 진짜 이유는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주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국가에 손해 즉 (독점)자본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진짜 이유이다. 법이란 자본의 법이고 소유의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에게 이익만 된다면 거짓말이 아니라 도둑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권장하고 있다. 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고 외국의 기술을 도둑질하는 역할을 국가정보유원의 주요업무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생각해 보라. 더 나아간다면 국가ㆍ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전쟁이라는 대규모의 살인까지도 신성시되지 않는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 즉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분명 죄가 된다. 그러나 그 죄를 벌한다는 것은 힘의 문제이고 계급적인 문제이다. 지배계급의 죄는 거대하지만 벌 받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의 죄를 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체제를 유지해주고 (독점)자본에 이익이 되는 온갖 거짓말, 도둑질, 폭력, 살인은 거대한 죄악이지만 사기꾼, 폭력배, 살인자는 지성인, 정치가, 판검사, 기업가라고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존경을 요구한다. 반면 피지배계급의 죄는 아무리 가벼워도 무겁게 처벌받고 죄가 없어도 처벌받고 또 죄가 없어서 처벌받는다.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의 가장 큰 죄, 이미 역사적 정당성을 다한 자본주체제를 유지하려는 죄를 사회의 이름으로 처벌할 그날은 언제일까!

<번역> “아프가니스탄 4월혁명”은 정혜윤 회원이 번역하여 연재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번역자에게 반가운 마음을 전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와 상황이 유사하여 친근하게 다가온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구)쏘련이 충돌했던 요충지로서의 중동 이슬람문화권의 계급투쟁과 정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회원마당> “내일은 해가 뜰 것인가”로 전성식 회원도 다시 등장(?)하셨다.  새해에는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

자료로 <정세 토론회> : “공황과 노동자계급의 대응”이 있어 이번호가 매우 두꺼워졌다. 토론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기록ㆍ정리해주신 임덕영 회원에게 감사드린다.

2009년 1월 16일

편집출판위원장 권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