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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기타 >
제목 독자편지
글쓴이 최상철 E-mail send mail 번호 454
날짜 2012-04-16 조회수 2560 추천수 77
파일  1334528225_L.hwp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찾아오듯 봄이 와야 하는데 문자 그대로 춘래불사춘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찾아오듯 봄이 와야 하는데 문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자신들이 아니면 다 오랑캐라는 옛 중국의 왕소군과 관련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보다 지금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4월인데도 추위가 가시지 않아 여태껏 개나리마저 피지 않고 있네요. 모내기는 제 때에 할 수 있을런지…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 채소값이 무척이나 오를 것 같군요. 식량수입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한국도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봄 같지 않은 건 비단 날씨 때문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냉전이 끝나지 않은 이 땅, 쌍용자동차에서 22번 째 죽음이 있었는데 덕수궁 대한문 앞에 추모의 분향소마저 설치 못하게 하는 나라에서 기온이 오른다고 꽃이 핀다고 봄이 왔다고 좋아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어제 석방추진 모임 회의가 있었는데 김혁 동지께서는 분향소 설치문제로 거리 투쟁을 하시느라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박인희가 부른 “봄이 오는 길”이라는 곡을 좋아했습니다만 올 해에 부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작사를 하신 분이 유명한 모 대형 교회의 장로님이라니 더 그렇네요…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가 떠오릅니다.





동지께서 알몸 검신을 당하셨다는 것을 카페에 올라온 김혁 동지께 보내신 편지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동지가 알몸 검신을 당하셨을 작년 그 무렵 동지께서 보내신 편지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9월 29일자 편지를 다시 보고 동지의 숨긴 메시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것도 이제야 알아채고 참으로 둔감한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드리네요. 잠시 제 자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전쟁터 같은 초긴장 된 감옥 생활에서 수치심에 짓눌리고 자존심까지 짓밟히는 데도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점점 폭력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무척 괴롭습니다.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더군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였습니다. 야수와 같은 폭력과 기만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박탈되어 가는데 삶에 희망이 있는 것일까?





이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희미해졌습니다. 인간에 대한 의미조차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통제받는 대상으로 폭력에 길들여져 벌거벗겨져 살고 있었는데, 나는 내가 인간인 줄 알고 착각하였구나. 우아하게 또는 지성인처럼 문명을 생각했어요. 이제 그런 미련을 모두 떠나보냅니다.










‘벌거벗겨져’라는 표현이 문자 그대로 강제로 벌거벗겨지셨던 것임을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희미해졌’다고 하실 정도로 힘드셨던 것임을… 알몸 검신이라는 것이 그냥 옷만 벗기는 수준이 아니라 몸 속 샅샅이 숨긴 것이 없나 확인하는 절차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냥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교도소에 처음 들어갈 때도 아니고 또 이감을 할 때도 아니고 가족과 접견한 이후에 알몸 검신을 했다니 이녀석들이 작정하고 수치심을 주려고 그랬구나 싶습니다. 더욱이 밀페된 장소도 아니었다고 하니 동지께서 받으셨을 고통이 얼마나 크셨을까요. 저는 감옥에 가본 일도 알몸 검신을 당해본 일도 없기에 예전에 영화를 보고 간접체험한 것을 근거로 상상해볼 뿐입니다. 더 쓰려니 이건 욕이 나올 것 같아서 이 이야기는 줄이겠습니다. 석방추진 모임 동지들과 전주에 함께 가서 항의할 계획입니다. 동지도 보다 강경하게 싸우실 수 있길 바랍니다.





NHK 홈페이지에 4월 4일 2시 38분에 올라온 기사 “한국 입항한 자위대의 호위함을 공개(韓国 入港の自衛隊の護衛艦を公開)”에 따르면 자위대 호위함 쿠라마(くらま)와 야마기리(やまぎり)가 헬기 3기를 함재하고 평택 해군 기지에 입항했다고 하는군요. 뉴스 영상을 보니 해상자위대의 호위함에는 버젓이 일장기가 걸려있더군요. 한국 언론은 이에 대해서 침묵하고 일본은 관영 언론사를 통해서 이 내용을 보도합니다. 기사를 보니 자위대의 평택 입항은 합동군사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하며 일본을 포함한 해외 언론보도를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합니다. 미제와 일제와 찰떡궁합이 되어가고 있는 한국 군대의 모습이 가관입니다.





동지께서 긴급하게 보내주셨던 지난 편지의 앞부분은 <범민련> 측에도 전달했습니다. <범민련>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군사 훈련 등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 시국에서 긴급히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문을 보내왔기에 참고로 써달라고 보냈습니다. 동지의 사전 양해를 구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동의해주실 거라는 믿음 하에 제가 임의로 그렇게 했습니다.





<사월혁명회>에서 이병진 원고 잘 받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체국 소인을 확인해 보니 보내주신 다음 날 바로 도착했다고 합니다. 장문의 글을 보내주셨다고 하시네요. 회의를 거쳐야 합니다만 가급적이면 오탈자와 비문을 교정하는 선에서 그대로 게재하는 방향으로 하시겠다고 전해달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사월혁명회> 사무처장님께서 워낙 바쁘시고 마침 제가 편지할 일이 있고 해서 미리 대신 전합니다.





월간 ≪작은 책≫에 동지의 글이 연재된다니 기쁘게 생각합니다. 동지에 대해 보다 많은 이들이 알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워낙 많은 곳에 집필 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인도 독립 투쟁의 역사” 번역도 계속해서 분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4월호 연재 분량 이후에 5월호부터 연재할 내용을 보내주십시오. 웹싸이트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에 누군가 동지의 번역을 퍼갔더군요. 작지만 호응이 있다는 말이니 힘내서 번역을 끝까지 진행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제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보던 중에 2010년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회의 그림들의 도판과 해설을 담아낸 ≪아시안 리얼리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 인도 화가들의 그림과 해설을 복사했습니다. 그림은 색채가 생명인지라 흑백복사를 해서 전해드리는 게 영 유감스럽습니다만 아쉬운 대로 갈증해소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옥에서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총회 준비 등으로 ≪정세와 노동≫3월호 발송이 늦었습니다. 저번에 못보낸 책 중에 Marxist Cultural Movement In India의 2, 3권도 같이 보냅니다. 죄송합니다만 1권은 제가 잠시 더 가지고 있겠습니다.





얼마 전 신경림의 시집 ≪농무(農舞≫를 구해서 대단히 기쁘네요. 초판도 아니고 1985년 8판이라 희귀한 것도 아니지만 낡은 책장의 옛 시들이 아직도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 중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밤새










느티나무 밑을 도는





상여에 쫓기다가 꿈을 깬다





문득 새소리를 들었다










  





억울한 자여 눈을 뜨라





짓눌린 자여 입을 열라










  





원귀로 한 치 틈도 없는





낮은 하늘을 조심스럽게 날며










  





저 밤새는 슬프게 운다





상여 뒤에 애처럽게 매달려





그 소년도 슬프게 운다










  





1975・≪세대≫










  















이병진 동지.





≪정세와 노동≫ 4월호 마무리 관계로 이번 편지는 짧게 보냅니다.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 석방 추진 모임>에서 전주교도소 측에 동지의 알몸 검신과 서신 검열, 발송 지연문제 및 TV 방송 중단 문제에 대한 정식 답변을 보냅니다. 공문 내용을 동지께도 급히 전달합니다. 교정을 보기 전의 공문이라 맞춤법과 문맥 등이 수정될 수는 있습니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의 투쟁이 1500일을 넘겨 어느새 1600일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극히 생존권적인 요구를 하는데도 1500일을 넘겨 투쟁해야만 하는 세상이 언제나 끝이 날까요? 아래는 재능 1500일 투쟁 문화제 때 낭송된 글로 출처는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오수영 동지의 페이스북입니다.










재능지부투쟁 1500일, 우린 반드시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작성: 오수영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오전 12:16 ·










1500일 우리의 투쟁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들을 매일매일 당하면서도, 100일을 숨도 쉬지 않고 달려왔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거리에서 1500일 이후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차가운 새벽, 농성장 문 앞에서 한 중년의 사내가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라 놀랐는데 얼마 전 1년 후 복직 합의를 하며 사람들 마음에 “희망”을 새긴 한진중공업 조합원이었습니다.





본사 앞에 텐트도 치지 못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차량에서 철농을 하던 숱한 밤에도 많은 이들이 술에 취한 밤이면 화를 삭이지 못해 혜화동 본사 앞에 찾아와 철문을 두드리고 화분을 엎어놓고 가기도 했습니다.





우린 왜 사람들 마음에 미안함과 슬픔으로 남아 거리에 서 있는 걸까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아마도 우릴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알고 있는 선생님들도 우리를 잊어버리고 싶어 할지 모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3800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목소리를 냈던 날들은 12년의 시간 동안 채 4분의1이 안 됩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재능교육자본의 노동탄압에 맞서 현장에서 거리에서 악다구니를 하며 싸워야만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들이 상처난 마음과 패배의 쓰라린 기억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떠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12명 해고자의 전원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11명만 현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99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 긴 시간을 함께해온 이지현 조합원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동안 우린 병문안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그녀가 위독하다는 소리에 가슴을 쥐어짜며 숨죽여 울고 그녀가 떠나던 그 날 서럽게 울기만 했습니다.





고작 10여명이 조금 넘는 조합원들이 거대한 재능교육자본과 투쟁하고 있습니다. 적들보다는 내 앞에 있는 동지끼리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하루 하루 “투쟁”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










우리의 요구는 투쟁했기 때문에 빼앗겨버린 노동조합인정과 해고자 전원복직입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이유로 거리에 서있습니다. 99년 12월 33일간의 점거파업으로 만들었던 “우리의 사랑 우리의 꿈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을 다시 일으켜 세워 현장에서 웃으며 일했던 그런 날을 다시 만들고 싶은 사람, 10년간의 해고자 생활을 청산하며 예쁜 양복입고 커다란 관리가방을 등에 매고 출근하고 싶은 사람, 투쟁했기 때문에 빼앗겨버린 노동조합의 이름을 다시 찾고 싶은 사람, 거대한 자본의 무차별 공격에 망가져 버린 생을 복수하기 위해 재능교육 간판을 내려 버리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아이들과 나를 믿고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사람.





우리가 돌아갈 재능교육은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매달 성실히 일하고도 가짜회원회비로 얇아진 월급봉투에 맘 아프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 앞에서 “학습지교사”라는 명함이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회사의 엄청난 성장에 밑돌이 되어 죽어나가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린 선심 쓰듯이 회사가 제안한 노동조합 인정 없는 순차복직도 선별복직도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소박하지만 그 소박한 요구에 자본도 권력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조금도 내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노동자였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성”을 빼앗고 무한한 착취를 일삼는 추악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12명이 맞장을 뜨고 있는 우리의 “동화”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날 수 있게 그래서 모두의 마음에 “희망”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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