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막아라!

지난 9.11 노동조합은 지역별로 사업장 내에서 야간총회를 개최하였다. 회사는 총회를 막으려고 조합원들을 대규모로 출장보냈다. 관리자들은 조합원을 삼삼오오 조직하여 회식으로 붙들어 매었다. 총회가 열릴 사업장 정문에는 컨테이너를 설치하여 출입을 봉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성사되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총회 방해 실적이 좋지 못한 관리자들에 대해서는 경고ㆍ무보직 등의 징계와 책임을 물었으며,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이라는 이유를 들어 총회를 주도한 조합간부들을 경찰에 고소하였다.

회사는 이어진 2일간의 노동조합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무산시키려고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을 출장이나 교육을 보내고 회식을 강제하여 투표할 시간마저 빼앗았다. 이에 더하여 관리자들이 아예 투표장소 주변에 진을 치고 투표를 감시까지 하였다. 노동조합은 부득이하게 투표기간을 6일간 연장한 끝에 62%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이후에도 회사는 투표기한연장에 대해 법원에 투표효력정지가처분까지 내미는 얼굴 두꺼움을 과시하였다.

11.6 필수유지 1차 전면파업 때에도 회사는 관리자들을 총동원하여 파업에 참여할 경우 징계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위협을 가하거나, 파업이 불법인양 호도하여 복귀를 종용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11.18부터 지부별 순환파업이 영흥화력지부에서 6일간 지속되었다. 그동안 회사는 조합원을 회식이나 사회봉사활동의 명목으로 빼돌리거나 조합원들을 은밀한 장소에 감추어두고 관리자가 감시하기까지 하였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찾아서 현장을 순회하자 회사는 사무실을 아예 걸어 잠그거나 출근조차 시키지 않았다. 사실상 회사에 의해 파업은 이루어졌으나 조합원의 일부는 파업 장소에 나오지 못하였다. 회사는 파업파괴에 역할을 다하지 못한 관리자들에 대해 또 무보직 발령을 내고 업무방해로 조합간부를 고소하였다.

달라진 노사관계, 정부의 중간관리자로 전락한 기관장

현재 공공부문 임금, 단체협약, 복지관련 모든 것들은 이명박의 말과 그에 따른 정부의 지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이명박 스스로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자백하고 있다. 과거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권고하지만 해당 기관별로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여지는 주어졌었다. 그러나 이제 기관장이 노사관계에서 대표자로서 결정하거나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기관장들은 공공부문 사용자 대표인 정부의 노사관계 지침을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정부의 중간관리자 지위로 전락하였다.

정부는 올해 임금을 삭감 또는 동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노동자를 평가와 경쟁의 노예로 만들기 위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임금체계의 선진화로 설정하고 기관장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신입사원 임금도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16% 삭감하였다. 또한 단체협약 조항 중에 인사ㆍ경영 참여, 노동조합의 권리 등을 나쁜 관행이라고 규정하고 모두 제거하라고 기관장에게 지침을 내리고 노동조합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단체협약까지 해지하라고 주문한다. 이에 따라 발전·철도·가스·노동연구원 사측은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정원감축은 노동조합의 밀착 추적에도 불구하고 비밀이사회에서 의결을 통해 이미 결정된 상태이고,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한 집행만 남아있으나 회사는 온갖 방법으로 일방 시행하려 하고 있다. 복지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학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전세자금도 시중 대출이자로 전환하며, 각종 경조휴가도 줄이거나 무급으로 전환하겠다는 지침도 발표하였다. 이와같이 정부가 기관별 노사 간 현안에 일일이 지배·개입함으로써 기관장들이 자율적으로 노동조합과 결정해야 할 사항은 없어졌으며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전회사도 부족인원이 60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회사는 1500여명을 감축한다고 결정하였다. 성과급은 이미 20% 삭감되었다. 구조조정을 위한 조직개편도 회사 마음대로 시행하여 보직을 받지 못한 관리자들을 조합원 자리에 채우려 시도하고, 조합원의 이동도 노동조합과 협의도 없이 대규모로 진행하였다. 또한 사측은 소사장제를 도입하여 권한을 사업소장에게 위임하되 노동조합 관리실적에 따라 평가하고 책임지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관리자들은 징계와 무보직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조합 탄압의 선두에 내몰리고 있다. 마침내 임금삭감, 정원감축, 복지축소,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사측은 유니온샵을 트집 잡아 의도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달라진 투쟁, 필수유지업무 하의 파업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방식이 달라졌다. 직권중재가 철폐되어 파업이 보장되기는 하였지만 대신 정부는 필수유지업무를 만들어 파업의 범위와 효과를 최소화시켰다. 과거에는 불법파업을 피할 수 없어 집행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면파업을 할 경우 집행부뿐만 아니라 참가한 조합원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필수유지업무를 제외한 필수유지 파업은 사전에 명단이 제출되면 언제라도 가능하다. 대개의 경우 필수유지업무 대상자는 70% 안팎이다.

파업대상자의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일시에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위력은 줄어들었다. 따라서 파업이 장기화로 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파업효과를 높이려고 연중 내내 파업기간으로 설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장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교섭은 짧게 하고 파업은 길게 해서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외에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물론 조직역량이 된다면 짧은 전면파업으로 승부를 걸 수도 있을 것이나 상당한 수준의 집단적 의지가 필요하다.

파업파괴자 이명박

전과 14범인 대통령이 준법의식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는데 법위반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식석상에서도 자신이 요구한 일을 기관장들이 수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에 연연해하지 말고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부지침을 수행하지 못하는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이러하니 기관장들은 법과 상식은 제쳐두고 앞뒤 가리지 않고 노동조합 탄압하고 구조조정을 관철시키는데 여념이 없다. 모든 기관장들은 이명박을 닮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11.28 공공부문 선진화 워크샵에서 이명박은 철도노조 파업을 용납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철도노조 파업이 합법적 공간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검찰을 동원하여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어서라도 파괴하라는 파업파괴자 이명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러하니 공공기관에 노사관계가 들어설 수 없고 직장분위기마저 살벌해졌다. 공공부문 노동현장에서는 분쟁이 급증하고 직원 간에 반목·대립·멸시로 채워지고 있다.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탄압해 본 경험이 있는 자본가 대표 이명박이 있는 한 공공부문 현장은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