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헤매고 헤매느라고 4월호 원고를 이제야 겨우 보내고, 인터넷 뉴스를 보니 ��경향신문��(<경향닷컴|Kyunghang.com>, 2010. 4. 14.)에 임영주 기자의 다음과 같은 기사가 떠 있다. 마침 오늘치 ��한겨레��에 신영복 선생(성공회대 석좌교수, 사회적 기업가 학교 교장)의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시론’이 ‘진보적 언론’과 ‘진보적 지식인들’의 최근의 행보에 대한 유감(有感)을 새삼 자극한 바 있어, 여기에 그 두 글을 (��한겨레�� 및 ��경향신문�� 인터넷 싸이트의) 원문 그대로 옮긴다.

시간에 쫓겨 이러한 이상한 형태의 글로밖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을 독자들은 양해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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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등치는 서민금융… 세계각국 ‘마이크로 크레디트’ 부작용

ㆍ멕시코선 연리 125%까지

ㆍ미국업체 사기혐의 조사

연 60~100%에 이르는 높은 대출금리와 수수료, 대출금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예금해야 하는 일명 ‘꺾기’까지….

영세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시작된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가 활성화되는 것과 함께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상업적 이해관계가 우선인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직ㆍ간접적으로 뛰어들고, 비정부기구(NGO)들도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사업으로 여기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출이자와 수수료가 높아진 것이다. 취지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1976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에서 시작된 마이크로 크레디트 역사에 민간자본이 처음 진입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특히 소규모 비영리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으로 시작한 멕시코의 콤파타모가 2007년 주식공모로 4억5800만달러를 벌면서 소액융자 사업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서구 최대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업체인 이 회사가 앞장서 높은 대출이율을 정하면서 멕시코 내 다른 업체들의 이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콤파타모의 연 대출이자는 최대 125%에 이른다. 영세민 금융 관련 독립적인 정책·연구기관 CGAP에 따르면 멕시코의 평균 소액융자 이율은 60% 수준이며, 전 세계 평균은 35%다.

소액융자 대출이율은 나라마다 천지차이지만 멕시코와 나이지리아처럼 인구가 많고 소액 대출 수요가 많지만 실제 대출은 그만큼 이루어지지 못하는 국가에서 특히 높다. 나이지리아의 대표적인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 LAPO도 도이체방크와 캘버트재단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출금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평균 대출금리는 74%로, 비판을 의식해 지난해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대출금 중 의무 예금 비율을 대출금의 10%에서 20%로 올리면서 실제 이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부 고객의 연 대출금리는 이로 인해 114%에서 126%까지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는 일부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이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업체가 부과할 수 있는 금리에 상한선을 둘 계획이다. 빈곤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이) 자금 조달 비용에 10-15%를 더한 수준을 대출금리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1000달러짜리 대출 1건보다 100달러짜리 대출 10건을 운용하는 것이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이율을 제재하게 되면 영세민에 대한 대출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임영주 기자 minerv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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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사회적’이란 ‘여럿이 함께’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아닐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물건을 생산하고 생산물을 분배하는 주체인 기업의 사회성이야말로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사회적 토대가 된다. 이 점에서 볼 때 우리의 경제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이 경제가 성장하여도 그것이 고용과 복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이다. “경제성장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반대로 불경기 때에는 겨울 추위에 개울물이 먼저 얼듯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고통에 내몰리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경제와 사람을 잇는 다리와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업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기업을 통해 먹을 것을 구하고, 기업을 통해 공동체의 성취감을 느끼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사람이 모여 ‘여럿이 함께’하는 경제를 이루도록 도와야 할 ‘기업’이라는 틀은, 오히려 현실에서 사람을 억누르고 채찍질하기만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기업은 이런 존재이기만 한 것일까? 여럿이 함께하는 기업, 고통받는 이웃을 함께 생각하는 기업은 불가능한 것일까?

지난해에 시작한 ‘사회적 기업가 학교’는 이런 아픔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 한겨레경제연구소 그리고 여러 시민단체가 뜻을 모았다. 소외된 이웃들의 아픈 현실을 어루만지는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벌인 일이다. 시작은 이렇지만, 우리 사회의 공동체 구조를 새롭게 짜는 대안적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기업가 학교는 전문성과 현장성을 두루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사회적 기업의 이론적 탐구에서부터 창업과 경영의 기초 및 전문 과정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짜고 있다. 2009학년도에는 기초과정, 조직디자인 과정,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과정, 사회적기업가 엠비에이(MBA), 청년사회혁신가 과정, 비영리마케팅 등 6개 강좌가 개설되었고, 200여명이 수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졸업생들이 전해오는 변화의 사례도 고무적이다. 컴퓨터 렌털 회사에 근무하던 구자덕씨는 자원순환과 정보격차 해소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한국컴퓨터재생센터’라는 사회적 기업의 대표이사가 되어 매년 수천대의 중고컴퓨터를 재생하여 이익금은 직원들 및 지역사회와 나누고 있다. 문진수씨는 재무설계회사의 부사장직을 사직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재무상담을 하는 ‘에듀머니’의 대표를 맡았다. 문 대표는 과거보다 몇 배나 적은 봉급을 받고 있지만,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열정에 행복해하고 있다. 노인요양센터를 설립한 예순 나이의 사회복지사 이영애씨, 시민단체 활동가에서 지역의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지역재단인 ‘도봉사람들’을 설립하고 있는 박은희 대표 등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례들은 많은 사람의 희망이며 자부심이 되고 있다. 이런 성과와 열정에 힘입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을 넓혀 모두 9개 과정, 300명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 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된 변방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에는 어려움도 많다. 그러나 학교를 찾는 사람들의 의지가 뜨겁고 지속적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학교와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학교와 교육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대나무가 그 큰 키를 지탱하기 위해 짧은 마디로 시작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사회적 기업가 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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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진보적인 ‘사회적 기업’의 한 형태로서의, 노벨상에 빛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고리대금화에 대한 뉴스는 물론 앞에 옮긴 ��경향신문��의 보도가 우리 사회에서 첫 번째가 아니다. 이미 2009년 8월 15일자 ��조선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었다.

인도 소액대출, 고리대금으로 변질

빈민 자립 돕기 위해 시작 회수율 높자 펀드 자금 몰려

인도 남부의 빈민 지역인 라마나가람 시에 사는 자린 타지(Taj)는 4년 전 남편의 야채 수레 장사에 보태려고 125달러(약 15만원)를 대출받았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대출업자가 찾아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대출을 더 받아 TV도 사고, 주방 기구도 사들였다. 새 대출금으로 이전 대출금을 돌려막았다. 타지는 “소액 대출을 받으면서 예전엔 없었던 물질에 대한 욕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TV와 장신구를 팔아 빚을 줄였지만, 여전히 94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이 돈은 그녀가 1년 버는 수입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애초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ㆍ소액대출) 제도는 일반은행에선 담보가 부족해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영세 빈곤층의 자립(自立)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되레 그들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고 있다. 빈곤층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의외로 대출금 회수율도 높아 소액 대출 사업이 수익이 ‘짭짤하다’는 것이 퍼지자, 사모펀드(PEF)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 마구 대출을 제공하면서 빈곤층의 신용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뉴델리에 있는 인도 마이크로크레디트협회 ‘사-단(Sa-Dhan)’에 따르면, 2008년 3월 인도의 소액대출 규모는 12억4000만달러(약 1조5360억원)로, 1년 새 72%나 급증했다. 대출기관도 2004년 53곳에서 올해 233곳까지 늘었다.

특히 2007년부터는 국제적인 사모(私募)펀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아납 무케르지(Mukherji) 인도 경영협회 연구원은 “소액 신용대출의 사명(mission)이 애초 ‘사회기관’에서 이제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대출기관’으로 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늘면서, 소액대출의 이자율은 24-39%로 뛰었다. 빚을 못 갚는 가정도 늘었다. 2004년 27달러(약 3만3000원)였던 인도의 평균 가계 빚은 올해 135달러(약 16만원)로 치솟았다.

김연주 기자

물론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 신영복 선생 같은 존경 받는 진보적 지식인들, 그리고 오늘날 폴라니가 어떻고, ‘기본소득’이 어떻고, ‘사회적 기업’이 어떻고 등등으로 떠드는 수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은 진보적 대안의 연구와 실천에 너무나 분주한 나머지 위와 같은 기사는 보지 못했거나, 보았더라도 사실이 아니라 ‘극우 찌라시’의 악의적 날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맑스가 ��자본론�� 제3권 제5편 제36장(MEW, Bd. 25, SS. 614-15)에서 지적했던 “...환상들”, 예컨대, “빈민을 고리로부터 지키려 한, 고리에 대한 반작용, 예컨대 공설전당포(公設典當鋪, Montes-de-piété)”, “이것들은 신심(信心) 깊은 욕구는 그것이 실현될 때에는 그 정반대물로 전화한다고 하는 역사의 역설(Ironie)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던 것 등에 대해서야 명색이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들로서 안 읽었을 리 없겠지만, 바로 그 신심 깊은 진보적 욕구 때문에 ‘과거지사는 단지 과거지사’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오늘날 그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행보를 할 수 있겠는가?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