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쇼억압과 노동자ㆍ민중의 반격

많은 사람들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바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파쇼 드라이브가 실로 더 이상 나아가게 해서는 안 되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그것은 단지 김영삼 정권 하에서 본격화되고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하에서 전면화되었던 전래의 반노동자적ㆍ반민중적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화하는 데에 그치고 있지 않다. 일일이 예를 들 것도 없이, 진보적 시민 조직과 노동자 조직들을 철저히 무력화시키고 분쇄해서 노동과 자본 간의 계급 역관계를, 그리고 나아가 독점자본 국가의 권력행사 방식 일반을 1987년 6월 및 7-9월 이전, 그러니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의 그것으로 되돌리려는 음모, 의지가 주요 국가기구와 극우단체들을 총동원하여 속속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축소되고 축소되면서도 근근이 명맥이 유지되던 87년 투쟁의 성과, 민주주의는 가히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저들이 밀어붙이고 있는,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해 경찰이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서 5명의 시민을 불태워 죽인 용산참사로 상징되는 도시 막개발, 세종시 건설계획의 수정,¹⁾ 이른바 ‘4대강 살리기’라는 사기적 이름으로 강행되고 있는, 한번 이루어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반생태 대운하 파기²⁾ 등의 여러 사업들은 토건자본, 투기꾼들의 이익을 위해서면 주민 절대다수의 반대ㆍ저항쯤은 안중에도 안 두는 저들의 탐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예컨대 대량해고에 저항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퍼부어진 무자비한 폭력, 공무원 노조나 전교조, 기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을 향한 노골적인 억압과 와해공작 등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국가와 독점자본의 계급적 증오가 얼마나 진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동교육원의 박기성 당시 원장이나 임태희 현 노동부 장관 등은 헌법에서 노동3권을 삭제해야 한다거나 단체협약권이나 단체행동권을 제약해야 한다고까지 공공연히 떠들고 있지 않은가!

물론 말로만 그렇게 떠들고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그것을 제도화ㆍ법제화해가고 있다. 예컨대, 지난 여름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과 집요한 방송ㆍ언론 장악 기도는, 그리고 한국노총 지도부와 자본가단체들, 그리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야합하고 지난 연말 야당의 ‘야심 가득한 거물 정치인’ 추미애 의원까지 야무지게 한몫을 담당하면서 국회를 통과한 개악 노동법은 파쇼지배를 강화하고 영구화하려는 정치적 음모요 법률적 장치이다. 특히 개악 노동법은 자주적ㆍ민주적 노동조합을 철저히 무력화시키는 장치로서 1996년 말 개악 노동법 이상의 치명적인 악법이다.

하지만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쇼지배를 강화하고 영구화하려는 저들의 야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파쇼책동은 결국 한 토막 역사의 광대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십 년간의 민주화운동, 노동자ㆍ민중의 해방운동을 통해서 형성된 광범한 민중역량을 저들은 결코 되돌릴 수 없고, 전쟁을 기화로 수십만 인민을 학살함으로써 조성했던 정치적 공포도 결코 다시 조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저들의 그러한 파쇼적 억압 자체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쇠한 부르주아 경제의 격화된 모순의 폭발로서의 경제위기, 즉 공황과 그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노동자ㆍ민중생활의 파탄이 노동자ㆍ민중으로 하여금 떨쳐 일어나 투쟁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져 가는데도, 그간에 퍼부은 엄청난 공황구제 자금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질 것이 뻔한데도, 그리하여 대중의 빈곤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데도, 이명박 정권과 독점자본은 ‘공기업 선진화’ㆍ‘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ㆍ대량해고에만, 임금을 억누르고 삭감하는 데만,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데만, 그리고 극우 <조선일보>의 김대중의 표현을 빌더라도 “광내는 데에만”, 즉 토목건설자본에 재정을 퍼주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조합 운동을, 민주노총을 억압하고 분쇄하려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ㆍ민중 운동의 정치적 지도 주체, 정치적 참모부의 부재로 투쟁이 조직적ㆍ효과적으로는 수행되고 있지 못하고, 또한 당장은 패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노동자ㆍ민중은, 그리고 시민 대중은 이미 투쟁을 수행하고 있고,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시쳇말로 ‘강부자’ 중심의 정책을, 반노동자적ㆍ반민중적 정책을, 세종시 건설 수정 정책을, 4대강 죽이기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서 곳곳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

민중역량을 총동원하자

― 그것을 통해서만 전략적 정치 참모부도 형성ㆍ발전된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하여 총 민중역량을 효율적으로 조직ㆍ동원할 것이며, 그 조직과 투쟁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노동자ㆍ민중의 정치적 참모부를 획득해낼 것인가 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사실 논의와 나아가 실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곳에서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최근 일부 지식인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일종의 자폐증적인 전선론이다.

그들은 문제를 예컨대 이렇게 제기한다. 민주대연합이냐, 진보대연합이냐? 반MB전선이냐, 민중전선이냐? 등등.

그리고 이렇게 대답한다. 시대 뒤떨어진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 무원칙한 반MB전선이 아니라 민중전선! 등등.

그러나 그러한 양자택일식의 문제제기와 답변은 극히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특히 그러한 방식의 문제제기가 그 자체에 내포하고 있는 저 상투적 답변은 외견상의 화려함,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외견상의 화려함과 선명함 때문에 노동자ㆍ민중 운동의 선진적 부분을 오도하고,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그리하여 결국은 노동자ㆍ민중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노선이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주장의 일부는 전선을 사실상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세력 간의 합종연횡으로 간주하고, 그리하여 그 상층부를, 즉 민주당과의 관계를 과도하게 주목하는 데에서도, 그러한 정파적 동기에서도 나오고 있다.)

진부하고 또 진부한 이야기지만, 대중적 정서를 추수해서도 안 되지만, 대중적 정서를 무시하고는 결코 노동자ㆍ민중 운동이 힘 있게 조직ㆍ발전될 수도, 유력한 정치적 참모부와 그 정치적 헤게모니가 형성ㆍ강화될 수도 없다. 오로지 대중노선을 견지하고 강화하는 위에서만 노동자ㆍ민중 운동도, 그 전위 운동ㆍ조직도 힘 있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얘기한다. 민주대연합은, 혹은 반MB전선은 그 정치적 성과를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에게, 민주당에게 몰아줄 뿐이라고.

그러나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지방선거에서의 득표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아니 그 선거를 염두에 두더라도, 저들 자유주의 부르주아지, 민주당보다 더욱 진지하고 더욱 헌신적으로, 더욱 올바른 노선으로 투쟁하지 않고, 그리하여 대중적 투쟁 속에서 그들의 계급적 한계와 으레 있기 마련인 정치적 기만과 쇼맨쉽을 실천 속에서 폭로해내지 않고 어떻게 대중의, 저들의 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영향 하에 있는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적 지지와 신뢰를 획득해낼 수 있겠는가?

그리고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하면서 운동과 투쟁을 선거전략 속에 배치하고 가두려는, 혹은 적어도 선거 득표 전략을 중심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있을지 모를 합법주의적 움직임도 강력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역시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정치적 계기이고 투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거에서의 득표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운동ㆍ투쟁을 벌인다면, 그것은 선거도 대중투쟁도 실패로 몰고 가는 하수 중의 하수, 악수 중의 악수이다. 오로지 거리에서 공장에서 불 같이 타오르는 역동적 대중투쟁만이 승리로, 승리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그 역동적 대중투쟁의 현시기 핵심적 고리는 개악 노동법 폐기투쟁,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종시 성격 수정 문제를 둘러싼 투쟁, 그리고 4대강 운하 사업 저지투쟁이 될 것이며, 투쟁이 성숙해감에 따라서 미디어법 개폐투쟁 등으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 고용, 기타 노동조건의 개선, 개악저지를 위한 투쟁과 더불어 개악 노동법의 개폐투쟁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해가 걸려 있는 투쟁이다. 특히 단협 해지, 노조 불인정, 대량 징계ㆍ구속 등으로 무력화ㆍ해체 압박을 받고 있는 공무원, 교원, 공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절박하게 투쟁을 강요당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직접적으로 계급적인 이해가 걸린 투쟁은 물론 세종시나 4대강 죽이기, 미디어법 문제 등 말하자면 시민적 이슈를 둘러싼 투쟁에도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투쟁전선은 일부 관념 과잉의 지식인들이나 활동가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결코 택일적이지 않다. 그것은 중층적이다. 물론 구체적 정세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그리고 특히 전략적 주체를 형성하고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매시기 중시하고 운용하는 방식은 당연히 바뀌는 것이지만, 그것은 분명 중층적이고 그 속에서 투쟁도, 조직도, 정치의식도 발전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파쇼적 억압이 강화되는 현정세 속에서는, 그 파쇼적 억압이 노동자계급, 특히 조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정세 속에서는 특히 그 어느 때보다도 전선을 넓혀 민중역량을 총동원하여 투쟁해야 할 때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이끌 전략적 정치 지도부, 정치 참모부를 획득하는 것은 운동의 현 전략적 단계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적 과제 또한 광범하고 중층적인 대중적 전선 속에서 진지하고 헌신적인, 그리고 목적의식적이고 선도적인 투쟁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경술 국치’ 100주년의 특수 문제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주지하듯이 금년 2010년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한국 병탄(倂呑)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계기로 한ㆍ일 양국에서는 한일 간의 과거지사를 둘러싸고, 그리고 특히 “1910년 8월 22일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는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 제2조의 해석, 특히 “이미 무효”의 해석을 둘러싸고 ‘망언’과 ‘망언규탄’ 전을 벌일 조짐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고,³⁾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언론에서는 이미 그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물론 한국 측에서는 한일 병합에 찬동한 인사들을 간단히 ‘친일파’로 범주화함으로써 그 병합과 식민지 지배에 일본의 독점자본과 이해관계를 같이한 계급적 집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그리고 일본 측에서는 자신들의 한국 병탄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그에 동원된 또 하나의 희생자 집단인 일본의 노동자ㆍ민중에게 공범자 의식을 심어주려는 역사의 왜곡ㆍ날조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양국 내부의 계급적 대립을 양국민 간의 국가주의적ㆍ민족주의적 대립으로 돌려, 양국 노동자계급 간의 국제적 연대를 차단하려는 양국 독점자본가계급의 정치적 음모, 정치적 간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특히 한국에서는 한ㆍ미ㆍ일 독점자본 간의 반노동자 계급동맹을 은폐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도 물정 모르는 일부 소부르주아 지식인들은 어릿광대춤을 추고 있다.

그리하여 2010년은 독점자본의 이러한 정치적 간계 또한 각별히 경계하면서 한ㆍ일 노동자계급 간의 국제적 연대를, 나아가 전세계 각국의 노동자계급 간의 국제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데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