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지휘부를 둘로 나눌 수 없다

이명박은 세종시로 행정부의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것을 철회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세종시건설을 백지화하고 있다. 그는 “정치적 불리”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오직 “역사적 소신”에 따르겠다고 한다. 그의 투철한 사명의식은 무엇인가? 그는 말한다.

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더더욱 느낀 것은 9개 부처¹⁾를 세종시에 옮겨놓는다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경제전쟁시대인데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지금 경제부처 장관과 1주일 두세 번 조찬을 하면서 새벽같이 모여서 의논한다. 총리에게도 이야기하고 국무회의도 일주일에 정기회의 한 번 있고 임시회의도 한 번 있고. 그 경제부처가 모두 내려가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나. <최재혁 신은진 기자, “세종시, 곧 수정안 내놓을 테니 보고 판단해 달라”, ��조선일보��, 2009.11.28.>

그의 말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노동부 등과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이 긴박한 경제전쟁을 지휘하여 하는데, 지휘부를 지역적으로 둘로 나누어 효율을 떨어뜨려서는 결코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그 지휘부가 효율적으로 지휘하는 일은 물론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민중과의 전쟁이겠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지휘부가 둘로 나뉘는 것은 행정부서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독점자본도 그럴 것이다. 대통령과 상대하는 독점자본의 총수는 서울에 남고, 경제부처와 항상적으로 협의(정확하게는 뒷거래)해야 하는 참모진들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행정부가 효율이 떨어지듯이 독점자본의 지휘부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명박 자신도 과거 고용사장으로 관급공사를 따기 위해 정부와 항상 긴밀하게 협의해야 했고, 또 현대 총수와도 항상 얼굴을 맞대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야 하는 독점자본의 참모진들을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별 독점자본의 지휘부를 둘로 나눌 수 없다. 총자본의 지휘부(행정부)도 둘로 나눌 수 없다. 이것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야하는 그의 계급적 소명의식이다.

정치적 고립

이명박이 “지지율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역사적 소명”에만 충실하자, 먼저 한나라당이 요란하다. 이명박은 “대통령 단임재이기 때문에” 더이상 노동자민중을 속일 필요없이²⁾ 노골적으로 독점자본의 편을 들면 되지만, 자신들은 민중을 아직 더 기만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도지사가 사퇴하는가 하면, 충청표가 필요한 박근혜는 물론이고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경우 친이계 내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또한 언제 세종시 꼴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충청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물론 격앙되어 있고, 세종시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 또한 당연히 반대하고 있다.

충청도민들은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수도권의 민중들 또한 인구과밀화 때문에 발생하는 집값상승과 교통비용증가 등으로 세종시백지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백지화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독점자본과 이명박 대 거의 전체 국민과의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포위망은 허약하다.

전망 

이명박은 내년 1월 10일경 세종시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행정부 이전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백지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보다 더많은 예산을 들여서 세종시를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4대강살리기” 예산이 더 절실하다. 세종시는 위축된 형태로 추진될 수 밖에는 없다.

반발하고 있는 제부르주아정치세력은 (민중을 기만할 수 있는)명분만 주어진다면 적당히 타협하려 들 것이다. 그들 또한 독점자본의 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등은 이명박의 폭력에 굴복하면서, 멋지게 넘어지면서, 내년에 있을 지자체선거에서 표를 구걸하려 들 것이다.

진실로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의지가 있는 세력은 충청남도의 민중들 뿐이다. 이명박에 기만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쫒겨난 충청남도의 민중들은 “독점자본의 전투적 대변자” 이명박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2003년 핵폐기장 건설 반대를 위해 일어선 전북 부안군민의 투쟁과 같은 힘찬 투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민중은 충청도민들의 투쟁이 결코 지역과 지역의 갈등문제(수도권과 지방충청도)가 아니라 계급적 문제, 독점자본과 민중과의 투쟁임을 분명히 하고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여 할 것이다. <노사과연>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 <성한용 선임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MB 정세변화 못읽거나, 외면하거나”, ��한겨례��, 2008.11.18.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322430.html>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 후보의 한 사람으로 그렇게(원안 추진 언급)안 했더라도 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충청도에 가서 유세를 할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하다가 선거일이 다가 오니까 말이 바뀌더라. ‘이미 결정 됐고, 원안대로 해야죠 ’라고 했다.” <최재혁 신은진 기자, “세종시, 곧 수정안 내놓을 테니 보고 판단해 달라”, ��조선일보��, 2009.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