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무들이여

최근 시(詩)에 일어난 일을 헤아리며

나는 묻고 싶네

―내겐 절박해―

한 편의 시로 배 한 척을 만들려면

어떤 종류의 형용사를 사용해야만 하지?

감상적이지도 않고

군사적이거나 생경한 팜플렛과도 거리를 두고 말이야

내가 “고기잡이 쿠바 함대”와

≪히론 해안≫같은 단어를 써도 괜찮을까?”

음악 동무들이여

저 대담한 다향(多響)의 노래를 헤아리며

나는 묻고 싶네

―내겐 절박해―

이 배에 대한 노래를 만들려면

어떤 종류의 화성을 사용해야만 하지?

작은 꼬마들, 사람들과, 외로운 갑판 위의 사람들,

검고, 붉고, 푸른 사람들

≪히론 해안≫에 승선한 사람들에 대한 노래를 말이야

역사의 동무들이여  

진실임에 틀림없는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을 헤아리며

나는 묻고 싶네

―내겐 너무나 절박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규칙을 따라야만 하지?

누군가가 먹을 것을 훔치고

그 후에 삶을 준다면 무엇을 해야 하지?

우리는 어디까지 이 진실을 밀고나가야 하지?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지?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를 써야 해

≪히론 해안≫ 호의 사람들이

1969년 10월 5일

해설

올해는 쿠바 혁명 5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쿠바 관련한 이미지로 이번 호를 꾸몄다.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상품화되고 있는 시대에 그를 표지 인물로 선정한 것이 우려스러운 면도 있지만 쿠바 인민들의 지속되는 투쟁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길 희망한다. 매호 시를 권두에 올렸지만 이번에는 쿠바 누에바 깐시온의 대표 가수인 실비오 로드리게쓰의  1975년 음반 ≪Dias Y Flores(꽃의 나날들)≫ 중 두 번째 곡 “Playa Girón”의 노랫말을 올린다. 노래가사이면서 한 편의 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음반을 구하지 않아도 싸이트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곡을 들을 수 있고, 백발이 성성한 채로 여전히 인민들과 함께 노래하는 실비오 로드리게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실비오 로드리게쓰가 노래하는 ≪히론 해안≫은 미국인들이 소위 ‘피그만’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쿠바 혁명으로 쿠바의 압제를 몰아냈지만 끝이 아니었다. 케네디 정권은 1961년 ‘피그만 침공’을 자행했다. CIA는 마이애미로 망명한 쿠바의 착취자와 압제자들을 훈련시켜 1961년 쿠바의 히론 해안을 침공했다. 열악한 무기임에도 똘똘 뭉쳐 적들에 대항한 쿠바 인민들은 72시간 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피델 까스뜨로의 회상에 따르면 당시 쿠바의 사상자는 2,200이라고 한다. 승리한 쿠바는 약 1200명을 포로로 잡았다. 까스뜨로가 내건 포로석방 조건은 대형 트랙터 500대였고, 포로석방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물자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소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바로 히론 해안 침공이 있던 다음 해인 1962년에 일어난 것이다. 

정승희 님의 것(Silvio Rodriguez: ≪Dias Y Flores(꽃의 나날들)≫의 해설지, M2U레코드)을 대폭 참조하였고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였다. 에스빠냐어를 배운 일이 없기에 당연히도 오역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음악감상을 위해 또 후일 더 나은 번역을 위해 원문을 아래에 공개한다.

Playa Girón

Compañeros poetas,

tomando en cuenta los últimos sucesos

en la poesía, quisiera preguntar

–me urge–,

¿Qué tipo de adjetivos se deben usar

para hacer el poema de un barco,

sin que se haga sentimental, fuera de la vanguardia

o evidente panfleto,

si debo usar palabras como

Flota Cubana de Pesca, y

≪Playa Girón≫?

Compañeros de música,

tomando en cuenta esas politonales

y audaces canciones, quisiera preguntar

–me urge–,

¿Qué tipo de armonía se debe usar

para hacer la canción de este barco

con hombres de poca niñez, hombres y solamente

hombres sobre cubierta,

Hombres negros y rojos y azules,

los hombres que pueblan el ≪Playa Girón≫?

Compañeros de historia,

tomando en cuenta lo implacable

que debe ser la verdad, quisiera preguntar

–me urge tanto-,

¿Qué debiera decir, Qué fronteras debo respetar?

Si alguien roba comida

y después da la vida, ¿Qué hacer?

¿Hasta dónde debemos practicar las verdades?

¿Hasta dónde sabemos?

Que escriban, pues, la historia, su historia,

los hombres del Playa Girón.

5 de octubre de 1969

번역: 최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