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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권두시]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
| 글쓴이 |
신동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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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06 |
| 날짜 |
2010-04-20 |
조회수 |
2375 |
추천수 |
102 |
| 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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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옆에는 네가 네 옆에는
또 다른 가슴들이
가슴 태우며
한 가지 염원(念願)으로
행진(行進)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앞에는 사랑이 사랑 앞에는 죽음이
아우성 죽이며 억(億)진 나날
넘어갔음을.
우리는 이길 것이다
구두 밟힌 목덜미
생(生)풀 뜯은 어머니
어둔 날 눈 빼앗겼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백년(五百年) 한양(漢陽)
어리석은 자(者) 떼 아직
몰려 있음을.
우리들 입은 다문다.
이 밤 함께 겪는
가난하고 서러운
안 죽을 젊은이.
눈은 포도(鋪道) 위
묘향산(妙香山) 기슭에도
속리산(俗離山) 동학골
나려 쌓일지라도
열 사람 만(萬) 사람의 주먹팔은
묵묵(黙黙)히
한 가지 염원(念願)으로
행진(行進)
고을마다 사랑방 찌갯그릇 앞
우리들 두쪽 난 조국(祖國)의 운명(運命)을 입술 깨물며
오늘은 그들의 소굴(巢窟)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來日)은 이길 것이다.
출처: 성민엽 편저, [신동엽 평전/시선집, 껍데기는 가라], 문학세계사, 1984. pp. 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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