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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기타 >
제목 서평 :≪정말로 그들이 각성하길 바래?≫ 더 이상 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지 말고
글쓴이 김태연|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469
날짜 2012-06-18 조회수 2292 추천수 114
파일  1340023527_서평.hwp

  













요즈음 ‘통진당 사태


























요즈음 ‘통진당 사태(?)’로 신문은 매일 1면 기사가 채워지기 바쁘고 자칭, 타칭 ‘진보’라고 일컫는 또는 불리워지는 그네들은 통진당 사태가 진보진영 전체를 보여주는 것처럼 무지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주시거나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는 깨끗하다’라는 식의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얘기해주고 계신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이 와중에 무엇이 진정한 진보의 모습인 것인지 누가 시원하게 얘기라도 해주면 좋겠구나. 날씨가 일찍 더워진 것도 한 몫 하는 듯.















01. 불편한 책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칭찬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에 비난이라든가 오류지적이라든가 어떤 비판과 비슷한 양상을 가지는 일련의 것들을 대하는 건 칭찬에 비해 확실히 불편한 것임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비판을 던지고 또는 스스로를 점검해봐야 하는 것은,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지금 쓰고 있는 시스템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라면 이일에 있어서 소홀함은 현재의 시스템을 인정하는 거 외에 표면상으로는 나은 것이 없음이다. 이렇듯 ‘불편함’이란 정말로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불가결한 자질 중 하나인 것도 같다.





이 책의 저자 ‘박현욱’씨는 확실히 불편한 사람은 맞는 것 같다. 총21가지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이 책의 내용은 읽고 있는 와중에 미처 감지해내지 못한 세포들에게 익숙하지 않는, 그리고 칭찬도 아닌 진짜로 그게 정말로 맞는 건지의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만든다. 그 내용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에서부터 노동운동 진영의 굵직한 얘기까지 실로 방대하다. 저번 달에, 실로 지금까지도 진통을 겪고 있는 총선거가 있었다.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구조를 구축해서 선거의 핵심은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뭉쳐야 산다.’라는 식의 선거바람이 주를 이루었다. 노동운동 진영 내에서도 열심히 이러한 풀무질이 일어났다. 과연 비한나라당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게 옳은 것일까. 어쩜 이번 선거 때 뿐만이 아니라 매번 선거 때마다 만들어지는 이러한 구도가 과연 맞는 것인지, 그 안에서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 잘은 몰라도 각자 속으로 고민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따지기 전에, 단순히 이러한 구도 속에는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이라는 주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해주고 있다. 진보단체라고 불리는 수많은 단체들이 있고 나름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굵직한 곳, 그리고 오늘도 꿋꿋이 투쟁을 이어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들 각각이 어떻게 저러한 선거구도 속에서 각자만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으며 또한 반면에 그로인해 어떤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무섭도록 불편한 어조로 써내려가고 있다.





노동운동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상한 구도가 있다. 다름이 아닌 정규직 대 비정규직, 즉 사측과 노동자라는 구도가 아니라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향해 분노를 갖고 자신들의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정규직노동자의 노동 조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런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 답답하지만 현실인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이러한 상황은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펴서 이득을 얻게 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이를 알든 혹은 모르든 그 이데올로기들에게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진짜 적을 알아보지 못한 채 분노를 내뱉고만 있는 현실이 점차적으로는 싸움의 경계지역을 후퇴시키고 있는 실정은 아닌 것인지 부드러운 것이라고 생각만 했던 살 등 위에 불편한 액체를 떨어뜨려 보아야 함이다.





작자의 ‘불편한 진실’시리즈는 위의 상황 외에 우리가 흔히 잘못 쓰고 있는 단어들이나 혹은 문장의 뜻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로 인해 운동적 힘을 소비하고 있는 양상에 대해서도 폭로하고 있다. 약 한 달 전 총선거 때에도 많이 들어봤고 그런 기류를 느껴봤겠지만 ‘닥치고 통합’이라는 유령과 같은 문장들이 떠돌았었다. 마치 ‘정파’를 ‘종파주의’로 규정내린 채 정파적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닥치고 통합을 외치는 유령들 속에서 과연 노동자들은 종파주의를 어떻게 극복하고 정파로 나아갈 것인지 작자는 대립하며 갈등하자라고, 불편한 상황을 직면하자고 말하고 있으며 ‘일족일도’라는 에필로그에서는 친절함을 더해 확실하게 불편한 내용을 말해주고 있다. 한미 FTA강행처리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의 발은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반대하지 못했던 발 만큼이나 염치없는 그들의 발자국이, 노동운동 내에서도 어떠한 양상으로 나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를 바탕으로 진정한 노동운동의 일족일도는 무엇인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못하는 해답을 말해주고 있다.















02. 쉬운 책










다행인 건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말함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저자는 다행히 쉬운 사람이기도 하다. 마치 벌처럼 쏘기 전에 나비처럼 날아오는 양, 이 책 내용은 우리가 평소에 주변에서 쉬이 익힐 수 있는 일로, 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별 의심 없이 접하던 사안들이 이 저자의 손을 한 번 통해서 나온 책에서는 새롭게 재편되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말썽인 컴퓨터의 오류로 ‘포맷의 유혹’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컴퓨터 전문가인 후배로부터 ‘싹 밀어버리고 업그레이드 시켜서 다시 깔아’라는 주문을 듣게 된다. 그것만이 컴퓨터를 깨끗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데, 우리는 그런 주문을 앞에 두고 멈칫하게 되며 이러한 주문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주문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는 확실히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오류를 몸소 느끼고 보면서도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혹은 자신이 없어서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갈아엎고 새롭게 업그레이드하자’ 라고 주문하는 대신, 마치 이 시스템은 불멸하는 것인 듯 생각하고,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억지로 수정하고 버텨내고 있는 우리네의 모습과도 닮지 않았는지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하물며 컴퓨터 시스템 ‘386’보다 몇 배는 낡아빠져 박물관에나 들어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저자는 한 번 더 컴퓨터와 전화기를 넘어선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다.





하루에 적든 많든 우리는 일명 스팸으로 처리되는 문자와 전화를 받는다. 어떤 이들은 개인적인 업무나 일보다는 이런 스팸들에게서 받는 전화횟수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작멘트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인사말이 있다. 과연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는 걸까. 우리는 그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문장에서 내가 그들에게 대우받아야 하는 고객임을 확인하면서 스스로 우월해지고 그들의 감정노동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것은 아니였을까. 또한 식당과 같은 어떤 서비스의 특징을 갖고 있는 곳에 가면 우리는 보통 ‘괜찮습니까?’라는 질문도 받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괜찮습니다.’라는 말도 많이 듣게 된다. 그들이 진짜로 괜찮은 건지 생각해보지도 못했지만 그들의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그들의 노동의 열악함도 ‘괜찮다’라고 생각해 버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이 책은 또 한번 잠자고 있던 우리들의 무의식에 나비처럼 다가와 벌처럼 쏘고 간다.





한편 우리는 생각을 하든지 혹은 누구와 대화를 하든지 아님 누구에게 글을 쓰든지, 우리는 ‘언어’로 구성하고 구성된 것을 표현한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쓰는 단어에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다시금 생각해보고 본질에 맞게 단어나 문장을 재구성해야지 않겠는가. 저자는 여러 가지 주위의 현상과 사건에서부터 이렇듯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단어나 문장사용도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물어본다. '노사분규‘라는 말과 ’사노분규‘라는 말의 차이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 말의 차이는 우리에게 어떤 이데올로기를 주고 있었는지 책을 읽는 동안 본인을 점검해 보길 바란다. 이러한 ’각성‘은 ’여성가족부(보통 여가부)‘라는 기관의 명칭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얘기해준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어떠한 비교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선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또한 세세히 열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저자는 우리가 흔히 쓰고 보고 있는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의 단어를 쪼개서 보여주기 시작한다. 봐라, 지금껏 보고 있던 그 단어가 어떻게 작용하며 일상 생활 속에서 여성들의 노동이 어떻게 폭력적으로 무시되고 있었는지를 그 단어하나에 압축되어있던 파일들을 압축해제 한 뒤 플레이시켜준다.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면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것들은 허상이며 실제인 삶은 무수히 많은 컴퓨터 암호 및 회로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정이 나온다. 마치 이 책은 매트릭스와 같다. 우리가 너무 평범하게 믿고 보고 써왔던 것들이 어쩜 무수히 많은 회로들과 암호로 꾸며진 것들일 수 있다라고 말하는, 쉽게 다가오지만 결코 쉬운 것들은 아닌 셈이다.















03.저자의 삶, 그리고 우리들의 삶










책이라는 것은 어느 것이든 불문하고 작가의 삶이 배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책의 매력으로 인해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라고들 얘기하고도 한다. 이 책 또한 문예활동을 하는 저자의 오랜 시간동안의 투쟁의 일화들과 그 과정에서의 안타까움, 혹은 분노를 고스란히 무겁지 않지만 절대 가벼울 수 없는 깊은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실제 집체극 연출 및 직접 작사한 노래 가사가 중간에 나옴으로써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친절하게 되어 있다. 책에 저자의 삶과 함께 운동의 역사도 함께 녹아있다는 얘기다. 22번째 죽음으로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차린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2001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77일간의 투쟁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85호 크레인’ 한진 중공업 투쟁이, 2003년 악몽과 같은 일에서부터 2011년 85호 크레인까지, 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안타까움을 그 당시의 사진을 통해 느끼고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투쟁들의 모습을 저자가 맡은 집체극 연출에 고스란히 싣고도 있다. 매년 노동절이면 각 사업장의 노동자와 함께 각 투쟁현장의 고민들과 그들의 모습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싸울 것을 독려하고픈 그의 마음을 담아 집체극 동작 하나하나에 싣기도 하였다. 책을 읽고 난 뒤 가능하다면 그가 연출을 맡았던 집체극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한 저자의 활동과 고민들은 그가 작사한 노래말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에 그가 작사한 노래들의 가사가 들어가 있는데 집체극 영상을 찾아본 뒤 이 노래들도 찾아 다시금 들어보는 것도 단순히 눈으로만이 아닌 귀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참, 이 책의 색다른 묘미를 빠뜨릴 뻔 했다. 친절한 금자씨보다 더 친절한 이 책의 주석은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주석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책의 문구를 인용할 때 그 부분들을 알려주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석은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 예를 들어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부분의 주석내용은 ‘배우 심은하 씨가 출연했던 LG전자 중형냉장고 브랜드 ’디오스‘의 광고문구입니다’라고 [친절한 금자씨]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고 10년 가까이 되는 투쟁관련 내용들은 본문 내용보다 더 긴 주석으로 당시의 투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최근에 연출한 노동절 집체극 유투브(YouTube) 영상 제목이 ‘더 이상 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지 말고’로 되어있다. 물론 이 제목은 그 영상을 올린 사람이 정한 것이나 그 영상을 보면 이러하다. 실제 쌍용자동차 투쟁으로 해고된 동지가 영상처음 부분에 무대로 올라온다. 그는 관중들을 무념하게 한 번 쳐다보면서 입고 있던 쌍용자동차 투쟁조끼와 안경과 신발을 벗은 채 등에 하얗게 ‘함께 살자’라는 건조한 글씨만 보이며 검은 관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그의 죽음을 온 몸으로 슬퍼하는 이들을 두고 다른 사람들은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내 죽음이 아니므로 괜찮다고 생각한 건지 아님 그렇게 생각하려고 세뇌당한 건지 그렇게 보이는 의미 없는 팔뚝질의 모습, 그 후로는 서로 밀고 당기며 몸싸움을 하고 그런 와중에 몇 개의 검은 관이 무대에 더 세워진다. 곧 그 관들을 인지한 무대 위 사람들에게는 하얀 국화꽃이 들려 있게 되고, 그 국화꽃은 다른 곳이 아닌 무대 밖의 사람들, 즉 우리들에게 던져지게 된다. 마치 투쟁의식이 죽어있는 우리들을 보며 그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던지는 것도 같고, 아직 노동자의 죽음이 어떠한 건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이 죽었다고 알려주는 국화꽃이기도 한 듯하다. 국화꽃을 다른 곳이 아닌 관중들에게 던지게 연출된 것은 이 책의 저자이자 집체극 연출가가 우리들에게 현재 일어나는 노동자의 죽음을 똑바로 목도하게 하고파서였을 것이다. 더 이상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만 보지 말고 이 죽음의 행렬을 막자라고 처절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일 게다.










책 제목인 ‘정말로 그들이 각성하길 바래’는 어떻게 보면 ‘정말로 이제는 우리 노동자계급이 각성하자’라는 저자의 외침이 아닐까 한다.





무엇을 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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