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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현장 >
제목 "절망의 공장에서 조립한 값진 승리"
글쓴이 인터뷰 및 정리: 임성지(자료회원, 새로고침 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154
날짜 2010-11-06 조회수 2176 추천수 124
파일  1289016195_동희.hwp

  













11월 3일 양재동 현대











11월 3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 농성장은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간접고용 철폐’, ‘불법파견 정규직화’ 따위의 문구가 적힌 몸자보를 동여맨 사람들이 북적이는 대신, 기자들과 방송사 카메라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이 날 아침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사측과 조인식을 갖고 길게는 4년을 끌어온 해고자들의 복직에 대해 합의했다. 그동안 이들의 투쟁을 한번도 보도하지 않았던 공중파 뉴스에서는 ‘사내하청업체 고용문제를 원청이 보장’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조합원들에게는 쉴 틈 없이 취재요청과 축하인사 전화가 울려댔다.










100% 비정규직 공장, 절망의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비정규직 문제의 첨단으로 자리한 동희오토, 그리고 그 속에서 지독한 탄압을 더 지독하게 버티며 여기까지 싸워온 지회 조합원들. 그들의 표정이 말해주듯이 이번 승리는 그들에게 단순한 ‘기쁨’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제 농성장에서의 마지막 밤을 남겨두고 있지만 여전히 분주하게 집회를 준비하고, 오늘 밤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는 조합원들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본다.










Q. 일단은 승리했는데 기분은 어떤가요?










A. 물론 기쁘고 즐겁습니다.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기도 하고. 하지만,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아주 당연한 일이 3년이나 걸려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받게 만들고 이제야 이루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슬픈 일이죠. 그래도 현대‧기아차라는 거대한 자본을 상대로 마침내 한 번의 승리를 이루어냈다는 건 충분히 즐거워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농성투쟁의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A. 동희오토 해고자들은 7월 12일 상경해서 노숙농성에 돌입했고, 오늘로서 115일째를 지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시작된 노숙농성은 폭행, 물 뿌리기, 모래 뿌리기 등 용역깡패들의 비인간적인 폭력 속에서 꿋꿋하게 유지되었지만 8월 8일 결국 경찰의 침탈로 인해 거점을 빼앗기고, 길 건너편 코트라 앞 광장에서 오랜 기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9월에 접어들어 그동안 축적된 연대의 힘으로 서초경찰서를 타격하는 집회신고 투쟁을 벌여냈고 그 결과 본사 바로 옆에 안정적인 농성장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9월 30일부터는 간접고용 철폐, 파견제 폐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공동농성단이 구성되어 힘차게 투쟁을 이어왔고 오늘의 합의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Q. 합의 이후 농성장은 정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동농성단의 이후 계획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요?










A. 교섭과 합의가 급박하게 이루어지면서 충분하게 논의를 거치지 못한 면이 없지 않지만, 공동농성단 동지들 대부분은 동희오토 문제의 해결 이후에도 간접고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공동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11월 말로 예상되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있어서도 농성단의 역할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공동농성단은 이 곳 양재동에서의 농성장은 철수하지만, 이후 어떠한 형식이든 간접고용 문제를 핵심으로 하는 공동투쟁단위로 전환하여 투쟁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Q. 힘겹게 합의가 도출되었고, 내부적으로도 논의를 계속해 오셨겠지만 합의안에 대한 지회의 평가를 하자면?










A. 100%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루어내지는 못했지만 투쟁해왔던 조합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했고, 부족하지만 합의이행에 있어서 원청의 책임을 상당부분 명시한 점 등은 충분히 승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순차적 복직이기는 하지만 동희오토 현장에 다시금 민주노조를 세워내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겠죠. 무엇보다도 지난 5년간 원청 사용자성의 덫 때문에 이렇다 할 교섭은 물론, 노동조합으로서의 작은 승리조차 맛보지 못했던 조합원들과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끈질기게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역시 핵심은 원청 사용자성에 관한 부분인데, 양재동에서의 투쟁은 현대‧기아차와 정몽구 회장에 대해서 사용자성을 인정하라는 요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A.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합의안에 현대‧기아차의 책임을 전혀 명시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현대‧기아차―동희오토―사내하청업체로 이어지는 3중의 간접고용구조 속에서 동희오토의 책임을 명시하고, 합의주체의 하나로 참가시킨 것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합의문에 현대‧기아차라는 단어조차도 넣을 수 없었던 것은 현재 우리 힘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쟁의 과정에서 현대‧기아차가 동희오토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점은 다양하게 증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간 교섭조차 열리지 않았던 동희오토에서 현대‧기아차 본사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자 교섭이 이루어지고, 실질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지휘하에 합의까지 이루어지는 상황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았고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되는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Q. 어쨌건 오늘 조인식을 마쳤고, 순차적 복직이라는 조건 때문에라도 이후의 계획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회의 이후 투쟁계획은 어떻습니까?










A. 아직 많은 논의를 거치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합의 소식을 현장에 알려내고 그동안 공백일 수밖에 없었던 현장에서의 활동을 다시 벌여내는 활동, 그리고 사측이 합의를 번복하지 않도록 해고자들의 투쟁대오를 지속시켜내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 투쟁은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걸고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과 앞으로도 함께하는 싸움이 될 것이고, 아직도 투쟁하고 있는 장투 사업장들에 연대하는 투쟁이 될 것입니다.










Q. 상경 투쟁하는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일까요?










A. 역시 이번 여름이 힘들었던 것은 지독하게 내리는 비 때문이었습니다. 상경 이후 9월까지 거의 매일 비가 오다시피 했고, 태풍까지 지나갔으니 말이죠. 용역깡패들의 폭력이나 경찰, 구청의 부당한 탄압들 역시 투쟁의 난관이었지만, 그러한 탄압들은 우리가 견뎌내기만 하면 오히려 현대‧기아자본의 부도덕한 모습을 폭로해주는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지들이 조합원들 보다도 더 슬퍼하고 억울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투쟁을 빨리 승리로 마무리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Q. 115일간의 노숙농성이 힘들었던 만큼 함께 투쟁한 동지들과 정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7월 12일 상경해서 용역깡패들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았지만 당장 그날 밤부터 달려온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농성장을 찾아와 함께 추위에 떨고, 연행되고, 깡패들과 싸우다 다친 동지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동지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로는 아무리 해도 부족할 겁니다. 이번 공동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긴밀하게 연대하고 전체 투쟁 속에서 지회 조합원들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이 동지들에게 진 빚을 갚는 방법이겠지요.










이제 내일 아침이면 농성장이 철수되고 그토록 치열하게 사수했던 ‘정몽구가 해결하라!’는 현수막도 조합원들의 손으로 걷어내게 된다. 투쟁해 왔던 시간과 노력, 그 눈물들에 비교하자면 작은 성과이지만 이 합의를 바탕으로 또 싸워나갈 동희오토 조합원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소중한 승리를 얻어낸 것이리라. 오늘밤은 이 곳 양재동에 땀과 눈물을 쏟아낸 모든 이들이 다시 모여 한판 뒤풀이를 벌일 것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절망의 공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동희오토 조합원들이, 이 모든 이들의 바람을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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