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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노동 - < 현장 >
제목 <인터뷰> 태양열로 돌리고 있다
글쓴이 인터뷰 정리∣김태연(새로고침 회원, 자료회원) E-mail send mail 번호 150
날짜 2010-09-21 조회수 2356 추천수 115
파일  1285043733_두리반.hwp

  

























흥겨움에 취해 있는 젊은이 무리들을 지나 좁은 인도로 올라가다 보면 공사장 같은 분위기와 함께 글씨로 도배된 벽 속에 조그마한 출입구가 보인다. 오늘은 그 앞에 경찰 두 분이 두리반의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좋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아마 민원이 들어왔으므로 조용히 해달라는 경찰들의 요구일 것이다. 이런 모습은 벌써 세 번째이다.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철거로 인해 그 건물에는 두리반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보증금을 포함 이사비용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떠났는데 그 민원은 어디서 들어오는 것일까. 혹시 지나가는 사람들?










두리반을 처음 접한 건 ��한겨레��의 ‘작은 용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을 본 이후이다. ‘용산’의 그 새벽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작은 용산’이라고 하니 가슴부터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이 난다. ‘두리반’이란 이름의 뜻은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작가 유채림씨의 부인 안종녀씨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가게이고 이제는 ‘사막의 우물’이라는 말로 더 불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사막’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과연 ‘우물’은 어디일까.










두리반에 처음 갔을 때 1층의 둥그런 테이블 2개를 두고 기타를 들고 있는 사람, 그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 어떤 타악기를 두드리는 사람 등의 모습에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고 있는 곳인지 순간 의심스러웠다. 홍대는 공원이나 거리 등 곳곳에 항상 사람들의 노래와 악기 연주가 있는 곳이므로 이 작은 공간 또한 그런 홍대의 모습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 테이블을 앞에 두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 받고 노래구절 또한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사람들의 눈빛을 알아갔다.





두리반에 상주하면서 다큐를 기획 중인 사람, 인디밴드의 보컬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누군지 미처 이름도 알기 전에 서로 같이 춤을 추게 되어버린 그녀. 두리반의 처음 모습은 그러하였다. 그러나 다시 시간이 지난 후 찾은 두리반은 불빛을 연명하느라 지쳐버린 건전지촛불과 벽에 붙은 선풍기 그리고 연료를 공급하는 자전거가 놓여 있었으며 그 작은 공간에는 한여름의 찌는 더위가 가득했다.










Q. 단전된 걸로 알고 있는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네요.





A. 저 선풍기는 손님용이예요. 지금처럼 손님들 올 때만 몇 시간 돌리고 있어요. 옥상에 태양열 패널판 5개 정도가 있고 아래 자전거도 돌려서 전기를 이용하고 있어요.










Q. 이 여름에 단전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A. 다른 어떤 것보다 모욕감. 견딜 수 없는 심한 모욕감이 제일 힘들어요. 이들은 단순히 단전을 통해 우리에게 곤란을 주기 위해서인 것 같지만 정작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심한 모욕감을 받고 있어요.










Q. 모욕을 주는 대상은 어디인가요.





A. GS건설이죠. 직접 나서지도 않은 채 유령회사인 남전디앤씨를 앞세워 진행하고 있죠.










Q. 단전이 된지는 얼마나 됐나요.





A. 7월 21일 날 단전됐으니 약 한 달 정도 경과됐네요. 단전 5일째부터 구청에서 농성을 했고 구청장이 ‘두리반사태 해결될 때까지는 전기공급을 하겠다’라는 약속을 받아 8월 1일 날 풀었는데 발전기만 덩그러니 갖다 놓고 연료공급을 안 하고 있어요.





한전 역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만약에 두리반이 힘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능청을 떨고 있을까 싶네요. 한전의 직무유기 역시 우리가 힘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라는 그런 일관된 태도를 보일 수 없을 것이에요.















Q. 단전 된 이후로 마포구청, 한전, GS건설, 국가인권위, ��경향신문�� 등 여러 일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A. 네에. 그러니깐 작년 12월 26일 남전디앤씨의 최동균이라는 자가 철거용역 전문업체 직원과 함께 와서 뒤의 계량기를 끊고 도망치는 걸 보고 쫓아갔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위에서 시켜서 그랬다. 내일 GS에서 올 것이다.’ 라는 말만 하고 도망갔어요. 원래는 무서워서 나갈 수 없었는데 작가회의 사람들(10여명)이 있어서 나가 봤었던 건데 그런 말만 듣고 놓쳤어요.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공사 전기담당자가 무슨 일인지 물어 보길래 사정을 얘기했더니 자신들의 전기를 고맙게 밤에 넣어주었어요.





 





그러다가 지난 7월 15일 즈음에 전봇대 보안등의 전기가 끊어졌어요. 여기 이해가 얽혀있는 곳에서





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남전디앤씨) 구청에 연락해서 3일 후 복원을 시켰어요. 그런데 그 날 오후에 한전에서 도전신고가 들어왔다면서 왔어요. 그래서 그럼 도전신고자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그 신고자는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우리도 전기를 어떻게 쓰고 있는 지 말할 수 없다라고 하니깐 남전디앤씨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라고 밝히더라구요. 아마 보안등에서 전기를 따서 쓰는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3-4일후 지하철 소장을 방문했어요. 지하철공사에서 두리반에 전기공급을 하고 있는데 계속 하면 ‘전기공급으로 인해 불법농성장의 농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을 발생시켰으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라는 공문이 본사로 왔다면서 전기공급을 계속 할 수 없겠다라고 하더군요.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그 다음날 대책위가 서부지점 한전을 방문해 ‘12월 전기요금 한 달 미납요금 납부하면 전기를 공급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왔으나 뒤늦게 남전디앤씨가 보낸 공문으로 인해 전기 공급을 할 수 없다라고 하더군요.(지하철 공사에 보낸 동일한 공문)










전기를 끊을 때는 한전직원이 현장을 방문해 전기 실사용자가 거주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동의를 구한 뒤 끊게 되어있으나 한전은 방문을 하지 않은 채 전기를 그냥 끊은 직무유기를 한 거죠.










지하철 전기를 끊기 전 지하철공사에서 와 이 한여름에 폭염을 무슨 수로 견디겠느냐 하면서 조명은 밝히지 말고 냉장고 및 선풍기 정도만 돌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으나 너무 고마웠지만 이렇게 전기를 ‘무기화’하는 저들과 싸워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딱히 다른 방법이 없자 대책위의 제안으로 광고를 통한 국민성금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한사람의 정성이 모여 금요일날 신문광고가 나오기로 했는데 전날 ��경향신문��에서 전화가 왔어요. 광고를 못 낼 것 같다고. 그래서 혹시 한전의 압력 때문이냐라고 물어봤으나 한전과 마포구청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 GS가 압력을 넣었냐라고 물어봤는데 직접 압력을 넣은 건 아니라고 했는데 아마 GS는 나름 영향력 있는 광고주여서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돼요.










다음날 그렇게 힘을 모아주신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안 되겠다 싶어 항의서한을 작성해 사장면담을 요청했어요. GS가 실제 시행주체라는 근거자료, 협상을 위해 GS에 여러번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한 자료들, 신문광고에 넣을 내용에 있었던 ‘탐욕스런, 눈먼 ,GS건설’이란 표현은 정말 작은 표현임을 증명해 줄 자료들을 함께 포함해서요.










다행히 광고를 싣겠다라는 ��경향신문��의 연락이 왔고 지금은 ��한겨레��에 105인 서명광고를 준비 중이에요.










Q. 남전디앤씨하고 GS 건설, 그 둘의 관계는 어떤가요.





: GS의 고위급 전무가 퇴직 후에 남전디앤씨를 차렸고 GS에서 돈을 받아서 하고 있어요. 언제든지 부도가 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남전디앤씨는 GS건설이 지급보증을 서서 농협중앙회로부터 500억 대출을 받았고 남전디앤씨의 회사 전체 자본금은 90%가 넘는 120억을 GS건설로부터 연이율 11.2%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GS건설의 소유라고 볼 수 있죠.










Q. 두리반 투쟁이 다른 철거민 투쟁과는 다른 문화적인 요소들이 많은 거 같아요.





A. 장소의 특성이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도로 및 교통이 좋고 눈에도 확 띄고, 또한 두리반 투쟁에‘이런 사람은 되고 저런 사람은 안 된다’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철거투쟁을 아는 사람은 받고 잘 모르는 사람은 배척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누구든 함께 어울렸어요. 1월에 ‘아내의 우물’이라는 기사를 보고 한 인디밴드가 찾아와서 여기서 공연을 해도 좋겠냐고 물어봤었고 그 ‘사막의 음악회’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혹자는 ‘이런 투쟁의 방식으로도 가능하겠느냐’라고 묻는데 이런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투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채림 선생님과 인터뷰를 끝낼 즈음에는 밖의 기타소리도 잠잠해지고 민원신고를 듣고 왔던 경찰들고 돌아간 뒤였다. 선풍기 소리만이 그 작은 공간에 가득한 더위를 위태롭게 쫓아내주고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이 마지막말을 던지셨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는 거짓말과 싸우는 것 같아요. 한전의 거짓말, 경향의 거짓말 등...’










거짓말. 지금 가장 근원적인 거짓말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거짓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유령회사를 앞세워 전기를 ‘무기화’하고 자신들의 잇속을 채워 가는 그들의 거짓말이 모체가 되어 점점 시간이 갈수록 또 다른 거짓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또한 전국에 아니 이 땅에 얼마나 많은 두리반들이 이 더운 여름밤을 무더위와, 자본의 횡포와 싸우고 있을까 생각하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내일 두리반에는 또 다른 밴드들이 와서 공연을 할 것이고 영화상영도 할 것이며 혹 누군가는 맨발로 춤을 출 것이다. 그게 자신들의 방식이라고 하던 여자 분의 목소리가 내 뒤를 따라오는 것 같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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