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2011년이 밝았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연초효과로 인해 사상최고치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은 결식아동들의 급식비를 잡아먹으면서 강행되고 있다. 이명박은 분위기 일신을 위해 개각도 하고 있다. 그리고 부산에서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투쟁을 하고 있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크레인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사회는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세계로 돌릴 필요가 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부르주아 언론들은 현재의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열쇠말로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 혹은 관계를 G2라고 부르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과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관계가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르주아들은 언제나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현상만을 보는 데 그친다. 과연 미국과 중국의 관계 혹은 G2라는 개념이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본질적 요소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중국의 부상과 그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시각에서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것은 그 목적과 방법을 부르주아들과는 달리한다. 노동자계급의 시각에서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이유는 세계변혁의 가능성과 조건들을 탐색하기 위해서이다. 그를 위해서 세계경제의 현 단계와 모순을 파악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전개되는 제국주의 체제의 제반의 모순을 파악함으로써 세계정세를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세계정세의 기초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세계대공황이다. 세계대공황이 세계정세 즉,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역관계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공황의 파괴적 영향 속에서 각국의 계급투쟁이 전개되고 있고 나아가 미국과 중국 등의 대립, 역관계의 급격한 변동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세계체제는 제국주의 단일체제이다. 쏘련의 붕괴와 중국의 자본주의화로 인해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하고 진영테제가 소멸한 상태에서 미국중심의 제국주의 단일체제가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반동성이, 고삐 풀린 자본들의 축적의 가속화와 인민의 소비능력에 대한 공격이 세계적 차원에서 과잉생산을 발생시켜서 세계대공황을 야기한 것이다. 이 점이 현재의 세계정세를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요소이다. 이를 기초로 대공황의 현 단계, 그리고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제반 모순의 격화정도, 나아가 세계체제의 균열가능성과 세계변혁의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2. 세계대공황의 현 단계

현재의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토대는 세계대공황이다. 세계 각국의 정책들은 공황으로부터 탈출을 목표로 작동하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 국가 간의 관계도 공황에서 비롯되는 영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단적으로 동북아에서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남한과 북한의 대립도 대공황이라는 배경을 빼놓고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2010년에 세계 자본가들은 공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하였다. 그 결과 중국과 한국, 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현상적으로 공황에서 탈출한 상황이 되었다. 2010년 중국의 경제성장율은 10%를 넘었고 인도 또한 급성장을 하고 있고 한국의 경우도 공황에서 탈출하여 독점자본들의 경우, 특히 5대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초국적 기업의 경우 사상최고치의 매출을 기록하여 안정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기존에 세계경제를 지배해왔던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유럽의 경우 EU체제의 균열위기, 유로화 체제의 붕괴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이미 그리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가 되었고 이러한 상황이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나아가 프랑스에까지 번질 위험이 경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정위기의 배후에는 거대한 사적 부채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각국의 자본가계급은 위기 탈출을 위해 복지축소 등 인민을 공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인민의 소비능력을 위축시켜서 공황을 심화시키고 장기화시킬 것이다.

유럽이 이렇게 백척간두에 몰려 있다면 미국의 경우도 상황은 심각하다. 기존에 미국경제를 떠받쳐 왔던 축적체제는 이미 파산을 했다. 즉, 강한 달러를 유지하여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입시켜서 재정적자, 무역적자를 보완하여 소비를 증대시켜서 경제를 굴리는 체제가 이미 붕괴한 것이다. 미국은 강한 달러는커녕 달러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정책을 통해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조 달러를 쏟아 부은 것도 모자라 다시 작년 하반기에 6,000억 달러를 풀어서 경기가 하강하는 것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의 미국경제는 달러의 발권력에 의존하여 그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중환자와 같은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하여 올해 수십개의 지방정부들이 파산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달러를 마구 찍어내어 뿌려서 무너지는 경제를 안간힘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재 미국경제의 실상인 것이다. 현재 미국의 공식실업율은 10%이지만 사실상의 실업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달러의 발권력이라는 것으로 재정적자를 우선은 뒷받침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고 근본적으로 경제가 회생하지 않는 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에 미국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민의 소비능력이 증대되고 수출이 늘어야 미국경제가 회복되는 것인데 이 두 가지 모두에서 미국경제는 전망이 없는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미국경제를 받쳐왔던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모습을 종합한다면 세계적 차원에서 공황이 심각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급격히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의 영향으로 아시아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더블딥 즉, 제 2차 침체가 가시화될 것인지는 미국경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재정적자 위기로 인해 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이고 아시아의 경우 수출을 무기로 성장하고 있으나 그 성장추세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따라서 미국경제가 회복되느냐 무너지느냐가 세계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3.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모순의 격화

이렇게 세계대공황은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반동성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그로 인해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모순이 격화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주요한 것은 세계각국에서 자본가들의 인민에 대한 공격에 맞서 계급투쟁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각국은 많은 파업과 시위로 넘쳐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대학 등록금을 한꺼번에 3배 인상하는 반민중적인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러한 반인민적인 정책은 유럽의 청년들을 분개시키고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키우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정년 연장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총파업이 전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우도 2010년에 전국에 걸친 대중파업의 물결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직은 이러한 투쟁들에 확고한 깃발이 없다. 즉, 사회주의가 아직은 대중적인 전망과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리스 공산당의 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인민은 서서히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새로운 전망에 다가서고 있다. 이것이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첫 번째 모순의 격화이다. 즉, 자본주의 각국에서 반동적 정책에 대한 인민의 계급투쟁의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대공황을 배경으로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또 다른 모순은 제국주 의 국가 간의 대립이다. 2010년 하반기에 격화되었던 환율전쟁은 남미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절상압력은 미국의 경제위기를 타국에 전가하려는 제국주의의 몸부림이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의 일본과 달리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종속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미국의 경제위기의 전가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환율 조작은 수출을 증대시켜서 손쉽게 경제를 회복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제국주의 각국 간에는 환율전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율전쟁은 세계경제에는 마이너스 요소인데 왜냐하면 보호주의를 강화시켜서 결국은 세계무역 전체를 감소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의 이러한 대립은 정치, 군사적 대립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대립은 동북아시아의 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정권의 반동성으로 인한 남과 북의 대립이 미국, 중국의 대립과 결합되어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등으로 비화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제국주의 국가 간의 대립은 정치, 군사, 경제의 모든 면에서 서서히 격화되고 있는데 작년 11월 한국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가 성과없이 끝난 것도 그러한 대립 격화의 하나의 사례이다.

다른 한편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또 하나의 모순은 제국주의 국가와 약소국, 신식민지 민중간의 대립이다. 가장 단적인 것은 중동의 제국주의 국가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의 도발과 유지를 통해 거대한 군수산업을 살찌워야 하는 미제국주의의 본질적인 요구에 더해 경제공황으로 인한 인민들의 불만을 대외적으로 돌리려는 것이 전쟁이 장기화되는 근본요소이다. 나아가 미제국주의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무력시위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여 자신의 약화되는 패권을 만회하려 한다. 그로 인해 이북의 경우 극도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적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의 소수민족은 과거 모택동 시대와 달리 중국의 다수민족인 한족에 의해 억압받는 위치로 전락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막대한 자본을 수출하고 있고 또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여러 나라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는 중국이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제국주의적 모습은 아니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세계대공황을 배경으로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모순은 그 반동성이 특징이다. 유럽에서 복지의 급격한 축소와 그에 대한 인민의 저항,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군사적 대결로까지 나타나는 모습,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보이듯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제국주의의 패권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러한 제국주의 단일체제 모순의 격화는 세계체제 자체를 균열시키고 있고 나아가 그러한 균열을 뚫고서 솟아나올 계급투쟁과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의 근본 요인이다.

4. 세계변혁의 가능성에 대한 모색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로 인해 성립했던 제국주의 단일체제가 자신의 반동성으로 말미암아 세계대공황을 야기시키고 그로 인해 다시금 변혁의 가능성이 자라나고 있는 현실은 역사의 변증법이다. 쏘련의 붕괴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는 인류의 한계, 세계노동자계급의 한계를 말하는 것, 즉, 역사적 한계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사회주의 운동은 급격히 퇴조했고 심지어 역사의 종언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운동하는 사람 상당수는 운동을 떠나 부르주아 체제에 편입되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라는 세계사적인 반동의 현실적인 의미였다. 그러나 역사의 주체는 인민이고 세계는 온갖 모순으로 꿈틀대고 그 모순의 운동으로 세계는 움직인다. 역사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과 방책을 역사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제국주의 단일체제라는 세계체제는 대공황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고 내부에서 균열되고 있다. 세계체제가 균열되고 있다는 것의 징표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연합 체제의 붕괴위기와 또 강한 달러를 바탕으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외국에서의 자본유입으로 지탱하던 미국의 축적체제의 파탄이다. 즉, 이번의 대공황은 자본주의의 순환적인 공황을 넘어서서 세계체제 자체를 깊숙이 균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지를 받치는 지각의 운동이 결국은 지진을 야기하듯이 현재의 세계체제의 균열은 그 균열을 뚫고 나오는 새로운 사회주의 혁명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어디가 약한 고리이고 균열의 지점인가는 각국의 구체적 조건에 달려 있는 것이지만 세계사의 방향은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모순의 격화가 빚어내는 새로운 사회주의 혁명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혁명이 성공하기까지 세계사는 여전히 반동의 시기를 경과할 것이고 세계는 깊은 어둠을 지날 것이다. 이 점은 분명한데 유럽에서 인종주의 등 극우세력의 확장, 미국의 파시즘화 등 반동의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혁명은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혁명은 자본주의의 모순 자체의 발전으로 인해 야기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세분석은 객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혁명의 승리는 주체의 준비정도에 달려 있다. 주체의 준비정도가 약할 때 지배계급은 위기를 넘기고 억압과 착취의 질서는 지속되는 것이다.

쏘련의 붕괴, 그리고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출현이라는 세계사적 반동이 초래했던 주체세력의 붕괴, 사회주의 운동의 퇴조는 이제 종점에 달했다. 즉, 이제는 사회주의 운동이 새로운 출발을 하고 다시금 사상의 기치를 내세우고 사회주의 깃발 아래 인민대중을 결집시켜서 자본가계급을 타도할 수 있는 역사적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체의 준비정도를 점검해 본다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그리스 공산당을 중심으로 20세기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점을 들 수 있다. 쏘련의 붕괴원인이 일정하게 해명되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정확해지고 풍부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상적 측면에서는 중요한 전진이 있지만 조직적인 면 즉, 현실적인 힘의 조직에서는 아직 취약하다. 한국의 경우 전위당이 존재하기는커녕 그러한 전위당 건설의 전망조차 제출되고 있지 못하다. 이는 한국의 맑스-레닌주의자들의 분발을 요하는 부분인데 사상적 조류로서 맑스-레닌주의에서 정치적 조류로서 맑스-레닌주의로 거듭나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변혁의 가능성을 기초로 일국의 변혁의 가능성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무기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세계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세계피억압 인민의 단결에 기여해야 한다.

2011년의 정세는 이와 같이 격동을 예고하고 있다. 다시금 혁명의 전망이 진지하게 모색되기 시작할 것이고 역사는 새로운 새벽을 향해 깊은 어둠을 뚫고 지나갈 것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고 모색되는 사회주의 운동은 그러한 어둠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이다.

세계변혁의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그리고 제국주의 단일체제의 모순의 격화에 주목하면서 다시금 대중에게 혁명의 전망을 제시하고 그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전술을 만들어내고 이를 조직으로까지 체화시키는 진지한 노력, 이것이 2011년 한국의 모든 사회주의자들의 과제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