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 동안 ��노동자정치신문��에 제출됐던 글의 후반부이고 노정협 내부 토론용 초안으로 제출된 글이다. 이 글은 사구체 주요 쟁점을 다루고 있으나 문체도 아직 다듬지 못했고, 7, 80년대의 한국자본주의 발전 관련한 부분, 최근 한국자본주의 자본수출의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담고 있지 못하다.

1. 한국자본주의 성립시기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발전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조선의 식민지 지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성격으로 자리매김한 시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가장 먼저 조선을 지배한 일제와 일제에 부역하는 반동적 이데올로그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봉건사회였던 조선을 지배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진보적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악명 높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이러한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하면서 일제 식민지 이전에도 조선에서 상업자본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조선 내에서 자주적으로 자본주의적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당시 혁명적 활동가였던 전석담 선생이다. 이 주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맞서서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더라도 자주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켰을 것이라는 선한 주장에서 비롯됐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면 오류다.

상업무역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주장은, 중국 사회성격 논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중국이 자본주의라고 주장하는 트로츠키주의 경향의 정치세력들은 상업무역을 근거로 중국의 자본주의 근거로 삼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 의해 자본주의가 발전됐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식민지 반봉건 사회론’은 이를 근거로 자본주의론을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맑스의 ��자본론�� 3권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봉건적 생산양식으로부터의 이행에는 두 가지 다른 길이 있다. 하나의 길은 생산자가 상인 겸 자본가가 되어 농촌의 자연경제에 대항하고 중세도시의 길드에 구속된 수공업에 대항하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혁명적인 길이다. 다른 하나의 길은 상인이 생산을 직접적으로 장악하는 것이다. 후자가 역사적 이행에서 아무리 자주 나타나더라도[예컨대 17세기 영국의 직물상인은 종전에는 독립적이었던 직포공들을 자기의 지배 아래에 두어 그들에게 양모를 판매하고 그들의 직물을 구매하였다], 후자의 길은 그 자체로서는 낡은 생산양식을 타도할 수 없고 오히려 낡은 생산양식을 자기 자신의 전제조건으로서 보전하고 유지한다. ... 이러한 생산양식은 어디에서나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진보를 방해하며,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발달함에 따라 소멸하게 된다. (맑스 저, 김수행 역, “제20장 상인자본이 역사적 고찰”, ��자본론�� 3권(상), 비봉출판사, pp. 404-405.)

폴 스위지와 모리스 돕을 중심으로 해서 전 세계적 논쟁이 된 봉건제로부터 자본주의 이행논쟁에서, 맑스의 위 주장을 바탕으로 상업자본의 발달이 자본주의 이행의 근거가 된다는 폴 스위지의 주장은 사실상 근거가 약한 것으로 간주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상업무역이 발달했던 도시와 국가는 산업자본이 발달하기 시작한 도시와 국가와 자리를 내주고 쇠퇴하게 되었다. 조선의 자본주의 발전은 사실상 일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주장과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생산양식이었는가는 다른 문제다.

한국자본주의는 해방 이후 실질적으로는 한국전쟁 이후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혁명적 방식은 아니지만 유상몰수 유상분배 형태로 지주-소작관계를 철폐하였다. 이로 인해 농촌에서 실질적으로 자영농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세 자영농들은 박정희정권의 저곡가 정책을 비롯한 농촌수탈 정책과 더불어 농업에서의 생산력 발달로 부채가 늘어나고 토지를 잃거나 과잉인구가 되면서 도시로 대거 이동하여 저임금 노동력의 기반을 형성하기도 했다. 따라서 봉건적 토지소유관계인 지주-소작관계가 폐지되고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실질적으로 성립되기 시작한 시기는 이승만정권 이후라고 보아야 한다. 특히 기만적이지만 대규모 자영농을 창출하고, 이들이 파산하여 도시 노동자로 되면서 한국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한국자본주의 성립 시기와 관련해서 191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토지조사 사업을 기점으로 봉건적인 지주-소작관계가 철폐되고 식민지 조선이 자본주의가 되었다는 주장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의 지주-소작관계는 그 자체로서 특수한 반봉건적 생산관계가 아니라 식민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포섭되어진 봉건적 유제의 잔존형태로 파악해야 한다. ... 정치적으로 지배계급의 말단에 위치했던 지주계급은 이제 경제적으로도 파산위기에 내몰림으로써 법적 부고장만을 남겨 놓게 된다. ... 당시 지주-소작 관계의 철폐는 좌-우익 공히 민족적 공통분모였다. ... 이제 남한에서는 민주주의 혁명의 핵심 요구로서 토지의 분배를 둘러싸고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한 계급투쟁이 시작된다. (최지용, ��남한 자본주의의 현 단계��, p. 161.)

이 주장은 자기모순이다. 식민지 조선이 자본주의이고 지주-소작관계가 봉건적 유제의 잔존형태이고, 지주계급이 경제적으로 파산위기에 내몰려서 법적 부고장만을 남겨 놓았다고 했는데 토지조사 사업 뒤에도 조선의 지주들은 여전히 지위를 굳건하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조선이 이미 자본주의 사회였다면 해방 이후 어떻게 지주-소작관계의 철폐가 좌-우익 공히 민족적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가? 여전히 식민지 조선에서의 자본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주-소작관계라는 반봉건의 과제가 지배적임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가 아닌가? 이것이 지주계급이 단지 법적 부고장만을 남겨 놓고 경제적으로 사망직전이라면 민주주의 혁명의 핵심 요구로 나타나서 토지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계급투쟁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격렬한 계급투쟁이 일어났다는 것은 토지문제의 해결, 민주주의 혁명의 요구가 지배적이고 식민지 조선은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것이 아니라 봉건제적 생산관계가 지배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봉건제적 생산양식이 지배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제는 대중과 남로당과의 연계를 차단하는 정치공작과 더불어 그러한 연계의 원인을 제공하는 규정적 소재 즉 지주-소작관계를 근원적인 토대에서부터 제거하기 위해 군정청 스스로의 계획에 의거하여 일련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예컨대 1948년 3월 22일 미군정 법령 제173호에 의거, 대규모의 적산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신한공사의 토지분배는 그 단적인 실례이다. (같은 글, p. 161.)

일본 제국주의 1910-1918년 토지조사 사업은 법적으로는 근대적 토지법률을 제정하였지만 그것은 단순히 외형이고 실제로는 지주-소작관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일제는 지주-소작관계를 온존하고 그것의 전통적인 온정성마저도 제거하는 고율의 지대 부과로 인해 농민들을 농촌에서 이탈하여 노동자가 되도록 하기도 했다. 일제는 토지소유를 일본 지주의 소유로 하는 동시에 조선인 지주의 지위를 보장함으로써 제국주의 앞잡이 노릇을 하도록 함으로써 제국주의 지배를 강화하려 했다. 이로써 토지조사 사업 이후에는 조선인 지주의 소유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신한공사의 토지소유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최지용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지배적인 지주-소작관계를 철폐하기 위한 격렬한 계급투쟁을 인용하면서도 일본 제국주의 하에서 지주-소작관계가 사실상 해체된 또 다른 근거를 들고 있다.

조선이 해방되는 45년에 이미 자작지가 전체 농지의 35%를 차지하고 신한공사 소유의 귀속 농지를 뺀 사적 소작지는 52%인 116만 정보로서 절대농지 면적으로는 가장 높은 비율을 점할지라도, 식민지 시대에 소작 면적이 최고에 달했던 1939년 246만 정보(전체 면적의 60%)를 점하고 있던 상황에 비하면 현격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같은 글, pp. 162-163.)

그러나 이 통계는 별로 신빙성이 없다. ��조선통계연보�� 등 다른 통계(브루스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상)��, p. 97)를 보면 1913년 22.8%에 이른 자영농의 비율이 1945년에는 14.2%(남한, 전체는 1943년 17.6%)로 계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소작농은 각각 41.7%에서 69.1%(1943년 남북 전체는 65%)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대신에 이 통계에 의하면 반소작농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통계의 차이는 자영농 중에서 사실상 반소작농을 자영농으로 분류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제 총독부의 보고에 의해도 1938년 농촌인구의 80%인 300만 농가가 소작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영농의 경우에도 안정적인 토지 소유 보다는 극심한 가난과 빈곤에 빠져서 화전을 경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의 미군정청 자료(브루스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하)��, p. 123)에서도 1945년 현재 자작농은 14.2%에 불과하고 자작겸소작농은 16.8%, 소작겸자작농은 18.8%이고 소작농은 65%에 이른다. 자작겸소작과 소작겸자작의 차이는 소유 농지의 비율이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조선은행조사부의 조선경제연보와 같은 또 다른 통계(서울사회과학연구소,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발전��, p. 113)를 보더라도 1945년 말 현재 남한 전체 농가 호수(액 207만 호)의 13.8%가 자작농인데 비해 자소작농이 34.6%, 소작농이 48.9%나 된다. 지주는 일제국주의 소유인 신한공사를 빼더라도 63.4%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책에 나오는 공제욱․노중기의 자료(p. 149)의 경우에도 1945년 자작농의 비율은 14.2%이고 자소작농은 35.6%이고 소작농은 50.2%가 된다. 이 통계는 자소작농과 소작농의 통계는 엄격하게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이가 있지만 자영농의 통계를 보면 대다수의 통계가 해방 당시에 자영농의 비율이 낮고 소작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소작농의 경우에도 사실상 소작농에 가까운 처지였기 때문에 지주-소작관계의 해결이라는 반봉건적 요구는 여전히 지배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통계수치가 아니더라도 지주-소작관계가 사실상 철폐되고 대부분이 자영농이라면 ‘지주-소작관계를 근원적인 토대에서부터 제거’하기 위한 토지분배가 필요하겠는가? 해방이 이후의 급격한 소작쟁의를 비롯한 격렬한 계급투쟁의 양상은 지주-소작관계의 근원적인 토대는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가 아닌가?

물론 ‘(반)봉건적 지주-소작관계’가 지배적이라고 해서 식민지 조선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생산양식이 된 것이 이승만 정권이 토지개혁 이후부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점은 ‘식민지 반봉건 사회론’ 논쟁에서 보강할 것이다. NL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한국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이 식반론을 근거로 사용하는데 해방 이전 일제하에서의 식반론과 NL의 식반론은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이 근본적으로 변하였으므로 NL의 식반론을 근거로 과거의 식반론의 근거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옳지 않다. PD진영에서는 NL의 식반론에 대한 반대 때문인지 자본주의 성립시기 등에서 식민지 조선에서의 식반론 주장과는 배치되는 ‘자본파’적 주장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식민지 조선을 일본 제국주의가 지배했으므로 이때부터 조선이 독점자본주의라는 주장은 이후 한국에서 독점자본주의 성립 시기에서 다룰 것이다.

2. 한국에서 독점자본주의 성립 단계

한국에서 독점자본주의 성립 시기와 관련해서 다뤄보자! 이진경은 제국주의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일제하 식민지 조선부터 독점자본주의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제국주의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식민지라면 거기에 수출된 자본 역시 독점자본일 것이고, 식민지에서의 지배적인 생산관계가 자본수출을 통한 자본관계의 수출에 의해 규정된다고 할 때 그로 인해 진행되는 자본주의화는 ‘독점자본의 지배’로 특징지워질 것이다. ... 오히려 독점자본이 수출되어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식민지와 같은 특정한 조건 속에서라면 그것은 독점자본주의라는 형태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식민지이기 때문에 독점자본주의론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식민지라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독점자본주의론이 적용되게 된다. (이진경, “일반적 위기와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관한 논쟁”)

이 주장은 조선시대 지주-소작관계의 지배적 위치라는 점으로 볼 때도 논리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식민지 조선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할 때도 황당한 논리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진경은 “성격과 임무”와의 논쟁에서 그것은 오해에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정로 씨는 우리가 구식민지에서의 독점자본주의의 확립을 말하기라도 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는데, 그는 신식민지와 구식민지의 차이를 제대로 모르거나 독점자본주의적 관계와 독점자본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진경, “왜곡으로 빚어낸 ‘PD파의 오류’와 무지가 연출한 NDR론의 복권”, ��한국사회구성체논쟁 Ⅲ��, 죽산, p. 215.)

이진경의 ‘독점자본주의라는 형태로 출발’, ‘독점자본주의론이 적용’이라는 말은 식민지 조선이 독점자본의 지배로 독점자본주의가 되었다는 주장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이진경이 말하는 ‘독점자본주의적 관계와 독점자본주의’는 ‘적 관계’라는 수사의 차이로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제의 지배는 식민지에서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지배로부터 식민지 경제를 창출하는 것이지 결코 독점자본주의 또는 독점자본주의적 관계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일제의 지배로 독점자본주의가 창출됐다면 대공업의 창출, 집적과 집중의 강화로 독점자본 형성과 독점자본 간 경쟁의 심화와 파산, 독점적 지배력의 강화, 독점자본의 형성에 따르는 수천, 수만에 달하는 대규모 노동력의 집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식민지 조선에서 이러한 독점자본이 지배적인 생산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제는 조선에서 독점자본주의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일본 독점자본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착취와 수탈구조를 강화시켰다. 이를 위해서 일제는 조선의 자주적인 산업을 철저하게 황폐화 시켰다. 이진경의 주장대로라면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 이후 사회는 제국주의 지배가 끝났으니 다시 독점자본주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 되거나 아니면 이 논리를 확장하면 일제는 물러갔지만 독점자본주의를 그대로 물려줬기 때문에 여전히 독점자본주의라는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식민지 자본주의는 시초부터 독점자본주의라는 주장의 오류는 그것이 독점자본주의에서 본격화되는 자본의 수출을 ‘독점자본의 수출’로 주장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 본격화되는 자본의 수출은 결코 ‘독점자본의 수출’이 아니라 ‘과잉자본 혹은 잉여자본의 수출’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 수출되는 자본은, 물론 그 자본이 수입되는 식민지, 반식민지, 혹은 종속국의 자본주의 발전을 촉진하지만, 그 모든 자본이 반드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으로만 투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제 지배 시대에는 수많은 자본이 일본으로부터 수입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물론 미쓰이(三井) 같은 대독점자본이 군수공업을 위시한 독점기업을 건설‧운영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중소자본들이 조선으로 건너와 경영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자본은 조선에 건너와서는, 분명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생산양식의 ‘농장’, 즉 식민지의 반봉건적 농업을 경영했습니다.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p. 469.)

한국에서 독점자본주가 자유경쟁 단계를 뛰어넘어 해방 이후인 이승만정권 수립 이후부터 성립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선진자본주의국에서는 산업자본이 상호경쟁·각축하는 자유경쟁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면서 중소자본을 몰락·구축하고 집적·집중을 이루면서 독점자본주의가 성립하였다. ... 그러나 한국의 자본은 자유경쟁 자본주의단계를 거치지도 않은 채 미국의 신식민지주의에 순응하면서 반동적 국가권력의 특혜하에서 성장하여 제국주의와 비교할 때 엄청나게 낮은 생산력 수준에도 불구하고 독점자본으로 발전해나가게 됨... (이정로, “한국사회의 성격과 노동자계급의 임무”,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논쟁 Ι��, 벼리, p. 36.)

한국전쟁이 끝나자 한국에 단초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독점자본은 예속적인 성격을 두드러진 것으로 하면서 본격적인 자본축적을 진행하였다. 그리하여 50년대 말에 이르면 오늘날 소위 ‘재벌’이라 일컬어지는 주요 독점자본의 대부분이 형성‧발전하게 된다. (같은 책, p. 41.)

한국자본주의는 자유경쟁 자본주의 단계를 ‘비월’하여 곧바로 독점자본주의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신식국독자 진영 내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본주의 역시 자유경쟁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 아니라 자유경쟁 단계를 거쳤다. 한국자본주의는 유럽과는 다른 형태의 자유경쟁 단계를 밟았다. 유럽의 자유경쟁 자본주의는 오랜 기간 자유경쟁 자본주의가 존재하다가 1800년대 말을 지나면서 독점자본주의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독점자본주의가 성립되기 이전 자유경쟁 단계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산업에 개입하여 국가자본주의적 발전을 하고 이후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변화했다. 유럽에서는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이 결합한 금융독점체가 형성되었다면 한국에서는 국가권력이 은행을 장악하고 국유기업을 소유하기도 하면서 산업전반에 대한 지배와 개입을 강화하는 속에서 70년대 말이나 80년대 중공업을 중심으로 독점자본주의가 성립하게 되었다.

한국의 국가권력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서 산업에 대한 지배력과 일제가 남긴 귀속재산의 불하, 제국주의 원조, 차관으로 받은 자본특혜, 국가권력의 은행지배로 산업은행을 통한 특혜금융, 보호무역 강화와 산업과 과학기술육성, 농민수탈과 농촌으로부터 이주한 저임금 노동력 창출과 국가권력에 의한 노동쟁의의 무자비한 탄압 등으로 독점자본주의를 창출했다. 한국자본주의는 국가자본주의적 특성을 지닌 자유경쟁 단계를 압축적으로 거쳤던 것이다.

물론 50년대 말을 경과하면서 한국에서는 이른바 ‘재벌’이라는 독점자본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재벌이 형성되었다는 것과 독점자본이 전체 사회와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형성했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1960년대에 대기업은 제당, 방적, 비누, 고무신 등 소비재 산업을 중심으로 지배력을 강화해가고 있었으나 여전히 독점자본의 규모자체도 작고 생산력 발전의 수준도 낮았을 뿐더러 금융과 산업전반에 대한 지배력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소수 산업을 제외하고 전체 산업에서는 여전히 수백, 수천의 산업이 경쟁하고 있었다. 더욱이 제철, 제강, 기계나 화학공업 등에서는 대규모 기계제 생산 자체가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3. 한국자본주의 발전과 독점자본주의 논쟁

노동자민중은 국가권력의 파시즘적 탄압으로 인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노동조합 활동과 정치활동 자체의 일체 금지 전체 사회에 대한 병영적 통제를 통해 수탈과 착취를 당하고, 반공주의는 정권과 자본에 저항하는 모든 세력의 민주주의를 절멸시켰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 자본축적을 위한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분단의 모순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억압을 합리화하고 탄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축적과 국가에 의한 독점자본의 형성은 후발자의 이득을 누리면서 세계자본주의 체제, 특히 미국, 일본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적극 편입해 들어가는 것으로 해서 가속화된 발전을 하였다. 1970년대 산업합리화 조치와 각종의 금융정책은 자본가 국가에 의해 자본축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자본축적의 과정은 자본집적과 집중을 강화하면서 독점자본을 형성하여 “대규모 생산의 토대와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토대를 확장시”켰다. 한국에서 독점자본주의의 성립기는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해서 대규모 생산기반이 다져졌던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이다. 독점자본주의의 성립은 독점자본이 국가를 실질적으로 종속시키고 독점자본이 전체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구체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국 독점자본주의가 차지하는 위치의 문제이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제국주의 표지논쟁을 중심으로 한국 독점자본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은 제국주의의 핵심적 경제적 기초가 독점자본이지만 독점자본주의의 형성만으로 바로 제국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독점자본주의는 생산으로부터 집적과 집중을 통한 독점의 강화,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독일과 미국, 한국은 이 결합방식에 있어서 다르다. 독일은 은행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해나갔다면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한국은 산업자본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자본을 형성하였다)에 의한 금융과두제의 수립, 금융자본의 국가 지배,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력의 강화와 독점력에 기초한 타국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의 강화를 총체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독점은 제국주의 성립의 기초인 것이지, 독점 자체만으로 제국주의라 할 수는 없다.

한국 자본주의는 자본수출 비중이 제국주의 국가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점차로 과잉자본을 직접 자본 투자나 금융투자 등의 형태로 동남아, 중동, 중국에 수출하고 있고, 심지어 미국에도 현대차, 기아차 등에서는 직접적인 자본수출을 하고 있다. 해외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여 저임금과 노예적 노동으로 제국주의적인 초과착취를 일삼고 있고 해외에 진출한 자본은 해외 노동력을 초과착취하고 수탈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막대한 과잉자본을 제국주의 국가 등에 투자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고, 인도의 타타스틸이라는 철강업체는 영국 최대 철강업체인 코러스를 인수하여 빅5로 진입하기도 했다.

기존의 신식민지 이론은 독점자본주의가 형성되고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한국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는 커다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일본이나 특히 미제국주의의 강력한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영향을 받고 종속되어 있는 측면이 있으나 기존 종속이론이나 신식민지 이론으로는 한국사회의 발전의 역동적인 모습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제국주의의 강력한 영향 하에서 발전하면서도 자립적 자본주의를 추구하여 왔다. 이 자립적 자본주의 발전은 국가의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정책과 발전정책으로 인해 기존 제국주의 국가의 발전을 짧은 시간 동안에 추격하는 것이었다. 레닌은 기존 발전한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후진 국가 내부에서도 ‘보호관세’ 등으로 인해 제국주의를 추월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 비해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자본주의 발전도 맨 처음에는 영국의 공업독점을 비집고 들어가서 가능했다.

한국 자본주의는 여전히 제국주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지만 국가의 강력한 후원과 육성에 의해 기존 발전한 국가의 기술을 도입하고, 자본주의 분업구조 내에서 하위 파트너로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사양산업을 육성하고 저임금과 보호관세 등에 의해 자본주의 발전을 가속화하였다. 최근에는 조선, 반도체, LCD 전자산업 등에서 최고의 발전을 이루고 있고 자동차산업도 단순 조립가공에서 출발하여 독자적 기술수준을 발전시켜서 세계 5위의 자동차 국가가 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저발전 국가가 고도의 발전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한국 역시 제국주의 국가로 안정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한국자본주의도 예외 없이 주기적 공황을 맞았다. 정실자본주의, 재벌체제, 종속구조 등이 한국자본주의 공황의 특수한 원인이라고 하지만 한국 공황 역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라는 자본주의 기본모순에 의해 과잉생산 공황이 발발하였다. 물론 IMF 당시 제국주의는 금융지원을 대가로 해서 고금리를 강요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은 공황으로 인한 더욱 더 가혹한 수탈을 당해야만 했다.

한국은 저발전이 아니라 자본주의 성숙과 자본의 과잉으로 인해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독점자본주의의 발전은 경쟁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적 수준에서의 새로운 경쟁 치열해 진다. 독점의 강화는 소생산자를 파멸시키고 생산성의 향상과 생산력의 발전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구조조정과 실업을 강요하여 생존권을 파괴하고 대중의 빈곤을 야기한다. 이러한 생산력의 발전은 과잉생산을 더욱더 심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 모순인 공황을 야기하고 공황의 결과를 치명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은 자본주의 발전이 개량을 낳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위기와 혁명의 객관적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생산의 사회화는 변혁의 물적토대를 낳는 동시에 사적전유로 인해 대중과의 대립을 격화하도록 만든다. 이것이 수탈자가 수탈당한하게 되는 변혁의 물적토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보론과 겹치는 부분은 정리하고, 마지막에 통일전선과 계급동맹의 문제 등 변혁전략에 대해서는 추가해야 할 것이다.

보론)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추가¹⁾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