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연히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실제로, 나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하지요.

나는 이미 이 권리를 상실해 버렸지요.

나는 무엇을 당신에게 말할까요? ─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어떻게 당신을 기억합니까? ─ 그러나 정의의 신이여,

당신은 이것을 오래 전에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요.

또 당신이 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요? 나는 무엇을 하는 거지요?

어떤 벽지에 있는 거지요?

우리의 영혼은 서로에게 낯설지요,

그리고 영혼의 친밀성은 거의 없어요.

과거의 페이지들을 읽으면서

이제 차가워진 이성으로 순서에 따라 그 페이지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모든 것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지요.

자신 앞에서 몇 년씩

가슴으로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워요.

세상을 사기치는 것은 아직 좋을지 모르죠!

그리고 게다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무슨 소용 있겠어요?.......

부재 중인 사랑을 미친 듯이 기다릴 수 있나요?

우리 시대에 모든 감정은 단지 단기간에 걸쳐서 뿐이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 그리고 정확히,

나는 당신을 조금도 잊을 수 없었어요!

첫째로, 내가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이오.

그 다음에 내가 고통과 불안으로

지극한 행복의 나날에 대해 보답했기 때문이오.

그 다음에 무익한 후회 속에서

내가 힘든 세월의 사슬을 끌고 갔으며

냉정한 심사숙고로

삶의 마지막 꽃을 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나는 젊은 사람의 소음을,

사랑과 시를 잊어버렸어요 ─ 그러나

내가 당신을 잊을 순 없었지요.

나는 이 생각에 익숙해졌고

나는 불평없이 나의 십자가를 지나고 다니지요.

이런저런 형벌인가요?

모든 것이 한가지는 아닌가요.

나는 삶을 이해했지요.

터키 인이나 따따르 인처럼 나는

모든 것에 대해 완전히 운명에 감사합니다.

나는 신에게서 행복을 구하지 않고

말없이 악을 퍼뜨리지도 않아요.

어쩌면, 동방의 하늘은

그 예언자의 가르침과 나를

본능적으로 가깝게 하였어요. 게다가

시시각각 삶의 거처를 바꾸면서

밤낮으로 노동과 근심, 걱정 등

모든 것이, 심사숙고를 방해하면서,

태고의 모습 속에 아픈 영혼을 이끌고 와요.

가슴은 잠을 자고,

상상력에게는 확트인 공간이 없고……

머리에게는 일이 없어요…….

그 대신에 저는 무성한 풀 속에 누워 있거나

플라타너스나 포도 덩굴의

드넓은 그늘 아래서 졸고 있고

주위에는 천막들이 하얗게 보여요.

까자끄의 여윈 말들은

고개를 숙이면서, 나란히 서 있어요.

청동 대포들 곁에서 포수가 잠들어 있어요.

램프의 심지가 간신히 연기를 내며 타고

쇠사슬은 하나 둘씩 저 멀리 서 있으며

총검은 남쪽의 태양 아래서 불탑니다.

바로 저기 지난날에 대한 대화는

가까운 천막에서 내게 들려요.

예르몰로프 시대에 체치냐로,

아바리야로, 산으로 다녔던 것처럼,

우리도 보복을 받았던 것처럼,

나는 멀지 않은 것에서

샛강가에서 예언자를 뒤따르면서 보고,

평화적인 따따르 인은 자신의 정시(定時) 기도를 해요,

두 눈을 치켜뜨지 않고.

그런데 다른 이들이 둥그렇게 앉아 있어요.

나는 각반 색깔과 유사한,

그들의 황색 얼굴을 사랑해요,

그들의 모자와 낡은 소매,

그들의 검고 능청맞은 시선과

그들의 굵은 음색의 대화를 사랑해요.

아봐 ─ 머언 사격소리!

유탄이 윙 하고 날아갔지요……

영광스러운 소리…… 바로 외침소리 ─

그리고 다시금 주위의 모든 것이 잠잠해졌어요……

그러나 무더위는 이미 물러갔고,

물먹이는 곳으로 군마들을 끌고 가요,

보병은 살짝 움직였어요.

하나, 둘 뛰어 지나갔지요!

소름, 말소리. 제2중대(中隊)는 어디 있는가?

뭐, 짐을 지우고 있나? ─ 대위는 도대체 뭐하나?

짐마차들을 신속히 끌어내라!

<사벨리이치!> ─ <정말이야!> ─ <부싯돌을 주라!>

출발 신호로 북을 쳐요.

군대 음악이 울려요.

기둥 사이에 들어가서

대포들이 울려요. 장군은

수행원과 함께 앞으로 질주해 갔어요…….

까자끄들은 드넓은 들판에서

꿀벌들처럼 함성을 지르며 흩어졌어요.

이미 깃발들이 거기 숲의 가장자리에

나타났어요 ─ 둘,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런데 바로 저기 두건을 쓴 광신적인 회교도 한 사람이

붉은 체르께스 상의를 입고 거만하게 말을 타고 가고,

연한 회색의 군마가 움직이고,

그 말은 뛰어가며 큰 소리로 울어요 ─

어디에 용감한 이 있는가?

누가 그 말과 함게 죽음의 전투에 나가는가!……

지금 보세요, 검은 모자를 쓴

까자끄 한 사람이 파도처럼 돌진해 갔어요.

그는 소총을 재빠르게 잡아챘지요.

이미 가깝다…… 사격…… 가벼운 연기……

에이, 까자끄 마을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그의 뒤를 따라……

뭐라고? 부상당했다!…… ─ 아무것도 아니다, 사소한 일……

상호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무모한 충돌에는

많은 오락, 적은 의미가 있지요.

서늘한 저녁에

우리는 비극적인 발레처럼,

피에 굶주린 흥분 없이

그 충돌을 도취되어 바라보았어요.

그 대신에 나는 당신의 무대에는 없는

연극을 보았지요…….

어느 날 ─ 이 일은 기히¹⁾ 아래서 있었던 일이에요 ─

우리는 어두운 숲을 지나갔지요.

담청색의 맑은 창공은

불꽃을 튀며 우리 위에서 불탔지요.

잔혹한 전투가 우리에게 약속되어 있었어요.

머나먼 이치께리야 산맥으로부터

이미 형제의 외침 소리가 있는 체치냐로

대담한 사람들의 무리가 모였어요.

태고의 숲 위에서

주위의 등대가 아른거렸지요.

그 연기는 때로는 기둥처럼 맴돌았고,

때로는 구름처럼 자욱하게 퍼졌어요.

그리고 숲이 소생하였어요.

그들의 녹색 천막 아래서

목소리들이 거칠게 서로 불렀어요.

수솔대가 삼림 주변의 풀밭으로 빠져 나오자

사건이 시작되었지요.

보세요! 대포들이 후위(後衛)를 청해요.

바로 소총을 관목 숲에서 가지고 나가요,

사람들의 다리를 잡아 끌고 가고

의사들을 큰 소리로 불러요.

그런데 바로 왼쪽부터, 숲의 가장자리로부터

갑자기 함성을 지르며

그들은 대포에게로 달려들었지요.

부대는 나무 정상에서 우박처럼

총탄을 퍼붓었어요. 바로 앞에는

모든 것이 조용해요 ─ 거기 관목 숲 사이로

급류가 흘렀어요.

우리는 보다 가까이 접근했어요.

몇 개의 유탄을 발사했지요.

또 다가갔지요, 모두들 침묵하면서요.

그러나 바로 쌓인 통나무 장애물 위에서

마치 소총이 번쩍번쩍 빛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그 다음에 두 개의 모자가 아른거렸어요.

다시금 모든 것이 풀 속에 숨어 버렸어요.

무서운 침묵이 있었고

그 침묵은 오래 계속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 이상한 기다림 속에서

심장이 수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지요.

갑자기 일제 사격…… 우리는 앞을 주시해요,

대열로 누워 있어요.

무슨 필요가 있지요?

여기의 군대의 노련한 민중……

<총검으로, 일제히!> ─

우리 뒤에서 소리가 울렸지요.

피가 가슴속에서 불탔지요!

모든 장교들이 앞으로 전진했지요……

말에서 뛰어 내릴 수 없었던 사람은

말을 타고 쌓인 장애물로 질주해 갔지요……

<만세!> ─ 그리고 잠잠해졌어요.

<저기 단검들, 총개머리로!> ─

그리고 칼부림이 진행되었지요.

급류의 흐름 속에서 두 시간 동안

전투가 계속되었어요. 짐슴처럼 말없이

가슴을 맞대고 잔인한 백병전이 벌어졌지요,

개울은 시체로 가득 찼어요.

나는 물을 뜨고 싶었어요……

(폭염과 전투가 나를 지치게 했지요),

그러나 더럽고 탁한 물결은

따뜻했고 붉게 물들어 있었지요.

참나무 그늘 아래서

장애물의 첫 대열을 거쳐 오면서

한 그룹이 개울가에 서 있었어요.

한 병사가 무릎을 꿇고 있었지요.

그의 얼굴 표정은

어둡고 거칠게 보였어요.

그러나 먼지로 뒤덮힌 속눈썹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어요……

그들의 대위가 외투를 입고,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누워 있었어요.

그는 죽어 있었지요.

그의 가슴에 난 두 곳의 상처가

막 검게 되었어요.

그의 피가 조금씩 방울 방울 떨어졌지요.

그러나 가슴은 높이 그리고 힘들게 높아졌고

그의 시선은 무섭게 감돌고 있었지요,

그는 이렇게 속삭였지요……

<구해주라, 형제들이여. ─ 산으로 데리고 가라.

잠시 서라 ─ 장군이 상처를 입었다……

들리지 않는다……>.

그는 오랫동안 신음했지요,

그러나 그는 점점 더 약하게,

그리고 조금씩 잠잠해졌고

신에게 영혼을 바쳤어요.

소총에 기대어 서서

희끗한 콧수염이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서 있었지요……

그리고 조용히 울고 있었지요……

그 다음에 그의 전투의 잔재는

조심스럽게 망토로 덮여 씌워졌고 실려 갔어요.

우수에 지친 나는

꼼짝도 않은 채 그들 뒤를 바라보았지요.

그러는 동안에 한숨 쉬며

옆에서 동료와 친구들을 불렀어요.

그러나 나는 내 영혼 속에서

동정도 슬픔도 찾지 못했지요.

이미 모든 것이 잠잠해졌지요.

시체들은 더미 속에서 끌려갔지요.

피는 돌을 따라 연기의 흐름처럼 흘렀어요,

하늘은 그 피의 무거운 증기로 가득 찼지요.

장군은 그늘 속

북 위에 앉아서

보고를 받고 있었지요.

부근의 숲은 안개 속처럼

화약 연기 속에서 푸르게 보였어요.

그런데 저기 멀리에 고르지 않지만

영원히 장중하고 평온한 이랑처럼

산맥이 쭉 뻗어 있었지요 ─

그리고 까즈베끄는

앞끝이 날카로운 정상으로 반짝였어요.

은밀하고 마음에서 우러난 애수를 품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 <불쌍한 인간.

그는 무엇을 원하는가!…… 하늘은 맑다,

하늘 아래에는 모든 이에게 많은 장소가 있다,

그리나 끊임없이 그리고 헛되이

그 혼자 적대시 하고 있다 ─ 어째서?>

갈루브는 어깨를 치며

나의 꿈을 중단시켰지요.

그는 나의 전우였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어요,

이 장소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는 내게 대답했어요 ─ < 발레리끄,

당신들의 언어로 번역해 보아라,

그러면 죽음의 강이 될 것이다.

아마 옛날 사람들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그러면 약 몇 번이나

그들은 오늘 서로 싸웠는가?> ─ <7천 번까지.>

<그러면 산악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 어째서 당신은 세지 않았는가!>

<그렇다! 있을 것이다 ─ 누군가 이때 말했다 ─

그들의 기억 속에 이 피투성이의 날이!>

체첸 인은 능청맞게 바라보았고

고개를 저었어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귀찮게 할까 봐 두려워요.

상류 사회의 오락 속에서

전쟁의 야만적인 불안은 당신에게 우스꽝스러울 것이에요.

당신은 종말에 관한 무거운 생각으로

자신의 이성을 괴롭히는 데 익숙하지 않죠.

당신의 젊은 얼굴에는

걱정과 슬픔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없지요.

그리고 당신은 아마

가까운 곳에서 언젠가,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보지 못했을 거요.

부디 보지 말기를 바랍니다.

다른 불안으로 충분하니까요.

자기 망각 속에서

삶의 길을 끝마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가까운 각성에 관한 꿈을 안은 채

영원한 잠에 빠질 수 있을까요?

이제 용서하십시오.

만일 나의 꾸민 이야기가

당신을 쾌활하게 하고 하찮은 일조차 흥미를 끌었다면

나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나는 용서하세요.

그리고 조용히 말하세요 ─ 괴짜라고!

─ 1841년

발레리끄²⁾

레르몬또프

번역: 임채희

해설: 이제까지 ��정세와 노동��을 통해 소개되는 가장 긴 시이다. 지면을 할애해서 전문을 소개하는 것은 전쟁을 소재로 삼으면서 부정의한 전쟁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제까브리스뜨의 유훈을 따르는 레르몬또프는 애국주의와 영웅적 시민정신의 사상에 충실하였다. 레르몬또프 역시 짜르 시대의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검열이 시인의 사상을 완전히 제한할 수는 없었다. 1812년 나뽈레옹의 군대와 맞서 싸운 조국전쟁을 노래한 자신의 시 ｢보로즈노 들판｣과 ｢보로지노｣에서 인민의 전투를 찬양하면서 짜르를 위한 단 한마디의 헌사도 하지 않았던 시인은 ｢발레리끄｣에서는 심지어 ‘러시아’라는 단어조차도 쓰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민족적 긍지를 지니면서도 침략전쟁인 까프까즈 전쟁에 대한 찬미로 자신의 인민을 비하시키지 않았다. 까프까즈 전쟁에서는 용감한 전투는 없고 의미없는 칼부림이 있을 뿐이고, 영웅적 고무도 복수의 바람도 없다. 또 황제를 위한 전쟁을 비난하면서 오히려 ‘적’인 산악 민족에 대해서는 정서적인 공감마저 보이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피 흘린 전쟁에 대한 일말의 보상도 없지만 병사들은 수동적이다. 그리고 그 수동적인 병사들로 인해 시인의 괴로움은 더욱 깊어간다.

19세기 중반 레르몬또프는 침략전쟁을 위해서는 단 한마디의 찬사도 내뱉지 않으며 자신의 시대의 책무에 충실하였다. 우리 시대에는 침략전쟁을 찬미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누가 진짜 적인가를 명확히 밝히고 그들로부터 무기를 빼앗도록 하는 것이 평화를 노래하는 시인의 역할이 될 것이다.

시 출처: 미하일 레르몬또프, ��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임채희 번역, 열린책들, 1997, pp. 125-139.

참고: 임채희, ｢레르몬또프 전쟁시 연구 : 시 ｢보로지노｣와 ｢발레리끄｣를 중심으로｣, ��러시아 문학�� 제8집, 한국러시아문학회,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