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민전선은 1930년대부터 프랑스, 스페인에서 결성되었던 통일전선의 일종이다. 이러한 인민전선은 파시즘의 등장에 대해 파시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시킨다는 통일전선 혹은 연합전선의 전술로서 이탈리아에서 뭇솔리니가 집권하고 독일에서 나찌가 집권하는 긴박한 사태에 대해 공산당 세력이 사회민주당에게 연합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이루고 나아가 파시즘에 반대하는 소부르주아 세력 심지어 부르주아 세력까지도 포괄한 것이었다. 이러한 연합이 가능했던 것은 파시즘의 성격 자체에서 비롯되는데 파시즘은 자본가계급 전체의 연합과 지배를 의미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금융자본의 헤게모니를 가장 광포한 방식으로, 즉 테러 독재를 통해 확립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르주아지 중에서도 파시즘에 반대하는 세력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민전선은 공산당이라는 정치세력의 능동적인 전술의 전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인데 공산당의 이러한 전술, 통일전선 전술은 단지 파시즘의 등장을 계기로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레닌 당시부터 시도되어 왔고 다듬어져 왔다. 레닌은 1920년대 초반에 이미 노동자통일전선을 제창하였다. 즉, 계급협조적인 사회민주당에게 자본가계급과의 계급협조를 멈추고 공산당과 연합하여 자본가계급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이룰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레닌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사회민주당은 통일전선은 책략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전선이라는 전술은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코민테른에서는 통일전선의 구체적 표현으로써 노동자정부라는 슬로건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직접적으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아니지만 그를 지향해가는 과도적 정부로서 맑스-레닌주의적인 공산당 이외의 여타 노동자세력을 포괄하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 통일전선은 이후 파시즘 등장 후에 반파쇼 인민전선으로 발전하는데 노동자계급의 단결에 기초하여 단결의 범위를 파쇼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으로 확장한 것이었다. 이러한 통일전선은 반파쇼인민전선이외에도 식민지의 민족해방투쟁세력에게도 광범한 영향을 미쳤고 반식민지였던 중국의 경우 민족해방 통일전선의 결성과 와해를 반복하며 투쟁이 발전하였고 끝내 반제민족해방통일전선을 성취하여 민족해방과 혁명의 승리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20세기에서 통일전선은 당면한 공통의 과제를 위해 공산당 세력이 여타의 계급 세력을 포괄하는 전술원칙으로서 발전해왔던 것이다.

2. 이러한 통일전선에 대해 뜨로츠키는 철저하게 비토하고 훼방을 놓는 입장을 보였다. 통일전선이 처음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던 것이 프랑스에서의 반파시즘 인민전선이었는데 이에 대해 뜨로츠키는 인민전선을 계급협조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이는 위력적인 인민전선의 등장이 이른바 스딸린주의자들의 전술이라는 점에서 뜨로츠키는 반대와 훼방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뜨로츠키가 쓴 ≪인민전선 비판≫이라는 책은 이러한 비난과 악선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즉, 1930년대 중반 뜨로츠키의 처지는 쏘련에서 축출되어 망명을하는 상태였는데 쏘비에트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따라서 이 당시 뜨로츠키가 쓴 ≪인민전선 비판≫은 당시에 아무런 의미없는 마타도어에 불과한 심지어 불평에 가까운 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불평에 불과하고 정치적 의미가 없는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을 지금 시점에서 고찰해야 하는 것은 쏘련 붕괴 후 뜨로츠키주의가 유입되면서 그에 따라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도 따라 들어왔고 이들이 노동계급의 전술원칙으로서 통일전선 자체를 계급협조주의라 악선동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은 내용이 없다. 선험적으로 기계적으로 공산당이 (소)부르주아 당과 연합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계급협조주의라 단정짓는 것 이외에는 내용이 없다. 파시즘에 반대하는 부르주아 세력을 포괄하는 것이 왜 계급협조주의인지를 뜨로츠키는 분석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단정짓는 것에 머물고 있다. 뜨로츠키의 이러한 태도는 1930년대 그의 정치적 처지 때문인데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던 그는 단지 공산당 세력의 전술을 비난하고 훼방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뜨로츠키는 1920년대 내내 쏘련 공산당의 주요 지도부였고 그에 따라 레닌에 의해 제창되었던 노동자통일전선, 그리고 노동자정부 슬로건의 정치적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은 통일전선 전술에 대한 분석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논리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반파시즘 인민전선은 노동자통일전선의 발전이었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 뜨로츠키에게는 전혀 없다. 이러한 뜨로츠키의 태도는 진지하게 대중에게 의미있는 전술을 제기하는 태도가 아니다. 전술은 해당정세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태도를 정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정세를 변화시키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인데 뜨로츠키는 이러한 기본적인 태도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4. 그러면 뜨로츠키가 자신의 책 ≪인민전선 비판≫에서 전개하는 논리와 근거를 비판해 보자. 반파시즘 인민전선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기 전 모색단계에서 그것은 공동전선이라 불리었고 뜨로츠키 자신도 당시는 즉, 1934년에는 이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뜨로츠키 자신의 말을 들어보자.

“공동전선은 무엇을 원하는가? 지금까지 공동전선은 대중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았다. ...공동전선의 목표는 공동전선 정부, 즉, 사회당, 공산당 정부, 블룸, 까쉥 정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 공동전선의 정치투쟁은 잘 짜여진 이행기강령에 기초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정부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보장할 그런 조치들의 체계가 바로 이행기 강령이다.”¹⁾

이러한 뜨로츠키의 태도는 1934년 인민전선이 모색되던 당시 명시적으로 인민전선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인민전선에 침투시키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뜨로츠키는 그의 주관주의적이고 관념적인 이행기강령이라는 것으로써 공동전선, 즉 인민전선에 개입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뜨로츠키의 태도는 곧 변화되는데 인민전선이 현실화되자 즉각적으로 인민전선을 계급협조주의라고 악선동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5. 뜨로츠키의 노선은 일정하게 좌편향을 특징으로 한다. 그에 따라 뜨로츠키는 당시의 정세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파시즘에 반대하는 연합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가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1930년대 중반의 프랑스 정세가 혁명적 상황 혹은 준혁명적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편향을 보인다. 뜨로츠키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우리는 주장한다: 코민테른의 진단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노동계급정당들의 비혁명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금 만큼 혁명적 상황이 무르익은 때는 없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준혁명적 상황이다. 최고조의 혁명적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권력장악의 구호 하에 대중을 투쟁으로 즉시 가차없이 추동시켜야 한다.”²⁾

바로 이것이 뜨로츠키가 현실의 정세에 접근하는 태도이고 전술에 대한 자신의 수준을 보여주는 문구이다. 세상에! 1935년 당시의 프랑스 정세가 혁명적 상황이 무르익은 때라고 파악하다니! 이러한 파악은 뜨로츠키가 지독히도 주관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1935년 당시는 독일에서 나찌가 권력을 장악하고 급속히 힘을 키워가고 그 영향이 프랑스를 압도하고 있던 때였다. 프랑스에서도 1934년 2월에 극우세력이 무력시위를 벌여 프랑스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그에 따라 공산당과 사회당, 급진당의 연합이 본격적으로 모색되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1935년 당시 프랑스의 정세는 혁명적 혹은 준혁명적 정세이기는커녕 파시즘의 대두, 반동의 대두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연합을 시급히 건설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혁명적, 준혁명적 정세와는 거리가 멀고 반동의 대두를 저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프랑스 노동계급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뜨로츠키는 정세에 대해 이렇게 지독히 주관주의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에 대한 잘못된 태도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권력장악의 구호 하에 대중을 투쟁으로 즉시 가차없이 추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대중에 대해 최소한의 애정이 있다면, 대중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감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시 정세에서 사회주의 권력장악을 위해 대중을 ‘추동’시킨다는 것은 완전히 좌편향으로서 대중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는 뜨로츠키가 권력장악이라는 주관에 사로잡혀 대중의 희생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대중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뜨로츠키의 좌편향, 주관주의는 그의 ≪인민전선 비판≫ 전체에 관통하고 있다. 아무런 정치적 내용도 없으면서 혁명이라는 화려한 수사로써 자신의 오류를 감추고 소위 스딸린주의자들을 마타도어 하는 것이외에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6. 뜨로츠키는 인민전선이 현실화되고 그 영향력을 높여가자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마타도어하는 길을 걷는다. 인민전선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시 프랑스 정세에서 반파시즘 세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파시즘 세력, 극우세력이 위축되고 있고 노동계급의 역량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민전선이 현실화되자 노동자의 노조조직율이 몇배나 상승하고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되고 이전까지 단체교섭 자체를 부정했던 자본가들이 단체교섭에 어쩔 수 없이 나오고 공산당의 당원수가 급증하는 상황이발생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뜨로츠키는 어김없이 마타도어하는 길을 택한다.

 “현재의 인민전선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착취자인 개량주의자와 스딸린주의자 그리고 소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착취자인 급진당 사이에 체결된 계급협조주의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기구의 반혁명적 저항을 분쇄할 유일한 수단인 투쟁위원회의 중요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의 임무를 다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노동자정당에 비해 투쟁위원회는 혁명의회라고 할 수 있다.”³⁾

여기서 인용된 것이 뜨로츠키의 인민전선에 대한 비판의 골간이다. 인민전선은 계급협조기관이라는 것, 따라서 인민전선, 나아가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기구를 분쇄해야 하며 대신에 자신이 고안하고 있는 투쟁위원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혁명의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뜨로츠키 노선의 정치적 실체이다. 현실의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분쇄하고 자신의 관념적인 혁명적 구호로 이를 합리화하는 것! 이는 한편으로 좌편향이지만 일반적인 좌편향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혁명의 이름으로 혁명에 반대한다는 것으로서 1930년대 중반, 인민전선이 현실화되고 반파시즘의 기운이 높아지고 노동자계급이 전진하던 당시 상황에서 반혁명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좌편향은 노동계급의 미성숙의 표현이고 이러한 좌편향은 운동과 혁명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경험의 축적, 이론적 발전에 따라 교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뜨로츠키의 좌편향은 이러한 좌편향이 아니라 그를 넘어서서 혁명적 수사로써 현실에서는 반혁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뜨로츠키가 인민전선을 계급협조주의라 단정짓는 것을 검토해보자. 계급협조주의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적대적 이해를 은폐하고 점진적인 개량으로써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공고화화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당시 1930년대 중반의 반파시즘 인민전선이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공고화했는가? 인민전선이 계급적 이해의 적대를 은폐했는가? 전혀 아니다. 파시즘이라는 당시 자본가계급의 지배적 세력을 고립시키고 이들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발전시키는 것이 당시 인민전선의 정치적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노조조직율이 급증하고 임금이 상승하고 파업의 물결이 일어나고 공산당 당원수가 급증했던 것이다. 이러한 인민전선이 있었기에 2차 대전 전에 프랑스에서 파시즘 세력이 집권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면 부르주아 세력 일부와 반파시즘을 내세워 연합하는 것이 계급협조인가? 파시즘이라는 광포한 테러독재에 대해 부르주아 일부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파시즘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부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 부르주아 세력을 반파시즘의 대열에서 배제해야 하는가? 전혀 아니다. 그러한 부르주아 세력의 반파시즘 투쟁에서의 유약성과 동요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이들을 반파시즘이라는 구도에 묶어 두는 것은 파시즘 세력을 고립시키는 데서 중요하다. 한국의 80년대를 돌아보아도 전두환, 노태우 파쇼에 맞서는 투쟁에서 자유주의 세력은 반파쇼 블록에 가담하고 있었다. 이들의 동요성, 유약성, 배신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이 반파쇼의 입장을 취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중요했다. 예를 들면 1987년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에는 이들 자유주의 세력이 포함되었었다. 당시 자유주의인 김대중, 김영삼 세력을 국민운동본부에서 축출해야 했는가? 국민운동본부가 계급협조주의 기관이었는가? 전혀 아니다. 국민운동본부는 전두환 파쇼에 맞서는 중심기관이었고 이 투쟁을 통해 반파시즘운동은 최고조에 달하고 6월항쟁을 할 수 있었고 그에 힘입어 7, 8월 노동자 대투쟁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현실, 그리고 논리적 분석의 귀결로서 뜨로츠키가 인민전선을 계급협조주의라 규정하는 것은 좌편향이면서 동시에 반혁명적인 마타도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7. ≪인민전선 비판≫ 편집자가 쓰고 있는 서문에는 당시 프랑스 상황에서 인민전선의 위력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를 인용해보자.

“(1936년-인용자) 4월말과 5월 초에 의회선거가 실시되어 인민전선정당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사회당은 21%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하원의석을 기존의 97석에서 146석으로 늘렸다. 공산당은 15%를 득표하여 의석이 10석에서 72석으로 늘었다. 급진사회당은 기존의 159석에서 43석이 줄어든 116석을 차지하였다. 하원의 총 598개 의석 가운데 인민전선 정당들은 378석을 차지했다. ...6월초 프랑스 전체노동자의 4분의 1인 2백만 노동자가 파업에 가담하였다. ... 전통적으로 단체협상을 거부했던 프랑스 고용주들에게 이 사건은 정책의 대전환에 해당하였다. 자본가들이 받아들인 협상내용은 이 투쟁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7%에서 15%에 이르는 임금인상,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기존의 주당 48시간에서 40시간), 2주의 유급휴가, 단체협약의 원칙인정 등이 자본가들이 양보한 내용이었다. ....격동은 계속되었으며 급진화되고 있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몰려들었다. 이제 단일노동총연맹(CGTU)과 통합한 노동총연맹(CGT)은 조합원수가 1936년 3월 당시 백만명에서 거의 5백만명으로 불어났다. 인민전선 내부에서 공산당은 결정적인 세력으로 부상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노동자 기반 때문이었다. 1934년 말에서 1938년까지 공산당원의 수는 5만에서 35만으로 급증했다.”⁴⁾

이것이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의 편집자가 해설하고 있는 당시 프랑스 상황이었다. 극우세력의 도발과 파시즘의 압력에 눌려있던 프랑스에서 공산당 주도로 인민전선이 결성되자 정세가 변화하기 시작하여 노동자계급의 역량이 급격히 증대하고 인민전선 전체의 역량도 증대하게 되었다는 것이 위 인용의 골자이다. 이것은 객관적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인민전선을 왜곡하고 마타도어하는 뜨로츠키주의자들조차 스스로 실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단지 그러한 역사적 사실의 해석에 있어서 지독한 왜곡과 주관주의를 보이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인민전선이 계급협조기관이라는 뜨로츠키의 단정을 반박하는 것이고 정반대로 인민전선은 계급투쟁기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8. 이러한 뜨로츠키의 오류는 ≪인민전선 비판≫이라는 그의 책 곳곳에서 확인되는데 인민전선이 계급협조기관이라는 그의 기계적이고 선험적인 사고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의 왜곡된 정치적 안목을 보여주고 있다.

“급진당[당시 프랑스의 (소)부르주아 정당―인용자]은 단순히 인민전선의 우익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사실 이 정당은 지배계급을 대표하여 인민전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당을 통해서 금융자본은 인민전선과 노동계급을 지배하고 있습니다.”⁵⁾

이러한 뜨로츠키의 진술은 뜨로츠키가 변증법에 무지할 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 사고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다. 그는 맑스에게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이해는 적대적으로 분열되어 있고 화해할 수 없다는 것은 배웠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변증법에 무지하다. 이 세상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다. 그는 부르주아지 사이의 상호 대립과 분열의 가능성 그리고 그것의 현실화라는 것은 도대체 생각하지 못한다. 전형적인 형이상학적 사고이다. 자본가계급은 여러 정당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들 부르주아 정당들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반대라는 점에서는 일치되어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당들은 상호 각축하며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의 힘을 빌리려 노력한다. 나아가 그중 하나의 정당이 예를 들어 파시즘 세력이 배타적 지배를 시도하면 부르주아 정당일지라도 노동자계급과 얼마든지 연합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프랑스에서 반파쇼 인민전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계급협조의 상황이 아니라 계급투쟁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가계급 중 가장 강대한 파시즘세력을 고립시키고 노동자계급 주도의 연대로 전체 전선을 이끄는 것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성장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민전선의 역사는 이를 말하는 것이다. 뜨로츠키는 금융자본이 급진당을 통해 인민전선과 노동계급을 지배한다고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마타도어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금융자본은 파시즘을 옹호하고 있었고 파시즘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프랑스는 대공황의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민전선의 계급적 성격은 파시즘에 반대하고 경제적으로는 금융자본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뜨로츠키는 이러한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급진당이라는 (소)부르주아 정당이 인민전선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기계적으로 해석하여 금융자본이 인민전선과 노동계급을 지배한다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뜨로츠키의 정치적 안목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정치와 운동, 혁명에 대한 뜨로츠키의 안목의 진수이다.

9.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에 대한 반비판은 씁쓸하기만 하다. 쏘련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아집을 부리고 그에 따라 쏘련 사회주의 건설의 진전에 따라 대중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반볼세비키당 노선으로 당에서 축출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뜨로츠키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정치적 평론가일 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그는 파시즘의 대두에 맞서는 연합전선이었던 인민전선의 결성과 성장에 대해 왜곡하고 훼방하고 마타도어하는 길을 걸었다. 뜨로츠키의 ≪인민전선 비판≫은 아무런 정치적 내용이 없다. 단지 혁명적 수사로써 혁명을 반대하는 것,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분쇄하는 것, 그것을 투쟁위원회라는 자신의 앙상한 주관적 관념으로 합리화하는 것! 이는 철학적으로 주관적 관념론이요, 정치적으로는 좌편향으로 포장된 반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좌편향으로 점철되어 있고 정치적으로 내용이 없는 뜨로츠키의 노선은 쏘련에서 사회주의 건설과 2차대전에서 쏘련의 승리, 세계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으로 사실상 운동에서 매장되었었다. 그러나 후르시초프 수정주의가 등장하여 스딸린을 탄핵하자 뜨로츠키 노선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쏘련의 붕괴로 이곳저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한국에서 뜨로츠키주의는 역시 많은 세를 얻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은 쏘련 사회주의 붕괴로 인한 사상적, 정치적 공황상태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쏘련 붕괴라는 세계사적 대격변에 대해 대처하는 입장은 다양했는데 청산주의, 부르주아진영으로 투항, 자율주의라는 관념론, 그리고 뜨로츠키주의 등이었다. 특히 뜨로츠키주의는 유감없이 자신의 반혁명적 성격을 발휘하면서 아예 쏘련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라고까지 왜곡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사상적 혼란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다.

역사는 그렇게 간단하게 청산되지 않는다. 이제는 20세기 사회주의의 공헌을 한편으로 긍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한계와 오류를 분석하여 교훈을 이끌어내어 21세기 사회주의를 본격적으로 정립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대공황이 심화되어 고비를 맞고 있고 한국에서도 반동의 시대는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는 다시금 노동자계급의 전진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이다. 희망의 마음을 하나하나 모으면서 절망에서 희망으로! 진군 또 진군!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