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총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러한 결과는 예상 밖이라고 인식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현존하는 계급적 역관계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다. 반동부르주아지의 헤게모니가 그간의 많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공고하다는 것이며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와 소부르주아지의 연합 즉, 야권연대가 한계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노동계급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무너져 있는 대중운동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선거에서 승리를 바탕으로 100일내에 열 개의 노동법안을 개정하는 전략을 제출했던 민주노총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것이다. 야권연대의 힘을 빌어서 노동법을 개정하겠다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의도는 장애에 처한 것이다. 애초에 노동자의 이해가 절실한 노동법의 개정이 대중의 힘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의 승리에 기대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사고한 것 자체가 문제이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보았듯이 민주당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동법은 현존하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의 질서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쟁점이 되는 노동법의 사안은 자본과 노동의 역관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법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대(對)노동 지배전략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자본의 대(對)노동 지배전략의 변화추이를 파악하게 하고 나아가 그 본질을 드러내는 자료가 된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도입된 이래 자본의 대(對)노동 지배전략은 분할지배전략이다. 즉,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깨뜨리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역관계에서 자본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87년 투쟁이래 성장한 조직노동자운동을 개량적 유인책으로 체제내화하고 다수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착취질서를 심화시키는 것이 그러한 분할지배전략의 골간이라 할 수 있다. 노동법에는 바로 이러한 자본의 지배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면 자본의 지배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적, 분석하기 전에 우선 노동법이 부르주아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검토해 보자.

2. 부르주아 사회에서 노동법의 의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하에서 법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자본가계급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면서 내세운 것이 법치주의이다. 이는 봉건제 하에서 지배계급의 자의적인 권력과 지배에 대한 저항의 산물이다. 즉, 법치주의는 국가의 자의적인 억압에 대한 반대를 내세우면서 법이라는 규범을 통한 지배를 추구하는 것으로서 사상적으로 자유주의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초기 자본가계급이 진보적 성격을 띠었을 때 도달했던 지점이다. 그러나 이후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시작되면서 자본가계급은 민주주의를 수용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노동자계급에 대한 선거권의 부분적 인정 등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즉, 자본주의에서 민주주의 이념이 자리잡고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발전한 것은 자본가계급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민중 투쟁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질서의 변화는 법질서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법은 부르주아 법학에서는 사회의 강제적 규범이라는 식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법은 그 사회에 존재하는 지배질서를 압축한 것이고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은 하나의 계급의 다른 계급에 대한 지배질서의 압축이고 이는 지배계급의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추가되어야 하는 것은 법은 동시에 피지배계급의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노동법의 탄생과 발전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노동법은 정확히 계급투쟁의 산물인 것이다.

부르주아 사회의 본질은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승인하는 것이고 사회주의 사회는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소유권은 부르주아 법체계에서 시민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소유권을 핵으로 하여 여타의 부르주아 법체계가 성립하고 있다. 이러한 소유권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법체계에서 인정되는 평등은 형식적, 절차적 평등이 될 수밖에 없고 생산수단 앞에서는 만인은 불평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의 권리는 형식적 평등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노동자의 생존권의 문제, 정치적 권리의 문제는 오직 투쟁을 통해서만 전진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노동자의 단결이 부정되고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가 투쟁을 통하여 단결의 자유를 확보하고 이어서 노동자의 선거권, 정치적 자유가 투쟁을 통해 확보되었고 이는 부르주아 법체계에 반영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노동법의 역사는 노동자 투쟁의 역사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법은 부르주아 법체계에서 특수한 위치를 점한다. 부르주아 사회의 일반적 지배질서를 반영하는 시민법은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을 축으로 계약자유의 원칙, 사적 개인의 자치의 원리가 지배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법을 통해서는 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될 수 없었기 때문에 노동법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법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법의 원리는 형식적인 계약자유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생존권의 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부르주아 법체계에서 특수한 위치를 점하는 노동법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법의 위상은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이래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고 이는 노동자계급의 역량의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파업을 이유로 하여 자본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노동법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손해배상이라는 시민법의 원리가 노동법의 사회법적 원리를 압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도입 이전의 계급타협 체제를 자본가계급이 파기하고 확고한 부르주아 독재를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노동법은 집중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노동법의 개정과 변화는 곧바로 노동자탄압의 역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정리해고제의 도입, 비정규직의 양산, 타임오프로 인한 노조의 무력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등 노동법의 개정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의 역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는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지배논리가 깔려 있었다.

현재 세계대공황은 지속적인 심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고 동아시아에도 대공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정세는 완만히 상승하면서 위기의 폭발을 향해 가고 있다. 만약 위기가 폭발한다면 정세는 격렬한 양상을 띨 것이고 반동이냐, 변혁이냐가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완만한 정세 속에서는 노동자계급의 일보전진을 위한 투쟁이 각별히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노동법은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을 둘러싼 투쟁의 강화는 여전히 중요하며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이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3. 노동법의 체계

노동삼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다. 이러한 노동삼권은 노동자의 계급투쟁을 통해서 확보된 것인데 이를 반영하는 것이 노동법의 체계이다. 노동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에 관한 것이다. 근로조건에 관한 법의 대표적인 것은 근로기준법이고 조직에 관한 것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다. 이 두 가지가 노동법의 양대 축이고 이를 기초로 세부적인 법률이 있다.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라 일컬어지는 정리해고에 대한 규정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고 노동조합에 대한 법은 단결권에 관한 법임에도 온갖 규제와 탄압의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에 대한 기본법이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했지만 오늘날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정리해고제, 근로시간 변형제 등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전략이 근로기준법에 반영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이외에도 파견근로에 관한 법은 파견제를 합법화하여 중간착취와 불안정노동을 제도화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에 관한 법은 노동유연화라는 명목 하에 불안정노동을 양산하고 있다. 애초에 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 하는 근로조건에 대한 법의 취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명문화하여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인데 신자유주의 도입 이래 근로조건에 대한 법은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이다. 근로조건에 대한 법은 이외에도 산재보상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직업안정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수가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노동자의 이해가 절실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현실은 노동권의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근로조건에 대한 법들이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근로조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인가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의 영역이다. 이 법들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항이 넘쳐나며 따라서 현실적인 계급투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노동조건의 개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단결이 필수이며 노동법의 역사는 노동자 단결을 위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자본가계급이 노동자의 단결을 하나의 권리로 인정한 것은 노동자계급 성장의 결과였다. 이러한 노동자의 단결은 노동조합으로 구체화되는데 이를 법적으로 승인한 것이 노동조합법이고 현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에서도 노동자의 단결을 침해하고 억압하는 조항은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파업을 불법화할 수 있는 여러 조항이고 최근에는 복수노조의 창구단일화조항이 독소조항이다. 형식적으로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승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파업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여전히 공무원 노조는 법외노조로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원노조는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의 결성의 권리를 쟁취했지만 현실적인 법은 단체행동권의 금지, 즉, 파업의 금지와 정치활동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서 단결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외에 노동위원회법에 따라 설치되어 있는 각급 노동위원회들은 노동자 권리의 보장이 아니라 노동탄압위원회로 역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부르주아 사회에서 노동법은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규제와 탄압의 내용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동법의 모순은 현실로 존재하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역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계급적 단결을 강화할 때만 권리의 측면은 강화되고 규제와 탄압의 측면이 약화되는 것이다.

4. 97년 외환위기와 노동법의 개정

97년 외환위기 이전에 노동운동은 상승기에 있었다. 87년 투쟁을 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노동운동은 계급적 단결을 강화해왔고 이는 노조 조직율의 상승으로 표현되었다. 자본가계급은 이에 대해 일정한 양보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을 제도화하는 길을 택했다.

97년 외환위기는 노동운동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는데 이때의 노동법 개정이 지금까지도 한국의 노동운동의 지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전에 96년 12월 노동법의 날치기가 있었다. 날치기 노동법의 내용은 정리해고제의 확대, 상급단체에 한한 복수노조의 허용과 기업단위에서의 금지, 노조전임자 임금의 지급금지, 쟁의기간중 대체근로 허용, 무노동 무임금 등을 담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이때의 총파업은 많은 대중의 참여 속에 위력적으로 전개되었고 이를 통해 날치기 노동법을 폐지하게 했다. 그리하여 97년 3월에 여·야 합의로 다시 노동법을 제정하게 되었는데 정리해고제의 유예,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조기허용, 파업중 대체근로 금지 등을 담고 있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노동법의 추이는 노동자계급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97년 말에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에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IMF 체제가 되면서 미제국주의의 한국경제에 대한 지배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리하여 구조조정, 노동시장유연화가 대두되었으며 이를 위한 정리해고의 확대가 강제되었다. IMF하에서 본격적으로 정리해고제가 도입됨에 따라 노동운동은 자본에 대해 밀리기 시작했고 이후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동법의 개악이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이루어진 노동법의 개정에서 드러나는 자본의 지배전략은 첫째, 상급단체에 한해 노조의 설립을 인정하고 둘째, 정리해고제, 파견제 등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여 자본의 직접적 이익을 강화시키고 현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지배전략은 조직노동운동의 힘을 인정하여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을 합법화하여 개량주의의 길로 유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정리해고제, 파견제 등을 내세워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즉, 이때에 지금까지도 관철되는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이후 비정규직은 급속히 증가되기 시작했으며 민주노총은 이른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내세우고 개량주의의 길로 나아갔던 것이다.

5. 2000년대 노동법의 현실

IMF 하에서 정리해고제, 파견제를 본격 도입하여 노동시장 유연화를 달성한 자본측은 이후 이를 심화시키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한다. 2006년 12월에 성립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 단시간 노동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을 제도화한 것이었고 고착화시키는 것이었다.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 노동자가 해고되는 것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은 심화되는 길을 걸었다. 노조조직율을 보면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정규직 중에 조합원은 2010년 3월 현재 183만명으로 21.9%가 조직되어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조합원이 16만명으로 조직율이 1.9%이다¹⁾. 이러한 조직율의 차이는 비정규노동자 대부분이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비정규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는 비정규법의 내용과 체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비정규노동의 양태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기간제 노동이라 할 수 있고 둘째는 파견, 하청 등 간접고용이라 할 수 있고 셋째는 특수고용노동자이다. 기간제 노동은 고용계약기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심하며 그에 따라 자본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기간제 법에는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으로 인하여 이 법이 시행되고 2년이 되던 2009년 7월에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의 해고선풍이 있었다. 이후 자본 측은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없애고 다만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고치려 하고 있다. 간주한다는 것과 채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많은 차이를 내포하는데 채용할 의무는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간주한다는 것은 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으면 그에 준하는 손해배상을 할 책임을 자본가에게 발생시키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기간제라는 대표적인 불안정 노동에 대해 자본가계급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을 꾀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노동자계급의 역량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용기간의 불안정이 기간제 노동의 특징이라면 똑같이 불안정 노동이지만 기간이 아니라 고용계약과 작업의 분리 때문에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 간접고용이다. 간접고용의 대표적인 것이 파견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이다. 하청노동자가 고용계약을 하는 고용사업주와 하청노동자에게 노동을 시키는 사용사업주는 별개의 자본가이다. 그에 따라 사용사업주는 노동자에게 보장하여야 할 4대보험과 노동권 등을 방기하면서 노동의 과실만 따내가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고용 하에서 노동권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근로조건을 사용사업주가 아닌 허수아비에 불과한 고용사업주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은 근로조건의 개선을 무망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여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할 경우 사용사업주는 하청계약을 해지하여 하청노동자들을 사실상 집단적으로 해고한다. 이러한 경우는 노조결성이라는 단결권이 무력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정규직에 비하여 열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고 또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하여 2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판결이 있었다. 이는 법률이 아니라 판결로서 특정 개인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지만 간접고용의 폐해를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간접고용제도의 본질은 노동의 과실을 빼먹는 자본가가 고용관계에 대해 전혀 법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착취를 극대화한다는 것이고 노동권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취의 극대화에 대해 사내하청에 한하여 법적인 판결로써 일정한 제한을 하려는 것이 대법원의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로 간접고용이 사라질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간접고용은 파견제에 대한 법률 등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제법을 폐지하는 것을 기초로 일체의 간접고용을 금지할 때만 간접고용의 폐해는 사라질 수 있다.

비정규 노동의 세 번째 양태는 특수고용노동이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화물차운전사 등을 일컫는 특수고용의 주요한 특징은 이들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에 따라 노동권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다. 자본 측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을 하는 것으로 본다. 즉, 고용계약에 따르는 지배-종속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화물차 운전사는 자본에 대한 종속성이 명백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 측이 이들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권을 무력화하여 근로조건을 열악한 상태에 두기 위해서이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 자본 측은 전적으로 교사의 노동에 의존하여 이윤을 취한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기계, 원료 등 불변자본이 거의 없고 오직 교사의 노동을 어떻게 착취하느냐에 자본 측의 이윤량이 달려 있다. 그에 따라 강도 높은 노동통제가 학습지 자본의 입장에서는 사활적인 것이고 따라서 노조는커녕 노동자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자본은 위임계약과 고용계약의 차이라는 부르주아 법논리로 노동자성을 부정하지만 노동자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법논리 자체에 따라 고유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노동 측의 투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사실상 종속된 노동을 하고 자본에게 이윤을 가져다 주는 사람을 노동자로 보지 않을 법적인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의 투쟁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치열한 공방의 영역이 된다. 재능학습지 노동자가 1500일이 넘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은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이 관철된 결과이다. IMF라는 정세 속에서 관철된 자본의 전략이 2012년 지금의 현실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의 관철은 개량주의적인 민주노총의 노선이 없었다면,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노동운동이 변혁적 길을 갔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자본의 지배전략은 개량주의 조직노동운동을 조력자로 하여 관철되는 것이다. 이는 개량주의 노동운동이 자본가계급의 지배체제의 파트너로 전락했다는 것을 말한다. 

6.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2000년대 들어 최근까지 비정규노동을 고착화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노동법의 추세였다면 최근에 시행된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는 약간 결을 달리한다. 비정규노동자의 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후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비정규 노동이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어 일정한 비정규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또 경기침체로 인해 우선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비정규 노동이 심화될 대로 심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노동자계급을 확실히 분할하는데 성공한 자본가계급은 이후 정규직 노동, 조직노동운동을 공격하는데 착수하는데 그것이 바로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이다.

타임오프는 노조의 활동력을 떨어뜨리고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라는 노동법의 규정을 무기로 하여 타임오프, 즉, 일정한 전임자에 한하여 근로시간을 면제하고 유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노동운동의 투쟁의 성과로 확보했던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폐지하는 대신에 근로시간 면제라는 자본의 아량에 의해 일정한 전임자에 대해 유급을 보장하고 대신에 근로시간 면제의 양은 법률에 의해 통제하고 나아가 전임자의 사업계획서의 제출 강제 등 노조활동에 대한 자본 측의 통제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노조에서 전임자 수가 많이 줄어 들었고 노조활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가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노동법 개정의 본질은 정규직 노조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정규직 노조의 활동성을 제한하고 전투적 활동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공장의 경우 타임오프로 인해 전임자 수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는데 이는 노조의 활동성을 대폭 축소시키는 것이다.

2011년에 시행된 기업별 노조에서의 복수노조의 경우 기존의 민주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민주노조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복수노조가 설립되어 민주노조와 경쟁하는 체제가 된 것이다. 나아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조항에 의해 조합원 수가 적은 민주노조의 경우 교섭에서 배제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단체교섭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조합이 회사의 노동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노동운동은 밀리고 밀려서 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전락되어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금은 정규직 노조가 공격받는 상태가 되었다. 향후 경제위기가 폭발한다면 정규직 노동자는 본격적인 정리해고의 위협에 놓이게 될 것이다. 작년의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상태가 향후 정규직 노조 전체의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자본 측의 분할지배전략을 분쇄하고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가능하게 할 전략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7. 자본의 대(對)노동 분할지배전략을 분쇄하고 운동의 전망을 세워가자

97년 외환위기 이후 관철된 자본의 지배전략은 첫째, 정리해고의 제도화 둘째, 비정규노동의 심화 셋째, 조직노동운동의 개량화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해고의 제도화는 소위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매우 막연한 것으로서 핵심은 해고의 용이성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노동법에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정리해고의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본질이 아니며 끊임없는 해고의 위협으로써 노동자의 투쟁을 무력화하는 것이 본질이라 할 수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며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경영이 호전되었을 때 정리해고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헛규정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쌍용차 노동자 투쟁은 세계 대공황 하에서 불어닥칠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한국 노동자 투쟁의 전위부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 간접고용, 특수고용이라는 비정규직의 양태는 현재 상황에서 고착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비정규직의 제도화는 전체 노동자 중 절반 가까운 노동자에게서 노동권을 박탈한다는 것이고 노동권의 박탈을 기초로 저임금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이들 비정규 노동에 대해 한때 비정규직 차별 철폐인가, 아니면 비정규직 철폐인가가 노동운동의 쟁점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본질이 노동에 대한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이고 차별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는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운동의 입장은 명확히 비정규직 철폐로 모아져야 하며 이를 위한 투쟁의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노동운동은 정리해고의 도입으로 타격을 받고 비정규 노동의 확대로 고통받아 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내세우며 자본가계급과의 협조노선을 걸어왔다. 이러한 상태에서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을 격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심지어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이름 하에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떼내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자는 주장도 제기되었었다. 비정규직의 제도화가 정규직 노동자의 책임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주장은 자본가계급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는 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할 때, 총자본에 맞서는 총노동의 투쟁을 조직할 때만 가능하다.

이러한 총노동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가계급과의 협조노선을 분쇄해야 한다. 실리주의, 조합주의, 개량주의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노동운동에서의 경향의 본질은 자본가계급과의 협조노선이다. 노골적인 어용은 노동자 대중에게 쉽게 간파된다. 그러나 민주노조의 이름으로 자본가계급과 협조하는 것은 폭로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개량주의의 물적 토대는 취약하다. 서유럽에서 사민주의가 득세했던 것은 공산당이라는 혁명적 세력의 대두에 위협을 느낀 자본가계급이 실제적인 물질적인 양보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본가계급은 이러한 실제적인 양보를 하지 않고 있고 또 그럴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취약하다. 따라서 한국에서 개량주의, 지금의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지도부에 의해 주도되는 계급협조노선은 물질적 기반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 계급협조 노선이 운동에서 득세하는 것은 한국의 사회주의 세력, 변혁적 세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이라는 외적 조건을 별도로 하면 이는 쏘련 붕괴 뒤 사회주의진영의 약화와 퇴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정세 즉, 세계대공황의 심화와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의 시작은 한국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의 전망을 밝게 한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절박하게 외치고 있듯이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길은 쉽지는 않지만 세계정세, 동아시아 정세, 그리고 한국의 정세는 노동자계급에게 희망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가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제는 자본의 분할지배전략을 분쇄하고 계급협조노선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의 전망을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최근까지는 노동자계급의 전략적 방어의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은 노동자계급의 전략적 공격의 준비 시기이다. 이러한 준비를 충실하게 하여 전략적 공격의 시기를 앞당겨내자.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