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시작하며

이 글은 로잇 붸칸(Loïc Wacquant)의 ��LES PRISONS DE LA MISÈRE��(일본어 제목은 『貧困という監獄：グローバル化と刑罰国家の到来』(森千香子、菊池恵介訳、新曜社2008)을 방역(邦譯)한 것이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이 글은 작성될 것이다.

홈리스의 인권단체이면서 홈리스 당사자들의 모임 및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홈리스 행동’¹⁾에서는 올해 사업 목표로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를 고발하고 철폐하는 운동을 조직하자”로 결정했다. 여기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단어는 바로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이다. 별다른 대책 없이 홈리스인 것 자체가 범죄화 되고 이에 대한 대처가 더욱 교묘해지고 강압적으로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²⁾

일단 빈곤하다면 그것은 빚을 지는 것을 의미하고, 변제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범죄자 또는 준범죄자로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³⁾ 빚이 탕감될 수 있는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고 또 갖가지 수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 이후에도 온전한 사회생활은 요원하다.⁴⁾

빚이라는 ‘행위’ 뿐 아니라 빈곤한 사람들은 그 생활 자체, 존재 자체가 범죄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앞서의 홈리스를 비롯하여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법적으로 주택으로 여겨질 수 없는 조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들의 빈곤한 삶 자체가 범죄이다. 노점상은 그 생계 수단 자체가 범죄인데, 탄압의 주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에는 그 단속이 더욱 심해져 서울 일대의 노점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렇게 빈민의 범죄화⁵⁾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사회운동을 하는 측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느낀다. 늘 이러한 단속이 있어 왔지만,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국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으로 행해져 왔던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단속에 항의하는 것은 국가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치에 항의하는 것이고, 대책없는 철거와 단속에 대해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지지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철도공사 측이 홈리스 단속에서 내세운 논리는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역사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이 불편함을 느끼고 항의하므로, 어쩔 수 없이 못 이겨 할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이다. 이 논리는 예전에도 활용되었다. 멀리는 군사정권에서부터 가까이는 이명박 정부까지, 사회운동을 탄압할 때 ‘질서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명목으로 질서 위반자에 대한 단속을 동시에 강화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의 이 논리는 왠지 의외로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⁶⁾

‘민원’으로 표현된 시민들의 불편함에 대해, 국가에 대한 일방적 폭력에 대항하는 것 뿐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에 호소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체들은 단지 ‘맞서는’ 것 뿐 아니라, ‘공공’의 의미를 설득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홈리스와 같은 극단적 빈곤에 처한 사람들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지역의 불결․무단투기․낙서, 길거리 흡연 등의 문제, 최근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주취자 문제 등은 우리 일상생활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공중도덕’과 관련된 것이다. ‘공중도덕’은 갈수록 정권의 성격이나 정치적․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한 무색무취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적어도 도의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처벌까지는 아니더라도 핀잔 혹은 항의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은 국가를 위한 것도 아니요, 자기만을 위한 것도 아닌 ‘공중’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야 할 활동은 자발적 감시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마다 이러한 규칙을 권고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주민 자치가 중요해지고, 이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중도덕을 어기는 행위’가 빈곤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관찰된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켜야 할 규칙은 촘촘해지고, 그러한 규칙을 지킬 만한 형편이 안 되거나, 몸에 익지 않은 사람들, ‘표준적 생활양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이른바 ‘교양 없는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된다. 예전 같으면 ‘잘 타일러서’ 해결되는 문제도 이제는 범칙금이 부과되거나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일본에서는 강 하천에서 텐트 치고 사는 것이 금지된 것은 물론이고, 교토처럼 빈 깡통을 줍는 행위가 범죄화된 곳도 있다.⁷⁾ 영국에서는 1998년 반사회 행위 법(Anti-Social Behaviour Order:ASBO), 2003년에는 반사회 행위 규칙(Anti-Social Behaviour Injunctions:ASBI)이 차례로 제정되었다. 지역 내 주민들에게 불쾌감․혐오감을 주는 것으로 규정된 항목은 1,900개에 이르며, 위반할 시에는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자격을 취소하거나 최장 2년 동안 투옥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되는 데에는 확실한 ‘기준’이 있는 것인가? 반대로 ‘공중도덕’이란 확실히 정할 수 있고, 그것은 누가, 왜 하는가? 왜 이러한 행위들은 빈곤한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게 되는 것일까? 실제로 그러한가? 왜 이러한 행위들은 왜 최근에서야 ‘더욱’ ‘사회’적 문제로서 다루어지는가? 그리고 실제 시민들은 어느 정도로 빈곤한 자들의 생활양식에 대해 불편함, 불쾌함, 이질감을 느끼는 것일까? 혹시 그러한 ‘느낌’들은 개발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에 대한 답변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들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먼저, 빈곤한 사람들을 범죄화하는 경향이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차츰 영국, 유럽 대륙으로 옮아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경향을 분석해 낸다. 즉 빈곤의 형벌화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인 것이다. 둘째, 그 배경으로 이데올로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러한 논리들은 원래 시민들에게 자생적으로 발생되었거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거대 자본을 소유한 민간 씽크 탱크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적 정부에 발맞추어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로 보고서를 펴낸다. 그리고 이 보고서를 세련되게 포장하여 정부 관리가 써먹을 수 있게 요리해 준다. 이를 위해 갖가지 홍보활동과 마케팅은 기본이다. 이들의 논리는 빈곤의 형벌화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셋째,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무기로 신자유주의 국가의 또 다른 형태로서 ‘형벌국가’가 도래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국가는 한 손에는 통제적 사회복지, 다른 한손에는 형벌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사회복지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자들에 대한 대처로서의 ‘형벌’은 빈곤함과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함을 다스리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고 주장한다. 즉 형벌에 대한 국가의 기능은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형벌’화는 자본가에는 돈벌이도 된다는 것을 폭로한다. 증대되는 민영 교도소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어떠한 세계적 맥락 속에서 한국의 빈곤의 형벌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참고가 될 것이다.⁸⁾

이 책의 원저는 불어이지만, 역자가 불어에 전혀 문외한이기 때문에 단지 책자 이름만이 인용되었을 때에는 번역자의 편의에 의해 ‘(인용)’만으로 표시하였다. 따라서 본문과는 각주 번호 등에 있어 차이가 난다. 양해를 구한다. 그 외의 각주는 특별한 표시가 없는 한 원문 그대로이다.

목차

제1부 가난함을 벌하자! − 유럽에 상륙한 새로운 형벌의 “상식”

1. 맨해튼 − 새로운 형벌이념의 생산공장

2.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의 글로벌화

3. 런던, 네오콘 이데올로기의 중계지

4. 유럽의 수입업자와 광고대리점

5. 신자유주의 형벌정책을 장식하는 “학술용어”

제2부 형벌국가를 향한 유혹 − 미국에 매료된 유럽

6. 미국의 변모 − 복지국가에서 형벌국가로

 (1) 형벌인구의 폭발적 증대

 (2) 사회를 꺼꾸러뜨릴 형벌과 감옥 망

 (3) 감옥정책 −'큰 정부'가 용인되는 성역

 (4) 형무소 비지니스의 회복과 발전

 (5) '우선적'으로 투옥되는 흑인들

 감옥이라는 이름의 빈곤대책

7. 유럽 형무소의 '단골손님'

8. 일망 감시형 사회를 향하여

9. 통화통합 다음은 경찰․감옥의 통합?

제1부 가난함을 벌하자!

− 유럽에 상륙한 새로운 형벌의 “상식”

수년 전부터 어떤 모럴 패닉이 전 유럽에 퍼져나가고 있으며 국가의 정책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면서 사회를 근본부터 바꾸어나가려 하고 있다. 패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얼핏 보면 “젊은이”의 비행이나 “도시폭력”, 다수의 혼란이 발생하는 “문제 지역”, 또는 거기에서 횡행하는 “반사회적 행위” 등(이러한 “문제지역”의 주민 자신이 그 최대의 희생자임과 동시에 최초의 가해자라고도 불리고 있지만)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에는 그 어느 것도 신중하게 인용부호를 붙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현상이 “젊은이”나 특정한 “지역” 하물며 “도시”에 한정되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그렇게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그것이 자명한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되었다. 정치가의 발언이나 신문, 텔레비전에서도 이러한 표현은 완전히 정착되고 있다.

세상에는 시사문제를 추적하여 단시간 내에 따끈따끈한 상태로 책을 펴내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정치학자나 사회학자가 줄을 잇는다. 이 사람들은 세상의 “스테레오 타입을 뒤엎는다” 등을 말해가며 실제로는 스테레오 타입을 “사회현상”으로 꾸며서 시대를 해독하는 학문적 카테고리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범죄나 폭력, 정의, 불평등, 그리고 − 개인이나 “공동체”, 또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 책임을 둘러싼 다수의 용어나 학설과 함께 미국에서 생겨났으며 그 이후 조금씩 유럽의 담론 공간에 정착했다. 그것이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인물에 의해 제창되고 그 후 도처에서 사용되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⁹⁾

그러나 그러한 스테레오 타입이 범람하고 있는 배경에는 표면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어떤 중요한 논점이 잠재되어 있다. 그것은 국가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실험이다. 국가는 경제의 영역에서 크게 퇴각하고 그 사회적 역할을 축소시키는 한편 형벌 영역에서는 개입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복지국가를 대폭 축소하고 그 얼마되지 않는 지지자도 일소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리고 “세큐리티”를 공공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아야 된다고 하면서. 이 때 “세큐리티”란 이제는 (고용, 사회, 의료, 교육 등의 면에서) 전반적인 사회보장을 의미하는 것을 멈추고 단지 치안의 유지로 환원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제국가는 사라지고 사회국가도 축소되는 대신에 형벌국가가 강화되고 찬미되게 되었다. 이렇게 복지국가를 해체하는 한편 극히 진부한 치안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시민으로서의 “용기”, “새로운” 정치, 혁신적인 “대담함”(영국에서는 “제3의 길”이라는 상표로 주로 널리 사용되었다) 등의 문구가 선전되고 있다.

“공화주의자들이여, 개혁을 두려워하지 말라!” − 1998년 9월 ≪르몽드≫ 지의 언설 란에서 이렇게 용감하게 으르렁대었던 것은 프랑스의 “리버럴 좌파” 정권이 세워낸 새로운 치안정책의 지지자들이었다(이 중 미테랑 정권의 전 장관 2명과 브레인 1명, “누벨 오프셀 베크루” 논설위원 1명, ≪에스프리≫¹⁰⁾ 편집위원 2명이 있었다). 이 논설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은 치안문제를 둘러싼 정치의 새로운 공식견해에 다름 아니었다. 즉 민중의 이름으로 민중의 이익을 위해서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다) 질서와 법을 회복하고, 그리고, “공화국의 재건을 위해서, 반동세력과의 치열한 투쟁”에 최대한도로 승리하자라는 것이다(인용).

형벌을 둘러싼 새로운 상식, 즉 “빈곤을 벌하는” (또 이것을 통해 불안정 고용을 상시화하는) 정부는 어떻게 하여 미국에서 탄생하여 세계에 수출되게 되었는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이나 행위자, 담론 매체(정부고문의 메모, 위원회보고, 정부관련자가 작성한 보고서, 국회 회의록, 전문가주최 심포지움, 학술서나 일반서, 기자회견, 신문기사, 텔레비젼의 보도방송 등)에 이르는 길고 긴 연쇄를 자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배경에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존재가 떠오르게 된다. 그것은 경제의 영역에서는 “상품화”, 사회 영역에서는 “개인주의” 그리고 사법의 영역에서는 “빈곤의 처벌화”로서 나타난다. 그러나 문맥에 따라서, 때로는 식별 곤란할 정도로 모습을 바꾸지만, 그 삼자는 상호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본 서에서는 이러한 현상 가운데에서도 특히 현저한 경향을 몇 가지 지적하는 데에 그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지구 규모에서 발전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마케팅 전략이 세계에 어느 정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서에서는 미국과 서유럽의 관계만을 다루지만 경제와 형벌의 양 측면에서 미국의 영향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역사를 돌아볼 때 매우 아이러니컬하지만 구 쏘련 연방의 국가들에서도 보다 강하게 보인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¹¹⁾

1. 맨해튼: 새로운 형벌이념의 생산공장

이 거대한 네트워크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출발하여 대서양을 건너 런던에 이른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분기하여 유럽 대륙 전체에 퍼져나간다. 네트워크의 원점이 되었던 곳은 “범죄의 엄벌화”의 추진을 공무로서 하고 있는 미국의 복수의 국가기관이었다. 20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범죄의 엄벌화”의 필요성이 주창되어 왔다. 그 결과 범죄율이 전체적으로 보합상태에서 감소로 돌아선 시기에 형무소의 수용인구가 4배로 팽창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전술한 국가기관에는 연방국가사법부(이 기관은 범죄와 형무소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내부 조작한 다음, 정기적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무성(외무를 담당하는 이 기관은 재외공관을 경유하여 매우 엄격한 형벌정책, 특히 마약거래에 대한 행동을 각국에 촉구하고 있다.)등이 있다. 이 외에도 경찰이나 형무소의 운영에 관여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Fraternal Order of Police, American Correctional Associaltion, American Jail Association, 형무소 간수 조합 등), 범죄피해자 옹호단체, 매스미디어, 그리고 형무소 산업의 일대 붐을 일으킨 민간기업(민간 형무소를 비롯하여 형무소 내 의료나 건설, 신원 감정 테크놀로지나 수인 감시 등의 업무를 하청받는 민간기업, 건축사무소나 보험회사, 인재파견회사 등)이 있다(인용).

그러나 포드 케인즈주의적인 사회계약이 비판의 포화를 맞기 시작한 이래, 형벌의 영역에서도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공공정책"을 책정하고 실시하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민간 섹터이다. 예를 들어 네오콘 싱크탱크는 새로운 형벌에 대한 판단력(doxa)의 형성과 그 국제적 유통에 있어서 매우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국가의 퇴각과 형벌의 영역에서 국가의 강화 사이에, 이데올로기와 실천의 양면에서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어 주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1975년부터 1985년에 걸쳐 이른바 정책제언 연구소(인용)가 케인즈주의적인 개념과 정책의 이념적 기초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무엇보다 경제와 사회의 영역에서 끈질기게 행하고,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 하에서 "현실적 자유주의"의 도래를 준비하였다. 하지만 이와 동일한 정책제언 연구소가 10년 후에는 형벌장치의 강화를 정당화하고 촉진하기 위한 개념이나 원칙 그리고 다양한 조치를 정계나 미디어의 엘리트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본의 특권이나 노동력의 이용에 대해서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였던 국가나 정당, 정치가 학자들이 − 이것은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 이번에는 노동시장의 규제완화와 사회보장의 삭감에 의해 사회공간의 저변에 생겨난 심각한 귀결을 은폐하고 꼼짝 못하게 하기 위해 "큰 정부"의 도래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제언 연구소로서는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연구소, 게이트 연구소,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등이 유명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맨해튼 인스티튜트의 존재는 무엇보다 주목할 가치가 있다. 레이건 정권에서 복지비판의 교조로서 숭배받았던 찰스 머레이(Charles Murray)를 추천한 것은 이 연구소였으며, 알렉시 드 도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우리들의 대도시에 살고 있는 최후의 하층민"이라 부른 사람들이 일으킨 "무질서 상태"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주창하는 담론이나 대책을 유포시킨 것도 이 연구소였다. 맨해튼 인스티튜트는 앤소니 핏셔(마가렛 대처의 상담역이었다)와 윌리엄 케시(그 후 CIA 장관이 되었다)에 의해 시장경제의 논리를 사회문제 일반에 확대시킬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1984년 연구소는 엄격한 복지국가비판을 전개하고 있던 로널드 레이건의 바이블이 된 머레이의 저작 ≪지반상실≫을 내놓았다¹²⁾. 이 책은 공화당 정부가 사회정책의 축소를 정력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던(민주당이 다수를 점하는 연방회의도 이에 찬성했다) 바로 그 정점에 출판되어 정부의 방침에 무책임한 지적 근거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빈곤이 증가한 원인은 빈곤층에 과도한 지원을 제공한 정부에 있다고 한다. 국가의 지원정책이야 말로 하층 계급의 무기력을 조장하고 정신력을 저하시키며 또한 "비합법적인" 동거 커플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야 말로 "도시폭력"을 비롯한 근대국가에 깃든 제 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찰스 머레이는 눈에 띄지 않는 실업상태의 정치학자였다. 이 정치학자에게 맨해튼 인스티튜트는 3만 달러의 자금과 2년의 시간을 주며 ≪지반상실 − 미국의 사회정책 1950-1980년≫을 쓰게 하였다. 그리고 저널리즘이나 정부 등과 선을 대주고 전례 없는 규모로 책을 홍보해 주었다. 선전을 위해 민첩한 공보담당자가 고용되었으며 1000권 정도의 책이 정선된 저널리스트, 국회의원이나 학자에게 무료로 배포되었다. 머레이는 텔레비전의 토크쇼나 대학 강의에도 차례차례로 "출연"하고 보도관계 디렉터나 논설위원과의 회합도 곁들였다. 또한 맨해튼 인스티튜트는 "지반상실"을 주제로 한 대형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거기에는 저널리스트, 공공정책 컨설턴트, 사회과학 전문가 등이 초대되어 뉴욕 중심부의 최고급 호텔에 무료로 숙박한 후 1500 달러에 달하는 "사례"를 받았다.¹³⁾

이 책은 곳곳에서 이론적으로 엉망진창이며 실증적인 잘못이 넘쳐나고 있으나 출판된 때가 레이건 인기의 절정기였으며 지배적 정치의 흐름 − (사회) 국가의 (대폭적인 ) 축소 − 에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미국의 사회복지 논쟁의 "고전"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인용). 확실히 이 책이 출판되기 약간 전에 자본주의 − 및 부의 창출을 위해 싸우는 영웅, 자본주의자 − 의 영광을 칭송한 조지 길더의 저서 "부와 빈곤"이 출판되어 있었다. ≪더 에코노미스트≫지는 길더의 책에 "돈을 버는 사람은 축복 받으라" 라는 갈채를 보냈다. 길더는 이 책에서 미국의 빈곤의 원인이 "인터 시티에 집중된 빈곤층의 거친 가정환경"에 있으며 그 환경이 사회복지에 의해 온존되고 있다고 이미 서술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번영을 지켜온 세 가지의 원동력인 노동의욕, 가부장제, 열렬한 신앙심이 없어지고 추락하여 벌레 먹고 있다는 것이다.¹⁴⁾

그 후 머레이는 두 번째 저작으로 리버터리아리즘 옹호를 목적으로 한 ≪행복과 좋은 통치의 추구≫를 출판했다. 그는 여기서 국가를 세계의 제 악의 근원으로 묘사하며 신화화된 토마스 제퍼슨 시대의 미국으로의 복귀를 호소했다.¹⁵⁾ 그것은 슈퍼마켓에서 팔릴 만한 철학서였지만 저자가 정계 인맥을 능숙하게 이용하기도 하여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등의 저속한 인텔리 잡지에 의리로서 서평이 게재되었다. 게다가 머레이는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헌스타인과 함께 진정한 학술적 인종주의 저서라 말할 수 있는 ≪벨 커브(종형커브) 미국의 지능과 계급구조≫를 출판하고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미국에서 인종 간과 계급 간에 보이는 격차는 개인의 "인지능력"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이 책에서는 전개되고 있다.

"벨 커브"에 의하면 모든 것은 지능지수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한 인간이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장래 실업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억만장자가 될 것인가, 결혼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비혼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날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비합법적" 동거 커플도 지능 레벨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모친이 제대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방치할 것인가, 양심에 근거하여 시민의 의무를 다할 것인가(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어떤 계급에서라도 아무리 최빈곤층의 아이라 할지라도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국가의 기능을 이해하고 정치에 관한 정보를 모으며 논의하고 참가할 수 있다.) 등은 모두 지능지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단히 예상되는 것이 범죄로 치닫는다든지 투옥될 가능성 또한 IQ에 의해 결정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격차사회의 물적 빈곤(deprived) 때문이 아닌 정신이나 도덕면에서의 결함(deprived)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범죄자는 도시의 "열악한 지역" 출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타당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지역에서는 인지능력이 낮은 사람들이 월등히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이때부터 도입하려는 것은 국가는 사회적 영역에 개입하고 격차를 시정하려고 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격차는 자연 상 형성되는 것이므로 국가의 개입은 줄이고 싶은 악을 보다 악화시키고 '프랑스 혁명과 함께 나타난 평등주의의 이념이라는 퇴폐'를 영속화시킬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쟈코배스트에서도 레닌에서도, 평등주의의 압정은 단지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보다 인간의 본성에도 반하는 것이다.'¹⁶⁾

미국의 네오콘 (신보수주의자)은 '자유시장/자유책임/가부장적 가치'의 삼위일체를 바탕으로 조직되어 있지만 그 최대의 '플랜'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맨해튼 인스티튜트이다. 연간 500만 달러를 넘는 예산으로 유지되고 있는 이 연구소는 1990년대 초 '생활의 질'(Quality of Life)을 테마로 한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그 이후 자신들이 발행하는 잡지 ≪시티≫의 지면에 같은 테마를 특집으로 꾸몄다('도시의 문명화'를 창간이념으로 내걸고 있는 이 호화 잡지는 유력 정치가, 고급관료, 실업가나 저널리스트 앞으로 매호 1만부가 무료로 송부되며 순식간에 뉴욕의 정책 결정가들이 가장 애독하는 잡지가 되었다.). "생활의 질"을 떠받쳐주는 중심이념이란 "공공공간을 성역으로 확보하는 것"은 도시생활의 필수조건이며 그 반대로 도시 하층계급이 자족하고 있는 "무질서 상태"는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인물 중 한명으로 뉴욕의 스타 검사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William Louis Giuliani)가 있었다.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흑인 국회의원 데이빗 딘킨즈에 패한 직후, 줄리아니는 이 논의가 히트를 쳐 다음 선거전을 준비하였고 1993년 설욕하며 당선되었던 것이다.¹⁷⁾ 줄리아니는 또한 이 논의에 참가하면서 시의 치안과 사법정책의 중심 원칙을 정하였다. 그렇게 하여 뉴욕은 이른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 정책이 전개되는 무대로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즉 경찰에 전권을 위임하고 경범죄를 엄하게 적용하며 구걸하는 사람이나 노숙인을 빈곤지구로 추방하는 것이었다.

1982년 (미국의 보수파 범죄학자의 제1인자인) 제임스 윌슨(James Wilson), 켈링(George Kelling)이 잡지 ≪애틀란틱 먼슬리≫에 발표한 논문에서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것을 정식화했지만 그것을 일반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 또한 맨해튼 인스티튜트였다. 이 "이론"은 "계란을 훔친 자는 소도 훔친다"라는 누구도 알고 있는 속담을 이른바 적용한 것이다. 즉 흉악한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하루하루의 작은 풍기문란을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프로모션을 담당한 것은 맨해튼 인스티튜트 내의 "시빅 이니셔티브 센터"이다. 이 센터는 "도시문제에 대한 창조적인 해결책을 자유시장에 근거하여 발견하고 보급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기관이며 그 연구원에는 줄리아니 정권의 워크페어(workfare) 프로그램의 발안자인 (복지수급자를 노동시장에 "배치"하는 민간기업) 어퍼튜니티 오브 아메리카의 사장 리차드 슈왈츠 등의 이름이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조지 케링과 캐서린 콜즈 의 공저 ≪깨진 유리창 이론에 의한 범죄방지 − 커뮤니티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¹⁸⁾ 에 자금을 제공하고 그 선전을 담당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이론은 한 번도 실증된 사례가 없다. 그러나 NY 지하철 세큐리티 부문 책임자이며 나중에 NY시 경찰부장으로 승진한 윌리엄 브랫튼(William J. Bratton)은 경찰업무를 재편성할 때에 이것을 범죄학적 논거로서 크게 활용했다. 경찰재편의 최대 목적은 (노상, 공원, 역, 버스, 지하철 등의) 공공공간에 빈곤층을 철저하게 몰아내며 (투표율이 높은) 중산․상류 계급의 공포를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주로 사용된 수단은 이하 세 가지다. (1) 순찰대의 증원과 장비의 강화 (2) 업무책임을 지구의 파출소에 위임하고 수치에 의한 성과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 (3) 수사정보의 IT 화(순찰차에 탑재된 컴퓨터에서 본부의 범죄자 데이터 파일이나 지도가 열람 가능하도록 되었다.)에 의해 경관을 항시적으로 이동시켜 즉석에서 현장에 개입시킬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술주정, 소음, 구걸, 풍기문란, 가벼운 위협이나 (케링의 단어를 쓰자면) "노숙인에 엉겨붙어 있는 기타의 반사회적 행위" 등의, 사실 잡아넣기에는 충분치 않은 가볍고 귀찮은 행위에 대해서도 법률이 엄격히 적용되게 되었다.

맨해튼 인스티튜트와 관계가 깊은 또 하나의 거대 네오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이 개최한 빈곤의 처벌화 캠페인 강연회에서 브랫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뉴욕 어느 곳에 적이 있는가를 알고 있다"라고. 적이란 마약 딜러, 매춘부, 걸인, 부랑인, 낙서하는 자들, 신호로 멈춰 있는 차에 접근하여 앞창을 닦는 대신 돈을 요구하는 "걸레맨"이라 불리는 노숙인(뉴욕시장이 된 직후 루돌프 줄리아니는 그들을 사회․도덕 양면에서 뉴욕 시의 퇴폐를 상징하는 부끄러움이라고 말했으며, 대중 미디어는 노골적으로 "걸레벌레"라고 부르며 해충 취급했다.) 등이 있다.¹⁹⁾ 즉 도시의 경관을 더럽히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층 프롤레타리아트인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세련된 몸가짐을 터득하고 있는 뉴욕 시민의 "생활의 질"을 되돌리기 위해서 이루어졌던 "제로 톨러런스" 정책은 이 하층 프롤레타리아트를 표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뉴욕 시경은 밀매, 소음, 위협행위, 배변, 만취, 방황 등의 하층 프롤레타리아트가 일으킬 모든 가벼운 풍기위반을 철저히 단속하기 위해 통계 컴퓨터 시스템(computer statics, 통칭 COMPSTAT)을 도입했다. 이렇게 관리지역 내에서 사건이 발생하거나 통보가 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상세한 정보가 항상 갱신되며, 각 경찰서의 서장도 순찰대도 이에 근거하여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또한 매년 뉴욕 시경 본부에 시내 서장이 모여 각각의 성과를 서로 평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목표대로 범죄율을 저하시키지 못한 지역의 서장은 모욕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윌리엄 브랫튼이 채용한 전략은 "커뮤니티 폴리틱스"²⁰⁾나 "문제해결 중심형 경찰활동"²¹⁾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불관용형 경찰활동"²²⁾을 적용한 것이었다.²³⁾ 즉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자보다 집단범죄를 표적으로 정하고 특별한 무기나 장치를 증강하고 순간적인 정보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프랫튼이 도입한 진정한 개혁은 이러한 현장의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마이켈 하마나 제임스 첨비에 의한) 기업의 "리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나 피터 드러커적인 "목표에 의한 관리" 등의 최신이론을 경찰조직에 도입하여 경직화된 겁장이 관료체제를 흔들고 뒤집는 것에 있다.

브랫튼이 처음 착수한 것은 경찰의 조직도를 "평준화"하고 경찰간부를 대량 해고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서장의 3/4이 해고되고 서장의 평균연령은 수 년 만에 60대에서 40대로 내려갔다. 그리고 브랫튼은 경찰서를 "프로핏 센터(profit center)"로 바꾸었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핏(이익)"이란 카운트되는 범죄건수를 줄이는 것이다. 브랫튼은 종래의 모든 기준을 바꿔 이것을 유일한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즉 경쟁력이 없다고 주주들이 판단한 기업을 운영하는 실업가처럼 경찰을 경영했던 것이다. "나는 내 밑에서 일하는 스태프가 포춘 500²⁴⁾에 랭크되어 있는 어떤 기업의 종업원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득의만만하게 서술하고 있다. "뉴욕 시경의 새로운 사장님"은 거의 매일 범죄통계의 추이를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검토한다. "매일 신중하게 구좌를 확인하지 않는 은행가가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²⁵⁾

프랫튼이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뉴욕시가 치안유지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라는 것이다. 뉴욕시의 경찰예산은 5년 만에 40% 증가하여 26억 달러에 달했다(이것은 시영병원예산의 4배 이상에 상당하는 액수이다.). 새롭게 1만 2천명의 경찰이 채용되고 1999년 시점으로 경찰은 4만 6천명이 일하는 조직이 되었으며 그 가운데 제복경관은 3만 8600명으로 팽창했다. 이에 대하여 동 시기 뉴욕시 복지예산은 3분의 1로 삭감되었으며 직원도 8000명 삭감되어 전체적으로 단 1만 3400명까지 줄어들었다²⁶⁾

프랫튼은 보스턴 시경 본부장시대에는 "커뮤니티․폴릭티스"(영국에서 이루어졌던 "섹터․폴릭틱스"의 미국판)에서 실적을 올린 경험이 있지만 이 방법을 단념하고 "무관용 원칙" 이론을 선택했다. 샌디에고 시도 이미 "커뮤니티․폴리틱스"를 실시하고 있지만²⁷⁾ 이 시의 범죄율의 추이를 뉴욕 시와 비교해보면 브랫튼의 전향이 성공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1993년부터 1996년 사이 샌디에고에서는 경찰관을 단 6% 증원시켰을 뿐인데 뉴욕 시와 동일한 정도로 범죄율이 저하했다. 이 3년간 샌디에고에서는 체포자 수가 15% 감소했지만 뉴욕에서는 24% 증가하고 1996년의 체포자수는 31만 4292명이라는 터무니없는 숫자를 기록했다(마약단속법에 대한 경도 위반으로 취조를 받은 자는 증가하여 5만 4000명을 넘었다. 이것은 일주일간 1000명 이상인 속도인 것이다.). 게다가 샌디에고에서는 경찰의 고충 수가 10% 감소했지만 뉴욕은 60% 증가했다.

NY 시 당국만이 아닌 미국 내외의 미디어(뒤이어 파리, 런던, 스톡홀름에서 정성껏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을 읽고 그것을 미국 도시의 주요 정보원으로 하고 있는 유럽의 일부 학자)도 이 새로운 정책이 근년의 NY의 범죄율을 저하시켰다고 재빠르게 결론지었다. 하지만 범죄율의 저하는 이 경찰의 정책이 실시된 3년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으며, 보스톤, 시카고, 샌디에고와 같이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 않은 도시에도 범죄율의 저하는 볼 수 있었다.²⁸⁾

이른바 "런치 포럼"은 맨해튼 인스티튜트가 미국 동해안 정계, 저널리스트, 자선단체나 연구기관의 주요인물을 초대하여 개최하는 회의인데, 1998년 초대 "강연자" 중에는 도시 범죄 단속에 관한 "국제컨설턴트"로 변신한 윌리엄 브랫튼의 이름이 있었다. 브랫튼은 NY에서 "범죄의 만연을 막았다"는 명예(그리고 줄리아니보다 너무 눈에 띄어 해임되었다는 분함)로서 가짜 자서전 책을 써냈으며 지구상의 각지에서 "무관용 원칙"이라는 복음성가를 부르며 돌아다니고 있다.²⁹⁾ 최초의 땅이 된 것이 영국이었다. 무관용 원칙 정책은 영국에 상륙하였으며, 그 곳을 중계지로 하여 유럽 각지에 퍼져갔던 것이다.

2. "무관용 원칙"의 글로벌화

'무관용 원칙'이라는 이론은 '눈에 거슬리는 빈곤'을 경찰이 감시하고 사법이 재판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 바로 그것이다. − 여기에서 말하는 '눈에 거슬리는 빈곤'이란 다른 사람의 눈에 띄고 공공공간에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든지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빈곤을 의미한다. 이러한 빈곤이 만연하면 시민은 막연한 불안을 느끼고 생활하기가 편치 않게 된다는 이유로 도시에 적절치 않은 눈에 거슬리는 것으로서 자리 매김되는 것이다. '무관용 원칙' 이론은 뉴욕에서 전 세계로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었다. 또 이 보급과 함께 범죄에 대한 "전쟁"이나 공공 공간의 "탈환"과 같은 군사적 레토릭이 자주 사용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비행소년"이나 노숙인, 걸인, 기타 주변화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에서 찾아온 침략자와 같이 취급되어 이민문제와 치안문제를 혼동하는 듯한 발언이 자주 이야기되게 되었다. 이민문제를 비난의 대상으로 거론하면 항상 선거에서 다수의 표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을 정치가들은 숙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론은 뉴욕에서의 "성공"이라는 빛나는 아우라에 휩싸여 있다(미국에서 가장 범죄가 많은 도시였던 뉴욕이 갑자기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이다. 통계를 보면 뉴욕이 가장 위험했다는 것도, 가장 안전하다는 것도 그 처음부터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³⁰⁾ 그렇기 때문에 어떤 국가의 정치가도 '무관용 원칙'의 주문을 외우고 모순투성이의 도시정책에 '현대적'이라는 수식을 부여하려 한 것이다.

이 이론은 정말로 일석 이조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가가 '질서의 흐트러짐'의 박멸을 굳게 결의하고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치안의 악화에 있어서 국가의 책임을 얼버무리는 역할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치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사회보장이나 경제정책의 영역에서 퇴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원인은 오히려 '반사회적 행위가 횡행'하는 지역의 주민 자신에게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근거하여' 이 지역의 주민이 자신들의 손으로 긴밀한 사회관리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의 일례로서 스코틀랜드 내무장관 (그리고 '뉴 레이버(신노동당)'의) 헨리 맥리슈의 발언을 들 수 있다. (그는 비슷한 발언을 도처에서 반복하고 있지만) "'무관용 원칙'에 의해 우리들의 도로는 청결해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문장에서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나는 스코틀랜드 인에게 거리를 당당하게 걷게 하고 싶다. 우리들은 전쟁 상태에 있으며 한 개, 한 개의 전쟁을 진전시켜내야 한다. 우리들은 도로를 탈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공공 서비스나 지역사회의 질 낮은 행동거지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공공 기물을 난폭하게 다룬다든지 낙서, 쓰레기투기가 도시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러한 행동거지는 이제는 결단코 용서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둔다. 말끔한 주거를 가지고 말끔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³¹⁾

뉴욕의 성공은 전 세계에 줄리아니의 추종자를 만들어내었다. 먼저 1998년 8월에는 멕시코 대통령이 '범죄에 대한 국가 십자군'을 편성한다고 선언하고 '멕시코 역사상 가장 야심적'이라는 일련의 장치를 내세웠다. '뉴욕 시의 '무관용 원칙'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것이 바로 그 목표였다. 다음으로 거론될 수 있는 이름으로는 아르헨티나다. 1998년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사법장관 레온 알스니안이 이 주에도 '줄리아니가 구축한 이론'을 적용한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이에 따른 수형자수의 격증을 예측하고 도시 주변부에 버려져 있던 공장단지의 창고를 '수인용 창고'(galpones penitenciarios)로 개축한다는 것도 밝혔다. 이에 이은 것이 브라질이다. 1999년 1월 뉴욕 시경 간부 2명이 브라질리아 연방 직할구를 방문하자 지사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조아킴 로리스는 '무관용 원칙'(toleráncia zero) 정책의 도입을 발표하고 새롭게 800명의 경찰관과 군인을 즉석에서 채용했다. 브라질 수도권에 주기적으로 발생한 피비린내 나는 범죄사건의 파고에 대처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러한 정책을 수행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터져나가기 직전인 브라질 형무소 수감자수가 급증하고 말 것이라는 판단이 일부에서 제기되었지만 지사는 새로운 형무소를 만들면 그걸로 족하다며 일축했다.

한편 대서양 반대편 해안에서도 '무관용 원칙' 도입의 기반이 굳어지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1998년 12월 초 미국 연구자인 소피 보티 잔도르가 '프랑스 안테르' 라디오 방송 '전화가 울린다'에 출연하여 '프랑스 류의 '무관용원칙(tolérance zéro)' − 어떤 부분이 '프랑스 류'인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지만 − 을 실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것은 또한 죠스팽 내각이 종래의 사회정책을 전환하고 수개월 전부터 불을 지펴왔던 치안정책을 제안하려 했던 마침 그 때였다. 보티 잔도르는 '도시폭력' 문제에 대한 주요한 논객으로 그 수개월 전에는 '폭력도시'에 관한 스테레오 타입을 모두 진정으로 받아들여 증폭시킨 인물이었다.

그 다음 달 독일에서도 기독교 민주연합(CDU)이 프랑크푸르트와 그 주변지역에서 '무관용 원칙(Null Toleranz)'의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개시했다. 그 때 기독교 민주연합은 2중 국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병행하여 실시하고 지지율의 반등을 노렸다. 왜냐하면 '사회민주당(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치안문제를 이민과 결부시키고 외국인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여 지지층의 확대를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³²⁾ 그 전해 가을에는 전 뉴욕 시경 본부장 윌리엄 프랫튼이 독일을 방문하고 프랑크푸르트시의 고위 관료로부터 구세주처럼 마중을 받았다. 이후 뉴욕의 '무관용 원칙' 정책은 사회를 좀먹는 모든 병리에 대해 특효가 있으며 게다가 간단히 처방가능한 만능특효약으로 선전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병리'란 범죄행위나 빈곤층이 '사회보장에 기생하는 것' 등을 의미하지만 (터키인을 비롯한) 독일에 주거하는 외국인이 독일 국적을 요구하는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민' = 귀찮은 '불법체류 범죄자'라고 동일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도 1997년 이후 줄리아니 식의 '단속 방법'이라 불리는 것이 횡행하고 있다. 그 사이 보수․혁신을 불문하고 많은 의원이 경찰에 의한 노상 빈곤의 단속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뉴욕에서 이루어진 거리에서의 취급방식을 지지하는 자도 있었으며, 영국의 토니 블레어와 쟈크 스트로가 수행한 보다 약간은 온건하며 '유럽화된' 방식을 지지하는 자도 있었다. 예를 들어 1999년 처음으로 밀라노 중심부에서 살인사건이 연발하고 재차 '이민이라는 범죄'를 둘러싼 패턴을 미디어가 부채질하자 밀라노 시장과 조력자들은 모든 예정을 취소하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이에 대해 막시모 다레마 정권은 영국에서 제정된 지 얼마 안 된 법률을 힌트로 하여 일련의 탄압적인 조치의 채용을 결정했다(경범죄의 엄벌화, 경찰권한의 강화 등. 수감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 사회복귀정책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는 형무소 소장이 해임되었다.). 지방, 나폴리 시장의 안토니오 반리노는 '무관용 원칙(tolleranza zero)'을 경범죄 뿐 아니라 위험운전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1998년 겨울 이후 뉴욕에서는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되면 그 자리에서 즉각 차를 몰수하게 되었지만 동일한 것이 나폴리에서도 실시되게 되었던 것이다.

1999년 2월,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도 '무관용 법칙' 정책이 대대적으로 개시되었다. 이슬람 과격파 그룹이 정부의 비리사건에 반대하여 유사테러 등 폭력행위를 일으키고 있어 이를 진정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1996년 8월 윌리엄 프랫튼은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하여 그 시의 경찰서장 조지 휘바스와 '협의'를 진행하였다. 브랫튼의 방문을 그 고향과 미국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그 후 양자의 협력관계는 발전되지 못했다.). '무관용 원칙'의 남아프리카 판은 본가 고향인 뉴욕 시 경찰도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매우 엄격한 것이었다. 경찰이 거리의 각 지역을 봉쇄하고 검문을 하거나 케이프 프랏츠 등 빈곤 지역에는 완전 무장한 특수부대가 돌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부유층과 관광객이 집중되는 중심부인 웨타 프론트 근처에서는 곳곳에 경찰관이 배치되었다.

지구의 반대 편에서는 같은 해 3월, 뉴욕으로의 공식방문을 마친 뉴질랜드 경찰청 총감이 귀국하여 '여러가지 숙고했지만 뉴질랜드 경찰은 어떤 점에서도 뉴욕 경찰에 뒤지지 않는다'라고 자랑하며 말했다. 왜냐하면 '뉴질랜드 경찰에서는 한 번도 비리사건 등이 일어난 적이 없으며' '처음부터 무관용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책임의 탈 중앙집권화'를 실시하여 각 경찰서에 수치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범죄지구에 경찰관을 증원시키는 것을 총감이 제안하였더니 나라의 주요 정치가들은 찬성했다.

이때 즈음, 영국에서 '무관용 원칙'을 최초로 도입한 클리블랜드 경찰 서장은 오스트리아 경찰사관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미국에서 '무관용 원칙'을 수입한 영국의 내무장관 쟈크 스토로의 공적을 칭송하였다. 또 그 다음 주에는 캠페인으로 '무관용 원칙' 정책에 관한 전국 규모의 심포지움이 오스트리아 범죄학 연구소 주최로 개최되었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1999년 6월 온타리오 주의 범죄위원회에서 윌리엄 프랫튼의 강연이 이루어진 이후, 토론토 시장 멜 라스트맨이 '이 시가 지금까지 보아온 적 없는 사상 최대급의 범죄 단속 정책'을 가까운 시일 내에 실시한다고 밝히는 센세이션한 발언을 하였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로는 토론토의 범죄율이 20년 전의 예전의 뉴욕과 동일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제언한 전 뉴욕시 경찰의 '국제범죄 컨설턴트'는 바야흐로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초대 강연이나 전 미국 및 해외로부터 맨해튼에 모여드는 경찰관의 연수세미나에서 높은 권위를 내세우고 있다. 그 외에도 프랫튼, 줄리아니의 방법을 검토, 계획, 실시하려는 국가의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을 것이다.

'무관용 원칙'이라는 개념은 원래는 경찰이나 형무소의 영역에서 사용되어온 단어이지만 모든 행위에 적용가능한 단어로서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영역에 전용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가정 내에 부모가 엄격하게 혼내는 것, 학교 내에 무기를 소지한 고교생을 사정을 막론하고 퇴학처분을 하는 것, 경기장 외에서 폭력을 휘두른 프로 스포츠 선수를 출장 정지시키는 것, 형무소 내에 마약밀매를 몰래 단속하는 것, 또 인종차별적 스테레오 타입을 철저하게 탄압하는 것, 비행기의 승객의 절도없는 행동거지를 엄격하게 벌하는 것, 자동차의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아이나 상점이 늘어서 있는 큰 거리에서의 이중주차, 공원․정원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이라는 단어가 걷잡을 수 없이 사용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경찰에 의한 괴롭히기(harassment) 전술이 전 세계에서 전개되고 있을 당시, 본가 고향인 뉴욕에서는 이 전술이 상당히 문제시되었다는 것은 자못 역설적이다. 그러한 계기가 된 것은 1999년에 발생한 아마도 디아로 살인사건이었다. 22살의 젊은 기니아 이민 남성이 어떤 날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 입구에 혼자 조용히 잠시 서 있던 찰나 강간사건의 용의자를 찾고 있던 '노상범죄 박멸반' 경찰관 4명으로부터 모두 41발의 총탄을 뒤집어 써 (그 가운데 19발은 빗나갔다)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그 전 해에는 맨해튼 경찰서에서 하이치 이민남성이 성적 고문을 받았다는 '아브나 루이마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실도 영향을 미쳐 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최근 수년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시민적 불복종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2개월 간 뉴욕 경찰 본부 앞에는 연일 데모가 전개되어 비폭력적 항의를 하고 있던 1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수갑이 채워져 '공적 질서를 문란시켰다'는 이유로 고소되었다. 이 중에는 100명 정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방의회나 지방의회 의원, 전 뉴욕시장 디빗드 디킨즈, 전국 유색인종발전회 회장, 퇴직한 흑인경찰관 등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 뒤 '무관용원칙' 정책의 정예부대인 380명의 경찰관 (대부분 백인)의 방식이 폭력적이라며 수차례에 걸친 내부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를 담당한 연방검사는 이들 경찰관이 체포에 대한 판단을 '외관'(racial profiling)에 근거하였으며, 체포자의 헌법상의 권리를 전혀 무시했다는 용의로 두 번의 사법명령을 내렸다.³³⁾ 전국 도시리그(National Urban League)에 의하면 '무관용 원칙' 부대는 평복으로 규정된 색을 칠하지 않은 순찰차에 타고 수사를 진행하였으며 2년간 4만 5000명을 체포하고 취조하였지만 그 체포나 취조의 기준이 된 것은 단지 복장이나 분위기,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피부의 색깔이었다. 그 가운데 3만 7000명은 부당하게 체포되었으며 나머지 8000명의 절반 정도에 관해서는 고소이유가 불충분하다 하여 재판소가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정당한 이유로 체포된 것은 단지 4000명, 즉 11명 중 1명 꼴이었던 것이다. ≪뉴욕 데일리 뉴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에 사는 젊은 흑인과 히스패틱 계의 남성의 8할 가까이가 적어도 한 번은 경찰에 체포되었거나 취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³⁴⁾

사실 뉴욕 경찰이 '생활의 질' 정책을 시작한 이래, 경찰관련 트러블은 급증하였고 뉴욕 시민 고충조사위원회에 접수된 고충의 건수는 1992년부터 1994년에 걸쳐 60%나 증가하였다. 고충의 대부분은 사법경찰에 관한 것이 아닌 '평범한 순찰 중에 발생한 사건'에 관한 것으로 신고한 시민의 3/4는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주민이었다. 게다가 고충의 53%는 시민 전 인구의 20%밖에 안 되는 아프리카 계 미국인에 의한 제기였다. 또 경찰에 의한 폭력이나 직권남용에 관한 고충의 80%는 시 76지구 가운데 가장 가난한 21지구에서 접수되고 있었다.³⁵⁾

디아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노상범죄 박멸반'의 경찰관이 기소된 이래 뉴욕 주요 경찰조합까지도 자신들의 임무로 되어 있는 '생활의 질' 캠페인과 거리를 두고자 하였다. 특히 뉴욕시 순사상호부조조합은 뉴욕 시경본부장 하워드 세이파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신임을 의결하고 공적으로 사임을 요구하였다. 그것은 105년전 이 조합이 결성된 이래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그 후 이 조합의 위원장은 2만 7000명의 조합원에 대해 준법 파업을 호소하였다. '무관용 원칙'의 방침에 따르면 횡단보도 이외 도로의 횡단, 목걸이 없는 개의 산보, 벨 없이 자전거에 타는 것 등 어떤 위반도 엄격하게 단속하게 되어 있지만 이러한 경미한 위반에 대한 단속을 극력 피하도록 직원들에게 호소한 것이었다. '범죄율이 크게 낮아진 지금,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밸런스를 조정하지 않으면 이 정책은 경찰국가와 압정의 본보기가 되고 말 것이다.'라고. ³⁶⁾

싱크탱크의 '사상가'나 대학이나 정계에 있는 제자들이 이론화시킨 '무관용 원칙'이 아닌 일상에서 실시된 '무관용 원칙'이 초래한 최대의 귀결 중 하나는 아프리카 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경찰 사이에 있는 뿌리깊은 경계심(젊은 세대의 아프리카 계 미국인에게는 증오심) 또한 증폭시킨 것이었다. 이 경계심은 인종격리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시대의 그것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최근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뉴욕시에 살고 있는 흑인의 압도적 다수가 경찰은 적대적 또는 폭력적이며 자신들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가운데 72%가 '경찰은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66%가 '유색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행위는 자주 있는 것이다'고 답했다(같은 질문에 대해 백인의 답변은 각각 33%와 24%). 뉴욕의 흑인의 2/3이 '줄리아니의 정책 때문에 경찰의 폭력은 악화되었다'고 답했으며 '이전보다도 동네가 안정해 졌다'고 느끼는 흑인은 단지 1/3 뿐이었다. 같은 질문에 동일하게 대답한 뉴욕시의 백인의 비율은 각각 58%와 87%이다. 백인은 범죄를 용서치 않는 시장의 태도를 칭찬하며 마을이 이전보다 위험하지 않게 되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³⁷⁾ 백인이 표적이 되고 있는지 (흑인의 경우) 또는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지 (백인의 경우) 에 따라 이른바 미국에서 태두하는 형벌국가가 − 의도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 결과적으로 재구축되며 강화되고 있는 미국 제도의 벽의 어떤 측면에 있는가에 의해 '무관용 원칙' 정책은 전혀 상반된 것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뉴욕 시경이 수행한 '생활의 질' 정책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또 하나의 귀결이 있다. 그것은 이 정책의 실시로 인해 재판소가 전대미문의 포화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1992년 이래 범죄율은 계속적으로 저하하고 있는 것에 비해 체포되고 재판받는 사람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8년 뉴욕 형사재판소에서는 경범죄나 가벼운 위반행위(최대 1년 이하의 복역에 해당한다)를 담당하는 77명의 판사가 합계 27만 5379건의 법정다툼, 즉 한 명 당 3500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법정다툼의 수는 1993년 2배로 증가했지만 주어진 예산은 거의 똑같았다. 재판을 신청한 경우 상점에서 슬쩍 훔치는 것이나 구좌가 잔고부족인 상태에서 수표결제를 끊는 등의 흔하디 흔한 죄상으로도 평균 284일(1991년은 208일)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또한 공판 시 재판관이 1일 1명당 1000건 심리를 해도 1건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이다. 또는 재판관이 1명도 비어 있지 않거나 국선변호사를 찾지 못하거나 해서(국선변호사는 1명당 평균 100건 이상 재판을 끌어안고 있다) 재판의 일시를 결정하지 못하고 심리가 연기되는 일도 있다. 또 피고인이 마음을 다잡고 기소사실을 인정하고 재판을 사퇴하는 대신 형의 경감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반대로 재판에 시간이 걸려 연기가 반복되는 것을 이용하여 혐의를 없애려는 피고인도 있었다. 이렇게 뉴욕시의 범죄재판소에서 이루어지는 공판의 수는 1993년 967건에서 1998년 758건으로 감소하고 (즉 364건의 용의에 대한 재판이 1건), 법이 정한 기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취소된 법정다툼의 수는 1993년 6700건에서 1998년 1만 2000건으로 격증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체제의 형벌정책담당자 스폭스만도 형사부족을 이유로 매년 수천 명의 경범죄자가 형벌을 감면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경찰이 범죄를 줄이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잠재적으로 쓸모없게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³⁸⁾

재판소와 비슷할 정도의 포화 직전에 있는 것은 유치장이다. 시 형사시설의 입소자수는 10년 전에는 8만 5000명 남짓이었다. (이미 이 시점에서 프랑스 전국의 입소자를 상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3년에는 10만 6700명으로 증대하고 1997년에는 13만 3300인에 달하였다. 그러나 통계조사에서 드러난 가장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는 사실은 정당한 이유없이 체포․수감되는 사람의 수가 계속 증가하여 상당한 수에 이르고 있는 것이었다. 1998년 체포자 34만 5130명 가운데 − 체포자수가 그 해에 당국이 공식 집계한 범죄자수(32만 6130건)를 넘은 것은 전대미문의 것이다. − 1만 8000명에 관해서는 출소하기 전 단계에서 검사측이 체포를 취소하였다. 윌리엄스 프랫튼 자신이 쓸데없고 부당한 체포의 급증을 공식적으로 비판할 정도였다.³⁹⁾ 그리고 예상된 것이었지만 재판소에서 기각된 사건의 대부분이 격리된 빈곤지구의 마약법 위반이라 불린 것이었다(맨해튼 지구에서는 40% 정도). 이 마약법 위반이 빈곤지구에서 경찰이 일제 검거를 시행하기 위한 구실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법적인 관점보다는 정치나 미디어에 대한 효과를 목적으로 행했다는 것은 명확한 것이었다.

'불관용 원칙' 정책의 타겟이 된 것은 노동시장의 주변으로 쫓겨나 복지국가에서도 버림받은 하층계급의 사람들이었다. 그/그녀들을 단속하는 경찰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한편, 재판소에서는 기소가 급증하고 심각한 예산부족에 빠지고 기능이 마비되는 불균형적인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 상황은 그/그녀들에게는 틀림없이 정의가 조직적으로 유린당한 것이었다. (계속) <노사과연>

 번역 : 임덕영(편집위원)

1) 홈페이지는 http://www.homelessaction.or.kr/

5) UN에서도 빈곤의 형벌화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었다. 이 보고서의 논평은 빈곤의 ‘형벌화’에 대해서는 논하고 있지만 ‘빈곤’에 대해서는 논하고 있지 않다. 한글 번역은 ‘빈곤의 형벌화 −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 2011년 8월’ 류은숙 번역, 인터넷 “참세상”, 2011년 10월 19일, 원문은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Poverty/A.66.265.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