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노동자의 현실

퀵서비스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고용 형태와 그에 따른 근무형태가 독특한데, 이를 잘 파악하여야만 퀵서비스 노동자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퀵서비스 노동자를 알아보자.

퀵서비스 노동자가 일을 하려면 일단 어디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오더라고 하는데, 퀵서비스 노동자에게는 이 오더를 내려주는 프로그램이 PDA에 설치되어 있다. 퀵서비스 노동자는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PDA에 나타난 오더를 보고 일거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오더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를 프로그램사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사로 인성1, 인성2, 퀵배 등이 있다. 이외에도 약 5종의 프로그램사가 더 존재한다. 그 외에도 무전기를 이용해서 오더를 받는 형식의 업체 또한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사에 소속되어 일하는가? 아니다. 각각의 프로그램사가 제공한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공유업체가 200~300여개 정도가 있는데,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러한 공유업체 중 하나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다.

보통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여러 개의 PDA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일하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여러 개의 업체에 중복소속 되어 일한다. 또한 퀵 노동자들이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업체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프로그램 하나당 200~300업체가 존재한다고 얘기했는데, 퀵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이 200~300업체 전체의 오더를 처리한다. 즉 퀵 노동자들이 PDA에 설치한 프로그램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업체들에 내려진 모든 오더를 보여준다. 즉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수백 개의 업체들 중 하나에만 소속되어도, 수백 개의 업체일 전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퀵서비스 노동자가 소속되어 있는 각각의 업체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무엇인가?

업체는 퀵서비스 노동자가 오더를 수행하는 대가로 받는 요금의 23~30%, 많게는 38%의 수수료를 받아간다. 그럼, 프로그램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퀵 노동자는 프로그램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550원의 수수료를 낸다. 이 수수료가 프로그램사가 버는 이윤의 원천이다. 결국 업체와 프로그램사 모두 퀵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요금을 수수료를 통해 자신의 몫으로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층층시하의 수수료 제도 속에 있는 퀵서비스 노동자의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산재문제이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경우 오토바이를 타고 짐을 운반하는 노동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사고의 위협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요즘 같은 겨울에 눈길을, 그리고 그 눈이 녹아 얼어버린 얼음길을 오토바이로 달리며 짐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다쳐도 산재보험은 커녕 일반 상해보험도 가입조차 안 되는 현실에서 모든 것은 노동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다.

과중한 수수료에 고통 받으면서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산재보험조차 적용되지 않는 퀵서비스 노동자의 현실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것이 파탄내고 있는 노동자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단결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 전 지역에서 무조건 6천원의 요금책정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육천퀵)도 있다. 일반적인 노동자라고 하면 회사가 6천원을 받던 6만원을 받던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회사의 입장에서야 박리다매를 통해 시장장악력을 높이려는 전략이겠지만 퀵서비스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이는 실질적으로 임금삭감의 효과를 가진다. 즉 부산지역에서는 퀵서비스 노동자가 오더를 수행해도 요금이 6000원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수수료와 기름값, 통신비를 제하고 보면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부산 끝에서 끝을 오가는 경우에는 다 제하고 나면 거의 가져가는 돈이 없게 된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미래를 위하여,

부당한 현실, 노동조건에 바꿔내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렇듯 퀵서비스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당한 현실, 부당한 노동조건을 바꿔내는 것이 퀵서비스 노동자 권리 투쟁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퀵서비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결성된 노동조합 역시 이러한 투쟁, 즉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부당한 현실, 노동조건을 바꿔내는 투쟁을 통해서 조직을 건설, 확대해야 한다. 부산이라는 한 지역에서의 투쟁, 나아가 승리의 경험은 각기다양한 퀵서비스 노동현장에서의 투쟁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이로써 전체 퀵서비스 노동자를 포괄하는 투쟁도 점차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투쟁의 확장은 퀵서비스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를 계속 강화시킬 것이며,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응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이제 막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한 단계이다. 때문에 당장에 퀵서비스 노동자 전체를 포괄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1차적으로 노동자들을 묶어낼 수 있는 사안(예를 들어, 지역적 사안)을 개발하고, 이를 전체의 문제와 연결시켜 상호 상승 작용을 꾀한다면, 퀵서비스 노동조합은 소수 퀵서비스 노동자들만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다수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동조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는 조직의 편제(퀵서비스 노동자 대중을 어떠한 편제로 구성할 것인가?), 사업의 구체적 계획(조직화의 구체적 경로는 무엇인가?), 인력의 배분(그렇다면 이 사업을 담당하고 책임지며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수적이다.

나는 올해부터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거쳐, 부산 문제를 가지고 퀵서비스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펼치고자 한다. 이는 당연히도 현안문제를 가지고 회사와 충돌하는 투쟁을 포함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비로소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은 퀵서비스 노동조합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필자 개인의 입장입니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