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하여 직접고용을 의제해야 한다는 지난 7. 22. 대법원판결과 11. 12.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지회에 대한 교섭거부 등 부당노동행위로 일관하면서 이러한 판결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급기야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1. 14. 현대자동차는 동성기업을 폐업시키면서 비정규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다. 현대차 시트사업부 사내하청업체 동성기업이 폐업을 하고 청문기업이 들어와 11. 14.부터 조합원들을 상대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였으나, 청문기업은 고용 승계의 조건으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탈퇴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반발한 29명의 조합원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였던 것이다. 해당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1. 15. 시트사업부 1공장에 대하여 정당한 출근투쟁을 벌였으나,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지회 소속 노동자들에 대하여 폭력으로 대응하였고, 경찰은 회사 측의 폭력행위를 방조하면서 이들 노동자 49명을 연행하였다.

이에 비정규지회는 승용 1, 2공장에 있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긴급 파업에 들어갔으며, 11. 15.∼12. 9.까지 약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회사 관리자 및 용역들과 대치 하면서 1공장에 대한 점거파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점거파업 기간 중 현대자동차는 관리자와 용역들을 동원하여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한편, 12. 8. 울산 1공장 농성자 323명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까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모두 419명의 노조원을 대상으로 16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외에도 법원에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조간부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11. 29. 현재 노조지도부 7명에 대하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한 상태이다. 한편, 지난 11. 20. 진행되었던 민주노총 주최의 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지회 소속 황인화 조합원이 이러한 상황에 항의하여 분신을 하였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2. 울산으로의 연대

민변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노노모, 민주법연, 철폐연대법률위 등 노동법률단체들은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급박한 투쟁상황을 접하면서 법률가 단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급하게 11. 22.(월)에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의 점거파업의 법적 정당성 및 회사와 경찰 측의 불법행위를 규탄하는 법률가단체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11. 22.(월) 오전 7시 30분 KTX를 타고 울산역으로 향하였다. 이전 현대중공업 투쟁이나 총선시기 몇 번씩 내려갔던 울산행이었지만, 이번에 내려가는 울산행은 마음이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울산역에 도착하여 리무진버스를 타고 곧장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 도착하였다.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는 각 단체 및 정당의 농성장이 차려져 있었고, 소위 ‘몽구산성’이라고 불리었던 컨테이너박스가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를 바라보면서 저 만큼의 높이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배제와 차별의 장벽’이 아닐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곧장 4개 법률가단체들은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 ‘경찰과 현대자동차 회사 측의 폭력행위 규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 촉구 및 파업지지 법률가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법률가단체의 공동기자회견에는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을 비롯하여 김태욱, 장석대, 정기호, 신지현 변호사 등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들과 민주법연의 최정학 교수, 노노모의 김철우 노무사 등 10여명의 법률가들이 참석하였다.

법률가단체들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자동차는 최근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의제를 판단한 대법원 및 고등법원 판결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축소해석하며 불법적인 파견근로자 사용이라는 범죄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의 대부분은 2년 이상 현대자동차에 파견근로를 제공하여왔던 바, 현대자동차는 이들의 직접 사용자”라고 하였으며, 또한 현재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는 “관리자들과 용역들의 폭력행위는 테러행위이며, 이를 계획한 현대자동차와 이러한 폭력행위를 목격하고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은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비정규직지회를 탄압하여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내몰고, 급기야 분신에까지 이르게 한 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지회의 적법한 교섭요구에 대해 폭력으로 일관해온 현대자동차에 있으며, 현대자동차 이제라도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진정으로 교섭 의지를 가지고 교섭테이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현대자동차 회사 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였다.

이 날 기자회견은 법률가단체의 기자회견이라 상대적으로 많은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가 이루어졌으며, 다만 ‘몽구산성’ 너머 현대자동차 회사 측에 얼마나 압력이 될 수 있을까 염려스럽기는 했다. 그렇지만 법률가단체의 기자회견으로 단전과 단수가 이루어져 춥고 배고픈 밤을 보내야했던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에게 잠시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법률가단체 기자회견 이후, 곧장 가족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직접 만들어온 밥과 반찬 등 음식물을 반입하기 위하여 컨테이너 박스 옆 좁은 통로로 이동하였다. 가족들은 굳게 닫힌 정문을 붙잡고 눈물로써 ‘음식물을 넣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닫힌 정문 너머 경비들은 요지부동이었고, 심지어 가족들의 사진을 채증하면서  자극하는 등 멍든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생채기를 남기기까지 하였다.  

작년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식수와 의약품을 반입하려는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활동가들을 경찰과 용역들이 폭력으로 짓밟았던 기억이 다시금 오버랩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인권은 더욱 추락한 것 같았다. 

3.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관련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사건)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판결은 관련 하급심판결을 뒤집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의장공정에 종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에 대하여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자동차조립 등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근로자파견사업이 허용되는 업무가 아니므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구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에서 정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어 최초 입사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시한 것이다¹⁾.

이는 2008. 9. 18. 선고된 예스코 사건 판결(대법원 전원합의체 2008. 9. 18. 선고 2007두22320 판결)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²⁾, 현대자동차에 존재하는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은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며,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었다.

4.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관련 서울고등법원 판결(2010. 11. 12. 선고 2007나56977판결)

2010. 11. 12.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하면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공정, 차체공정, 엔진공정과 같은 주요공정뿐만 아니라 엔진서브라인과 같은 보조공정에 종사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에 대하여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해당 법리의 적용범위를 확장하였다.

또한, 계속근로기간이 2년이 경과하였는지의 기산점은 최종 업체 고용일이 아니라 ‘최초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며, 사내협력업체의 변경에 의해 근로계약관계가 변경되더라도 근로자파견 관계는 단절되지 아니한 채 새로운 사내협력업체에 그대로 승계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결근 등의 일부 사정이 있다고 하여 그 기간을 근로자파견기간에서 제외할 것도 아니며,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가 원칙적인 근로관계가 되므로 해당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어디까지나 고용이 의제된 사용사업주와의 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한 이후에는 파견사업주인 사내하청업체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해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해고는 사용사업주인 현대자동차와 그 근로자 사이의 고용간주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파견사업주인 사내하청업체의 해고가 곧바로 사용사업주인 현대자동차의 해고로 의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³⁾

5. 나가며

이 글을 쓰던 중 12. 9.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는 25일간의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는 농성을 해제하면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 3주체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 앞으로의 교섭에서 4대 요구안을 관철하기로 하였다는 것이었다. 4대 요구안은 ‘△농성장 비정규직 고소고발·손해배상·치료비 해결 △농성자 고용보장 △사내에서 비정규직지회 지도부 신변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요구’ 등 이었다.

우선 현대자동차 정규지부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결과를 앞두고 노동조합 내부에서 보이던 갈등상황을 일단 해소하고, 금속노조 등 3주체가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한 행보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고, 25일간의 힘든 점거농성을 진행하였던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공권력 투입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해 신변을 보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노동자가 싸울 수 있는 武器를 포기하고 다른 투쟁수단을 통하여 회사와의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새로운 과제로 떨어진 것 같다.

이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다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과 달리 현대자동차 자본-정규직지부-비정규지회 삼각관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투쟁의 전망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흘러왔고, 앞으로도 어떤 상황으로 교섭이 진행되고 투쟁이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의 투쟁은,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의 문제를 풀어가는, 그리고 불법파견과 사내하청에 대한 고용구조를 바꾸어가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므로, 3주체를 비롯한 전체 노동운동 진영이 계급적 연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현대자동차 정규직지부에게는 시민단체의 논평의 한 단락을 인용하여 당부하는 바이다.

“현대차지부의 중재안을 믿고 비정규직지회가 농성해제라는 큰 결정을 내린만큼, 현대차 지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⁴⁾

<노사과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관련 판결과 비정규지회의 투쟁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