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광화문에서는 매일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것은 이미 우리 대학생들이 오랫동안 호소해왔다. 대학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채 피자 배달 알바를 하던 예비대학생이 죽음에 이르고, 올해 7월에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제대 직후 이마트 냉동고에서 일하다가 동사한 대학생이 있었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내 자식만큼은 어려운 생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대학을 보내야만 하고, 보내지 못하면 가슴이 찢어져 사채라도 끌어 쓰거나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학생 332만명 시대, 국민 14.6명 중 1명이 대학생인 이 사회에서 가족의 등록금으로 인해 삶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무려 1300만명에 다다랐다.¹⁾ 이것이 등록금 문제가 전 국민의 문제, 전 사회의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런 전 국민의 문제를 나 한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국민의 90%가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반값등록금인만큼 국민들의 머릿속에 생각하는 상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등록금 인하는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실현하는 전 국민의 문제이기 전에 이미 생존권의 문제가 되었다는,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서울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그래도 반값등록금 투쟁을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또 만들어왔던 대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개요

반값등록금 투쟁이 지금의 국면으로 ‘제대로’ 열린 것은 5월 29일이었다. 5월 28일에는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한대련대회에 천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한대련 총회를 진행하고 반값 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MB심판의 결의를 모아냈다. 그 다음날인 29일, 대학생들은 사실상 인적이 드문 종묘 주차장으로 행진신고를 허가한 정부의 행위에 불복하고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여 집회를 진행했다. 이 중 대학생 130여명은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연좌 시위를 진행하며 청와대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투쟁하였다. 연좌시위를 하던 대학생들 중 현재 73명의 대학생들이 연행되며 전 사회적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하던 전체 학생들은 보신각으로 잠시 이동했다가 도로와 인도를 뛰며 을지로, 명동 성당으로 시위를 벌였다.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MB정부 물러가라”를 외치며 명동으로 달려가던 중 한 대학생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바로 이날 저녁에 열린 <대학생 연행 규탄! 한나라당 규탄! 반값 등록금 실현! 대학생 촛불 집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반값등록금 촛불의 시작이 된 것이다.

이 반값등록금 촛불은 대다수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으며 지속되었다. 정말 대중적인 투쟁답게 진행되었다는 것은 이 투쟁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일 것이다. 6월 2일부터 김제동, 김여진, 권해효, 선대인 등의 유명인사가 함께한 것도 그 관심이 증폭되는 데에 기여했으며, 3,40대 직장인들이 강력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훈훈한 풍경들이 그려졌다. 소위 ‘날나리 선배’들은 집회를 하는 곳으로 치킨과 피자를 배달시켜주고, MB는 사과하라고 사과도 함께 먹고, 김제동은 우리와 같은 마음의 짐을 짊어졌을 전경들을 위해 쓰라고 250만원을 기부했다. 2008년 촛불투쟁과 다른 점은, 상당히 조직적인 촛불투쟁이라는 것이다. 조직적인 것을 싫어하고 자유주의적인 촛불을 좋아하는 시민들(과 보수언론들)도 있겠지만, 촛불 국면이 이렇게 장기화됨에도 동력이 떨어지지 않고 실제로 실현해나가고 있는 것은 조직적인 행동의 성과다. 어떤 일이 있어도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촛불을 지키겠다는 대학생들의 대오가 우선적으로 튼튼히 존재하고 연행 등을 각오한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오에 시민들이 믿음을 가지고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어도 이 촛불정국을 열어낸, 대학생의 대표조직을 자임하는 한대련만큼은 이 투쟁에 결사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알게 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2. 상반기의 투쟁의 흐름

이런 파격적인 촛불 국면이 단순히 73명 대학생들의 연행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번 등록금 투쟁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이슈를 잘 ‘진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5월 28, 29일 전까지는 학교 안에서 다양한 시도와 인식의 변화들이 생겨났다. 이를 보여주는 것은 수십개 대학의 유례없는 비상총회 성사였다. 될까 했지만 수천 수만의 학우들은 학교의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학교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요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8년 연속으로 비상총회가 성사된 학교도 있었고, 총학생회 역사상 처음으로 비상총회를 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그 내용들은 등록금 문제의 전폭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수렴되었다. 비상총회와 등록금 문제에 관한 이 폭발적인 지지는 이후에 광화문 촛불뿐만 아니라 매일 열리는 학내의 촛불집회를 통해 끊임없이 확인되었다.

5월 29일 73명 대학생의 연행은 “등록금 문제는 심각하다.”라는 시민들의 생각을 “대학생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는 여론으로 돌려놓았다. 드디어 분노로 집결된 첫 자리가 6월 10일 촛불 공동행동이었다. 6월 10일을 위해 서울 4개 학교는 동맹휴업 투표를 하기도 했다. 2008년 이후 끊겨있던 촛불은 6월 10일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고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의 1면 기사로 오르면서, 정말 최초로 대학생 자신들의 투쟁이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투쟁을 벌여 나가는 데에 성공했다.

6월 24일에는 등록금 문제를 위한 1천인 원탁회의를 열었다. 150명의 퍼실리테이터(토론주재자)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함께 학생, 정당인, 학부모와 시민들이 등록금은 얼마나 싸져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를 직접 토론했다. 아시아 최초로 시도된 이 대규모 원탁회의는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보는 유의미한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저녁 1만의 농활대는 농촌 지역에서 ‘식량주권쟁취, 반값등록금 실현’을 구호로 촛불을 전국으로 뻗쳐나가는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6월 29일에는 농민 상경투쟁에 농활대가 결합하고, 등록금 촛불에 상경한 농민들이 연대하는 자리를 가졌다.

7월 4일에는 등록금 의제로 원포인트 국회를 열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지난 5월29일부터 이번달 1일까지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170여명에게 피의자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에 대해 법정투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직접 한대련 의장을 찾아오고 민주당 대표는 무상교육도 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이 촛불국면은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였다. 물론 그들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을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이를 통해 대학생 등록금 문제는 어느덧 전 사회를 이끌고 있는 핵심 문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3. 유의미한 지점과 한계

1) 대학생 투쟁의 가능성이 발견되었고 점화되기 시작했다.

모든 한계에 앞서 가장 유의미한 지점은, 대학생들의 이슈가 전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이 최초라는 점이다. 이전 학생운동이 전두환, 노태우 처벌과 같은 민주적인 내용에 관한 것, 노동자 농민 문제를 내걸고 싸운 적은 있지만 자기 자신의 요구를 걸고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싸워본 것은 처음이었다. 수십년 전과는 많이 바뀌어서 등록금 문제는 더 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1년에 300여명의 대학생이 자살하는 상황에서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이를 세상에 알려내고 대학생들이 다시 가장 투쟁적인 집단으로 변모하는 데에 기여한 이 반값등록금 투쟁은 높이 평가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학생운동이 망했다고 했지만, 그 절망 속에서 대학생들은 스스로 ‘함께 사는’ 법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한 결과 대학생들이 지금의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는 가장 중요한 집단이 되었다.

2) 현재 국회와 2012년을 주도하는 의제가 되었다.

정치권의 반응이 뜨겁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총, 대선용이라고만 하기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수순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포퓰리즘이 될지, 교육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에 기여할지는 위태로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올해 임기 1년을 앞두고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반값등록금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이비 반값등록금’, ‘예산 짜맞추기식 장학금 제도’에 불과하다. 하위 50%계층, B학점 제한, 부실대학 재학생 제외라고 하는 각종 조건들로 가득하다. 한나라당은 말을 계속 바꾸어가며 앞에서는 30%정도 등록금을 낮출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뒤로는 국립대 등록금을 폭등시킬 서울대 법인화안을 날치기 통과했다.

하지만 이런 가장 기만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지금 당장 2학기 등록금이 걱정인 대학생들로서는 당장의 정치권의 행방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싼 대학등록금 문제만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반값등록금의 실현 여부는 칼자루를 거머쥐고 있는 집권 여당의 의지와 정책 우선 순위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정부심판 야권연합과 대학생 정치세력화와 맞물려서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정치권을 잘 이용해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에 쓸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투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3) 비리재단과 법인화문제를 이끄는 축이 되었다.

반값등록금 의제와 교육공공성을 축으로 비리재단과 법인화의 문제를 함께 가져가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적으로 있었다. 예컨대 비정규직 문제에서 투쟁의 구심점이 되었던 기륭과 홈에버가 있었던 것처럼, 반값등록금을 중심으로 대학문제, 교육문제의 연대의 구심점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가장 대규모 촛불투쟁이었던 6월 10일 반값등록금 촛불에서는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삭발한 대표자들의 눈물어린 호소가 있었다. 비리재단 문제를 갖고 있는 대학에서는 적극적으로 반값등록금 투쟁에 결합했고, 그 결과 민주당에서조차 사학법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도까지 압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과 비리재단 만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 문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 수준은, 서울대 학생으로서 반값등록금 투쟁에 최선을 다했던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법인화문제를 반값등록금문제와 함께 연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뼈저리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방의 국립대 대표자들은 서울대 법인화를 막아내기 위해 단식을 하면서까지 투쟁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서울대는 반값등록금과의 연대는커녕 같은 처지인 국립대학들과 함께 하는 가시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대의 고립을 자초하였고, 결국 서울대 총학생회는 6월 말에 2012년―다른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를 준비하고 있는데―등록금 동결을 포함한 굴욕의 밀실협상안을 학우들에게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20%도 안 되는 국공립대학의 존재자체가 현재 고등교육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호소를 하지 않고 이 정세에 뒤처지니 몇 가지의 휘발성 이슈만 남기고 서울대 법인화 투쟁은 일단 점거국면을 접게 되었다.

4. 새로운 가능성

놀랍게도 죽어있다고 여겨졌던 학생운동이 앞장서서 촛불 국면을 열어내었다. 앞으로의 그 가능성도 매우 열려있다. 여태까지 여러 가능성을 놓고 이 의제가 진화해 왔듯이 실제로 실현이 목전에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권이 언제 뒤통수를 치고 달아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법이 구체적 정책적으로 나오면서 여러 가지 언론의 물타기도 심해지고 있다. 돈이 없다느니 왜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하느니 하는 허약한 반대논리에 맞서 교육공공성과 생존권이라는 원래의 뜻을 고수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끝으로 법인화 문제는 끝까지 풀어내야할 것이다. 이에 서울대 총학생회는 2000여명의 학우들의 비상총회로 성사된 점거결정을 밀실협상으로 마음대로 점거해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면이 끝난 것은 아니며, 끝나서도 안 된다. 법인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반값등록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비원칙적이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도 아니기 때문이다. 법인화법은 사학법과 함께 교육공공성의 담론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배움의 기회가 주어질 때 진정 대학을 둘러싼 문제들의 해법이 풀려갈 수 있다. 대학생들은 돈을 깎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우리의 교육권을 되찾는 싸움을 펼쳐갈 것이다. 우리 대학생들이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교육권’을 실현해 내는 것은 형식과 제도를 넘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