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으로 나아가는 세계정세

며칠 전 예멘의 민중들은 30년 독재자의 무릎을 꿇리는 데 성공했다. 많은 피를 흘리고서 마침내 독재 종식의 승리를 거둔 것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이집트, 예멘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랍의 민중혁명은 미제국주의의 오랜 압제와 그에 결탁한 지배계급의 통치체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독재자들은 유혈진압을 서슴치 않았으나 아랍 민중들은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결하여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시 한번 민중은 역사의 주체라는 진실을 아랍민중들은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아랍의 민중 혁명들은 오랜 독재와 미제국주의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지만 그 밑에 흐르는 것은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생활고와 불만의 누적이다. 실업률이 수십 퍼센트에 달하고 물가는 폭등하는 현실에서 지배계급의 폭정이 민중들을 거리에 나서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제국주의의 대응은 교묘하다. 이집트에서는 독재자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면서 권력을 군부에 집중시켜 기존의 지배체제를 보수하고 개량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 민중들의 투쟁이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넘어서 근본적 변혁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저지하고 제국주의 질서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동혁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들의 투쟁이 부르주아적 틀 내에 머물고 반제국주의로 흐르지 않는 한 미제국주의 입장에서는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제국주의의 교활함은 리비아 사태와 시리아 사태에서 또 한번 드러나고 있다. 그간 반미를 정책기조로 했던 리비아와 시리아에 대해서는 즉각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아랍 민중 혁명의 물결에 대한 일종의 반혁명이다. 아랍 혁명이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전진하는 것을 봉쇄하려는 폭력적 조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제국주의, 영국, 프랑스 제국주의의 교활한 술책이 역사의 진전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세계정세는 근본적으로 세계대공황을 기초로 전개되고 있고, 이는 미제국주의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모순 자체의 폭발이기 때문이다. 대공황은 최근에는 세계적 차원에서 물가의 폭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이 자국의 금융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퍼부은 천문학적인 달러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재정위기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았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체제가 유지되지 못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국가 기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재정위기의 심화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국가기능의 마비를 의미하는 것이고 지배계급의 통치능력이 한도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세계는 대공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 국가독점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로 치닫고 있고, 이러한 위기가 민중들에게 전가되는 것에 맞서 유럽과 아랍 민중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착취체제 자체를 폐지하는 운동, 사회주의 변혁운동으로까지 나아가고 있지 않지만 현재의 위기가 착취질서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인만큼 노동자계급과 민중 투쟁이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폭풍 전야의 한국 사회

세계대공황이 심화되고 있고, 또 아랍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질서에 대한 변혁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얼핏 보기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분기의 한국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호조를 보여서 4%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덕택으로 주요하게 수출을 이윤추구의 공간으로 삼는 재벌들, 독점자본들은 대개 안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견상의 안정도 이미 한도에 달하고 있다. 물가가 4%대로 상승하여 1/4분기의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물가상승은 세계적 차원의 인플레이션 현상의 하나로서 세계적 차원에서 공황구제를 위해 돈을 찍어낸 것 때문이다. 즉,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자본주의 국가, 제국주의 국가들의 공황구제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발생한 것인데,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가계급의 위기전가의 일환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부동산은 대공황 이래 깊은 침체에 빠져 있고, 이 때문에 부동산 투기로, 그리고 그에 영합하여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려 했던 건설사들과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부도사태로 몰리고 있다. 그리고 이 사태로 인해 뱅크런이 발생하여 수많은 은퇴자들과 자영업자들이 피땀 흘려 모아둔 저축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중국시장이 침체하고 세계무역이 축소된다면, 혹은 제국주의 국가의 금융위기가 더욱 악화되어 그 부담을 전가 받는다면, 한국경제는 일본의 쓰나미를 넘어서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4월 27일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이러한 경제현실에 대한 민중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건설자본을 위해서는 20조가 넘는 돈을 퍼부어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도 정작 공황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민중의 현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나아가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 비정규직의 확대, 타임오프 등 노동계급에 대한 탄압, 한-미 FTA, 한-EU FTA 등 반농민적 정책의 추구 등 이명박 정권의 전반적인 반민중성에 대한 심판이 4ㆍ27 재보궐 선거를 통해 내려진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지지가 그 동안에 높았던 것은 그 정책이 철저하게 반민중적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하나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사탕발림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4ㆍ27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패배이기는 하지만, 민중의 승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승리는 결코 민중의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철저히 반민중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했었다. 심지어 복지분야에서도 생산적 복지 운운하며 자본에 봉사하는 정책을 추구했었다.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대된 것도 민주당 정권 하에서이다. 즉, 민주당은 노동자와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독점자본들의 정당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독점자본가계급의 우파라면 민주당은 독점자본가계급의 좌파인 것이다. 이는 노무현 자신이 ‘신자유주의 좌파’라고 한 고백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이 민중의 편이 아니라 기득권층의 편이라는 것은 이렇게 명백하다.

그러면 민주노동당의 승리는 민중의 승리인가? 민주노동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 한 명, 구청장 한 명을 당선시켰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 연합하여 선거에 임했다. 즉, 야권단일후보 전술로 선거에 임한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라는 전술은 민주노동당도 야권이요, 민주당도 야권이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의 가치, 민중들의 대의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진보민중진영의 가치가 부르주아적 정치 개념인 야권이라는 규정 속으로 용해되어 버린 것이다. 즉, 야권단일후보 전술을 통한 민주노동당의 후보 당선은 진보민중 진영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대가로 하찮은 양보를 얻은 것에 불과하다.

만일 이러한 야권단일후보 전술, 보다 정확히 말하면 민주대연합 노선이 강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진보의 가치, 민중의 해방이라는 대의는 점점 더 약화되고 오직 정치적 출세를 위해 부르주아적 가치와 술수를 강화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고, 이는 진보민중진영이 민주당이라는 신자유주의 세력에 흡수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진보민중 진영의 정치적 강화는 오직 민주대연합 노선을 거부하고 착취체제를 넘어서는 노동해방, 민중해방의 대의를 분명히 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해방으로 전진할 것인가, 착취와 억압의 제물이 될 것인가

현재 한국 사회는 폭풍전야라 할 수 있다. 거대한 조작과 사기로 조성되어 있는 현재의 안정된 모습은 오래지 않아 거대한 폭풍이 밀려올 때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이 점은 지배계급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가오는 변혁의 시대를 대비하여 독점자본가계급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고, 민주노동당이 목을 매고 있는 민주대연합 전술도 그러한 지배계급의 안정장치 중의 하나이다.

위기는 불가피하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넘길 수 있다는 지배계급의 자신감을 산산이 부숴버려야 한다. 지배계급의 카드는 여러 가지이다. 일차적으로는 폭력을 통해서 억압하고, 이차적으로는 사기와 술수를 통해 투쟁을 무마하고, 나아가서는 민중의 대의를 부르주아적 가치에 굴복시켜서, 즉 민주대연합 전술을 통해서 민중투쟁을 봉쇄하고 개량주의의 길로 유인한다. 여기에 더해 노동자계급이 혁명적인 사회주의로 무장하는 것을 봉쇄하기 위해 자율주의, 기본소득론, 사회적 기업론, 트로츠키주의, 좌익공산주의 등등 온갖 잡사상, 악사상을 고무하고 조장하는 것이 지배계급의 전술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계급, 자본가계급의 혼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발전법칙은 노동자계급과 민중들로 하여금 변혁의 시대에 다가서게 하고 있다.

지금 노동자계급 운동의 다수는 개량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개량주의는 일정한 현실적인 개량의 가능성ㆍ역량이 있어야만 하는데, 현재의 위기는 자본가들로 하여금 갈수록 개량의 여지를 좁게 만들고 있고, 따라서 한국사회의 개량주의는 물적 토대가 없는 개량주의이며, 이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전진에 의해 얼마든지 산산이 부서질 환상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이 노동자의 대의로 무장하고, 전세계의 노동자계급과 연대하고, 자본주의 질서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격동하는 세계에서 노동자계급은 잃어버릴 것이 없다. 격동하는 세계에서, 지배계급의 통치능력이 약화되고 흔들릴 때 노동자계급은 전진하여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눈앞의 작은 실리를 위해 우왕좌왕하고, 원대한 전망을 상실하고, 자본가들에게 기 죽어 지내던 상황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미래는 노동자계급의 것이다. 다시 해방의 전망을 분명히 하여 전진의 시대를 열자! 더 이상 이 착취체제의 제물이 되는 것을 거부하자. 10여 년간 누적된 불만과 분노를 더는 삼키지 말자. 더 이상 무릎 꿇기를 거부하고, 더 이상 노예적 삶을 거부하고 일어서자. 해방으로 전진할 것인가, 착취체제의 제물이 될 것인가를 결단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