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에 일어난 도후쿠ㆍ간토(東北ㆍ關東) 대지진 이후 3주일이 지났다.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는 현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도 2만8000명을 넘고, 지금도 아직 십수만 명의 이재민이 엄혹한 추위와 물자부족이라는 상황 하에서 어쩔 수 없이 가혹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第一原電)의 사고는 더욱더 대량의 피난민을 낳았다. 그러한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재지(罹災地) 구원을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노동자와 근로인민의 입장에서 이재민 지원 활동에 전력을 다할 결심이다.

나아가 이번의 사태에 대하여 다음 두 가지를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는,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위험한 상황을 일각(一刻)이라도 빨리 수습하기 위해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공개와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정부 및 전력회사로부터 독립적인 사고처리기관의 설립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번 사고의 책임(국가와 전력회사의 범죄)을 철저하게 묻고, 마찬가지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전국의 원자력 발전의 정지와 폐기를 요구한다.

둘째, 이번 지진과 원전사고로 생긴 미증유의 위기적 상황을 이용하여 정부ㆍ독점자본이 자위대를 최대한 사용하고 미군의 전면적인 협력을 얻어 전시(戰時)에 준하는 인민지배체제(=유사체제, 有事體制 [=비상체제: 역자])와 그것을 떠받치는 국가주의적(nationalistic)인 이데올로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숙’이나 ‘자제’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를 뒤덮고, ‘국난(國難)’ 극복을 구실로 일본국 헌법이 보장하는 제 권리의 박탈과 제한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안전하다’는 선전에 미혹되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상태는 악화일로에 있다. 3월 29일에는 2호기에서 압력용기가 파손되고 비상히 고농도의 방사능액이 방류되고 있다는 게 알려졌다. 부지(敷地) 내의 토양에서는 극히 독성이 강한 플로토늄이 검출되었다. 시설 내에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이 대량으로 고이고, 그 때문에 냉각작업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방사성 물질은 대기 중으로 확산되고 바다 속으로 유출되어 각지에서 높은 방사선 양(量)의 수치가 관측되고 있다. 사태가 날이 갈수록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전력회사: 역자]과 정부, 매스컴은 여전히 근거도 없는 ‘안전하다’는 선전을 되풀이하고 있다. 본래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經濟産業省)(원자력안전ㆍ보안원(原子力安全保安院)은 그 기관의 하나)은 일심동체로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온 관계다. 그 도쿄전력이 사고 현장을 도맡고, 정부는 도쿄전력이 흘리는 정보를 그대로 공표하고 있다. 이는 마치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를 수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증거의 은폐나 변조가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올바른 정보는 결코 전달되지 않고, 그것을 기초로 한 올바른 대처는 이루어질 수 없다. 사태는 보다 악화될 뿐이다. 도쿄전력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인 사고대책체제를 만드는 것이 긴급한 과제다.

전력회사는 경제산업성과의 유착뿐 아니라 대학에 대한 막대한 연구비 보조 등을 통해서 ‘어용학자’를 육성함과 동시에 연간 2백수십억 엔에 이르는 광고선전비를 써서 매스컴의 ‘반(反)원전보도’를 억제해왔다. 원전에 관해서는 이러한 산(産)ㆍ관(官)ㆍ학(學) 플러스 매스컴의 원전추진 협찬체제(協贊體制)가 형성되어 있다. 이번의 사고를 맞아 민주당에서도 자민당에서도 원자력 발전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이 원전 협찬체제를 때려부술 정도의 강력한 운동을 만들지 않는다면, 관심이 식으면 두 정당 모두 본래의 ‘적극추진파’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전력회사는 원자력 발전을 그만둘 마음은 눈곱 만큼도 없다. 3월 28일에는 츄코쿠전력(中國電力),¹⁾간사이전력(關西電力)의 사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가미노세키원전(上關原電)의 건설도, 다카하마원전(高浜原電)의 플루사마루(プルサ―マル)²⁾발전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언명했다.

방사선ㆍ방사성 물질 ‘안전’ 캠페인이 거짓과 속임수를 구사하여 교묘하고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이전의 방사선 양(量)의 규제가 지나치게 엄했기 때문에 완화하라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히로시마(広島), 나가사키(長崎), 비키니(ビキニ)라는 3번의 피폭(被爆)³⁾경험, 그리고 원수금(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⁴⁾운동의 계속과 그 주장의 침투라고 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핵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형성되어 왔다. 이번 ‘안전’ 캠페인은 이 반핵의식의 제거(‘핵 알레르기’의 불식)을 노리는 극히 반동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를 계기로 세계각지에서 원전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25만 명이 데모를 했다. 일본에서도 3월 27일에 도쿄 긴자에서 원전반대 데모가 있어, 1,200명이 참가했다.

희생되는 노동자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사고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실태는 매스컴에서는 거의 보도되고 있지 않다. 병원으로 실려 온 세 사람 이외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방사능 투성이의 과중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작업원의 허용 피폭선 양은 사고 후 곧바로 100밀리시버트(mSv)에서 250mSv로 인상되었다). 철야교대 근무, 선잠은 의자 위에서 겨우 한두 시간, 식사는 비스켓과 페트병에 든 물 뿐이라는 증언도 있다. 이들 노동자의 거의 전부가 하청, 재하청, 나아가 그 하청의 바닥노동자들이고, 원전현장에서의 2중 3중의 차별구조를 체현하고 있다. 자위대원이나 소방청의 고위 구조대원의 활약이 화려하게 소개되고, (마치 전전<戰前>의 ‘육탄3용사’처럼) 영웅시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전사고는 주변의 노동자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킬로미터 권내(圈內)에서는 공장의 폐쇄나 휴업으로 6만 명의 노동자가 해고나 휴직으로 내몰렸다. 지진 피해가 큰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 3현(縣)에서는 해고나 임금, 휴업수당 등의 노동 상담이 급증하여 이미 8,000건을 넘었다고 한다. 채용 내정의 취소나 입사연기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후생노동성은 지진을 이유로 임금 삭감이나 휴업수당 지급의무의 면제를 용인하는 부당한 통지를 하고 있다.

영향은 이재지(罹災地) 이외의 노동자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자동차나 전기기기 등의 대형 제조업에서는 이재지에 있는 부품공장으로부터의 공급의 지체, 도카이(東海)나 간사이, 규슈(九州)의 대부분의 조립공장들이 조업중단으로 내몰려 대량의 파견노동자들이나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해고나 자택대기를 강요받고 있다. 지진을 구실로 한 ‘편승해고’도 증대하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부 노조를 제외하면,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반격하여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위정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자숙 분위기’와 이재민에 대한 지원 우선을 이유로 파업을 뒤엎는다든가, 대중적 투쟁을 중지한다든가 하는 노동조합들이 급증하고 있다. 렌고(聯合, [=노사협조주의적인 일본의 최대 노총: 역자])는 메이데이 행사를 취소했다. 과연 이래도 좋은 것인가?

‘국난’ 캠페인의 그늘에서

지배계급은 이번 지진과 원전사고를 전후(戰後) 최대의 재해=‘국난(國難)’이라고 선전하며 탤런트나 스포츠 선수들을 등용시켜 ‘오루자판(All Japan)’ ‘강한 일본’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여 인민대중의 이재민 구호라는 생각을 국가주의적(national)인 방향=‘국난의 극복’(실은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새로운 강화의 방향)으로 수렴시키려 하고 있다. 거기에는 똑같이 재해를 입은 재일(在日) 조선인ㆍ한국인이나 재일 중국인, 그리고 이 땅에서 일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그 가족들에 대한 시각은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이재지의 조선학교에서는 피난 온 재일 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차별 없이 서로 떠받치면서 이 고난을 이겨내고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자숙’과 ‘자제’의 감수(甘受)가 장려되어 권리의 주장이나 행사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

이에 의해서 지배계급은 지금까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인민수탈의 공격(대규모의 증세, 사회보장비의 삭감, 노동자의 해고, 임금 삭감 등등)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도호쿠(東北) 지방의 부흥을 구실로 ‘도주제(道州制)’의 도입(=자치단체 노동자의 ‘합리화’나 행정 써비스의 삭감ㆍ축소, 대담한 민영화 등)이나 재정난을 이유로 한 가일층의 공무원 공격,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정수의 삭감, 제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한 TPP(Trans 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태평양 전략적 경제 협력 협정)나 FTA(자유무역협정)의 추진 등을 획책해 갈 것이다.

나아가 지금 현재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작전을 기둥으로 하여 자치단체들이나 경찰, 주민조직까지도 포괄한 유사체제(有事體制[=비상체제]) 만들기가 실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군의 이번 ‘도모다치 작전’[=친구 작전: 역자]에서는 제7함대만으로도 1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동원되었다. 야마가타공항(山形空港)의 미군 이용이나 일본 국내에서의 미 해군에 의한 자위대 부대의 수송은 이 작전에서 최초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 동안 부대가 신속히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오키나와에 미군기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기지건설 합리화 캠페인이 벌어졌다. 한편, 자위대는 지금까지 최대인 10만 명이 동원되고, 제도 발족 이후 처음으로 예비자위관(豫備自衛官)ㆍ비상대기예비자위관이 실무를 맡았다. 또한 육해공 세 자위대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통합임무부대가 처음으로 편성되는 등, 전에 없던 실전적인 작전이 이루어졌다. 텔레비전은 자위대나 미군의 활약상(活躍像), 피난주민에게서 감사를 받는 모습을 방송해서 일미(日米) 군대의 ‘감사함’을 선전했다.

권력자들이 날조한 ‘국난’을 맞이하여 일본국 헌법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이 헌법 이념을 높이 내걸고 노동자의 대중적 투쟁에 기초한 반격 태세를 정비하자! <노사과연>

(번역) 편집부

[역자주: 일본의 4월 1일 자《사상운동》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