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
| 제목 |
≪자본론≫ 1권 세미나 후기 |
| 글쓴이 |
바쿤｜세미나 팀원 |
E-mail |
send mail |
번호 |
510 |
| 날짜 |
2013-02-12 |
조회수 |
1421 |
추천수 |
42 |
| 파일 |
|
가끔씩 주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론≫ 읽기 세미나를 하게 되었는지 묻고는 한다. 사실 그럴 때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다소 난감하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이하 노사과연)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여름이었고, 세미나도 그때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학교 교수님을 따라서 간 학술회 뒤풀이에서 내 옆에 앉아계시던 사람이 ≪자본론≫ 세미나를 맡고 계시는 지금의 류홍석 팀장님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노사과연에 대해서도, ≪자본론≫ 세미나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일이 있던 날보다도 한 해 전에,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모 활동가로부터 함께 ≪자본론≫ 세미나(노사과연이 아니다)를 하자고 제의받았을 때에는, ‘그 긴 것을 언제 다 읽냐’며 단박에 손사래를 쳤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생각에서인지 세미나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대관절, 나는 ‘그. 긴. 것.’을 왜 읽고자 했던 것일까.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다. ≪자본론≫ 세미나를 하던 첫날은 오리엔테이션이자 저마다 ‘왜 ≪자본론≫을 읽고자 하는지’, 아니, ‘왜 그 길고 지루한 것을 읽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전날까지 글로 써보던 그 물음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며, 얼렁뚱땅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 버렸다. (1권 세미나가 끝이 나고서, 그 후기를 쓰는 지금, ≪자본론≫을 왜 읽는지에 대한 그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도 역시 나는 얼렁뚱땅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었다.) 흔히들 대학에서 선배를 ‘잘못’ 만나서, 운동권이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사실 그런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에 복학하고 나서, ‘동기’를 잘못(?) 만났고, 느지막이 운동권 문화를 경험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상황은 취업준비에 한창인 나의 친구들과 마르크스를 말하는 사람들의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나에게 끊임없이 요구되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내가 그 양쪽 어디에 있든지, 제기되는 것이었다.
사실 ≪자본론≫을 처음 읽게 된 것은 한참 전이었다. 나는 노사과연에서 ≪자본론≫ 세미나를 하기 전에, ≪자본론≫ 1권의 상권을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복학하기 전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였고, 다른 한 번은 식당에서 일하기 전, 한 공공기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할 때였다. 마르크스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때였다. 그리고 내가 그때, 그리고 지금 이것을 읽게 되었는지는 아마도, 성실히 일하는 사람에게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세계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지켜보았던 세계는 분명히 그러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 속에서 상품의 가격과 수량이 결정되고, 사회의 혼란은 언젠가는 균형에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노동뿐이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것이 ≪자본론≫이고, ‘정치경제학 비판’이 아니던가. 내가 ≪자본론≫을 읽게 된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세미나가 시작되고서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세미나에 처음 임하였을 때 가지고 있었던 질문들은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세미나 진도는 벌써 1권을 지나서 2권을 읽어 나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의 절반을 지나면 ≪자본론≫2권도 끝이 날 것이고, 또 한 해의 절반이 지나면, 3권도 끝이 날 것이고, 나도 이제 대학을 졸업하게 될 것이다. 그때쯤 되면 나는 또 무엇에 호기심을 갖고,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어가고 있는 세미나를 끝까지 빠지지 않고 참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미나를 하면서 다소 엉뚱한 소리도 많이 하고 때로는 읽어야 할 본문도 다 읽지 못하고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를 이어가는 일은 제법 즐거운 일이다. <노사과연>
|
|
|
우 156-060)서울특별시 동작구 본동 435번지 진안상가 나동 2층 (신주소: 노량진로 22길 33)
(전화) 02-790-1917 / (팩스) 02-790-1918 / (이메일) wissk@lodong.org
Copyright 2005~2024 노동사회과학연구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