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의 글

3․11 동일본 대지진 재해를 계기로 각지에서 반전 집회가 열리는 등, 모처럼 일본 사회운동은 활기를 띠고 있다. 수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총리 관저를 포위하는 집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압박 때문인지, 정치권들은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안전 기준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만큼 무엇을 설정해야 안전한가에 대한 기준이 아직까지 불확실하다는 식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원전 사고의　원인에　대해　도쿄전력은 ‘상정 외의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발표하였다. ‘상정할 수 없는 상황’은 당연히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정치권마저도 몇 가지 단서를 붙였지만 원전 폐기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언제’ 완전 폐기를 목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이다.

얼마 전 NHK 텔레비젼에서 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다. 재해에 투입된 예산이 과연 해당 지역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가라는 것이 주제였다. 첫 장면은 오키나와의 어느 도로 공사장이었다. 재해를 고려한 도로 건설이 한창인데, 이 공사에 재해예산이 투입되고 있었다. 또한 전국적으로 각종 공장 부지건설에 이 돈이 쓰이고 있었다. 도쿄 국립 경기장 보수 공사에도 이 재원이 사용되었다. 대 테러작전에 투입할 차량구입에도, 포경어선에 반대하는 환경운동단체를 체포하기 위한 선박 구입에도, 교도소 재소자 교육에도, 이 돈이 사용되었다. 이유는 갖가지였다. 지진, 쓰나미는 전국적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재해　예산은 ‘전국적’으로 사용되었다．쓰나미 피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틈타 테러활동이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것, 교도소 재소자를 잘 교육시키면 훌륭한 노동자가 되어 복구활동에 자원이 된다는 것, 포경은 일본 수산업에 큰 역할을 하므로 환경단체에 잘 대응하는 것이 장차 수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 등이 이유가 되었다. 정작 해당 지역에는 빡빡한 예산으로 지원 신청자가 밀려, 신청 서류 접수만도 몇 개월이 걸린다. 이것도 ‘상정 외의’ 것이라 한다. 게다가 자영업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수많은 같은 지역 경쟁자를 이겨야 하는 등,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혜택이 그다지 닿지 않는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지금 실제 피해를 당한 지역에 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일본 각지로 흩어져 살고 있거나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계가 막막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더라도, 방사능 때문에 더 이상 농업이나 자영업이 불가능하게 된 사람들도 수만에 달한다. 각종 언론들이 이들의 딱한 처지를 방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노인이나 아동 등 취약 계층의 물질적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인간관계의 단절, 고독사 및 스트레스의 심각성은 자주 다루어진다. 하지만 이들의 생계에 대한 구체적 지원 소식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수많은 데모가 있었다. 그 덕에 원전은 어느 정도 이슈화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비어 있는 것은 많은 것 같다.

나는 이 지역 사람들은 생계비 요구를 하지 않는가?라는 게 가장 궁금했다. 언론에서는 반원전 운동은 조금이나마 보도하지만 생계비 요구와 관련된 집회 소식은 거의 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일보 직전인 것 같은 상황이다. 어차피 먹고 살 게 없다면,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다면,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왜 가만히 있는가? 먹고 사는 문제가 서류로서 해결될 수는 없지 않은가? 왜 이들의 생계비 요구와 반원전 투쟁이 결합되지 못하는가? 아니 생계비 요구는 왜 이슈화가 잘 조직되지 않으며, 자영업자만이 부각되는가?

이번에　번역한　나오비의　글은 이러한 일본 사정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이 글의 필자는그 지역 경제 자체가 원전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오비의　글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농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그 지역 사람들은 농업과 일용직 노동을 겸업해온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떠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것은 너무나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원전이 그 지역에 들어서고, 그 지역은 변화되기 시작하였다．지역은 원전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생산되었다. 사람들은 원전에서 일을 하고, 값싼 임금을 받게 되었다. 대신 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가 가능해졌다. 일자리 얻기가 갈수록 힘들어 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특혜’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무언가 불안하다. 피폭노동이 아닐까라는 불안감. 사람들은 누군가 죽었을 때, “아, 원전에서 일했군.”이라는 대화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원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그런데 원전의 노동은 생명을 조금씩 돈으로 바꾸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전은 가동될 때에도 그 지역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폐허가 된 뒤에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노동력은 요세바라 불리는 전통적인 일용직 시장에서 구해지지만, 원전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충원된다. 이들은 지금도 원전에 들어가서 노동을 하고 있다. 원전은 사람의 생명을 재료로 그 거대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해내고 있음과 동시에, 자본주의적 관계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었다. 이 재생산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이들은 오직 이 관계에서 파생된 존재들, 자영업, 노인,

아동의 처지, 환경에 대해서만 주목한다.　해답은 사회복지 서비스의 제공과 자영업 지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제공과　자영업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이 지역 경제 자체가 원전을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가족은 다른 곳으로 피난해 가 있지만, 가장(家長), 특히 남성은 원전으로 일하러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들은 과거 피폭 노동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원전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원전에 종속되어 있던, 지금도 종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노동운동은 이들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렇게 원전을 매개로 한 재생산과정을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를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과거 도시에 집중되어 있던 노동운동이, 지역과 밀접하게 결합된 원전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역량으로서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전, 원전으로 일하러 가지 말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인 경험이 있지만, 노동자들로부터는 ‘공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에는 여러 재해 상담을 하면서, 적어도 자신의 목숨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메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또한 일단은 해당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원전이라는 괴물이 지배하는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한국적 상황이 크게 다를까라는 생각도 든다. 원전 대국인 한국에서 원전 노동에 대한 실태는 그다지 밝혀져 있지 않다. 그 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산업’이 재생산시키는 지역사회에 대해 어떠한 전략을 가져야 할 것인가도 많은 실천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번역은 일본요세바학회 25호 원고를 기본으로 했고, 필요시마다 번역자 각주를 별도로 달았다. 번역을 허락해 준 나오비 씨와 일본 요세바 학회에 감사드린다. 원문은 なおび（2012）「被曝労働問題を通して見直す下層労働運動の方向性」『寄せ場』日本寄せ場学会、れんが書房新社No.25：15-29이다.

요지

3․11 동일본 대지진 재해를 계기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지금까지의 하층노동자운동은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국책 1회용 노동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원전 피폭 노동에 대한 운동을 전개해 오지 못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동원 ― 착취 ― 기민(饑民)이라는 하층노동자를 둘러싼 역사관 속에 원전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면서 또한 노동력 공급지인 지역과의 투쟁을 구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원래 도시만으로 한정한 하층 노동 운동 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며, 실제로 사고 후 후쿠시마 노동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와 상야(山谷）등 요세바¹⁾ 노동자는 구체적인 접촉점을 가지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얼마나 우리들이 원전 입지 등의 노동력 공급지의 노동사정을 알지 못했던가에 대해서도 다시 뼈저리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기 위한 회로는 최근의 후쿠시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운동주체와 연구자가 다시 이 문제에 대면하기 위한 문제제기를 본 고에서 다루었다.

1. 시작하며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발생 후, 연기를 내뿜는 원자로 지붕 영상을 보면서, 98년 상야 노동자 복지회관에서 이루어진 학습회 “동료여, 가지 말라!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의 피폭노동”과, 그 전년도부터 일용직 전협²⁾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취로거부를 호소하는 활동이 떠올라 가슴　깊은　곳이　아파왔다.

94년 동 원전 2호기에서 발견된 노심격벽(슈라우드라 불린다)에 금이 가 있는 것에 대해 도쿄 전력은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는 1, 3, 5호기를 포함한 4기의 슈라우드의 수리, 교환을 발표하고, 97년부터 3호기에서 그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때 도쿄전력이 발표한 작업 이미지로는, 핵연료가 배치되는 노심, 실로 그 방사능이 넘치는 죽음의 공간에 노동자를 집어넣어 작업을 한다는 것이 발표되었다. 당시 게이오 대학에서 교원으로 계셨던 후지타 유코(藤田祐幸)씨로부터 “이러한 비인간적인 노동은 거부해야 한다”라는 제안을 받아 일용직 전협 각 지부에서는 “원전 일을 하러 가지 말라! 죽임을 당한다!” 라고 쓴 삐라를 뿌리고 주의와 정보제공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일이 없는 데도, ‘일 하러 가지 말라’라는 건 뭐야?” 라는 노동자 반응조차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성과를 느끼지 못한 채 위축되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대응 가운데 언제나 함께 급식 활동을 하고 있는 노숙 동료가 피폭 노동경험자인 것을 알게 되어 그의 이야기를 듣는 학습회를 가졌다.³⁾그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었으며 함께 우에노(上野)에서 고용되었던 그의 친구가 나중에 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것도 들었다. 후지타 씨는 이 학습회에서도 최근 연초의 일용직 전협 총 결의 집회에서도 되풀이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전은 피폭노동이라는 노동자가 목숨을 조금씩 팔아넘기는 노동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취로를 거부한다면 원전은 멈추게 됩니다.”

내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언급하면，나는 86년 5월 영화 “상야(山谷) 당했다면 갚아주자”⁴⁾를 보고 처음으로 요세바와 건설토목산업 말단의 일용직 노동자의 존재를 알게 되어 상야에 관계해오게 되었으나, 때마침 그 달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개최된 사진가․히구치 겐지(樋口健二)씨의 강연회에서 요세바 노동자가 피폭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어느 것도, 모두 내 운동의 기점에 있었던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후지타 씨의 호소로 우리들이 97년 단계적으로 노동자를 진지하게 만나고 일과성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는 활동으로 운동화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번 원전 사고에 이르는 역사의 궤도를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러한 의미로서 이 원전사고와 피해, 그리고 수속작업에서 피폭된 노동자에 대해 우리들의 운동은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지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번 사고 발생 시 정기검사로 정지되어 있었던 4호기는 마침 선술한 슈라우드 교환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그러한 정보조차 입수하지 못한 상황까지 후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후회를 하며, 나는 몇 명의 동료와 함께 사고 직후부터 피폭 노동문제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후쿠시마 원전입지지역의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하층노동운동’이 단지 피폭 노동문제에 접근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층 노동운동의 전개에서 본질적인 결락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 원전 사고로 지금까지 우리들의 운동은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운동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 분야를 관심 대상으로 하는 연구자에게도 동일한 것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원전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운동현장에 가까운 위치에서 조사연구 보고가 80년대 말에 있었으며,⁵⁾ 거기에서는 ‘원전 일용직 생활문제는 특수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광범위한 노동자 문제와 공통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었지만, 우리들이 아는 범위에서는 그러한 작업의 계승과 심화가 진척되어 왔다고는 느낄 수 없다. 운동 주체와 연구자가 함께 이러한 논의를 수행하기 위해 본고를 제출하고 싶다.

2. 피폭노동이라는 궁극적인 국책 1회용 노동

피폭노동문제는 반 원전운동 가운데 결코 중심적인 과제로 파악되고 있지 못했으며, 게다가 노동운동 안에서도 구체적인 대응은 아주 약간의 예만이 존재한다. 다시 우리들의 관점으로 피폭노동에　대해 개관해 보자.

원자력 정책은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군사적 의도도 배경으로 하는 국책이며 피폭노동은 그 거대사업의 말단에 놓여진 받침대이다. 그 때문에 탄광노동이나 건설 토목 노동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하층노동자의 동원 ― 착취 ― 기민을 해온 산업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 원전 건설자체가 거대한 ‘공공사업’이지만 가동이 시작되더라도 1000명 미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13개월 통상운전 후, 약 3개월 정기검사에서는 그 3배의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의 하나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배경으로 하여 건설토목 산업과 마찬가지의 중층적 하층구조가 형성되며, 야쿠자도 엮인 알선책과 1회용 노동이 횡행함과 동시에 이른바 정기검사 중인 원전을 돌아다니는 ‘원전 집시’라 불리는 유동적 하층노동자가 생겨난다. 사업자(발주자)인 전력회사는 공식적으로는 3차 하청까지만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6 - 8차 예도 있으며 노동자는 명목상 1 - 3차 하청 사원으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 책임은 애매하게 되어 있으며 임금 삥땅(ピンハネ)이나 이른바 위장청부도 당연한 상태로 여겨지고 있다. 또 방사선에 의한 만발성(晩発性) 질병이 노동자에게 발생한 경우에도, 사업자나 고용자는 과거 쓰고 버린 노동자 따위는 모른 척 해도 문제가 없으며 원자력 산업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원전에 관한 정보나 안전성은 국가나 전력사업을 포함한 추진하는 쪽에 의해 매우 자의적인 정보작업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은 이번 원전 사고로 널리 알려졌다. 그것은 원전 내의 노동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주로 원전전력 회사사원이 수행하는 중앙제어실의 깨끗한 이미지가 언급되고 있으나,⁶⁾ 통상 운전 시에도 피폭 위험이 있는 플랜트 수선․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하청노동자가 방사선 방호 정비를 하며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원자로 건물 오염관리구역에서 피폭노동을 하고 있다. 또한 정기검사 기간이 되면 핵연료나 제어봉 교환 등 피폭량이 큰 노심 부근 작업도 많아 피폭요원으로 다수의 노동자가 보내지며 인해전술로 작업을 실시한다. 노동자 총피폭량 가운데 96%가 하청노동자 피폭이며,⁷⁾ 전력회사사원과 계층 차는 명확하다. 또 하청에서도 직인․기술자 층과, 그 작업에 앞서 선량을 내리기 위해 투입되는 제염요원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고도오염구역 제염작업에는 일용직 노동자나 파견노동자, 노숙인 등을 종사시키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피폭노동은 차별적․노예적 노동으로 이전부터 문제를 호소해온 히구치 겐지⁸⁾씨와 후지타 유코씨의 저작⁹⁾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70년대 말에 발행된 르포타쥬¹⁰⁾에서는 이러한 차별 구조를 반영하여 대체로 노동자의 목숨과 안전을 경시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현장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이번 사고 후 한꺼번에 분출한 미디어 정보나 노동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것은 지금도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사전에 의무화되어 있는 방사선관리교육은 매우 대충 이루어지며 원전 안전성을 광고하는 비디오를 틀기만 하기도 한다. 전면 마스크 장착도 주변에 친절한 경험자가 있으면 알려 주기도 하지만, 초심자에 대한 특단의 실천교육은 없다. 고온 다습한 노내 작업에서는 전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힘들어서 작업이 곤란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있어도 방사선 관리책임자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다. 대화도 곤란할 지경인데도,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롭게 상정된 피폭선량(계획선량)에 달해 알람이 울려도 그대로 무시하거나 선량계를 벗고 작업을 계속한다.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서, 3월 24일 단화로 발을 오염수에 담궈 무릎아래 2-3 시베르트 피폭을 당한 노동자가 있었지만, 그 때에도 알람 선량계는 벗고 있었다. 또 원전 경험이 없는 건설업 노동자가 다수 수속작업에 들어가, 모여든 노동자가 열기 때문에 방호복을 벗고 작업을 하고 있는 실태 등도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사고 후 혼란한 가운데 발생한 실수가 아닌, 원래 원전 노동은 그러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해　온 조잡한 체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사고 후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거론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층적 하청구조 말단의 1회용 노동은 고용책임을 애매하게 하고 노동재해를 은폐할 뿐만 아니라, 실업이나 도산의 공포를 배경으로 한 지배 구조이기도 하다. 고용계약서가 없으며, 동일한 노동임에도 알선 루트가 다르면 임금이 다르고, 일절 보장이 없는 등, 전연 노동자의 권리 등의 개념은 파기되고 있다. 노동자는 피폭량이 최고조로 달하기 전까지 시키는 노동을 하여, 실질적으로는 피폭량이 노동의 기준량이 되며, 생명을 조금씩 팔면서 전혀 이에 걸맞는 임금을 얻고 있지 않다. 고방사선량 지역에서의 피폭노동은 누구라도 꺼려하지만 다음 작업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으로 하청은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며, 그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량 오버인 상태에서 노동이라는 점도 있어 노동자에 대한 ‘함구령’은 사업자와 고용주에게는 정보은폐에 매우 효과가 있다.

노동으로 생긴 피폭량 파악은 그 노동자에게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피폭량을 기재한 방사선 관리수첩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노동자는 많으며 이직 후 수첩을 전달받지 못한 케이스도 매우 많다. 자신의 피폭량을 알지 못하는 것은 이후 장애나 질병이 나타날 때의 산재신청을 매우 곤란하게 한다. 지금까지 원전 피폭 산재는 2011년 6월에 신청이 20건, 인정된 것이 10명 뿐이다. 무엇보다 피폭량은 고용자 측이 기재하고 취업 중에는 사업자가 관리하는 것이므로 기재된 수치가 정확한지는 알지 못한다. 건강진단 기록을 포함하여 수첩의 기재내용의 수정, 허위기재는 자주 지적되고 있다.¹¹⁾

원전 피폭 노동은 탄광 노동이나 건설토목 노동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국책으로서 추진하며 동원 ― 착취 ― 기민을 축으로 하는 역사적인 1회용 피억압 노동의 계보로 위치지워질 수 있으나, 노동자의 목숨이 방사능에 의해 직접 저촉되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국가의 1회용 노동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3. 후쿠시마 피폭노동자의 내력과 상야

이러한 피폭 노동자가 어떠한 출신과 내력을 가지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명확한 데이터는 없으며 불명확한 점이 많다. 히구치 겐지 씨의 저작이나 강연에서는 예전 탄광노동자나 피차별 부락출신자, 요세바 일용직 노동자가 다수 거론되며 언급되고 있다.

호리에 구니오(堀江邦夫）의 “원전 집시”에서는 농한기의 인근 농민이나 가마가사키 노동자가 다루어지고 있지만 전체상은 명확하지 않다. 가마타 사토시(鎌田慧)씨는 81년 1월 이가타(伊方)원전 노동자 수를 1862명, 그 가운데 현(県)내 출신자는 412명(23%)이라 한다.¹²⁾ 다카키 카즈미(高木和美)씨는 와카사(若狭)지역 전력회사 정규직원에 대해 그 지방 출신자를 40%로 밝히고 있지만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그 어느 것도 원전주변지역 노동자와 요세바 등에서 오는 노동자가 하청업자를 통해 일용직으로 취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아마 피폭 노동자의 출신지와 내역에 대해서는 지역 사정이나 시대적 변천이 있으며, 일반적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요세바에서도 각각 차이가 있으며, 상야에서 원전으로 알선되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지만 가마가사키에서는 꽤 확실하게 원전노동의 노상 알선이 이루어져 왔다. 이번 원전사고로 인해 후쿠시마 사람들과 피폭 노동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되었고, 또 수속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 후쿠시마 노동자의 실태에 대해서 조금씩 정보를 얻게 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건설되기 전부터 반대　운동을 해온 후쿠시마현 후타바(双葉)지역 원전반대동맹의 이시마루 소시로(石丸小四郎)씨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지역에서 피폭 노동자와 대면하며 관할 도미오카(富岡)노동기준 감독서에 동행하는 등, 고향에서 문제에 대응해 온, 몇 안 되는 사람이다. 그 이시마루 씨로부터 이후 운동을 함께 모색하는 작업을 하는 가운데 원전 건설 전후의 지역 노동자의 움직임을 듣게 되었다.

원래 후쿠시마 제1원전과 제2원전이 건설된 지역은 바닷가이지만 농업이 부적절한 지역으로 ‘후쿠시마 티벳’이라 불렸다고 한다. 성인인 남성은 대부분의 경우 대도시로 돈을 벌러 나갈 수밖에 없어, 아버지가 집에 없는 집이 많았다. 그 가운데에서는 연말연시에만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것이 후쿠시마 제1원전 건설에 의해, 상야 등의 요세바나 각지로 돈 벌러 간 아버지나 청년들이 고향에 돌아와 원전에서의 노동에 종사하게 되었다. 1년 내내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고 한다.

이 이시마루 씨의 이야기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상야에서 만난 노동자들로부터 자신이 고향에서 나온 이유로 이시마루 씨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들어왔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요세바에서 원전으로 알선　받을 것까지도 없이, 원전 노동자가 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다만 단지 고향이 원전 입지조건(바다에 가깝다는 등)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도쿄에서는 원전 유치로 고향에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든가, 의회가 찬성했다든가라는 점 등을 언급하며 원전을 받아들인 지역의 자업자득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확실히 원전으로 초래된 이권구조에 파고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훌륭한 관청이나 학교나 공민관을 요구했던 것은 절대 아니며, ‘1년 내내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싶다’라는 매우 당연한 생활을 요구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빈곤과 격차 구조에 입각해 지역 사람들을 노동력으로 동원하고 쓰고 버려온 것을 도시주민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와 전력회사는 가난한 지역주민의 약점을 발견하고, 그 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것이 아닌, 그 구조를 이용․온존시키며 위험한 원전과 피폭노동을 강제하였던 것이다.

또 이러한 이야기로, 상야 노동자와 후쿠시마의 피폭노동자가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이해하였다. 물론 중층적 하층구조로 짜여져 이어져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추상화된 이야기가 아니다. 후쿠시마에 원전이 없었더라면 아마 후쿠시마의 피폭노동자 가운데 어느 정도는 지금도 상야 주변에 머물며 함께 공동취사를 맡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에서의 피폭노동자에 대한 대응은 상야권의 운동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이 이야기를 상야에서 함께 대응해온 동료들과 함께 나누었을 때, 상야노동자에게는 동 일본출신자가 많지만 무엇보다 후쿠시마, 특히 아이즈(会津)출신자¹³⁾가 많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야 노동자의 내력이나 후쿠시마와의 관계에 대해, 운동 속에 제대로 대상화되지 않고 단지 개별 활동가의 감상으로서 계속 유지되어 왔다는 문제는 우리들이 대응해온 하층노동운동에 결정적인 결락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후네모토 슈지(船本洲治)¹⁴⁾씨나 야마오카 쿄이치(山岡強一)씨의 사색과 행동을 우리들은 하나의 지침으로 하고, 동원․노동력이동→지배․착취→기민․노상사망이라는 하층노동자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들의 활동을 ‘도시하층 노동운동’으로 위치짓고 있었다. 시대상황에 따라 활동 내용의 강약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배․착취를 타격하는 현장투쟁이 이루어졌으며 기민․노상사망에 대항하는 노숙인 운동․생존권투쟁이 전개되어 왔다. 신자유주의 글로벌리즘의 시대에서, 그것은 국제연대행동의 관점을 강하게 인식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하층노동력을 배출하는 지역사회와 관계된다는 관점의 활동은 거의 없었으며, 동원․노동력이동이라는 문제는 운동 안에서 방치되어왔다. 현재에는 젊은 프리타로 보이는 사람이나 도시출신 하층노동력은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에도 압도적 다수의 하층 노동자는 지방출신자이다. 운동을 ‘도시하층노동운동’으로 자기규정한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역사관과는 맞지 않은 형용모순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4. 원전과 후쿠시마의 노동자

후쿠시마에서 원전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는 원전 직하의 자치체인 오쿠마마치(大熊町), 후타바마치(双葉町), 도미오카마치(富岡町)에 한정되지 않는다. 원전사고 시기에 경비를 담당하고 있던 젊은 노동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하로워크¹⁵⁾에서도 구인 절반 정도가 원전 관계였다고 하였다. 또 나미에마치(浪江町)에서도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어떠한 직종에 취직해도 결국 실제 노동현장 절반은 원전이 된다고 들었다.

이와키 지역의 고나하마(小名浜)지구에서는 고나하마 어항구나 임해공업단지가 있지만 이 지역에서도 상시 일정수의 노동자가 원전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그 지역 노동조합으로부터 들었다. 그리고 50-55살 정도 사이에, 현외 병원에 입원해 그대로 사망한 분이 계셔서,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원전에 다녔었기 때문이지.’ 라는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 사람들 가운데 일상적으로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에 나는 몇 가지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와키나 고나하마는 원전 사고 전까지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과 방문했던 곳이며, 그 가까운 거리에 원전 노동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 원전 노동자의 피폭사(死)가 그 정도 일상적이었으며, 그것이 지역사회의 일풍경이 되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해 준 지역노조 자체도, 이것을 노동문제로서 대응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는 것. 나는 이러한 후쿠시마 노동자 상황을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수속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노동자에게 들은 정보로는, 후쿠시마의 경우, 사고 전에는 7-8할이 후쿠시마 출신 노동자였다고 한다. 그 때문에 많은 노동자는 그대로 재해 피해자가 되어 피난소에서 원전으로 다시 불려온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속작업에 투입되는 사람들 중 후쿠시마 출신자는 4할 정도로, 현장의 선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방사선의 무서움을 아는 노동자가 피하고 있으며, 선량상한에 달하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대신에 아직 선량이 낮은 후쿠시마 제2원전은 9할이 현지 노동자이며, 또한 같은 도쿄 전력 가리와자키가리와(柏崎刈羽)원전, 동일한 등비수형의 쓰루가(敦賀)원전에 가 있는 노동자도 있다고 들었다.

97년 우리들의 피폭노동문제에 대한 활동은 결국 ‘요세바 안에서의 활동’에 지나지 않았으며, ‘요세바로부터의 활동’이지 않았다. 이 나라의 구조적 하층노동자의 현실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슈라우드 교환이 이루어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둘러싸고 ‘상야에서’와 ‘후쿠시마에서’의 회로가 구체적으로 이어져, 순환하는 운동이 다이내믹하게 전개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를 위한 운동도 관계도, 당시 우리들은 구상조차 하지 못했다. 본 장의 모두에서 나는 97년 활동의 불충분함을 후회하면서 표명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역량이나 정세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것이 아닌, 원래 문제의식조차 결여되어 ‘무엇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입에 담는 후네모토 슈지와 야마오카 쿄이치가 남긴 메시지를 우리들이 시대적으로 이해하고 운동을 할 수 있다면 이러한 보기 흉한 꼴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5. 새로운 활동을 향한 관점

지금까지 서술해 온 것처럼, 후쿠시마와의 관계를 깊게 함에 따라서 우리들의 지금까지의 운동은 하층노동운동으로서의 질을 어느 정도까지 담보했던 것인가, 라고 자문해야 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새로운 운동을 전망하기 위한 관점도, 후쿠시마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계속 얻어내고 있다. 그것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서술한 고나하마지역 노동조합도 일상적으로는 노동상담을 받고 있지만, 피폭노동에 대한 상담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원전 사고 수개월 후에 그 조합이 실시한 전화노동상담에서는 몇 건의 원전 관련 상담이 있었다. 하나는 후쿠시마 제1원전과 제2원전에 들어가 있는 경비회사의 비정규노동자로 사고 후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감행되어 퇴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 두　번째는 수속작업에 들어가 있던 도쿄전력 사원 가족으로부터의 상담으로, 걱정이 되어 남편을 그만두게 하고 싶지만, 도쿄전력 알선으로 자택을 구입하여 주택 론을 도쿄전력에 변제하고 있으며, 퇴직하는 경우 론의 일괄 변제가 조건으로 되어 있어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세번째는 야쿠자 알선으로 무리하게 수속작업에 끌려온 노동자로, 그만두고 싶지만 무서워서 도망칠 수 없다는 호소였다. 그 노동자는 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상담 예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전력회사는 선의로 지역에 고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이윤추구이며, 지역주민 생활의 안정과 안심 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원전노동을 둘러싼 냉혹한 노동자 지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빈곤과 격차를 배경으로 한 구조적 차별로 이루어진 원전이라는 본질이 있는 이상, 원전은 그 원전 존재조건을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아니고, 변함없이 빈곤과 격차는 존재한다. 여기에는 피폭 노동 상담은 통상 노동상담과 구분없이 생활상담․생존상담과 함께 이루어진다. 여기에 우리들이 지금까지 활동해온 구체적 운동과의 연속성이 다시 보인다. 우리들이 수행해야 할 것은 종래의 것과 특별히 다른 내용이 아닌, 후쿠시마 땅에서도 도시에서 해온 노동운동과 생존권 투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도시와 지방의 회로를 결속하는 가운데 전개된다는 것이다.

원전사고 후 1년이 되는 3월 11일, 고리야마(郡山)에서 ‘원전 필요없다! 3․11 후쿠시마현민 대회’가 개최되어 1만 6천명이 고리야마 카이세이잔(開成山) 구장에 모였다. 그 전날 개최된 프레 이벤트 ‘원전 （필요）없는 지구(생명) 모임’에서는, 우리들은 ‘피폭 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 준비회’로서 몇 개의 후쿠시마 노조와 피폭노동문제의 기획을 공동 개최했다. 이러한 대응 가운데 만난 후쿠시마 사람들은 생명을․생활을․관계성을 위협하고 분단하는 고난을 말해주고 또한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우리들에게 어프로치를 촉구해주었다.

그 일례를 들자면, 가설주택에 주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현재 피해지역은 완전 봉쇄되어 피해자는 가설주택이나 민간주택으로 옮겨 살고 있다. 특히 기후적으로 좋으며 방사선량도 낮은 이와키 시내의 가설주택은 희망자가 많아, 거의 모든 희망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 결과, 원전에서 수속작업을 하고 있는 부친이 이와키 가설주택에 들어가고 다른 가족이 아이즈(会津) 등의 가설주택에 들어가 있는 예가 다수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서, 남편․부친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가족의 불안은, 고방사선량 하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는 노동자 본인의 스트레스보다 결코 적지 않다. 피폭노동의 문제는 노동자 본인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며, 동일한 가족으로 구성되는 지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노동자 본인에 대한 접근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과 연계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하층노동력 공급지와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관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기간 우리들의 태만했던 책임을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행동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6. 3․11 이후 지금까지의 활동 ― “피폭노동 자기방위 매뉴얼”

여기까지는 사고 후 후쿠시마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과, 이로 인해 질문하게 된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운동의 존재방식, 그리고 새롭게 향하는 방향성의 모색에 대해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논의의 소재로서 서술해 왔다. 그 외에도 3․11 직후부터 우리들이 활동해 온 몇 가지 것들이 있으므로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피폭노동 자기방위 매뉴얼”의 작성과 배포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운동단체나 개인이 모여, 후쿠시마원전사고긴급회의라는 틀이 만들어졌다. 여기는 주로 수도권에서 이루어지는 공동행동이라는 성격이 있으므로 피해지에 들어가서 행동을 하는 장은 아니지만, 개별 구체적으로 맡고 있는 과제를 전체화하는 장으로서의 의의는 크다. 나는 이 긴급회의의 피폭노동문제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수속작업에 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특히 하청노동자를 방위․지원하기 위해 “피폭노동 자기방위 매뉴얼”을 기획했다.

물론 노동자의 몸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전대미문의 고방사선량 환경에 놓인 수속작업 따위에 누구라도 보내서는 안 된다. 그 한편으로 특히 사고 직후에는 누군가가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더욱 파멸적인 방사능오염사고로 전개될 것이 예상되었다. 또 이미 가마가사키에서는 수속작업에 대한 구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보나, 파견노동자용 구인지에도 모집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다양한 생활상의 이유로 그 작업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노동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상상되었다. 97-98년 상야에서의 힘든 경험에서 “가지마”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그러한 노동자에 목소리가 닿지 않으며 결국 운동에서 떨어져 나갈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피폭노동 문제는 방사선에 의한 건강피해뿐만 아니라 중층적 하청구조와 인부를 불러내는 알선책이라는 비인간적 무보장․1회용 노동이며, 그 점에서 그야말로 일용노동자․노숙노동자운동을 해 온 우리들이 이 문제를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저한의 정보를 노동자에게 전하고, 긴급시 상담처를 알리는 것, 즉 피폭노동자와 이어지는 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 바로 이 “매뉴얼”이었다.

<역자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긴급회의’ 홈페이지(http://2011shinsai.info/node/400)에서 발췌, 삽입함>

내용은 취로에 관련된 문제를 일용직 전협이 과거에 작성한 “일용직 노동자 수첩”에서 추출했다. 방사선피폭에 대한 방어와 현장에서의 대응책은 원전노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코멘트를 받는 것 이외에, 다양한 현장의 보도에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담았다. 피폭산재문제 등에 대해서는 산재인정재판이나 손해배상재판에 대응한 경험이 있는 분에게 내용확인을 부탁드렸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피폭노동문제를 노동운동으로서 다룬 운동은 몇 개의 노동안전센터나 원자력자료정보실 등에 의한 소수의 사례만이 있을 뿐, 우리들뿐 아니라 다수의 노동운동이 이 문제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었다. 원전의 상업목적 가동이 시작된 지 45년이 경과하고, 피폭노동자는 40만 명을 넘고 있으나, 겨우 10명만이 피폭산재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피폭노동자가 얼마나 운동에서도 배제되어 왔던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이 “매뉴얼”은 피폭노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에 대한 정보제공․연락회로로서의 역할로서만이 아니라, 노동운동관계자가 피폭노동문제를 다루기 위한 기초정보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또한 반 원전운동에서도 거의 중심적인 문제로 여겨오지 않았던 피폭노동문제를 광범위하게 사회화하기 위한 자료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긴급회의피폭노동문제 프로젝트에서는 이 문제의 사회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는 연속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7. 그 외 지금까지의 활동

이 “매뉴얼”을 이용해서 피폭노동자와 연계하고 상담활동을 전개하고 싶었지만 사고 후 1년 이상이 지났어도 아직 그것은 실현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피폭산재 문제 등에 대응해 온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 연락회의에 참가하는 단체나 원자력자료정보실 외, 후쿠시마 현지에서 상담창구가 되어 준 단체․개인과 연락을 취하면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 틀에서는 수속작업의 피폭노동자문제를 초점으로 하여 관계부처와의 교섭도 공동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사고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방사능으로, 이제야말로 피폭노동은 원전노동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관련된 노동현장의 그 어디라도 피폭문제를 안고 있으며, 운동 과정에서도 ‘모든 노동이 피폭노동’이라고 실감할 정도이다. 하수처리장이나 청소공장에서는 오수나 소각재에서 고선량 방사능이 측정되고, 그 소각로의 청소나 검사는 원전내와 동일한 장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소각재의 청소나 쓰레기의 운반, 후쿠시마에서 신문이나 택배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방사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원전 주변에서 오염된 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으로 출하되고 수출용으로 항구로 운반되고 있어, 항구노동자는 한 대씩 오염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긴급 피난준비구역 지정이 해제된 30㎞권 내에서는 해당 지역의 JR도키와(常磐)선이 운영되고 있는데 역 주변에서도 다수의 핫 스팟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각각 노조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노사 모두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사태에 직면하고 있으며,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는 대책이 취해지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또 이미 오쿠라마치 등에서 국가의 제염 모델 사업이 환경성을 중심으로 개시되고 있으며, 지역주민이 아르바이트로 동원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 및 사회화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우리들은 ‘피폭 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 준비회’를 창립, 개인 참가로 정보교환을 하며 사회화의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틀로 이미 츠루가(敦賀)원전에서는 하청노동자 조합 ‘전일본운수일본노동조합 원자력발전소회’의 분회장을 하고 계셨던 사이토 세이지(斉藤征二)씨의 협력을 얻어 당시 운동 경험을 듣는 집회를 개최하거나 분회 활동을 영상으로 남긴 기록영화 “원전은 지금”의 상영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후쿠시마와의 연계를 심화하면서, 구체적인 상담활동을 축적해 나감과 동시에, 노조 결성이나 산재 인정재판 등도 시야에 넣어, 광범위한 연계로 대응해 나갈 것을 생각하고 있다.

8. 마치며

우리들의 피폭 노동문제에 대한 대응은 여러 단어를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대응의 불충분함을 자기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람들과 이어지는 가운데, 그것은 단지 피폭 노동문제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아니라 하층 노동자를 둘러싼 동원 ― 착취 ― 기민의 역사관으로 노동력 공급지와 이어지는 운동이 전혀 없었다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빈곤과 격차를 배경으로 한 구조적 차별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우리들이 지금까지 도시에서 수행해 온 대응을 원전입지지역과 격렬하게 싸우는 구조로 전개하면 좋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해왔다. 이러한 것 자체는 곤란한 점도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노동운동과 다른 대응을 해 온 우리들이기 때문에 경험이 살아있다고 받아들이고 그러한 관련될 수 있는 후쿠시마 사람들과 함께 대응해 가고 싶다.

원전 사고와 그 수속작업에 미디어가 주목하는 가운데, 피폭노동문제는 클로즈업되었다. 이것은 이미 90년대, 신자유주의에 의한 빈곤의 광범화를 배경으로, 그때까지 무시되어온 노숙인 운동이 사회화되어 온 과정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사회적 상황을 반드시 커다란 운동의 물결로 만들어 내었다고는 말하기는 힘들며, 정부․지자체의 자립지원사업이나 생활보호 운영변경 등으로 살짝 피해왔다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한편으로, 각지에서 노숙인의 강제배제가 이루어져 왔다. 원전사고 1년을 앞에 두고 정부는 기만적인 사고수속선언을 내놓고, 피폭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급속히 돌리려 한다고 느끼고 있다. 90년대 이후 노숙인 운동은 홈리스지원특별조치법¹⁶⁾의 기한만료를 계기로 이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다시 파악해야 할 시기에 있다.

빈곤과 격차를 배경에 두고 있는 원전은 이러한 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구조적 차별을 고정화시켰다. 그리고 이번의 심각한 사고에서는 입지지역의 사람들의 생활과 역사를 통째로 파괴하였다. 원폭노동의 역사적 위치를 생각하자면, 한 개의 산업분야의 종언이나 에너지 정책의 변경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피폭노동문제를 통하여 중층적 하청구조와 비인간적 노동 철폐, 그리고 빈곤과 격차의 박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산업의 형태로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노동력 공급지로서의 지방과 노동력 소비로서의 도시를 구체적으로 묶어 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하층노동운동을 지향해 온 지금의 우리들에게 질문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대상을 상대로 하는 아카데미즘 영역 사람들은 지금부터 무엇을 시작하려 하는가. 함께 생각하고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