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벌어진 보시라이 탄핵 캠페인이 다시 점차 강화되고 있다. 중국 내의 모든 신문과 TV와 라디오 방송이 보시라이를 공격하는 정부 성명과 사설을 실어 나르면서, 모종의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의 정파들은, 보시라이가 충칭이라는 대도시의 당 서기로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들을 위해 저가 주택을 공급하고, 농민들의 이농을 허가하고, 문화혁명 시절의 "홍가" 부르기와 "사회주의 가치들"을 촉진했던 부분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은 꺼려한다.

보시라이가 모종의 부패와 연관된 것처럼 암시하면서, 이 사건이 전국적인 반부패 캠페인이 벌어지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꽤 역설적이다.

사실, 보시라이는, 충칭의 당 간부와 지하 범죄 조직은 물론 부패한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에 맞서서, 위력적인 캠페인을 일으켰다. 그의 축출 전에, 그가 펼친 캠페인은 공무원들의 부패가 만연한 중국에서 전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보시라이와 가까웠던 수많은 공직자들 역시, 중상하고 위협하는 캠페인이 점점 더 드세어지면서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이것은 오직 보시라이 지지 세력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들을 짓밟아버리겠다는 결의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원자바오: 국영은행의 ‘독점'을 타파하라

한편, 일련의 또 다른 사건들이 펼쳐졌고, “원저우 시범 지구"라고 불리는 계획이 승인되면서 그 정점에 달했다. 이로써 노선 투쟁 내에 깔려 있는 정치적 이슈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5일 원자바오 총리는 공개적으로 보시라이를 공격했다:

“개혁은 결정적인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정치 개혁의 성공 없이는, 경제 개혁이 수행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달성한 성과들도 상실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모든 당원과 당 간부들은 위기를 자각해야만 합니다.”

바로 이튿날, 보시라이가 모든 보직에서 해임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원자바오는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우파의 지도자이다. 그는 중국에서 부르주아식 정치 개혁과, 자본주의 시장의 역할을 심화하고 확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지난 3월 28일 원자바오가 주재한 국무원 간부 회의에서, 원저우 시에서 기업에 대한 사적자본의 대출을 합법화하는 내용이 승인됐다. 사적자본이 대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었던 것이다. (xinhuanet.com, 4월 5일) 그 전까지 원저우에서, 상업 대출에 대한 권리는 국유은행에게만 제한되어 있었다.

원저우는 제조업과 상업이 주요 산업인 인구 3백만을 가진 연안도시이며, 도시 근교를 포함하면 9백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이른바 덩샤오핑의 "시장 사회주의"가 도입되던 초기부터 중국 자본주의 발달의 핵심도시였다.

4월 4일자 ≪자카르타 글로브≫(온라인판)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 국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유은행의 "독점"을 타파해야 한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금융 비용을 고려하면, 솔직히 말해, 중국 은행들은 너무 쉽게 이윤을 남기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소수의 대형 은행들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직 이 은행들을 통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몹시 어렵습니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사적자본이 금융시스템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독점을 타파하는 것입니다.”

이 인도네시아 신문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중국에서는 신용이 제한되면서 지하 대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로 인해 최고 지도부에서는, 사적부문에서의 불량 채무와 채무불이행이 급증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고조되고 있다.”

“독립기업가들은, 주로 국유기업들을 선호하는, 대형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하고 지하 고리 대출을 이용해야만 한다."

탄력받는 중국의 사적금융자본

원저우 시범 지구는 향후 사적자본가들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사적자본이 도시에 유입되도록 허용됨으로써, 이 사적 금융자본은 집중되고 성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자본가 계급들의 자본 축적을 크게 강화시킬 것이다.

또한 사적금융으로 인해, 국가 자원 배분과 투자 결정에 관한 국유은행의 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다. 국유은행은 상업적 기반에 의해 운영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산당, 정부, 국가 계획 기구들의 감독과 지도하에서 운영된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국유은행이 때로는 자본주의 시장이나 이윤추구와 충돌하면서까지, 국가 개발 정책과 우선순위에 맞춰서 대출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원저우 시범 지구 사업은 상당 기간 국무원에서 계류되어 있었다. 원저우의 자본가들은 2007—2008 세계 자본주의 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았고, 회복과 성장을 위해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리뷰≫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원저우 금융 환경을 변화시키자는 아이디어는 2011년 후반에 처음 등장했다. 이 결정은, 원저우의 지하 사금융 활동이 지역 금융 및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금융 분쟁과 범죄를 불러일으킴에 따라, 심사숙고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bjreview.com, April 16)

원저우 실험에 대한 논쟁은 사실 2011년 후반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한동안 내부 투쟁의 주제였다는 점은 명백하고, 실제로 한번은 원저우에서 외국인 투자 쿼터 확장이 허용될 뻔 했다가 취소된 적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자바오 분파가 마침내 원저우에 사적 금융자본을 풀어놓는 계획을 통과시킨 시점은, 보시라이를 쫓아낸 직후였다는 것이다.

≪베이징 리뷰≫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이 계획에 따라, 지하 대부업자들은 국가의 공인 아래 자유로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사적 대출 기관으로 등록하도록 장려될 예정이다.”

“지방 은행과 신용 회사의 설립이나, 주식 지분보유 등의 형태로 이루어질 사적자본의 참여는, 개혁 과정의 일환으로 장려되고 지원된다. 적합한 소규모 금융 회사들은 지방 은행으로 변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적 펀드는 벤쳐 자본과 사모펀드¹⁾ 활동(private equity activities)을 포함하는, 다른 형태의 투자체를 설립하도록 유도될 것이다. (강조는 필자²⁾)

“원저우 대학 경영학과 부학장인 장일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계획은 사적자본이 흘러가야만 하는 방향을 지적합니다. 사적자본의 등록요건을 통해서, 지하 사금융을 공식적인 대부업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

“베이징에 위치한 중신증권공사³⁾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사금융 산업 규모는 4조 위안(6,340억 불) 정도로 추정된다.”

“원저우의 경우에는, 지역 최대 규모의 상업은행인 원저우은행에 따르면, 사금융 시장은 약 1800억 위안(285억 7천만 불) 정도이고, 이 지역 주민의 거의 90% 가량이 고리대금 산업에 연관되어 있다.”

요컨대, 원저우에서 고리대금업이 합법화되고, 300억 불에 달하는 자본을 묶어두었던 고삐가 풀리고, 이것이 금융자본으로 가동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은행과 원저우

≪베이징 리뷰≫ 기사에서, 벤처 캐피탈과 사모펀드회사의 설립을 언급하고 있는 구절은 중요하다. 국무원 소속 개발연구센터가 공동 후원한 450 쪽짜리 “중국 2030" 이라는 세계은행 보고서에는, 국유은행을 변화시킬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원저우 시범 지구 계획에서 장려했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사금융 자본 모델을 도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다양한 잠재적 투자자들은 사업의 가망성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신기술의 성장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을 돕는다는 사실로부터, 은행과 관련된 자본시장의 핵심 장점이 유래한다. 벤쳐 캐피탈과 사모펀드사업은 기술 선두 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강조는 필자)⁴⁾

기관 투자자들 또한 중국 자본 시장의 발전에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 2030”, 세계은행 및 중국국무원개발연구센터, p. 128)

보시라이가 축출된 이후, 원자바오와 국무원은, 세계 금융 자본을 대변하는, 세계은행이 권고한 바로 그 제도를 설치하려고 신속히 밀어붙이고 있다.

국유은행과 경쟁하는 사금융을 세우는 데 덧붙여,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한도를 5,000만 불에서 2억 불까지 올리고,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국가 규제를 완화하는 “실험"도 행해질 것이다.

“한 프로젝트 내에 대한, 연간 직접투자 최대규모를 개인 투자자 당 2억 불, 공동 투자 총합은 10억 불까지로 제한하는 새로운 정책이 도입됩니다. 투자자들은 설립, 합병, 제휴를 통해서 해외에 비금융 기업을 세울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방법을 통해서 기존의 해외 비금융 기업을 소유하거나 경영할 수도 있습니다." (미‒중 정책재단, 4월 6일, uscpf.org)

≪베이징 리뷰≫는 이 변화를 환영하는 권위자들을 인용했다.

“ ‘이 개혁을 통해, 원저우의 실물 경제는 현재의 곤경에서 벗어나, 원저우 사적 기업의 명성을 되찾을 것입니다.’ 원저우 패션 연합 의장 젱첸아이의 말이다.”

“ ‘정부는 원저우에 시험적으로 물을 흘려보고, 전국적인 개혁을 위해 경험을 쌓을 것입니다.’ 중앙재경대학의 중국금융산업연구센터장인 궈티앙용 교수의 말이다. ”

원저우 역시 자본주의 공황을 겪고 있었다. 원저우에는 약 40만개의 기업이 영업 중이다. 아마도 그 중 1/3은 위기에 쳐해 있다.

마오 이후의 “시장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중국 자본주의가 태어난 이곳, 원저우에서의 이러한 위기는, 또한 노동자 계급의 위기이기도 하다. 중국국무원은 이 위기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온통 자본의 흐름에 관한 언급 뿐이다.

보시라이를 둘러싼 투쟁은 바로 이러한 배경 하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보시라이는 "붉은 GDP"라는 슬로건을 치켜세웠는데, 이것의 의미는 개발은 노동자 농민들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성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슬로건은 사회주의의 완전한 복원에 대한 요구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의 투쟁을 계급적 관점에서 보면, 보시라이가 가고자 했던 방향은 대중들의 필요를 반영하는 것이고, 세계은행과 세계 자본이 제시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복사한 것을 자신의 전망이라고 가지고 있는 원자바오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것이다.

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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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임경민(회원)

[편집자 주 : 미국의 “노동자세상당의 2012년 4월 27일자 기사이다. 원문은  http://www.workers.org/2012/world/china_0503/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