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임경민(회원)

[편집자 주: 미국의 “노동자세상당의 2012년 4월 12일자 기사이다. 원문은  http://www.workers.org/2012/world/china_0419/ 에 있다.]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의 축출로 중국에서 모순과 긴장과 적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에서 1949년 위대한 혁명을 통해 건설한 사회주의의 기틀이, 위태로울 정도로 부식되고, 지난 30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온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의해 침식된 것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이 갈등으로 인해 분열되고 있다. 세계은행이 대표하는 제국주의의 은행들, 중국 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자본가와 중간계급으로부터의 압박이 한편에 있다. 다른 한편에는 무수한 노동자 농민들의 커져만 가는 불만이 있다.

덧붙여, 경제의 국유부문이 성장하는 한편, 자본주의적 부분도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자본은 이윤의 축적을 통해서 스스로 확장한다. 그에 반해 국유부문은 의식적인 정책과 경제의 절대적 성장을 통해 확장한다. (중국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 역자) 경제의 성장은, 그 수행이 요구되었던 국유은행과 국유기업들의 임무의 중차대함을 드러내 보여준다.

중국 경제에 대한 주권을 유지하면서 계획을 통해 사회개발을 조절하기 위한 투쟁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적 개발이 초래하는 내적 모순의 성장과 침투하는 세계 금융 자본의 영향력과 충돌하게 됐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고속철도, 차세대 통신, 병원, 보건 센터, 농촌개발 보조 등을 계획하여, 고도로 발달한 동부와 저개발된 서부 사이에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13억 인민을 위한 사회보장체계를 개선하면서, 생태적으로 더 건전한 기술과 다른 전략적인 산업을 도입하고 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부동산 거품,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 점증하는 빈부격차, 소위 민주 개혁 ― 이것은 자본가 계급과 이들을 지지하는 중간계급들이 정치적으로 결사할 수 있는 열린 통로가 될 것이다 ― 을 요구하는 부르주아계급 분자의 아우성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모순과 적대가 성숙하면서, 중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들이 더욱더 긴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충칭 대 광둥

최근, 충칭 모델과 광둥 모델에 대한 논쟁에서 지도부 내의 차이점들이 표면화되었다. 보시라이는 충칭 모델과 동일시되고 있고, 그의 축출 이후 충칭 모델은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충칭은 중국에서, 그리고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체일 것이다. 중국 서부 내륙에 위치한 충칭은 3,3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베이징, 샹하이, 텐진과 함께 중국 중앙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4대 직할시 중 하나이다. 농업지역 인구가 2300만, 도시 인구가 1000만 정도 되지만, 수백만의 농민들은 도시에서 농민공(migrant worker)으로 일한다.

광둥은 중국에서 가장 넓은 성(province)으로서 1억 400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주민의 1/3에 해당하는 3600만이 농민공(migrant worker)이다. 중국 동부 연안, 주장강의 삼각주 지역인 광둥은 시장 개혁과 "개방"으로의 전환 정책으로 최초로 특별 경제 지구가 설립된 곳이다. 제국주의 국가들과 홍콩, 대만, 한국 등의 해외 자본가들이 이 경제 지구에 대규모로 투자하여, 저임금에 기반을 둔 거대한 수출용 제조업 단지를 창출했다.

보시라이가 충칭의 당서기가 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보시라이는 자본주의적 시장과 더불어 경제에 있어서의 국가의 지배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들을 입안했다. 보시라이 집권 동안 충칭 예산의 절반은 보건, 주거문제, 연금, 교육, 기타 공공 서비스에 사용됐다. (“하나 혹은 두가지 중국의 모델?” 유럽 외교 관계 자문단, 아시아 센터, 2011년 11월) 충칭이 최근 이룩한 성장의 87%가량은 국유부문이었다.

충칭 지방정부는 저소득 계층만 입주할 수 있는, 시세보다 40% 싼 임대주택 80만 채의 건설에 착수했다. (《블룸버그 비지니스위크》, 3월 22일자) 이 임대주택은 5년간 거주 후 소유할 수 있지만 시장에 다시 내어놓을 수는 없도록 하고, 게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도심 중앙 고소득층 거주지에 인접하여 지었다.

농촌 지역의 교육, 보건, 주거 문제에 대해 집행한 예산도 3억 위안(4760만 달러)¹⁾에 이른다. 정책적으로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한편, 동시에 새로운 농업 지역을 개발하는 정책을 통해 (지나친 도시집중을 방지하여 ― 역자) 균형을 맞추려 했다. 중국의 호구제(“hukou” system)²⁾에 따르면 한 사람은 도시 호적과 농촌 호적 중 하나만 가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도시 호구자들은 보건이나 교육 같은 복지 서비스에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충칭이 바로 중국 최초로 이러한 형태의 이농 프로그램(rural-to-urban program)을 개발한 도시이다. 그 목표는 바로 천만 농민들에게 도시 거주권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보시라이와 충칭모델", 동아시아연구소, 1권 3편)

‘창홍(唱紅, ‘Red culture’)' vs 더 많은 ‘개방'

보시라이는 정치적으로 스스로 "창홍(“red culture”)"이라고 이름 붙인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홍가부르기 운동이나 문화 대혁명 시기의 오페라 공연 등을 장려하고 조직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상업광고 방송을 중지시키고, 마오주의, 낭독프로그램, 공연으로 이를 대체했다. 스스로 충칭 시민들에게 마오쩌뚱의 발언을 인용하여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마오주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1000명으로 구성된 천인홍가단을 보내기도 했다.

보시라이는 학생들과 공무원들에게 인민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농촌에서 지내는 것을 장려했다.

보시라이는 조직폭력배, 당과 지방정부의 부패한 관리들을 단호하게 단속하였다. 이를 위해 대중들에게 “항의 서한”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

반면, 광둥 모델은 개발의 지배적 동력으로서 자본주의 시장을 강조했다. 1992년 덩샤오핑이 직접 방문해 중국의 외자 "개방"을 선언한 바로 그 도시인 쉔젠은 최초의 특별 경제 지구가 되었다. 특구 지정 이후 이 지역은 자본주의 시장이 국유기업과 국가계획보다 우세한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광둥의 현 당서기 왕양은 2007년 부임하였다. 그는 이전에 충칭시 당서기직에 있었고, 그의 후임이 바로 보시라이였다. 왕양은 자원 배분에 있어서 자본주의 시장의 우월성을 공공연하게 변호하는 자였다. 그는 "작은 정부"를 부르짖었으며(《월스트리트저널》, 3월 14일자), 그의 정책은 더 많은 "개방"과 "개혁"을 위한 것들이었다.

광둥 지역에서는 수많은 노동자 파업과 폭동이 있어왔다. 지난해에는 5월 광저우 근방에서 혼다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2011년 한 해에만 주장강 유역에서 200건이 넘는 파업이 발생했다. (《이코노미스트》, 2011년 11월 26일자)

왕양은 민주주의를 설교했지만, 그의 민주주의의 계급적 지향은 지난 9월 그가 재가한 두단시에서의 실험적인 지방 선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바와 같이, 타지역 출신의 60,000여명의 착취받는 노동자들은 배제된 채, 7000명도 안 되는 지역 거주자들만이 투표권을 가질 수 있었다.

‘붉은 GDP’

보시라이가 축출되기 전에, 보시라이와 왕양은 모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아홉 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 후보였다. 이 둘 사이에는 공공연한 투쟁이 벌어졌다. 보시라이는 "붉은 GDP"라는 것을 주창했는데, 이는 경제개발은 곧 인민대중의 안녕에 복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들의 차이점은 소위 "케익 자르기"라는 비유로 은유적으로 표현된 유명한 논쟁을 통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케익"은 바로 국가의 총체적인 재화 및 서비스 생산량을 뜻하는 GDP를 의미한다.

지난해 7월 10일 보시라이는 "케익을 잘 자르는 것"이 "케익을 크게 굽는 것" 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날 왕양은 "케익을 더욱 크게 굽기 위해서, 우리는 경제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다른 말로 하면, 생산과 이윤이 불평등 극복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보시라이와 왕양: 중국의 차기 지도자?” 제프리 헤이즈, factsanddetails.com, 2012년 3월)

중국의 정치적 좌파들은 보시라이의 이상에 결집했고, 그가 상무위원이 되는 것에 큰 희망을 품었다. 보시라이가 축출된 결과 많은 좌파 웹사이트들이 한 달째 닫혀 있다. 이 투쟁 관계가 비밀에 휩싸여 있어서, 외부에서는 물론이고 중국 내에서도 대중들이나 혁명가들이나 진보세력들이 명확한 상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허나 이것만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충칭 모델을 선호하는 보시라이 세력들은 중국에서 자본주의의 더 이상의 침식을 저지하고, 가능하다면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왕양과 광둥 모델 지지세력은 자본주의의 길을 넓히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에 맞서는 중앙파와 우파의 연합

현재의 투쟁의 최우선 과제는 우파와 반혁명세력을 다시 밀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보시라이에 반대하며 결속하면서, 당의 중앙파는 우파와 연합을 이루고 있다. 중앙파는 마오주의의 부활과 좌익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 사태가 대중의 불만과 결합하여 단지 불평등에 저항하는 경제적 투쟁이 아니라, 자본주의로의 길에 대한 정치적 투쟁으로 번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중국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항의집회, 파업, 폭동 등 180,000건의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우익은 반혁명 세력이고, 그들은 자본가 계급이 권력을 잡을 때까지 끝까지 가기를 원한다.

실제로 충칭 모델은, 물론 자유시장 자본주의나 광둥 모델이라는 정치적 반동보다는 낫긴 하지만, 기껏해야 격차 완화의 방법일 뿐이다. 그것은 여전히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주요 힘으로 삼고 있으며, 자본은 이윤의 축적을 통해서 성장한다. 게다가 《포츈지》의 500대 세계 기업 중 93개가 충칭에서 가동되고 있다.

마오주의 문화를 부활시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을 위한 한 걸음일 뿐이다. 양극화에 맞서는 것도 역시 올바른 방향을 위한 한 걸음이다. 하지만 진정한 핵심은 바로 마오쩌뚱이 대변하고 지도했던 노동자의 투쟁 정신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문화 대혁명 모델

보시라이가 축출되기 이전에도, 원자바오 총리는 보시라이를 공격하고 "문화 대혁명의 공포"를 경고한 바가 있다. 대체 뭐가 "공포"란 말인가? 문화 대혁명의 정수는 바로, 빠리 꼬뮨의 정신과 같이, 노동자들 스스로가 사회주의 사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동원하고 권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특권 관료들을 편안한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프롤레타리아트의 직접적인 권한 하에서 혁명적 독재를 확립하는 것이 문화 대혁명의 목표였다. 물론 그 시기에 과도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도함이 실제 일어났던 일의 핵심은 아니었다. 그 핵심은 바로, 맑스가 빠리 꼬뮤나르드들의 목표로서 언급했었던 "천국에 폭풍을 일으키는" 시도였다. 바로 중국 노동자 계급이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움켜쥐고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었다. 문혁에 대한 어떠한 중상도 그 사실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잠깐 동안이라도 그러한 사태의 전개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과 맑스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중국인들은 틀림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있을 것이다. 어느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 어떻게 노동자 농민들이 한때 누렸던 사회주의 모델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덩샤오핑과 그의 정치적 후계자들은,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 자본주의 시장과 자본주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소위 "시장 사회주의"라는 그들의 프로그램을 정당화했다. 그 주장의 타당성은 우선 제쳐두고, 사실을 보자면 중국은 엄청나게 발전을 했다. 현재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노동자 계급의 숫자는 3천만에서 4억 5천만 이상으로 늘어났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제국주의와 경쟁하고 있다.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정당화는 중국 경제의 발전에 의해서 그 설득력이 약화되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이해는 발전에 필요한 반대급부로써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지금 주어진 과제는 바로 되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중국을 다시 사회주의의 길로 돌려놓을 모델을 찾는다면, 바로 문화 대혁명이라는 영광스러운 길이 있다. 굳이 같은 이름을 빌리거나, 원래의 것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있는 혁명의 정수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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