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4.11총선의 결과 새누리당이 승리하였고 그 결과 한-미 FTA,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한국사회의 많은 쟁점들은 해결의 전망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한-미 FTA 폐기를 내세우고 대중에게 표를 호소했던 민주통합당은 지금은 한-미 FTA를 거의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한편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통합한 통합진보당은 총선에서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었으나 총선 직후 내분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정치현실은 대중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낡은 정치질서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질서와 새로운 운동에 대한 요구를 낳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현실은 이러한 낡은 질서를 극복하기에는 미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운동에서는 여전히 개량주의, 실리주의가 지배적이며 그를 대체할 새로운 전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통합진보당을 비판하는 세력들조차 제 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제기하고 있지만 변혁의 전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운동은 좀처럼 재건될 전망을 찾고 있지 못한데 가장 큰 원인은 쏘련 붕괴 후 무너진 사상을 재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뜨로츠키주의라는 사조가 사회주의운동의 상당수를 감싸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을 재건하고 사회주의운동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사상의 건설과 현실적 전술적 실천을 통일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의 전술적 실천은 전략이라는 튼튼한 토대가 없이는 힘있게 뻗어나갈 수 없다.

바로 이 점에서 한국사회에서 NL파의 문제에 대한 입장의 정립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의 운동에 지배적인 NL파의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NL파의 현실적 실천이 한국의 운동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노동자계급은 NL파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노동자계급의 변혁전략에서 NL파는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가 등이 정리되어야 할 시점이다. 즉, 현실의 정세적 실천과 노동자계급의 변혁전략이라는 이중의 측면에서 NL파에 대한 입장의 정립이 요구되는 때가 온 것이다.

2. 한국사회에서 NL파의 현재의 모습들

NL파가 한국사회에 최초의 모습을 보인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한국사회의 성격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맑스-레닌주의가 복원되는 가운데 미제국주의의 문제, 한국에서 반제투쟁의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NL노선이 출현했던 것이다. NL노선은 반미, 반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금기를 깨뜨린 것이었고 이후 하나의 혁명노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NL노선은 한국사회의 성격을 미제의 식민지라고 규정하는 편향에 기초한 것이었는데 이들은 한국자본주의의 발전과 예속성의 문제를 통일적으로 바라보는 데 실패한 상태에서 예속성의 문제만 강조하고 실천적으로는 민족감정에 호소하는 운동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이리하여 한국의 국가권력의 성격을 미제의 괴뢰라 판단하는데 이는 한국의 국가권력이 예속적 독점자본의 권력이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었다.

이들 NL파는 8,90년대에 한국사회의 성격을 식민지반봉건 사회라 규정했는데 이후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을 일정하게 수용하여 식민지 반자본주의론을 편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자본주의의 제국주의로부터의 상대적 독립성이라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편다. 이러한 논지는 한국의 지배계급인 독점자본들이 미제국주의에 예속되어 있는 예속자본가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자본주의는 제국주의 자본의 운동이 전일적인 것이 아니라 이들 예속적 독점자본들의 운동이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들의 논리는 2012년 현재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들이 이렇게 현실의 발전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잘못된 이론을 고수하는 것은 일정한 토대가 있기 때문인데 즉, 한국사회의 분단현실, 미제국주의가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현실이 이들 노선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NL파가 생각하기에 주요모순을 형성하는 제국주의문제가 전혀 해결된 적이 없고 한국사회의 민족적 과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노선의 변경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이론을 고집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즉, 한국자본주의 발전이라는 현실, 그를 반영한 한국에서 계급대립구도의 변화라는 현실은 이들에게서 일정한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었다. 한국자본주의의 발전과 계급대립구도의 변화의 극적인 모습은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이었다. 과거 중소자본가를 대변했던 자유주의세력이 집권세력이 된 것이다. 자유주의 세력을 민족자본가로 파악하는 NL파에게 있어서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은 민족문제의 해결에서 새로운 경지가 열린 것으로 파악된 것이었고 이는 6.15선언에 대한 NL파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를 전후하여 NL파는 자유주의세력과의 협조노선을 더욱 강화하는 길로 나아간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집권은 한국사회에서 민주역량의 증대를 표현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민중한계의 표상인데 이들 김대중, 노무현 세력은 집권을 통하여 과거의 중소자본가의 대변자에서 독점자본가 계급의 좌익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집권 하에서 독점자본들은 고도의 축적을 하였으며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면서 많은 노동열사가 산화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NL파가 자유주의세력과 협조노선을 강화한 것은 이러한 한국자본주의의 현실, 계급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NL파의 노선은 전반적으로 개량주의화 되는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6.15선언은 분명히 민족 간 대립을 약화시키고 미제국주의의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이었고 민족문제의 해결에서 일정한 전진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중이 6.15를 천명한 것은 그가 미제국주의에 반대하여서가 아니며 오히려 6.15선언은 한국자본가계급의 자신감의 발로였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즉, 쏘련 붕괴, 중국의 자본주의화로 인하여 세계적 역관계에서 우위에 선 미제국주의, 그리고 한국 자본가계급이 이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NL파는 6.15선언이 갖는 이러한 모순적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6.15선언을 계기로 내적으로는 개량주의의 길, 그리고 외적으로는 자유주의세력과의 협조노선을 전면화하는 길을 걸은 것이다. 이러한 NL파의 모습은 그들이 김대중, 노무현 집권의 계급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고 그들의 전략상의 오류가 그러한 모습을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결성되고 4.11 총선이 끝나고 나서 통합진보당의 내분에서 드러나고 있는 NL파의 모습은 이들의 노선의 연장선 상에서 불가피했던 것이다. 물론, 극우세력들이 NL노선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주체사상을 포기했느냐’고 압박을 가하고 또 통합진보당의 노선 자체를 비트는 것은 극우적 매카시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극우세력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로 대표되는 NL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NL파의 현재의 의미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이들의 진보성이 꺾이는 것은 방어하고 옹호하되 이들의 개량주의 노선, 그리고 잘못된 변혁론을 비판하는 것, 나아가 한국사회 변혁에서 NL파가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고 또 노동자계급은 이들에게 어떠한 위상을 부여해야 하는가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3. NL파의 개량주의화의 원인

이렇게 통합진보당의 내분에서 드러나는 NL파의 난맥상의 근본원인은 그들의 개량주의화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운동진영에서 비판받아왔던 패권주의 등도 이러한 개량주의화의 결과였던 것이다. 잘못된 변혁론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개량주의의 길을 걸어갈 때 그 흐름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조직적 패권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노선을 자기비판하는 길이 아니라 오류의 심화의 길로 줄곧 걸어온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개량주의화된 원인을 근본적으로 살펴보자. NL파의 노선은 태생 자체가 노동자계급의 변혁론이 아니었다. 80년대의 이들의 반제자주화투쟁은 민족감정에 근거한 것이었고 그에 따라 예속성과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의 현실을 변혁론으로 통일시킬 수 없었다. 이들은 식민지와 신식민지의 차이를 무시하고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발생하는 노동자계급의 성장에 기반한 변혁론을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에 대한 분석, 그로부터 도출되는 노동자계급의 성장과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를 이들은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NL노선은 한국사회에서 몰락하는 소부르주아지의 급진성을 대변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8,90년대에 변혁세력이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반제국주의를 위해 몸을 던졌고 주요한 반미역량으로 역할해 왔다.

그러나 한국자본주의가 90년대, 2000년대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소부르주아 계급은 분화의 길을 걸었다. 소부르주아지의 다수는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몰락의 길을 걸었지만 소부르주아 상층은 한국자본주의의 성장의 단물을 빨아먹으면서 부르주아지로의 상승을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현실이 NL파의 개량주의화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현실이 미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흐름의 상당수를 개량주의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NL파의 다수는 여전히 미제국주의에 반대하지만 이들의 반제국주의 투쟁은 변혁성을 점차로 상실하고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에 있어서도 타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에 따라 미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에서 여전히 혁명성을 견지하는 세력은 노동자계급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제국주의의 한국에 대한 신식민지 지배의 고도화에 따라 노동자계급은 가장 고통받고 무너져 왔기 때문이다. 미제국주의가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에 따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으로 부딪히고 있고 분단체제로 인해 강요되는 반동적 질서에 의해 노동자계급이 가장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은 여전히 미제국주의의 혁명적 축출에 이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계급적 성격에 있어서 NL파의 개량주의화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NL파가 개량주의화 된 원인의 또 하나는 그들의 전략상의 오류, 변혁론에서의 오류이다. NL파는 여전히 미제를 주적이라 파악하고 있고 한국사회를 식민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한 계급대립의 변화를 변혁론에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8,90년대와 2000년대 지금은 한국사회의 계급대립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 즉, 중소자본가가 독점자본들에 대부분 하청계열화 되었고 또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세력이 집권을 통해 독점자본가의 좌익으로 변신하였다. 이러한 계급대립구도의 변화는 전략상에서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NL파는 미제축출을 지상과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급대립구도의 변화가 전략상의 변화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즉, 김대중, 노무현 집권의 의미를 전략의 변화를 강제하는 것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전술상의 변화로만 파악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NL파는 자유주의 세력과 협조하는 길을 걸었고 이를 위해 그리고 반제역량의 강화를 위해 개량주의화를 전술의 변화로 파악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NL파의 노선은 현상적으로 그들이 운동진영의 다수파를 차지하게 했지만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변혁성의 강화를 놓치게 되었던 것이다. 변혁전략에서 동맹의 획득은 노동자계급 자신이 명확한 변혁전략을 가질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노동자계급의 변혁성을 약화시키면서 자유주의세력과 협조노선을 걸어갔던 것이 2000년대 NL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NL파가 노동자계급의 변혁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결성과정에서 노동운동 내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지구에서 전패하여 노동자대표성이 크게 약화된 것 등에서 확인된다.

4. 전략상의 차원에서 NL파의 의미

NL파는 현재 단일한 색조가 아니다. NL파 내에서도 일정한 분화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 회자되는 경기동부연합은 그동안 NL 내에서 주도력을 행사했으나 NL 내에서조차 이들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이러한 NL파의 분화는 불가피한 것인데 이들의 분화는 소부르주아지 내에서 계급분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NL파가 운동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외적 요인으로 국가보안법과 분단체제로 인해 강요되는 반공이데올로기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 특히 사회주의운동의 전면적 진출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한국의 정치지형 때문이다. 이것이 민족문제와 개량주의를 내세우는 NL노선이 운동에서 다수파의 위치를 차지하는 한 조건이 된 것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노동자계급이 변혁적 사상과 변혁적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주체적 조건을 들 수 있다. 사회주의 사상의 대중적 권위가 크게 무너져 있는 상태이고 또 그나마 존재하는 사회주의 세력도 과학적인 변혁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객관적, 주체적 조건들이 복합되어 소부르주아적인 NL노선이 여전히 운동진영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NL파는 노동자계급의 변혁전략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가? NL파는 노동자계급의 변혁성을 담보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즉, 개량주의노선을 걷고 있지만 동시에 주요한 반제역량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유럽에서의 개량주의와 한국에서 NL로 대표되는 개량주의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유럽에서 사민주의는 집권의 경험이 있고 또 유러꼬뮤니즘 정당들은 체제에 포섭되어 있고 유럽에서의 개량주의는 자본가계급의 물질적 양보라는 물적 토대를 갖고 있어서 상당히 공고한 세력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NL로 대표되는 개량주의는 한편으로 계급타협, 계급협조의 자세를 취하지만 동시에 반제국주의의 입장을 취한다. 또한 한국에서 개량주의는 자본가계급의 물질적 양보라는 물적 토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한국의 변혁세력, 노동자계급의 NL파에 대한 태도는 중층적이어야 한다. 한국의 당면 변혁의 성격은 민족민주적 과제를 포함하는 사회주의 변혁이다. 이러한 변혁의 성격의 의미는 민족적 과제, 미제국주의 축출없이는 사회주의 변혁이 불가능하다는 한 측면과 동시에 미제국주의 축출을 위해서는 사회주의 변혁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80년대의 반제국주의는 부르주아적 틀 내의 변혁이라 할 수 있는 민족민주변혁의 일환이었지만 현재는 반제국주의가 사회주의 변혁과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기초로 NL파의 전략상의 의미가 고찰되어야 한다. NL파는 현재 운동진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의 개량주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진보역량이라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NL은 주요한 반제국주의 역량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은 NL진영이 사회주의 변혁의 대오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노동자계급은 NL파를 사회주의 변혁의 주요 동맹군으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NL파가 사회주의 변혁의 동맹군으로 설정되는 이유는 그들의 개량주의성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반제역량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전술차원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성격에 대한 분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한국사회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로서 미제국주의에 예속을 전제로 자본주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NL을 사회주의변혁의 동맹군으로 설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 점은 중요한데 한국사회는 미제국주의의 신식민지로서 정치적, 군사적 예속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있다. 특히 여기서 경제적 예속이라는 사실이 중요한데 미제국주의에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있기 때문에서 경제에서의 혁명, 즉,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서는 미제국주의를 전면적으로 축출하는 것이 필요하고 거꾸로 미제축출을 위해서는 경제에서의 혁명,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NL진영의 다수대중이 사회주의 변혁에 합류할 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변혁세력은 NL파의 개량주의성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민족적 과제가 사회주의 변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견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향후 NL파는 분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철저히 반제를 견지하는 세력은 변혁세력과 노동자계급의 사회주의의 길에 합류하게 될 것이고 반제를 약화시키고 개량주의의 길을 강화하는 세력은 민주대연합노선의 길에서 자유주의세력과 합류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NL노선은 분단체제가 청산되지 않는 이상 존재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동맹세력으로서 견인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상은 전략적 차원에서 NL파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차원의 논의는 현실 정세와 연관된 전술적 차원의 논의에 의하여 보충되어야 한다.

5. 통일전선에서 NL파의 의미

현재 NL파의 다수는 민주대연합노선을 걷고 있다. 이는 명백한 계급협조노선으로서 노동자계급의 대오, 변혁의 대오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민주대연합 노선의 강화는 현실적으로 진보민중진영을 분열시키고 노동운동을 분열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계급적 비판이 필요하며 사회주의 변혁전략을 가진 대안적인 세력이 출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대안적인 세력은 변혁적인 노동자계급의 정당을 건설하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 즉, NL파와 노동자계급의 변혁세력은 당적 차원에서, 당적 질서의 차원에서 함께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NL파가 개량주의성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반제역량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일정한 진보역량이라는 점에서 정세적 실천에서, 전술적 차원에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전술적 차원에서 함께 하는 것은 개개의 투쟁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 차원의 결합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통일전선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 ‘민중의 힘’이 결성되어 있고 여기에는 노동자계급의 좌파세력만이 아니라 다수 NL파가 참여하고 있고 변혁적 대오와 개량주의 대오가 동거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단결은 중요한데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 진보민중진영의 단결이라는 점에서 정세에의 기여, 투쟁의 전진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통일전선은 그 본질이 사회민주당의 계급협조노선을 비판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대단결을 이루어 계급투쟁전선을 강화하자는 것이고 이것이 레닌이 제창했던 노동자통일전선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민중의 힘’에서 변혁세력과 개량주의 대오가 함께 하는 것은 긍정될 수 있고 진보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통일전선은 당면 변혁이 민족민주적 과제를 포함하는 사회주의 변혁이라는 점에서 중층적이다. 먼저 1%에 맞서는 99%의 연합을 모토로 하는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대중적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요구되는 통일전선은 반자본주의 전선만이 아니다. 현재 ‘민중의 힘’은 반신자유주의, 반제는 표명하고 있지만 반자본주의는 표명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민중의 힘’이 반자본주의를 표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의 진보적 성격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좌파는 ‘민중의 힘’이 의미가 없고 깨야 한다고까지 말하지만 그것은 좌편향이다. 현재 변혁적 대오와 개량주의 대오의 동거는 상당기간 불가피하며 그 자체로 운동의 강화에 기여한다. 나아가 한국에서 개량주의가 주요한 반제역량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동거는 더욱더 필요하다.

따라서 근본적 변혁 노선의 차원에서, 당적 차원에서 NL파의 개량주의성을 비판하되 현실적 투쟁에서, 통일전선의 차원에서 NL파와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운동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6. 결론

NL파가 운동에서 다수를 차지한 것은 오래된 역사이다. 80년대 한국에서 맑스-레닌주의가 부활하고 사회주의운동이 부활한 이후 NL파는 거의 전 역사에 걸쳐 다수파의 지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었다. NL파의 다수파적 지위는 노동자계급의 변혁역량의 취약성의 반영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향후에도 NL파는 운동진영에서 다수파의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NL파가 변혁성을 강화하고 노선의 교정을 수행한다면 상당한 세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이 민주대연합노선을 강화하여 노동자계급의 변혁성을 놓친다면 NL파의 다수파적 지위는 서서히 상실될 수 있다. 개량주의와 반제국주의가 혼합되어 있는 NL파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의 반영이다. 한편으로 한국자본주의 발전의 모습에 이끌려 들어가서 개량주의의 모습을 취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제에 예속된 한국사회의 처지를 반영하여 반제국주의를 취하는 모순적 노선이 NL노선인 것이다. 이러한 NL노선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한국사회에서 운동의 자생적 발전의 최대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쏘련 붕괴의 상처를 딛고 한국사회에서 맑스-레닌주의 운동이 다시 발전하기 시작하면 NL노선은 얼마든지 극복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운동의 자생적 발전을 넘어서는 사회주의적 전망에 입각한 노선, 과학적 전술을 구사하는 노선, 튼튼한 전략에 기반하는 변혁적 흐름의 구축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