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다. 항상 용역인지 경찰인지 알 수 없는 검은 제복의 그들은 새벽에 아무런 대치상황이 없는 그 공장안쪽에서 그들의 방어막인 작은 축구 골대 같기도 한 그것을 앞에 두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들고 있는 봉을 바닥에 ‘탁 탁’치며 그렇게 목청껏 비명을 질러댔다. 아침부터 시작된 간헐적인 전투에 몸과 마음도 피곤할 그 공장 안의 파업대오는 그 소리에 잠을 설칠 것은 뻔한 일이고, 이 새벽에 검은 화면 속의 검은 제복 입은 그들의 비명소리에 공장 안의 사람들의 걱정으로 인해 공장 밖의 사람들도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시 해가 떠오르고 생중계화면 속에서 ‘오 필승 코리아’라는 노래가 불편하게 흘러나온다. 이 날 조합원 부인이 사측의 협박과 회유에 지쳐 죽음을 맞이한 날이라, 공장 안의 사람들은 제발 오늘만큼은 그 어울리지 않는 노래와 같은 사측의 도발을 자제해달라고 부탁까지 하였으나, 그들은 전혀 미동도 없으며 그 노래는 스피커를 찢고 나올 기세다. 정문 한켠에는 연두색의 무리들이 가끔은 그들에게만 강하게 닫혀있는 그 문을 흔들며 절규하고 때로는 정문 밖의 촛불문화제에서 눈물을 쏟으며 하소연을 하고 삼보일배로 정리해고 철회를 온 몸으로 외친다. 77일 옥쇄파업 투쟁 쌍용자동차지부 가족대책위원회 그들이다. (쌍용차지부는 극도로 긴장감이 높아가던 옥쇄 파업 전, 4월 25일 오전 평택 남부 문예회관 소강당에서 ‘쌍용차 가족 설명회’를 개최했다. 가족들이 제대로 상황을 알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으며 이때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당시의 영상을 보았다. 이후 지부에서는 가족들이 투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며 5월 8일 사측의 정리해고 신청 이후 5월 9일 쌍차지부 사무실에서 가족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쌍용자동차는 1954년 서울 마포구에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설립되어 버스를 생산하여 법인 전환 및 업무 제휴, 상호변경을 통하여 1979년 현재의 평택공장을 준공하였다. 이후 IMF위기를 맞아 대우그룹에 인수되었다가 2000년 4월에 대우그룹의 자금난과 그룹해체에 따라 대우그룹에서 분리되었다. 이후 2002년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2005년 1월에 인수의향서가 나온 7~8개 업체 중 상하이차에 쌍용자동자를 약 5900억원에 매각하게 되었다. 이후 상하이차가 인수한 첫해인 2005년은 신차도 출시되고 매출도 증가되어 2002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적자를 냈으며 2007년 한 해만 흑자를 기록하고 계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상하이차는 인수비용 5,909억원 중 1,200억 원 제외하고는 국내자본으로 조달하였고, 그 중 4,200억 원은 쌍용자동차의 자금으로 상환하고 나머지는 부채로 안게 되어 실제 인수 비용은 1,200억 원을 투입했다. 쌍용자동차는 다국적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신모델 개발과 생산설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 헐값에 매각되고 만 것이다. 중국의 당시 시장 상황과 생산 능력의 향상 속도를 보면 상하이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저의는 분명했다. 무엇보다도 중국시장에서 성장가능성(SUV시장 점유율 : 2003년 10%->2007년 25% 예측)이 컸던 SUV핵심 기술을 보유한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또한 쌍용자동차는 필요한 기술에 비해 회사의 규모가 작아 큰 부담이 안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새로운 자동차를 만드는 데 2~3000억 정도가 드는데, 1,200억원의 재정으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차는 엄청난 이익을 챙긴 것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 인수 전에 10억불 이상의 투자계획을 밝혔고, 2004년 10월에는 노·사·상하이차 3자 합의서에 고용승계 및 보장, 장기발전 및 투자, 경영의 자율성과 브랜드 유지에 관한 사항, 합의내용 이행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으며, 2005년 5월 17일 상하이집단공사 천홍 총재와 직접 협상을 통해 당해 연도 4,000억 원 투자, 평택공장 30만 대 생산설비 증설 및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단계별로 추진한다고 합의했으나 이것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약속된 투자보다는 S-100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가운데 계속되는 경영위기 상황을 비정규직의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 등으로 끌어왔다. 2008년 세계 경제공황으로 매출이 부진해지자 노동조합의 양보를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복지를 축소하는 등 자신들이 저지른 문제를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였다. 계속된 휴지조각 합의서의 남발, 쌍용자동차를 중심으로 경영하기보다는 평택공장을 하청기지화 하려는 상하이차의 의도에 춤춰야 하는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양보만을 요구하였다. 협조적인 노동조합 집행부였던 정일권 집행부와 회사는 2008년 10월 27일 전환배치에 합의하고 이 합의로 비정규직 347명이 강제 휴직에 들어가게 됐으며 며칠 뒤 비정규직 희망퇴직을 재협의하여 합의에 이르게 된다. 2008년 10월 27일 정일권 집행부는 사측과 전환배치 합의를 하여 비정규직 347명이 강제휴직을 당하게 되고 후에 희망퇴직까지 강요받게 된다. 이어 회사는 2008년 12월 1일부터 복지 전면 중단, 12월 17일부터 1월 4일까지 강제적 휴업을 통보하였다. 사측의 일방적인 선전포고 가운데 노동조합 2대 지부장 선거가 치러졌다. 민주세력의 연합집행부 후보인 한상균 집행부는 12월 5일 2차 투표 끝에 조합원들의 예측과 달리 52.2%의 지지율로 당선된다.

쌍용자동차는 1월 8일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날 이사회에서는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했다. 약1개월 내에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여기서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리면 해당 기업은 파산 절차를 밟게 되고 만약 법정관리를 받아들이면 회생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이에 쌍차지부는 1월 12일 한상균 지부장 명의로 ‘상하이 먹튀 자본의 책임 끝까지 묻겠습니다. 정부는 책임지고 생존권을 보장해야 합니다.’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이날 쟁위 행위 찬반투표 개표 결과로 쟁위 행위는 가결되었다. 쌍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지부는 대의원선거를 치르고 조합원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발빠르게 쟁대위 속보 또한 발행하였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2월 6일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쌍용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가 시작되었다. 법원은 이날 쌍용자동차 법정 관리인으로 이유일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박영태 쌍용자동차 기획, 재무 담당 상무를 공동 임명하고 쌍차 재무 상태에 대한 실사를 벌일 조사위원으로는 삼일회계법인을 선임했다. 2월4일부터 진행된 쌍차 지부와 사측의 노사협의는 3월 2일 7차 특별 단체교섭까지 열렸지만 사측은 6차 교섭에서의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급여시스템 전환 비용 문제와 기간 문제를 재거론했다. 이에 지부는 모든 비용은 노동조합에서 지불하겠다고 제안하고 사측이 안을 제시하면 계속 대화할 뜻임을 밝혔으나 사측은 야간조 휴업을 고집하면서 더 이상의 안은 없다고 선언했다. 결국 3월 3일 지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방적 휴업 강행은 애초부터 시간 벌기용 교섭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하고 “일방적 휴업 강행은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이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초부터 삼일회계법인은 쌍차에 대한 실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이 같은 상황에서 박영태 법정관리인은 “채권단은 쌍용차를 청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라는 소리를 흘렸다. 쌍차 지부는 박영태 관리인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을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기술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정소송을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쌍차 사측은 4월 8일 결국 전 직원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2006년에 쌍용자동차는 정규직 420명을 라인별로 재배치했고 그와 함께 비정규직 500여명이 희망퇴직과 휴직으로 구조조정됐다. 쌍용자동차에 상하이차가 들어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마다 소리 없이 감원되었다. 결국 2005년 쌍용자동차에 1,700여 명에 달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2008년에는 640여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2008년 10월 22일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되었다. 이 때 2008년 10월 27일 그 때 당시의 쌍차 지부 정일권 집행부는 사측과 전환배치에 합의했고 이 합의는 결국 정규직의 전환배치를 합의해주고 정규직이 투입되는 곳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강제 휴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2008년 11월 5일 비정규직 347명이 강제 휴직에 들어가게 되고 불과 8일 만인 11월 4일 쌍용자동차 사측과 정일권 집행부는 비정규직 희망퇴직을 재협의해 합의하기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협 속에 놓여 있던 당시 쌍차 지부는 2기 임원 선거를 치르고 있었다.) 64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300여명이 희망퇴직 했고 40여명이 강제휴업 신세였으며 나머지 300여 명의 식당, 청소, 경비 노동자들도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다. 이후 2009년 2월 27일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국장은 삭발을 했다.

4월 8일 사측의 구조조정 안이 발표된 같은 시각, 쌍차 조합원 3,000여명은 평택공장 정문에서 ‘함께 살자! 총 고용사수! 구조조정 분쇄!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정리해고 발표 하루 뒤인 4월 9일 쌍차 지부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속개하고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즉각 옥쇄파업에 돌입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지부는 단계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 가겠다는 방침이었다. 4월 13일 2009년 임금교섭 및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실시되었고 전체 조합원 97.55%투표율에 86.13% 찬성률로 총파업 투쟁은 압도적으로 결의되었다. 그러나 사측은 조합원들의 투쟁의지에 상관없이 관리직을 대상으로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하였다. 5월 초 사측이 노동부에 정리해고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부는 4월 말,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조합원 교육에 들어갔다. 또 이어 5월 4일과 6일 양일간에 걸쳐 오전, 오후로 나눠 2시간씩 파업을 벌이고 전 조합원 교육 일정을 발표했다. 한편 그동안 사측은 쌍차 지부의 단체교섭 요구를 기피해왔다. 이에 쌍차 지부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두 차례에 걸쳐 중재신청을 한 바 있다. 이에 중노위에서는 노사 현안문제를 논의하는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하라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중노위는 5월 4일 ‘조정중지’를 결정한 바 있다. 정리해고 신고는 곧 임박한 현실로 되었고 사측은 조합원들의 저항을 예상하고 주․야 맞교대로 근무형태를 변경했다. 쌍차 지부는 이는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하고 야간조 파업을 쟁의대책위 지침 1호로 내렸다. 그러나 사측은 결국 어버이날인 5월 8일 노동부에 2,646명 중 대리, 부장 등 관리직 희망퇴직 인원을 뺀 2,405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고 생산직, 사원급 사무직에 대해서도 5월 1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 밝혔다. 사측은 희망퇴직을 ‘조직’하기 위해 이른바 정리해고 명단을 흘리기 시작했고 5월 14~15일을 경유하면서 희망퇴직자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13일 쌍차 지부 김을래 부지부장, 정비지회 김봉민 부지회장, 비정규직지회 서맹섭 부지회장 임원 세 명이 굴뚝 농성을 시작했고 연일 조합원들은 곳곳에서 집회를 가졌으며 조합원들의 분노는 높아가고 있었다. 사측은 기간을 연장해가면서 끊임없이 희망퇴직을 권유하였고 마침내 쌍용자동차 지부는 5월 22일부로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5월 21일 집행부는 전면총파업을 선언하고 다음날 옥쇄파업에 돌입하였고 지부 조사에 따르면 창원 160명, 정비 200명, 조립3팀 107명, 4팀 120명, 도장 102명, 조립1팀과 지원관리 합하여 120명, 연구소 60명, 프레스 차공구 등 150명, 비정규지회 19명 등이었다.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 마감일을 5월 18일에서 25일로 연기하면서 파업대오 내부를 흔들었고 5월 31일 오전 중앙노동위원회와 경인지방 노동청, 평택시 등에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신고했으며 6월 2일 정리해고자 1,056명에게 해고 통지서를 우편 발송하였다. 이에 지부는 6월 2일 쟁대위 투쟁지침 6호를 통해 [*정리해고 통보를 단호히 거부하고 투쟁대오를 사수하라. *해고통지서가 집으로 도착하면 우편물 수취를 거부한다. 만약 다른 경로를 통해 접수 시 통지서를 지도부로 제출하라. 통지서는 6월 6일까지 취합하여 집단적으로 소각할 것이다. *조합원에 대한 손배 가압류, 고소고발, 징계해고 등에 대한 협박은 사측이 투쟁대오를 파괴하기 위한 분열책동임을 명심하고, 투쟁의 대오를 굳건히 유지하라.] 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후 공장안에서는 파업체계를 갖춰 시기별로 파업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6월 15일 사측이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해 옴에 따라 18일 오후 2시에 한상균 지부장과 박영태 공동 관리인이 노사대표로 참여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으며 그러나 이 와중에도 사측은 진입작전을 멈추지 않았고 끝내 6월22일에는 점거파업 중인 노조간부 191명을 상대로 5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한상균 지부장 등 노조간부 9명의 임금을 가압류하였다. 6월 26일 오전 11시 사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희망퇴직과 분사’안을 일방적으로 제출하였다. 내용인즉 정리해고자 976명에 대해 분사 270명, 영업전직 50명, 희망퇴직 450명, 우선재고용 100명, 2012년 말까지 무급휴직 100명 등이었다. 이에 노조가 사측 안을 거절하자마자 정부는 경찰병력 6개 중대 600여 명을 동원해 공장을 포위하고 용역깡패와 사측직원들이 공장에 난입하여 26일 저녁 본관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6월 30일 저녁부터는 경찰은 평택공장을 전면 봉쇄했다. 여기에 편승해 사측은 7월 1일 펌프 모터를 파괴하여 공장에 물 공급을 차단해 지부가 나서 긴급 복구를 하기도 했다. 7월 11일 사측은 경찰과 함께 공장에 진입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으며 대오를 압박하기 위해 단수와 가스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급기야 응급환자 치료도 막기 시작했다.

7월 20일 오전 9시경 경기도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권력 전진 배치’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본격적 침탈을 감행했다. 24개 중대와 굴삭기, 크레인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동원해 침탈해 들어왔고 정문과 본관을 중심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 날 12시경 지부 이재진 정책부장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측과 용역깡패들은 밤새워 선무방송과 노래를 틀었다. 파업대오에 대한 비인권적인 행동과 침탈은 교섭이 결렬된 이후에도 계속됐고 8월 4일 오전부터 진압을 위한 준비를 했다. 8월 5일 새벽 4시 30분경 병력이 증강되고 살수차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조립3, 4팀 옥상이 특공대에게 넘어갔다는 소식이 무전을 통해 알려졌고 퇴각 명령이 내려졌다. 자재하치장에서 난 불이 도장1공장으로 옮겨 붙을 것을 우려하여 도장1공장 전체의 퇴각을 명령했다. 전투가 벌어진 5일 저녁 회의를 통해 8월 6일 지부는 사측에 대화를 요청했다. 6일 오후 3시 30분경 조합원들은 52(희망퇴직):48(무급휴직)합의안을 가결시켰고 8시 조인식을 했다. 2일까지 남아있던 대오 약640명을 대상으로 자발적 선택에 따라 무급휴직, 영업직 전직, 분사,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고 그 비율은 무급휴직· 영업직 48%, 희망퇴직· 분사 52%를 기준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2011년 장맛비가 쏟아지는 무대에서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비를 뚫고 굵고 강한 목소리로 발언을 하기 시작한다.

“비정규직이 우리의 방패막이가 될 줄 알았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10년 20년 만근했던 나는 짜르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했던 우리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쫓겨났습니다.

우리는 싸웠습니다. 겁도 났지만, 가족들이 힘들어 했지만, 주변 분들이 걱정도 했지만 우리는 싸웠습니다.

갑자기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슬퍼했지만 내 마음 속엔 그냥 죽음이 생경했습니다. 또 누군가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람이 나약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마음 먹었습니다. 이번엔 가족이 죽었습니다. 어! 뭐지? 왜 자꾸 죽지?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해고하지 말라고 우리는 울부짖었습니다. 우리는 죽을 만큼 싸웠습니다. 10년 20년 함께 일해 왔던 동료들끼리 서로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습니다.

물도 끊겼습니다. 의약품도 끊겼습니다. 전기도 끊겼습니다. 온 세상이 암흑천지가 되었을 때 회사는 이야기 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여러분을 버렸습니다. 금속노조는 혼비백산 도망갑니다.

갈수록 공장을 지키는 일이 어려워지고 확신이 없어졌습니다. 컨테이너가 올라오고 경찰특공대가 테이져건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우리를 때리고 짓밟고 짐승처럼 끌고 갔습니다. 그렇게 함께 살자던 우리의 파업은 끝났습니다...

파업이 끝나면 다시 일상을 찾을 줄 알았습니다...

파업이 끝나면 다시 쌍용자동차에서 일하진 않더라도 다시 내 삶을 찾을 줄 알았습니다...

공장 밖은 더 지옥이었습니다...경찰은 매일 우리를 불러댔습니다.

누가 지시했으며, 누가 제조했는지, 누가 참가했는지, 구속되지 않으려면 이야기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또 사람이 죽었습니다.

배신감에 공포감에 막막함에 사람이 죽어갔습니다.

후회와 생계의 고통으로 죽어갔습니다.

우리 곁의 죽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론 윽박질렀습니다.

해고는 너희들만 됐냐?

모두 다 살기 팍팍하고 천지가 비정규직인데 너희만 왜 그렇게 살지 못하냐...

얼마나 더 죽어야 할까요?

얼마나 더 10년, 20년 울고 웃었던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할까요?

저는 이 죽음들에 대해 이명박정부, 쌍용자동차, 상하이자동차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 없습니다...

저 스스로부터 이 죽음들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동지들은 이 죽음들에 자유로운 분들이 계십니까?

사회적 타살이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우리는 정말 이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는 것일까요?

이제 죽음의 공포가 주변에 넘쳐 납니다...

이제 죽음을 끝내고 싶습니다...제발 끝내고 싶습니다....죽음이여 안녕...“

처절한 이 발언처럼 옥쇄파업 투쟁 전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고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신들, 정규직 노동자들의 방패막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이다.

“한상균 지도부 이전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생각을 거의 안 했었죠, 정규직들이. 당연한 거라는 식으로 생각했고. 내용상으로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내가 살아야 될 판에 비정규직 문제를 끌어안고 가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런 정도의 인식이었는데 그게 많이 바뀌었죠. 이제 비정규직의 문제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적으로 굴뚝 올라갔을 때 서맹섭 동지가 같이 저희 정규직과 함께 올라가서 투쟁을 했었구요. 86일 가까이.”(구술자A)

“일반 조합원들이 정규직 시각에서 바라볼 때, 비정규직 지회 투쟁은 훨씬 이전부터 했는데, 1,700여명의 비정규직들이 300명까지 정리해고 되었고, 지회 결성되고 투쟁을 하게 되는데, 비정규직에 대해 대의원들, 상집간부들, 상집간부도 마찬가지로 보는 거예요. 제가 봤을 때는, 비정규직은 어쨌든 정규직에 대한 방파제, 방패막이, 이런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투쟁을 하면서도 비지회가 같이 깃발 아래 있고 공장 굴뚝에 비지회 부지회장이 올라가는 건 원․하청 공동투쟁 상징이 강한 거잖아요. 오히려 초창기에는 되게 부담스러워 했죠. 마지막에 이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몇몇 대의원들, 상집 간부들은 사석에서 우스갯소리로 마지막에 정리 어떻게 하려고 굴뚝을 같이 올라갔냐고 얘기하는 간부들을 보면, 여전히 협상에서 비정규직을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카드로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다수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그렇게 판단을 했었는데 (중략) 옥쇄투쟁을 같이 결합하고 하면서, 우리 3대 목표가 생존권 보장, 원․하청 공동투쟁을 통한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보장, 분사 저지였는데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분사 문제 적당히 할 수 있다, 비정규직도 적당히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정규직 내부에서는 생존권 보장이었다고 보(던 시각들이−편집자) 옥쇄가 길어지고 교육들이 되면서 분사가 정리해고의 또 다른 이름, 이런 교육들을 하면서 막바지 조합원들의 의식은 일반 대의원들, 상집간부들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는 거죠.”(구술자L) - [해고는 살인이다], pp. 115-116.

그러나 77일 옥쇄파업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구호의 참뜻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작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맞닥뜨렸던 정규직 조합원들과의 갈등, 마음의 골도 한층 메워질 수 있었고 원․하청 공동투쟁이 남긴 가장 큰 교훈,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한 그 원칙을 몸으로 그 공장 안에서 느꼈던 것이다. 옥쇄 파업이 진행되면서 파업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과 토론, 또한 비정규지회 동지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서서히 변화한 것이다.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된 정규직 노동자 2,646명 외에도 다수의 비정규직 동지들이 이미 회사에서 잘려나갔다는 것,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지회를 중심으로 정규직 노동자와 같이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 함께 일하면서도 다른 위치니까 대우를 달리 받는 걸 당연히 여겼던 그동안의 모습에 반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파업을 통해 분사를 저지해야 함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문제가 자신과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현재 쌍용자동차 동지들은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각 거점에서의 출근투쟁은 물론 ‘별의별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 외에도 각 투쟁 현장과의 연대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충청도 유성 기업에, 쌍용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또 수많은 이들이 정리해고를 맞닥뜨리고 있는 부산영도 한진에, 작은 천막하나로 악랄하고 파렴치한 자본과 싸우고 있는 시청 앞 재능교육에, 성폭력을 당하고도 오히려 그 부당함을 농성으로 알려야 하는 여성가족부 앞 현대차안산공장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여성노동자에 등 그들은 투쟁 곳곳에서 함께 하고 있다. 77일 옥쇄파업이 그들에게 연대투쟁, 비정규직 투쟁이 자신과 다른 것이 아님을, 오히려 그 싸움이 자신들의 싸움이라는 것을 파업으로 알게 된 것이다. 이제 문제는 이들이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절망의 눈빛으로 공장을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공장이 되기 위해 이제 그들은 공장 안의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 빗속에서 울려 퍼진 저 동지의 발언에서처럼 그 죽음에서 그 누구도 무관하지 않음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