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토요일, 오후 5시에 남대문 상공회의소 앞을 시작으로 전국노동자대회 및 희망시국대회가 열렸다. 원래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집회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선점을 하는 바람에 급하게 장소가 이동되었고, 상공회의소 앞이 협소한 관계로 대회 시작과 함께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거리행진을 한 지 1시간 쯤, 대오는 한국은행 앞 8차선 도로에서 집회를 시작하였다. 시청광장으로 이어지는 모든 길마다 경찰차가 막고, 진입을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집회 시작과 동시에 행진을 하였지만, 이것은 주최측이 최소한의 책임의식 즉 대중을 이끌려는 의식이 있고 거리를 정치의 무대로 선택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고로 경찰이 시청을 봉쇄했을 때 남대문로를 점거하여 노동자대회를 개최한 것은 전체적으로 좋은 기획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국에서 상경한 민주노총 조합원, 당원, 학생, 시민들은 ‘조남호를 처벌하고, 국정조사 실시하라’ ‘정리해고 철회하라’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윤민례 금속노조 경기지부 씨그네틱스분회장,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남상훈 공공운수노조 버스본부 전북고속지회장이 발언을 통해 자본가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지,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투쟁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주장하였다.

특히, 유명자 재능지부장은 장기투쟁 사업장인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발레오공조, 콜트콜텍, 재능지부가 공동투쟁을 통해 힘을 모으고 싸움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하여, 연대투쟁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하였다.

집회 중간에 서명을 받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당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았는데 아마도 민주노동당 당원들인 듯 했다. 진보신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거부하므로 진보정당 대통합으로 가는 길에 있어서 진보신당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겨 여론을 통해 검증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들이 이합집산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개량주의 정당들도 이합집산을 통해 부르주아 정당들에게는 의석을 구걸하고, 집회 참가자들에게는 표를 구걸하고 있다. 현장은 깨져 나가고, 당면한 투쟁은 사람 목숨이 걸려있는데, 이들에게는 이것보다 선거를 통해 어떻게든 한 자리 차지하는 것만이 생존의 이유로 보였다.

대오 중간에는 새로 맞춘 투쟁조끼를 입고 앉아 계신 연세 지긋한 여성노동자들도 있었다. 신설 노조인 듯 한데, 집회에 참가하는 태도가 자못 진지했다. 또한 대오 뒷쪽에는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아이 엄마들과 유모차 부대들이 있었다. 이것은 노동자대회의 구호 및 요구가 보편적이고 인간적이었다는 것의 방증인 듯하다. 또한 행진 대오에 대해 시민들은 관심을 보이며, 주변 상가 관리인들도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대문로에서의 집회를 마치고 시청으로 행진을 하였다. 행진이 롯데백화점 앞에서 멈추었을 때 비가 왔는데, 빠르게 우비를 구입하여 대오를 유지하고 다시 행진을 하였다는 점에서 집회참가 대오는 준비성이 철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시청 주변에서 대오가 막혀서 장시간 정체되었는데, 이때부터 노래는 70년대 풍 데모가로 바뀌고, 이후 대오의 앞쪽에 노란 조끼를 입은 국민참여당이 자리잡았다. 이 집회는 한진중공업 문제해결과 정리해고 철회, 반노동정책 폐기를 구호로 외치는 집회지, 7,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야당 대오를 위해 음악까지 바꾸는 주최측의 행태는 민중생존권을 요구하는 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며, 심지어는 현 시기의 노동운동의 방향까지 과거로 돌리려는 반동적인 행태로 밖에는 비치지 않았다. 야당 사람들을 위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집회 대오의 앞쪽에는 시청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한 차벽이 세워져 있었는데, 날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시청광장까지 개별 조직별로 돌아서 가는 전술로 광장에 진입하였다. 어쨌거나, 시청광장을 사수했다는 점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가 해냈다’라는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대중은 여전히 광장(―해방공간)에의 열망이 있으며, 이를 위해 어떤 방식이든 실천한다는 사실이 중요해 보였다.

여기에서는 이어서 희망시국대회를 진행했는데, 백기완 선생 발언 이후, 야당 우두머리들이 떼거리로 나와 돌아가면서―결론적으로 찍어달라고 하는 말을 길게 돌려서―발언하였다. 또한 시국대회 내내 나온 노래는 손학규, 정동영을 고려해서 인지, ‘와서 모여 하나가 되자’는 등의 70년대 데모가였다. 민중들은 어렵게 시청광장을 사수해서는 야당에게 산 채로 바친 셈이다. 실제로 한 집회 참가자는 “어렵게 김진숙 지도위원과 통화가 연결됐는데, 마지막에 한진 중공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선거를 하자’고 진행자가 말해서 기운이 빠졌다. 또한 시국대회 앞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야당 의원들에게 할애하는 바람에 결국 한진중공업 가대위 발언 때는 남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속을 털어놓았다. 결국 민주노총은 민주당을 끌어안기 위해 노동운동의 자존심과 정체성마저 뭉개버리는 행동을 하고 만 것이다.

한편 시청광장에서는, 희망시국대회를 하기 전부터 극우단체의 반공영화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이 충돌을 막는다는 이유로 차단벽을 중간에 치고 있었는데 약 50여명의 사람들(학생, 노인 약간 명)이 있었다. 이들은 시국대회 중간에 시시때때로 집회를 방해하는 발언을 하였는데,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의 ‘좌파정권’하에서 등록금이 더 인상되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사례인데, 노동정세가 고양될수록 극우세력들의 반동적인 행동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이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집회방해 정도이며, 한편으로 그만큼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의 증명이다.

시국대회 자체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 및 반노동정책 폐기를 외치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단식투쟁하던 것을 야5당의 권유로 위원장이 단식을 풀면서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야권과 뜻을 같이 했을지언정, 대중의 열망은 전혀 받아안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집회를 통해 드러났다. 대중은 살아있고 투쟁과 전진을 원하는데 개량주의 세력, 민주노총 지도부는 대중의 흐름을 야권연대의 틀로 가두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노동자대회로 대중의 힘을 묶고 투쟁을 결의하는 것으로 시작하나, 시국대회를 통해 민주당에게 대중을 갖다바친 것이 이 날의 결론일 것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