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법 날치기 6개월. 패배한 투쟁으로 남을 것인가

지난 겨울 ≪정세와 노동≫에 서울대 법인화법 날치기와 서울대에서의 법인화 정세, 향후 계획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후 몇 달 간 법인화 투쟁은 지루하다고 말할 만큼 학내외에서 별다른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국공립대 연대전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국공립대 총학생회 연석회의는 유명무실한 기구였다. 학내 조직화 역시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법인화 반대 학내 집회에 모인 학생의 수는 채 3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대 본부는 설립준비위원회까지 독단적으로 구성하여 밀어붙였다. 몇 년 동안 법인화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개교 이래 가장 큰 변화에서 끝까지 배제되고 있었다. 이러한 ‘비민주적 처사’에 저항해 대중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5월 30일 법인 설립준비위에 참여할 것인가, 설립준비위를 해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비상총회가 열렸다. 처음에 사람들은 잘 해야 1000명 모일 것이라며 비상총회와 법인화 투쟁의 전망을 밝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비상총회가 열리자 무려 2300명의 학생이 아크로폴리스를 메웠다. 그리고 투표자 1810명 중 1715명이 설립준비위 해체에 찬성했고, 1327명 중 1110명이 본부점거에 찬성했다.

점거농성 28일―학생대중의 잠재력, 그러나 벽은 높았다

그리고 시작된 본부점거농성은 비상총회에서 확인한 총의와 학생대중의 창발성 속에 하루하루 이어져 갔다. 하루에 수백 명이 농성장을 찾았다. ‘점거’라는 무게로 인해 농성장이 운동권의 공간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절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운동권보다 열정적으로 점거농성에 함께 한 수많은 학우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농성장을 꾸미고 자리를 잡고 모이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모여 ‘총장실 프리덤’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도심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17, 18일에는 본부스탁 행사를 진행했다. 대중운동의 잠재력은 바로 이렇게 분출되고 있었다.

이에 비해 객관적인 조건들은 나아지지 않았다. 6월 6일 총장과의 토론 자리가 있었지만 본부 측은 ‘법인화 법이 존재하는 한 서울대는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법인화 법안이 비록 날치기로 통과되었지만 서울대의 미래를 위해 주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기서 학생들은 대본부 투쟁의 한계를 절감하고 법안 폐기를 목표로 한 대국회 투쟁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총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는 부총학생회장의 단식투쟁, 대시민 선전전과 플래시몹, 교과위 항의방문 등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1일부터 본부와 총학은 끝장토론 형식으로 교섭을 진행했다. 여기서도 본부는 법인화 법안 집행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으며 3일간의 협상 끝에 비민주적으로 진행된 과정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다는 총장 담화문을 발표하겠다는 본부 측의 입장이 나왔고, 25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본부 점거를 해제하였다. 이후 대국회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27일 한나라당 당사 타격투쟁과 민주당 항의방문, 도심집회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점거농성, 본부 안에서 드러난 한계

28일이라는 시간에 비해 점거농성은 투쟁을 이어갈 동력을 재생산하는 데에 한계를 보였다. 단과대/동아리연합회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총운영위원회(총운위)는 학생회로 포괄되지 않는 일반 학생들을 포섭하여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지 못했다. 많은 과/반 기층 학생회들이 무너진 상태에서 과/반 학생회―단과대 학생회―총학생회로 이어지는 학생회 라인을 점거농성장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몇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행사들을 기획하고 집행했지만 학생회 라인으로 포괄되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성을 바탕으로 점거의 동력을 재생산하고 일반 학생들을 주체화하기 위한 본부 내 학생단위의 구조적인 재편이나 공개토론은 시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존 학생회 라인의 한계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점거 초반에는 반값 등록금과의 연대 등 비교적 논쟁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아래로부터의 논쟁과 의사결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층 단위의 회의는 총운위에서 결정된 일정을 공유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점거 막판 본부와의 협상을 전후하여 소통과정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일면 타당한 점이 있다. 총운위에서 새벽 4~6시까지 회의를 하며 수고한 점은 인정하나, 비공개 협상과 점거해제를 전후해 학생들이 느꼈던 황당함이나 환멸감 역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28일이나 점거농성이 이어졌지만 본부 내에서 의제의 확장이나 논쟁의 심화는 놀라울 정도로 미비했다. 법인화 법안 처리와 설립준비위원회 독단적 구성에 있어 그 ‘비민주성’에 대한 투쟁을 넘어서지 못했다. 법인화 법안의 맥락과 대학기업화에 대한 내용적 토론과 환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단대와 정파 중심으로 법인화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의제를 심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비민주’에 대한 투쟁에 그치고 있었다. 공무원노조, 대학노조, 민교협에서 걸었던 ‘법인화=기업화’라는 플랑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줄곧 이어졌다. 지금 학생들은 대학기업화가 아니라 비민주적 절차에 문제제기하며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논쟁들을 계기로 하여 법인화와 대학기업화의 관계, 대학기업화의 맥락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사회적 의제화와 연대전선 형성의 실패

학교 바깥의 전선을 치려는 시도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대국회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학교 밖의 지형을 분석하고 정세를 이용할 여지는 더 많았다. 반값 등록금 정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파 간 의견이 갈리고 점거농성에 참여 중인 학생들 간에 의견이 갈렸다. 한편에는 반값 등록금 정세에 개입해 법인화 사안을 의제화하고, 동시에 등록금 사안 역시 한대련의 선거용 전술에서 벗어나 교육권과 학력구조 자체에 대한 의제로 고양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법인화 사안과 반값 등록금 의제는 공동투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있었다. 정파들의 입장은 확고했고 결국 총학은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학외 교육정세를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는 데에 사실상 실패하였다.

정세 분석과 정세에 기민한 전술을 세우지 않은 결과 국공립대 연대전선 역시 확보하지 못했다. 한대련이 수권한 국공립대 총학생회는 반값등록금 의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공립대 전선을 치고 공동투쟁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반값 등록금 의제에 개입하는 데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어떤 실질적인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경북대에서 법인화 사안으로 총투표가 진행되고 있었고 전남대에서는 일부 학과에서 법인화와 맞물린 학과구조조정 이슈로 총장실을 점거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시내는 반값등록금 촛불이 매일 밤거리를 밝혔다. 그러나 그러한 정세 속에 서울대 점거농성은 집회 몇 번 연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시도를 하지 못했고 서울대 본부 점거농성은 고립되었다.

서울대 공무원노조와 대학노조 역시 서울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연대를 하지 못했다. 이미 지난 3월 설립준비위 참여를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한 바 있는 이들은 점거를 지지는 하지만 파업이나 점거농성 동참 등 실제 본부를 압박하여 설립준비위를 해체하는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의지는 빈약했다. 총학 측의 요구와 본부점거에 영향을 받아 공무원노조와 대학노조 비상총회가 열렸지만 점거농성을 지지하겠다는 성명 이외에 다른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담화문 받고 점거 해제

결과적으로 서울대 본부 점거농성은 고립되었고, 학생들은 시험과 방학을 맞으며 지쳐만 갔다. 매우 의욕적인 학생들을 제외하면 본부에서 자신의 할 일을 찾기 어려웠고, 투쟁의 전망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점거농성 막바지에 본부에 상주하고 있던 인원은 채 4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총학과 본부의 ‘끝장토론’이 진행되었고, 토론 3일차 되던 날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비민주적 절차에 서울대 집행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여야 합의 시 총장이 국회에 출석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총장의 담화문을 받고 점거를 해제한다는 것이었다.

총학은 전학대회 전인 23일 이를 주제로 점거농성장에서 전체토론회를 개최했고 많은 학생들이 담화문의 내용에 대해 기만적이라는 의견을 표출했다. 총운위원들이 학생들을 설득하려 무진 애썼지만 학생들은 ‘이 담화문을 받고 점거농성을 풀 수 없다’, ‘이 담화문을 받고 농성을 해제하는 것은 사실상 패배선언일 뿐’이라는 의견들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총운위가 이러한 합의를 해 온 데에 대해, 그리고 7일간 비공개 회의 진행된 총운위의 폐쇄적 운영에 대해, 학생들을 설득하려는 자세로 일관한 단과대 학생회장들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하였다. 결국 농성장에 있던 학생들의 전체토론은 ‘침탈을 감수하고서라도 여기 있는 학우들은 담화문을 받고 점거를 해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으로 정리되었다.

이후 총운위는 ‘담화문을 받고 점거를 해제한 후 7, 8, 9월 대국회 투쟁에 집중한다’는 1안과 ‘담화문을 거부하고 침탈을 당한다’는 2안을 전학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25일 전학대회에서도 논쟁은 치열했다. 1안 찬성자들은 점거를 풀고 7, 8, 9월 대국회 투쟁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대본부 투쟁은 의미가 없으며 역량 소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침탈이 될 경우 남는 것은 징계 수위의 강화로 인한 징계투쟁에의 역량 투입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2학기 투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2안 찬성자들의 공통적인 논거는 이 담화문을 받고서는 점거를 풀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담화문 내용 상 어떤 구속력을 갖기 어렵고, 성과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담화문을 대가로 점거를 해제한다는 것은 패배감 외에 다른 것을 남기기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다. 현 담화문이 점거 해제에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없다는 부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과정 상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법인화는 추진하겠다는 담화문, 여야가 합의할 경우 출석하겠다는 담화문은 총장에게 어떤 행동의 구속력도 줄 수 없다. 물론 1안이 끝까지 그 담화문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과연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사과가 어떠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총장의 행동을 수반하지 않기로 서로가 인정한 사과를 가지고 국회를 압박한다?

안건에 대한 논쟁은 담화문 자체에서만 형성되지 않았다. 총운위에서 제출한 2안 원안의 추후 계획은 ‘담화문 거절, 침탈, 침탈의 기억을 갖고 이루어지는 징계투쟁과 국회압박’이 전부였다. 1안에서 서술한 전국 국공립대 동맹휴업 추진 등의 계획은 징계투쟁에 밀려 서술조차 되지 않았다. 또 침탈 예정이라면, 침탈에 대한 대응과 경우의 수에 따른 안건 서술이 되어야 했으나 침탈을 막아내지 못한 후 징계투쟁 외에 다른 대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총운위에서 제출한 안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2안을 빈약하게 서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고, 이런 서술을 기반으로 향후 계획에 있어 1안과 2안을 마치 실리와 명분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시도 역시 뚜렷했다.

이러한 점에서 사노위는 2안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 담화문을 거절하되 이후 재교섭을 시도하고 구체적인 대국회 투쟁 계획이 나온 후 점거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안건으로 수정 동의안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2안 원안에서 누락시킨 ‘대국회 투쟁을 위한 전국 국공립대 전선 형성과 9월 전국 국공립대 동맹휴업 추진’ 부분을 서술하였다.

 일부 학생행진 동지들은 재교섭의 여지가 없다며 안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전혀 고민할 여지가 없는 문제일 뿐 아니라 오히려 2안 원안을 보완하는 내용이었다. 담화문을 거절한 이후 수위를 높여서 재교섭을 시도할 수 있고, 그것이 진전된 합의를 내지 못한다면 그 동안 침탈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총운위에서 제출한 원안에 따르면 2안은 만약 당장 침탈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 아무 대책도 계획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 동지들은 수정동의를 상정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막고자 했다. 안건의 형식에 흠결이 있거나 도저히 논의대상이 되지 않는 안건이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총학이 낸 원안의 내용적 부분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전학대회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려 한 것이다.

결국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전학대회에서는 담화문을 받고 점거를 해제하자는 1안이 통과되었다. 1안 40표, 2안 수정동의안 19표, 기권 2표였다. 총운위를 통한 조직과 각 정파별 조직화, 미조직 대오에 대한 전학대회에서의 논쟁, 대의원 자체의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낳은 결과였다.

점거는 해제했지만,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

28일 간의 점거농성은 해제되었다. 그러나 법인화 투쟁을 여기서 접을 수는 없다. 법인화 법안 시행에 아직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 여기서 학생사회에 또 하나의 쓰라린 패배의 기억만을 남길 수는 없다. 비록 꺾이긴 했지만 점거농성을 이어가고자 했던 학우들의 열정을 기반으로 그리고 1안에 찬성했더라도 국회 투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들의 의지를 기반으로 9월 정기국회를 타격하는 투쟁을 형성해야 한다.

국회를 타격한다는 것은 각 국공립대 대학본부를 자극하고 추동하며 대시민 여론을 환기하는 등 법인화 사안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방학기간에는 서울대에서 9월 투쟁의 동력을 형성함과 함께 다른 국공립대에서도 9월 투쟁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임기 내 즉 1년간 서울대와 인천대를 제외한 다른 국공립대의 법인화 추진을 중단한다고 합의했다. 이는 분명 전국 국공립대 전선을 형성하는 데에 악조건이다. 그러나 국공립대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 의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일단 올해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1년 뒤에는 다시 법인화의 광풍이 전국 국공립대로 몰아칠 것이 뻔하다. 국공립대 총학생회들을 움직인다면 아직 서울대 법인화법 폐기를 목표로 한 투쟁을 형성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9월 전국 국공립대 동맹휴업을 목표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한대련이 주도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세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마냥 외면만 한다면 그 안에 있는 대학생은 물론 국공립대 학생들마저 추동할 기회를 잃는다. 한편으로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생성되어 있는 투쟁의 동력이다. 그렇다면, 반값 등록금 의제로 형성된 대중의 분노를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 법인화를 비롯한 대학기업화 문제를 전면에 제기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강제하는 학력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아가 교육 의제이면서도 전선이 분명한 계급적인 의제로 전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법인화 투쟁을 타 국공립대와 계급전선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학내에서 투쟁의 동력을 재생산해야 한다. 7, 8월 방학기간은 주어진 조건이다. 가시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점거농성을 통해 주체화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내외에서 활동할 사업이 필요하다. 대시민/학내 선전과 학내 조직화의 주체로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양, 선전활동, 집회 등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야 한다. 특히 지난 점거농성 28일간 미진했던 법인화에 대한 심화된 논쟁과 토론을 통해 절차적 비민주성에 맞선 현재 투쟁을 대학기업화와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으로 전화해야 한다. 서울대 학생사회의 전체 의제를 변경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최소한 선진 인자들의 주체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점거농성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계를 뛰어넘으며

현재 총운위가 제출해 전학대회에서 통과시킨 1안에 따르면 점거해제 이후 7, 8월에 대안대학을 통해 세미나를 열고 시설노조를 조직하며 전국 국공립대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서울대의 사정 상 1년 안에 시설노조를 유의미한 투쟁의 주체로 조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전반적인 큰 틀의 향후 계획에는 동의한다. 이제 남은 것은 계획을 구체화하고 총력을 다해 집행하는 것이다. 담화문을 받고 점거해제를 한 이후 학생들에게 커다란 환멸감과 패배감이 남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직 대국회 투쟁이 유의미하며,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투쟁을 형성해 갈 때 가능한 일이다.

28일 간의 점거농성에서 서울대 법인화 반대 투쟁의 미숙함과 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동시에 학생대중운동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한계를 보았다면 그것을 뛰어넘자. 학생대중의 분노와 열정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시 불을 지펴, 할 수 있는 만큼 해 봤다고 회상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싸우자. 그것이 승리를 만드는 자세다. 그리고 그것이 이미 수없이 패배감으로 점철된 학생사회에 2011년 오늘, 우리가 남겨야 하는 기억이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