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에 그리스에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긴축을 강화하고 민중을 수탈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자 폭동이 발생하였다. 그리스의 극우정당의 입에서는 혁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그리스의 혁명이 유럽 전체의 혁명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1000억 유로가 넘는 구제금융으로 그리스의 위기는 잠시 미봉되는 것 같지만 그리스 위기는 세계대공황이 유럽연합체제의 모순과 맞물려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서 세계대공황이 조만간 수습될 전망이 없는 현실은 그리스와 유럽에서 위기의 심화를 예고한다. 그에 따라 그리스는 유럽연합체제를 조만간에 탈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작년 4/4분기에 -0.3%의 성장을 했고 올해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세계대공황이 위기의 심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 때문이었는데 올해 중국경제는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공황 발발 이래 무려 4조 위안(600조원)에 달하는 공황구제용 투자를 실시하여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 왔으나 이제는 그러한 대책이 한도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중국경제가 올해 본격적으로 공황국면에 접어들면 세계대공황은 세계 전체를 휩쓸게 되고 동아시아 경제는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 나라들을 포함하여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 경제를 넘어서서 세계경제 전체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인데 이는 세계경제가 날개없는 추락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2. 이렇게 2012년에 중국경제가 추락하고 세계대공황이 심화되면 이는 세계정세에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제국주의 주요 국가들은 세계대공황에 대하여 공황구제를 위해 협력의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EU의 위기가 심화되고 중국경제가 추락한다면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은 생존을 위한 필사의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지금까지의 협력체제는 붕괴를 향해 갈 수밖에 없고 제국주의 국가 상호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공황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불안정을 호도하기 위해 약소국가에 대한 전쟁위협과 시도를 강화할 것인데 최근에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위협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또한 동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미국의 패권대립을 기초로 정세가 격동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반도는 그러한 패권대립의 무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한반도는 세계사의 모순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정세의, 나아가 세계정세 변화의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2차 대전 전의 세계대공황의 경험을 보면 대공황이 본격화되면서 각 제국주의 국가들은 시장확보를 위해 세력권으로서 블록화를 강화하여 그것이 결국은 2차대전으로 귀결되었던 것인데 지금 세계대공황의 본격적인 전개는 제국주의 세계체제를 균열시키면서 세계정세를 격동으로 접어들게 할 것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변혁의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3. 이렇게 세계대공황의 파고가 동아시아에 밀려오는 상황은 한국자본주의에도 중대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 자본주의는 세계 대공황 발발 이래 중국경제의 성장에 기대어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켜 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세계경제 침체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의 고유한 모순, 즉 내수의 취약성과 극단적으로 높은 수출의존도라는 한국자본주의의 축적구조는 동아시아 경제가 가라앉는다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내수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자동차 판매에서 작년 1월 동기 대비 무려 18%의 감소가 있었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내수의 위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출에 있어서도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되면 급격한 감소는 불가피하다. 그 경우 한국의 5대 그룹 또한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전개에 대해 한국의 주요 독점자본들은 한-미 FTA의 강행, 한-중 FTA의 추진으로 축적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심화시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위기의 폭발은 더욱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97년의 외환위기는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 수출의 악화, 과잉투자 등 대외적 축적조건의 악화와 결합된 공황이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보면 주요 개발도상국의 공황으로서 전개되고 수습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세계경제 전체의 위기라는 점에서 97년 외환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위기의 폭발은 한국 자본주의의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 것이다.

97년 외환위기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의 본격적인 전개, 미제국주의 자본에 대한 한국경제의 예속의 심화, 노동운동의 몰락, 개량주의의 시대를 가져왔다면 다가오는 위기의 폭발은 한국 자본주의를 균열시키면서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열 것이다. 

4. 그러나 경제적 위기가 직접적으로 정치적 위기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레닌이 혁명의 근본문제는 국가권력의 문제라고 했듯이 자본가 국가를 타격하는 투쟁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자본가계급은 위기의 폭발을 지연시키거나 수습할 여력을 갖게 된다. 한국의 현재의 정치지형은 여전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투쟁이 자본가계급의 국가권력으로 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약화와 <새누리당>으로 간판의 교체, 경제민주화가 쟁점으로 등장하고 재벌에 대한 규탄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불만이 높아지고 경제위기의 책임에 대해 <새누리당>이 주요 담당자라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대중에게 아무런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민주당>이 재차 강화되고 있고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가 점쳐지는 것은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무능력에 기인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하에서 충실하게 독점자본의 이익에 봉사했던 자유주의 세력은 다시 한번 대중에게 개량의 환상, 계급화해의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전개는 작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보았듯이 야권연대전술에 기인한다. <민주당> 등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민중진영의 상당수가 연합하는 야권연대 전술, 민주대연합이 일차적으로 <민주당>의 강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국의 정치질서, 지배질서가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러한 야권연대전술, 민주대연합의 주요한 주체로서 진보민중진영을 분열시키는 것을 대가로 <민주당>의 강화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진보민중진영의 변혁적 분파는 이러한 부르주아 정치질서를 위협할 만한 능력과 전망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진보민중진영의 변혁적 분파는 한편으로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고수하고 변혁적 분파들을 묶어세우면서 야권연대전술과 단절하고 대중에게 변혁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5. 한-미 FTA는 독점자본들의 축적전략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민중에 대한 전면적 수탈체제의 수립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적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는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주장하듯이 의회주의적 방식으로 폐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오직 대중의 변혁적 투쟁의 전개에 의해서만 폐기될 수 있다. 그에 따라 한-미 FTA는 총선과 대선에서 그리고 그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쟁점으로 제기될 것이다. 

작년의 희망버스에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자를 지지, 지원하는 희망텐트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 투쟁은 대중운동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는데 <민주노총>과 산별노조가 독자적인 투쟁을 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대중적 연대를 통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투쟁은 다가오는 위기 속에서 강화될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대한 대중투쟁전선을 친다는 의미가 있다. 이 투쟁을 개별 사업장의 투쟁을 넘어서는 전국적, 전계급적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개량주의자들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모든 투쟁을 선거에 수렴하여 소위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환상을 갖고서 민주대연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부르주아 지배체제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현재 주요한 투쟁의 쟁점이고 공간이다. 사회주의 세력이 선거투쟁을 주도할 수 있는 조건과 역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목표는 진보민중진영의 독자성을 고수하는 전술, 반자본주의의 흐름을 강화시키는 전술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의 연합,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대한 반대운동이 일어나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거의 일방적인 개량주의적 질서에 대한 대중적 항의가 일고 있는 것이다. 1,500여의 민주노조활동가가 선언을 했고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선언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흐름이 발전되어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서 대안적 세력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

6. 동아시아에 밀려오는 대공황의 파고는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의 폭발을 불러올 것이고 각 계급정치세력은 이에 기초하여 각축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반혁명이라는 공통분모 앞에서는 언제나 단결을 해왔다.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지도부 등 개량주의 세력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민주당> 등 자유주의 세력의 민중배신성은 낱낱이 폭로될 것이고 그때에는 민주대연합 전술, 야권연대전술이 대중적 심판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그에 따라 개량주의가 대중의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날수록 대중적 계급투쟁은 점차로 상승할 것이고 한국의 정세는 서서히 고양기로 접어들 것이다.

7. <민주노총> 지도부는 4월 총선 이후 100일 내에 10개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8월에 정치 총파업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동자의 이해가 절실한 10개의 법안이 100일내에 부르주아 의회에서 통과된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문제는 총선을 전후하여 의회주의적 전략에 <민주노총>이 전력투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기초로 8월에 정치총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철저하게 민주대연합 노선에 기초한 것으로서 개량주의적 전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총파업을 하려면 수개월에 걸쳐서 현장에서부터 조직화노력이 필요한데 산별노조가 그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즉, 8월 총파업은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승리에 기대어 생색을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자본가계급의 도움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으로서 계급협조노선이 철저히 배어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8월 총파업을 내놓는 것은 밑으로부터 압력에 기인하는 면도 있다. 따라서 8월 총파업이 민주대연합노선의 강화가 아니라 무너진 현장과 대중운동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현장에서부터 총파업으로 자본에 맞설 필요성, 부르주아 정치질서에 도전해야 할 필요성 등을 선전하고 조직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치총파업 계획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밑으로부터 총파업을 조직하는 현실적 계획이 수립되고 조직되도록 하여야 한다. 밑으로부터 힘에 의해 관료적인 상층의 기도를 무력화하고 정세를 변화시키는 총파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쌍용차 희망텐트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투쟁전선이 상승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97년 외환위기가 노동운동의 몰락을 가져왔다면, 개량주의의 시대를 만들었다면 다가오는 위기에 맞서는 현장의 투쟁을 사수하고 발전시켜 대중운동의 재건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이는 정리해고의 광풍에 맞서는 투쟁, 자본의 총체적 억압에 대한 총체적 반격을 조직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셋째,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반대 운동을 더욱 발전시켜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의 연합을 넘어서는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을 건설해야 한다. 민주대연합이 자본가계급과의 계급협조를 본질로 한다는 것을 폭로하고 자본가계급과의 비타협적 투쟁의 결의와 전망을 녹여내고 발전시켜 대중적인 반자본주의 운동을 기획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운동의 조직으로서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을 창출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정세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헌신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전반적인 재건을 모색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대중운동의 재건, 반자본주의 연합전선의 건설, 개량주의의 무력화를 위해서는 강고한 사회주의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다가오는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의 폭발을 변혁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의식적 부위로서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발전이 절실하다.

그리하여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에 대하여 대중에게 변혁의 전망을 제시하면서 지난 10여년의 개량주의의 시대를 마감하고 노동자계급을 정치적 거인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시대를 열어가자.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