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2012년을 두고 어떤 사람은 ‘선거의 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정치의 해’라고도 한다. 현행의 법제(法制)대로라면 20년 만에야 한번씩 돌아온다는,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열리는 해이니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그런데 어떤 ‘선거의 해’, 누구의 ‘정치의 해’인가?

정치판엔 온통 독점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깃발만이 낭자하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노동자들이 착잡하다 못해 참담함을 느낄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선진노동자들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내걸어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정당’이란 것(들)도 만들고, 고쳐 만들고, 또 고쳐 만들기도 하면서, 그리고 또 만들겠다며 그렇게 20여 성상을 보내왔다.

그런데 오늘날 그 결과는?

(물론 그 입장과 처지에 따라, 그리고 또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이의야 있겠지만,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물론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 큰 세력들을 중심으로 보자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사실상 거의 전면적 실패임이 이 ‘선거의 해’, ‘정치의 해’를 맞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아직 그 정치적 지도부, 정치적 참모부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제도권 정치공간에서는 우측 낭떠러지로, 우측 낭떠러지로의 끝없는 추락으로! 그리고 다른 한편의 비제도권 정치공간에서는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선진 노동자들’의 사실상 절대 다수의 좌익기회주의 혹은 정치적 무능 때문에!

‘선거의 해’라니까 여기에서는 주로 제도 정치권과 관련해서만 얘기하자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거기로 진출한 세력치고, 자신들의 주관ㆍ주장이야 어떠하든, 탈(脫)노동자계급화, 소부르주아지화, 사민주의화 하지 않은 세력ㆍ정당이 없다.

그들 중의 상당한 세력은, 역시 자신들의 주관ㆍ주장이야 어떠하든, 혹은 바로 그 몰역사적ㆍ몰현실적ㆍ몰객관적 주관주의 때문에, 객관적ㆍ실천적으로는 불치의 반공주의로 전락해 있다. 사실상 헌법보다도 상위의 국가보안법이 엄연한데도, 오직 일방적인 ‘비판’과 비난만이 강요되고 있을 뿐인데도, 그들의 어떤 대표는 “북이라고 해서 못할 말이 없다(!)”나?! 아니, 실제로 그들은 “북이라고 해서 할 말 못할 말 없이” 지껄여대고 있다! 극우와 이구동성으로!

아무튼 거기 제도정치권에서는 노동자 출신들이, 노동운동 활동가 출신들이, 그리고 그들을 지지ㆍ엄호하는 ‘진보적’ 지식인들, ‘진보적’ 변호사들이 국회와 지방의회 의원으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그것은 더 이상 계급적 해방을 지향하는 노동자, 노동운동 활동가로서가 아니며, 그러한 해방을 지지ㆍ엄호하는 지식인ㆍ변호사로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노동자 ‘출신’, 노동운동 활동가 ‘출신’의 명망가로서일 뿐이고, 그 ‘출신들’을 지지ㆍ엄호하는 ‘진보적’ 지식인ㆍ변호사로서일 뿐이며, 그러한 경력과 이력을 자산 삼아 ‘출세’하려는 소부르주아적 야심가들로서일 뿐이다. 심지어는 불과 3년 전에 민주노총 위원장의 직에 있던 자, 이석행이 박홍기 전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 이상규 전 아시아나항공서비스 노조위원장, 정상채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이상범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등등 민주노총 소속 전ㆍ현직 노조간부ㆍ조합원 1,000여 명의 입당원서와 15,000여 명의 지지서명을 흔들면서 통합민주당에 입당하고 있는 것이, 그런데도 명색이 민주노총이 그는 “민주노총의 어떠한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겨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굴절과 타락이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는 저들 당들 중에는 ‘두 번의 집권을 통해서 이미 독점자본의 이해에 봉사하는 정당임이 사실상 누구의 눈에나 명백해진 통합민주당과의 이른바 공동정권을 노린다’는 참으로 반노동자계급적인 야망을 사실상 숨기지 않을 만큼 어떻든 상당히 당세를 확장해가고 있는 당도 있지만, 새로운 대공황이 이미 그 조짐을 알리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얼마 남지 않은 명운과 함께 필경 하루살이로 끝날 그런 당세를 시대에 뒤늦게야 상당히 확장해가고 있는 당도 있지만, 그럴수록 선의의 지지자들, 선의의 노동자 대중들은 (소)부르주아 야심가들의 정치적 포로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제도 정치권으로 간 저 사람들이 20여 년 전부터 온갖 둔사(遁辭)를 다 동원하면서 편의주의적으로 덥석 안았던 합법주의를 단호히 반대해야 하지만, 그렇지만 합법공간 그 자체를, 심지어 제도권 정치공간 그 자체도 결코 버리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저들 소부르주아 야심가들에 대한 선의의 지지자들, 선의의 노동자들을 그들의 정치적 포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우리 연구소에, 우리 연구소의 회원 동지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의 하나이다.

지금 느끼는 이 참담함을 분발의 계기로 삼자. 보다 더 활동을, 연구와 선전ㆍ선동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계기로 삼자.

(이 총회에 이어 여러 단체 공동으로 개최할 “다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와 2012년”의 토론회를 그러한 분발의 출발점으로 삼자.) <노사과연>